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71)
170화 – 201호, 저주의 방 – ‘더 큐브’ (19) Fin
– 한가인
광대 무량한 하늘에서 마치 유성이 떨어지듯이 손가락이 내려온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머나먼 위상에서 고통에 차 비명 지르던 베아트릭스의 노래가 멈췄다.
기이한 공간에서 펄럭거리던 책과 디스플레이들이 내던 소음이 멎었다.
온 세상을 광기의 웃음소리로 메우던 잔혹한 신이 침묵했다.
만물이 멈춰선 시공, 천상에서 내려온 손가락이 피할 엄두도 내지 못한 나를 꿰뚫었다.
…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내가 온전한 ‘한가인’으로 돌아왔음을 알았다.
“이게 대체 -”
“정신이 드나?”
화들짝 놀라서 돌아서자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지적인 인상의 남성이 있었다.
“당신은!”
“네 정체는 수석연구원인가! 같은 뻔한 이야기는 좀 그렇지?”
“…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손가락은 대체 뭐죠?”
“2층의 첫 번째 방이기에 베풀어진 친절이지.”
“네?”
“자네, 이 방에 들어오기 전에 ‘봉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나?”
“아리에게 대충 듣긴 했습니다만, 솔직히 잘 몰랐습니다. 아리 본인도 잘 몰랐으니까.”
“자네는 봉인이라는 시스템에 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201호를 시작했어. 자네 책임은 아니지. 호텔에 무슨 설명서가 있는 것도 아닌 데 겪어보기 전에 알 수가 있나? 이번처럼 등장인물의 사고방식에 휘말리면 인격이 변성될 수 있다는 문제. 이걸 자네가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었겠나?”
“…”
“그래서 2층 첫 번째 방에선 이런 배려가 있지. 나와 자네를 강제로 분리해준 셈이야. 축하하네. 자네는 다시금 온전한 자신을 되찾았어.”
“그것참 고마운 일이네요.”
“우습지 않나? 이 세상 불합리란 불합리는 다 모아놓은 듯한 장소가 호텔인데, 그런 주제에 또 이런 식으로 묘한 배려가 숨어있단 말이지.”
수석연구원은 상의에서 담배 한 대를 뽑은 후 천천히 피우기 시작했다. 입에서 바스러지는 듯한 안개를 뿜어내던 그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자네도 한 대?”
“담배 해본 적 없습니다.”
“이 기회에 배울 생각은?”
“…”
“허허 참, 재미없는 후배로군.”
“후배 아닙니다.”
“그래?”
…
“자네 눈을 보고 있노라니 재미있군. 하고 싶은 말은 한없이 많은데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느낌이야. 아닌가?”
“진짜 이런 방식밖에 없었습니까? 베아트릭스와 인간을 제물로 바쳐야만 했습니까?”
“내 방식이 무척 싫었던 모양이군.”
“당신은…. 당신과 동화되어있던 동안 생각했습니다. 그야말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인간을 도구처럼 쓰시더군요.”
“높으신 분들의 고질병 중 하나라네. 그리고 자네가 한 가지 착각했군.”
“착각이요?”
“날 제외한 모든 인간을 도구처럼 여긴다니? 대체 무슨 소리인가? 나야말로 제일 유용한 도구인데?”
“…”
“내가 대체 왜 여기 있다고 생각하나.”
“설마 무언가 얻기 위해 제 발로 호텔에 -”
“그쯤 하지. 앞으로 자네 인생에서 날 만날 일은 다시는 없을 텐데, 나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을 뭣 하러 하나? 호기심 해결 이상의 의미는 없을 텐데. 그보다 앞으로의 자네에게 필요한 질문을 해야지.”
그 말과 함께 수석은 내 ‘상태창’을 가리켰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87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저주의 방 – 201호, ‘더 큐브’
현자의 조언 : 3]
…
나를 제외한 누군가가 내 상태창을 본 적은 처음이다.
‘현자의 조언’이 깜빡였다.
“이건….”
“조언을 써서 내게 질문하게. 마음 같아선 나도 그냥 말해주고 싶은데, 더는 안되거든. 설마 사용법을 모르는 건 아니지?”
“당신이 올빼미도 아닌데 조언을 쓰라니 대체 무슨 -”
“호기심 해결용 질문을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필요한 질문.”
“…”
“뭘 물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면 내가 적당히 골라주지. 첫 번째 질문은…. 그래, 이게 좋겠군.”
‘2층의 시스템에 관하여.’
[조언 : 3 -> 2]… 헛웃음이 나왔다.
수석연구원, 오래전 지혜의 주인이 아니었나 싶은 이 남자는 상태창을 완전히 자기 것처럼 쓰기 시작했다. 이젠 심지어 자기가 질문하고 자기가 대답하는 기행을 벌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무척 많은 것도 사실인데다, 질문 내용은 ‘2층의 시스템’이었다. 듣기만 해도 궁금해서 돌아버릴 것 같은 내용 아닌가? 잠자코 듣기로 했다.
수석연구원의 첫 번째 자문자답이 시작됐다.
“2층 역시 1층과 유사하게 개별 방마다 시나리오가 있고, 그 중심에 봉인이 있네. 봉인은 자네들 중 누군가에 대한 봉인이기도 하지만, 시나리오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등장인물의 봉인이기도 하지. 봉인을 해제하는 순간 그 등장인물의 정신도 깨어난다네.”
…
“방의 해결을 위해 봉인 해제가 꼭 필요한가? 그건 아니야. 하지만 여간해선 봉인 해제를 목표로 하는 게 좋지. 201호에서 자네 동료들은 뭔가 홀린 듯이 봉인 해제에 매달리던데, 정확히 알고 한 건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정답이었네. 다들 호텔에서 버티면서 나름의 감이 생긴 모양이지?”
…
“봉인을 푸는 순간, 방은 해결한 거나 다름없어. 201호의 ‘수석연구원’처럼 방의 정답을 알고 있는 존재가 깨어나거든.”
…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 -, 어이쿠. 다음 대답부터는 조언 1개 분량의 한계를 벗어난 판정이군. 더 설명하려면 조언을 하나 더 써야 해. 혹시 다른 질문이 있나?”
“그냥 하나 더 쓰고 마저 설명해주시죠.”
“좋은 생각이야. 두 번째 질문은 이 정도로 하지.”
‘등장인물이 알고 있는 정답의 문제점’
[조언 : 2 -> 1]“봉인을 해제한 후, 자네 동료와 함께 깨어날 등장인물은 그 방의 정답을 알고 있네. 문제는, 그 답이 그다지 훌륭한 답은 아니라는 데 있지.”
“예?”
“뭘 ‘예?’인가? 당장 자네부터 아까부터 나한테 계속 툴툴거렸잖나? 이런 방식밖에 없었냐고.”
“…”
“다른 방에서도 마찬가지야. 봉인을 해제하는 순간, 자네들은 그 방의 정답을 알게 되겠지. 동시에 그 정답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될걸세. 뭐, 보통은 여유가 없어서 그 문제 많은 정답을 따라가겠지. 이번의 자네처럼. 하지만…. 만일, 여유가 있다면.”
“여유가 있다면?”
“더 나은 정답이 있는지 고민해보게. 참고로, 더 나은 정답을 찾아낼 때는 그에 따른 보답도 있는 걸로 알고 있네.”
머리가 복잡해졌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여태 들은 말을 정리했다.
2층도 1층처럼 방마다 시나리오가 있고, 우리 중 한 사람이 봉인된다. 봉인을 해제하면 동료가 풀려남과 동시에 그 방의 정답을 알고 있는 등장인물도 풀려난다. 따라서, 봉인을 해제하는 순간 그 방을 해결할 가능성이 기하급수로 높아진다.
다만, 등장인물이 알고 있는 정답은 불완전하다. 더 나은 정답을 우리가 찾아낼 경우, 추가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이 정도인가?
빼먹은 것이 있는지 고민하던 중, 상태창이 또 깜빡였다.
‘조언의 한계에 대하여.’
[조언 : 1 -> 0]“말도 없이 무슨 -”
“미안하네. 이제 시간이 없군.”
과연, 그 말처럼 멈춰 있던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주의 방이 해결됨에 따라 모든 공간이 서서히 붕괴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대답은 별것 아닐세. 자네 기억을 복기해보니 올빼미에게 제법 불만이 많은 것 같더라고.”
“…”
“한때 그에게 신세를 제법 진 입장에서 오해는 풀어주는 게 좋겠지. 올빼미가 때때로 자네에게 말장난 같은 대답 해주는 이유는 무슨 골탕 먹이려는 이유가 아니야. 그 역시 나름의 제약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선택했을 뿐이지.”
“선택이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명확하지만 한 가지 의미만 담긴 답변과 선문답처럼 모호하지만 해석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답변. 그중 후자를 선택했을 뿐이네. 더 많은 정보를 한 번의 답변에 담아내기 위해서지.”
“…”
주변의 공간이 서서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해결이 다가온다. 길고 길었던 201호의 끝이 다가왔다. 마침내 나와 그가 서 있던 발판마저 무너지려던 순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저는 앞으로도 선배님처럼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좋은 생각이군. 후배, 응원하네.”
/당신은 성공했습니다!
더 큐브. 정체 모를 기이한 장소에서 영문 모르게 납치된 사람들이 괴물들의 손에 끝없이 죽어가는 장소.
이 끔찍한 장소가 만들어진 이유는 놀랍게도 인류의 구제였습니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악의 근원, 그 존재를 힘이나 지혜로 상대할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산 제물을 바쳐서 삶을 구걸하는 선택을 하고 말았죠.
정말 이런 방법뿐이었을까요?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분명 방을 해결했습니다!
방마다 숨어있던 괴물, 사람이라기보단 살아 숨 쉬는 자연재해 같던 소녀! 게다가, 정체 모를 비밀이 감춰진 연구소까지.
이 모든 시련을 돌파한 끝에 0차원의 눈으로부터 세상을 지켜낸 활약,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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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중 최종 해결 발생! 축하합니다! 최종 해결자 발생하여 구성원 전원이 무사 귀환합니다.
어떤 보물을 받을지, 누가 받을지 여러분이 직접 결정해주세요!/
???
한참 잘 읽다가 마지막 줄에서 놀라서 눈이 커졌다!
‘어떤 보물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어? 게다가, ‘누가 받을지’까지 있었다. 나 말고 살아있는 사람이 있었나?
101호의 해결 이후, 다시금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다. 곧 다음 알림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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