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77)
176화 – 파티 타임 – 축복의 성소 (3)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89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걱정은 걱정이고, 지금은 보상을 얻을 시간! 어찌 보면 고난 가득한 호텔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 중 하나 아닐까?
1층 정문, 축복의 성소로 다가갈수록 모두의 표정이 밝아졌다. 축복의 성소로 진입했다.
박승엽/엘레나 이바노바의 강화가 가능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Y/N)
“뭐야? 왜 이렇게 적어?”
모두가 당황했다. 왜 이렇게 강화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적지?
나야 ‘시나리오 이해’를 얻은 후, 올빼미가 직접 다음에 만날 때까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으므로 내 이름은 없으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왜 다른 사람들의 이름도 없는 걸까? 관문의 방에서 많은 사람이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아리는 심지어 최종 생존자이기까지 했는데.
… 한 가지 슬픈 대답이 떠오르고 말았다.
“아무래도 ‘관문의 방’은 기여도 계산에 포함하지 않나 봅니다.”
아리가 한숨 한번 쉬고 답했다.
“어쩐지 관문의 방 후에 파티타임이 생기지 않더라니. 어차피 축복의 성소 갈 필요가 없어서 그랬구나.”
승엽이가 다소 기대하는 투로 답했다.
“전 201호 첫 번째 시도에서 단독 탈출해서 인정받았나 봐요!”
누나는 좀 억울해했다.
“두 번째 시도에서 나도 단독 탈출했는데?”
“누나는 비교적 최근에 강화해서 탐욕의 손을 얻었잖아요? 아직 때가 아닌가 봐요.”
진철 형이 터무니없는 말을 했다.
“그냥 그놈의 기여도를 숫자로 탁탁 보여주면 헷갈릴 일도 없었을 텐데! 경험상 이렇게 뭔가 숨기는 건 누군가 중간에서 해 처먹으려는 개수작이 틀림없다!”
“우리 기여도를 떼어먹어서 누가 이득을 봅니까….”
“…”
더 따져서 무엇하겠는가? 결국 두 사람이 축복을 강화했다.
*
– 박승엽
몸이 어딘가로 쭉! 빨려가는 느낌 속에서 정신이 혼미해졌다. 간신히 휘청거리는 몸을 다잡았을 때, 너무나 익숙한 대사가 들려왔다.
‘소환사의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장소가 익숙한데? 어둡고 다소 답답한 공기, 사방에 가득한 컴퓨터들. 앞에 알바생 한 명만 있으면 딱 PC방인데, 알바까진 없네.
딱 한 대의 컴퓨터만 켜져 있고 수천수만 번은 들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컴퓨터 앞엔 내 또래로 보이는 소년이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저기….”
“잠깐 기다려! 이거만 밀면 돼!”
…
“… 5 데스 트린으로 백도어만 하시네요. 본대가 밀리는 것 같아요.”
“괜찮아! 쟤네가 버티기만 하면 된다니까?”
잠시 후, 결론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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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괜찮으세요?”
“… 넌 이런 게임을 어떻게 맨날 했냐? 난 몇 판 만에 기가 다 빨렸어. 왜 이렇게 팀 운이 없지?”
행운의 후원자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는 말에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혔다.
그야 5번이나 죽고 백도어만 하시니까 못 이기죠…. 님이 팀 운이 없는 게 아니라 님 팀원들이 너랑 팀이 된 게 운이 없는 거라고!
차마 그 말을 할 수 없어서 꾹 참았다. 그래도 명색이 후원자신데 내가 참아야지. 내 한심해하는 표정을 살피던 소년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난 네가 호텔 오기 전에 매일 했던 플레이랑 똑같이 했는데.”
“아니거든요?”
“뭐가 달라?”
“와! 너 이 새 -, 아니 후원자님 롤 참 모르시네?”
“방금 설마 나한테 ‘이 새끼’라고 한 것 아니지?”
“무지성 백도충이랑 스플릿이 똑같은 줄 알아요? 와~! 내가 라인 관리 기본도 안된 사람에게 이런 소리 들을 줄은 몰랐다. 원거리 6마리 남기는 것과 3마리 남기는 것 차이는 아세요? 빅웨이브 만들 줄은 아시고? 스킬 트리는 왜 그따위로 찍으셨어요? 21분에 레드에서 -”
“아니, 아니. 내가 졌어. 미안해. 우리 축복 이야기나 하자.”
“…”
“네 부모님이 진짜 고생하셨겠다.”
“그거 무슨 말이죠? 진짜 내가 참으려고 했는데 -”
“아니, 아니 이제 진짜 축복 이야기하자. 나도 너랑 만나고 신기한 경험 참 많이 하고 있긴 한데, 호텔 역사상 최초로 참가자에게 맞은 후원자가 되고 싶진 않아.”
“…네.”
소년이 가볍게 손을 흔들자, PC방의 풍경은 사라지고 깔끔한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사무실 같은 장소가 나타났다.
“이번엔 무슨 강화를 받는 건가요?”
“좋은 질문이야. 내 대답은 ‘이번에 받아 갈 건 없다.’야.”
“…”
후원자는 잠시 날 관찰하더니 감탄을 터트렸다.
“너 진짜 대단하다! 호텔에서 그 개고생을 했는데도 보상은 없다는 말을 듣고도 표정이 크게 바뀌지 않네. 이런 걸 보면 인내심이 제법 뛰어난 것 같은데….”
“무슨 말을 또 하시려고요.”
“이상하게 특정 주제만 나오면 사람이 달라진다 싶어서. 하여튼, 진짜 보상이 없다는 말은 아니야. 이미 네 동료, 한가인에게 들었지? 기여도를 잔뜩 모으면 강력한 강화를 얻을 수 있어.”
“오! 그러면 다음 방까지 진행하고 강력한 강화를 얻는 건가요?”
“맞아. 그런데….”
“그런데?”
“다음 방에서 좀 활약해야 해. 기여도가 제법 부족해.”
“그러면 그냥 이미 쌓인 기여도에 해당하는 약한 강화라도 -”
“아니. 넌 강력한 강화를 얻어야 해.”
“…”
“이미 한번 넌지시 들었겠지. 203호?”
“네.”
“거기서 내가 해주려는 강화가 아주 유용해. 넌 이미 동료들과 비교하면 조금은 뒤처지고 있어. 알지?”
“… 네.”
“유산도 여태 없고. 203호는 너에게 위기면서 기회가 될 거야.”
“202호는 당연하다는 듯이 답 없는 건가요….”
“솔직히 네가 유산을 얻을 정도로 활약할만한 방은 아니야. 그래도 최선을 다하도록 해. 202호에서 기여도를 좀 쌓아야 다음 강화도 얻을 수 있으니까.”
듣다 보니 궁금해졌다. 대체 왜 202호에선 내가 유산을 얻기 힘들고, 203호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하는 걸까? 내 표정을 보던 소년은 바로 답했다.
“다음 방 내용 묻는 유치한 행동을 하려던 건 아니지?”
“…”
“당연히 대답 못 해줘.”
“다른 질문은 가능할까요? 예컨대 ‘강력한 강화’는 뭔가요?”
소년은 다소 모호한 표정을 지은 후 답했다.
“네 능력에 ‘예측 가능성’을 늘려줄 거야.”
‘예측 가능성’?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소년은 다시금 어딘가를 바라본 후 말을 이었다.
“호텔이 추워지는 것 때문에 고민 많지?”
“오! 뭔가 힌트를 주시려는 건가요?”
“저주의 방과 달라. 꼭 모두가 참여할 필요 없다.”
“예?”
“네가 너무 무리할 필요는 없다.”
무슨 소리야? 그 말과 함께 의식이 끊겼다.
*
– 엘레나
예전에 한 번 경험했던 아름다운 정원이다. 어디선가 새 소리도 들려왔고, 화원의 풍경은 수채화 물감으로 그려낸 그림 같았다. 들어오자마자 바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험한 능력을 얻었구나.”
“안녕하세요.”
“어지간하면 정신에 영향이 있는 힘은 얻지 않길 바랐거늘.”
“… 부등변다면체는 제가 다루기 힘들 것 같아서요.”
“그건 사실이다.”
지능이 높아야 쓸 수 있는 물건이라는데, ‘네가 다루기 힘든 건 사실’이라는 말을 들으니 미묘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후원자는 곧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부등변다면체를 다루기 위해서 꼭 희대의 천재일 필요까진 없다. 다만, 계산능력은 제법 필요하지. 그런 면에서 능한 동료들은 따로 있지 않으냐?”
“그렇죠….”
“사실 불길한 상상이 네게 어울리지 않는 힘은 아니다. 오히려 너만큼 잘 쓸 사람도 별로 없지.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한 힘이니까. 결코 성능이 부족한 힘은 아니다. 후유증이 크고 다루기 어려운 힘일 뿐이지.”
“그러고 보니, 능력을 얻을 때 가인 씨에게 불길한 상상을 쓰다 보면 정신병에 걸리기 쉽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하지만 아직은 전혀 못 느끼겠어요. 그냥 자꾸 이상한 괴물이 생기니까 겁이 많아지는 느낌은 들긴 하는데….”
“아직 네가 제대로 써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 지금은 그냥 쓰지 않으려고 발악 중인데, 방심하는 사이 힘이 조금씩 흘러나온 것일 뿐이니까.”
“그렇군요.”
조금 더 불안해졌다.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 미치기 딱 좋다는 말이 아닌가!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원래 주려던 능력은 다른 것이었다만, 네가 불길한 상상을 얻은 것을 보고 적절한 축복 강화를 준비했단다. 올바른 신념은 맑고 고요한 마음속에 깃드는 법.”
“예? 감, 감사합니다!”
“다만, 내가 주려는 힘은 불길한 상상의 후유증을 줄여주는 정도일 뿐. 넌 스스로 사용법을 터득해야 한다.”
“노력해보겠습니다.”
“네가 좋아하는 그 시답지 않은 놈과 능력에 관해 상담해봐라.”
“예??? 갑자기 무슨 말씀이시죠???”
“뭘 놀라? 보아하니 모르는 사람은 너뿐인 것 같던데.”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는 이쯤 하고 이만 내려가거라.”
그 말과 함께 내 정신이 파도에 떠밀리듯 흘러 내려갔다. 의식이 흐려지기 직전, 딱 한 마디가 더 들려왔다.
“추위와 관련한 문제는 네가 나설만한 일은 아니다.”
이건 또 무슨 말?
*
[엘레나 이바노바 – 정의 -> ‘명경지수’를 얻었습니다.]*
– 한가인
두 사람이 축복의 강화를 받으며 기절한 후, 우리는 두 사람을 안전한 위치로 옮긴 후 다과 테이블 쪽으로 이동했다. 테이블에서 컵을 들어 올린 할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갈수록 심해지는군. 이걸 봐라.”
“언제부터 녹차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셨습니까?”
“차라리 아이스크림이면 맛이라도 있지…. 1층 상태가 시시각각 악화하고 있다.”
얼음이 떠 있는 정도도 아니고 그냥 얼음덩어리 녹차를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송이의 말에 모두가 잠시 조용해졌다. 내가 침묵을 깰 타이밍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우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잠시만요.”
누나가 바로 대답했다.
“조언 이야기야?”
“맞습니다. 새벽에 말씀드렸듯이 오늘 분량 조언은 104호에 대해 쓸 생각입니다.”
아리가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104호보다 갈수록 추워지는 호텔 문제가 당장 더 시급한 문제 아닐까? 그쪽에 조언을 쓰는 게 어떨까 싶긴 한데….”
“그 말도 맞는 말인데, 사실 여기 온 후로 급한 문제가 없는 시기라는 건 어차피 없더라. 또, 파티타임은 3일이잖아? 오늘이 첫째 날이고.”
“남은 둘째 날, 셋째 날에 물어보면 된다?”
“그렇지. 그리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직감. 언젠가부터 계속 느껴왔다. 아마도, 강림을 얻었던 순간 생겼던 확신이 102호에서 강림을 1회 사용하며 더 강해졌겠지.
나는 반드시 ‘주’앞에 다시 서서 결착을 내야 한다.
“그러면 물어봐. 결국 네 축복이니 네 결정에 달린 문제지. 네 말대로 추워지는 호텔에 관한 질문은 내일부터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정작 조언을 쓰겠다고 마음먹으니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탁 막혔다.
어떤 질문을 해야 하지? ‘주’의 계략은 무엇인가? 104호에서 내가 정말 동료를 배신할까?
하필 3개 횟수를 전부 소모해야만 하는 비싼 질문이라 하나 고르기가 힘든 –
[조언 : 3 -> 0] [가장 지혜로운 자는 모두가 이득 볼 수 있는 판을 짠다.]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