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8)
17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3)
17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3)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6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2호(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현자의 조언 : 3]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한 아침이었다.
일어서서 밖으로 나오자, 자연스레 집사가 있었다.
오늘은 비가 와서 등산은 힘들겠다, 성당정도는 갈만하다 등의 한담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순차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침식사 시간이 됐는데도 엘레나가 나오지 않았다.
어제 등산을 비롯한 피곤한 일정이 있어서 깊이 잠든 걸까?
모두가 집사와 메이드를 의심했기 때문에, 다들 문은 걸어 잠근채로 취침에 들었고,
그래서 엘레나의 방에 들어가는것 부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10시에 가까워지자 결국은 집사가 저택의 마스터키를 가져와서 열었고-
방 안에는,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보는듯한 분위기가 있었다.
평온한 분위기의 방. 별일 없는 것처럼 화려한 침대.
그 위에 누워있는 북구의 공주님 같은 아가씨.
그럼에도, 감춰질 수 없는 어딘가 독한 악취.
죽음. 놀랍고 충격적이지만-
생각보다 비극적이진 않았다. 어차피, 어제 은솔누나가 환기시키지 않았는가.
어떻게든지 최후까지 한명만 살면 된다. 그러면, 모두가 살 수 있다.
그렇기에 울거나 슬퍼하기 보다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남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피할 수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흑… 흑… 으헉…”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렇게 차갑게 생각할 수는 없는 법.
송이가 주체하지 못하고 훌쩍이기 시작했다.
진철형은 벼락이라도 맞은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었다.
나로서도 쉽지 않다.
아무리, 아직은 기회가 있음을 안다 해도 눈 앞의 시체는 마음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침착하게 마음을 다스리고 시체를 향해 다가간다.
가까이 가서 본다고 해서, 갑자기 많은걸 한번에 깨달을 수는 없다.
내가 경찰도 아니고, 탐정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몇가지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외견상 다른 상처는 없다. 목에는 빨갛다 못해 검게 멍든 확연한 자국이 보인다.
모양은 사람의 손은 아니고, 아마도 끈. 단단하고 얇은 끈으로 목을 졸라서 죽인것인가?
대단한 싸움이 있던 것 같지 않다.
방음이 전혀 안되는 저택은 아니지만, 죽기살기로 싸울때의 소리까지 가릴 수 있는 저택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방안이 너무 깨끗하고 싸운 흔적이라곤 없다.
다른 점을 발견한 사람도 나타났다.
“이거… 자국. 엘레나 위치도 그렇고, 옆에 자국도 그렇고. 누군가와 같이 있던 모양인데”
다시 살펴보자,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다.
엘레나의 위치는 침대의 중앙이 아닌 좌측 창가였고, 우측엔 누군가 앉아있거나, 누워있던 흔적이 역력했다.
아직도 살짝 패여있는 매트릭스, 이리저리 흩어진 이불.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당황함을 참지 못하는 티를 냈기 때문일까?
뭐가 뭔지 감도 전혀 잡지 못한채로 울거나 어어어 하고 있는 다른 3명과 달리, 은솔누나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다.
“가인아. 쓸 때 없는 생각 하지 말자. 확실한 것도 없고, 이런 곳에선 ‘논리적인 생각’ 자체가 별 의미 없을 수 있어.”
“네… 그냥 당황했을 뿐입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의심에 가득 차서 문을 잠그는 사람의 방 안에 누군가 들어갔다.
함께 침대에 앉거나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엘레나가 잠든 다음에 목을 끈으로 졸라서 살해했다.
상황이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는 지경이 아닌가?
엘레나가 믿을만한 누군가가 –
아니다.
이런 장소에서 머리를 굴린 해석은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생각이 복잡해지던 차, 집사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당황스러운 말씀입니다만, 또 한가지 심각한 상황을 전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기상 상태가 너무나 악화되었는지라, 호수의 길이 막혀버린 듯 합니다.
서둘러 우비를 갖춘채로 나와 진철형이 호수 쪽으로 향했다.
우리가 엘레나의 시신 앞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중, 장대비의 기세가 더욱 강해졌다.
이제는 숫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
호수에 도착하자, 나와 형이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호수의 수위는 명백하게 한참 높아졌다.
가뜩이나 첫날 라스푸티차 이야기가 나왔을 만큼 호수의 습기가 스며들던 다리는 이제 숫제 물 속으로 깊이 다이빙해서, 사람이든 차든 다닐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단 하루.
따지고 보면, 다 같이 놀다가 고기 먹고 잠든 게 전부였던 평온했던 시간에서,
딱 하룻밤이 지나자 일행 중 한명이 죽고 저택을 떠날 길은 막혔다.
어제 저녁, 계곡에서 누나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안전한 것 같지만 사실은 제일 위험한 행동’
사실은, 어제부터 우리는 행동을 시작해야 했던 게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하룻밤을 보내니 바로 핀치에 몰렸다.
저택에 돌아온 이후,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되었다.
가볍게 세안을 하다가 고개를 들자, 내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빙긋빙긋 웃고 있었고, 어딘가 조금씩 비틀어진다.
눈이 크게 떠지는가 싶더니 그 안에서 이빨이 솟아나고, 혀에선 혐오스러운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꼴을 지켜보길 30초.
옆에 있는 컵을 들어서 거울을 내리쳐서 깨트렸다.
저택에 돌아온 후, 저택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
거울을 보면, 내가 나와 눈싸움을 시작한다.
뻐꾸기 시계가 12시가 되자 나오더니 붉은 액체를 쏟아내면서 무너졌다.
계단 층계를 걸어갈때마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매번 저택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던 송이조차도,
어느순간부터 고개를 돌려가며 쳐다보던 인형을 발로 차버리기까지 반나절이 걸렸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저택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기현상들은 직접적으로 사람을 손대는 것 같진 않다.
거울 안의 나는 그냥 혐오스러운 형상으로 변해갈 뿐이고,
뻐꾸기 시계는 스스로 고장 났을 뿐,
계단 층계는 그냥 시끄러운 것,
살아있는 인형은 단지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정도.
딱히 어떤 직접적인 위해가 없다보니, 다 같이 어느 정도는 익숙해졌지만…
익숙해졌다 해서 마음이 편해지는 건 아니다.
먹는둥 마는둥 하면서 점심을 대충 때우고, 여러차례 사람들과 생각을 모아보았다.
뾰족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다.
온갖 기괴한 현상이 생기기 시작하자, 엘레나의 죽음의 원인은 더욱 미궁 속에 빠졌고,
저택을 탈출할 길은 사라졌다. 그렇게 시간이 하염없이 흐르고,
저녁 6시.
뻐꾸기 시계에서 또 폭죽소리와 함께 붉은 액체가 터져오르자 성당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선, 어떻게든지 성당을 가 봐야 할 듯 합니다.”
“갑자기 성당이라니? 이유는?”
톡 쏘는 듯한 하대. 누나의 말투에서 여유가 없음이 느껴진다.
“일단은, 외부로 나갈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록 성당은 오래 전에 버려졌습니다만, 어르신께선 반쯤 폐가가 된 성당을 창고 비슷한 용도로 써오셨지요.
성당뒤편은 호수와 닿아있는데, 그곳에 제법 튼튼한 배가 한척 있습니다. 본래는 호수가 잔잔할 때 놀이를 위한 배였습니다만…”
성당 뒤편 호수와 닿은 곳에 배가 한척 있다. 그것을 타고 나가자는 것.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솔깃했다. 이미 101호에서 승엽이가 어떻게 살아나왔는지 대략적인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들었으니까.
어떻게든, 위험지역에서 벗어나서 거리를 벌리다보니 탈출 성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같은 맥락에서, 저택 밖으로 벗어나는건 당연히 탈출에 해당하지 않을까?
다음으로는, 의심스러웠다. 왜 ‘집사가’ 우리에게 생존을 위한 길을 제시하는가?
이 역시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성당이나 배 쪽에 어떤 함정이 있을 가능성.
혹은… 애초부터 집사가 적대적이지 않았을 가능성.
따지고 보면, 집사도 메이드도 여태 단 한번도 우리에게 위해를 가한적이 없으니 가능성은 충분하다.
머리를 복잡하게 굴린 후, 고개를 들었다. 어느 샌가, 은솔누나가 쳐다보고 있다.
“가인이 생각은 어때?”
“일단은, 나가려면 이것 저것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만히 있는것 보다는 낫죠.”
‘가만히 있는 것이야 말로, 가장 위험한 것’
누나의 신조에 나도 동의하듯이 대답하자, 그것으로 일행의 결정은 내려졌다.
저녁이 되자 장대비는 더욱 거세졌고, 이제는 단순히 비라기보단 폭풍우에 가까워졌다.
날씨가 이런데다가 우비의 숫자도 제한이 있다보니,
결국은 성인 네명, 즉 한가인, 차진철, 이은솔, 집사 넷이서 성당을 떠나기로 했다.
밖으로 나오자, 한치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시야가 어두웠다.
결국 길을 아는 집사가 손전등을 들고 가장 앞으로 나섰고 우리는 손전등의 불빛을 길잡이삼아 집사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 옷을 붙잡는다.
“누나?”
“잠깐 뒤로 좀 와봐”
둘이서 할 이야기가 있는 건가? 혹시나 해서 상태창을 봤지만, 조언에는 변화가 없다.
“성당 들렀다가 서재에 갈꺼야. 막아도 상관없어. 여차하면 진철이보고 집사 좀 치우라고 해서라도 갈꺼야.
지금… 우리는 아는 게 너무 없어. 아무리 봐도, 가장 수상한 장소에 가서 뭘 찾아야해. 최소한 뭐가 우릴 죽이려 드는지 감이라도 잡아야지”
“음, 그러면 저도 이따가 같이-”
“너는 반대하는 체 해라. 아예 좀 강하게 반대하고, 삐진 티라도 내면서 따라오지 마. 그래야 자연스러워 보일테니까.”
“네? 누나 갑자기 무슨?”
“이 곳. 이제 점점 알것 같다. 모든 사람이 살려고 하면 안된다.
그럴수록, 뭐가 위험인지도 모르고 다 죽어.
우리가 여태 지나칠 정도로 저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무도 위험을 감수한 적이 없어서야.
그러니까, 누군가 희생해서라도 위험요소가 뭔지를 확인해야해.
물론, 다 같이 가면 안된다. 다 같이 가서, 다 같이 죽으면 정말로 끝이니까.
하나씩, 하나씩 가서, 죽더라도 위험요소를 다 밝혀내고, 그 시점까지 살아있는 한두명이 그 요소를 피하면서 버티는거야.”
숨이 막힌다.
“네가, 네가 살아야 해. 그 동안 느끼지 못했니? 여긴 힘으로 버티는 곳이 아니야.
생각을 해서 버티는 거지. 나머지는, 지금 다 생각을 못한다.”
억지로, 내뱉듯이 말을 이었다.
“진철형은, 나름대로 생각이 깊어요”
“걔는 멍청한건 아닌데 감성적이지. 엘레나가 죽은 이후로 진철이는 넋이 나갔어. 걔는 이제 저항도 못하고 어디선가 죽을 거야.”
새삼스럽게, 이 누나가 조금은 소름이 돋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누나의 의견에 반대할 자신이 없었다.
더이상 말이 사라진채로 20여분, 우리는 성당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