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82)
181화 – 파티 타임 – 한빙지옥 진입 (8) Fin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 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파티 타임 3일 차, 우리는 한빙지옥에 진입하기 전의 마지막 준비를 시작했다. 건너편에서 누나가 노트에 적힌 걸 하나하나 확인하며 빼먹은 게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진철아! 텐트 조립 해봤어?”
“해봤습니다. 오히려 군대에서 써봤던 놈보다 설치가 편해서 이 정도면 금방 합니다.”
“송이야! 이불 방한복 옷 팔 좀 잘 붙여봐. 아까 보니까 팔 부분이 또 떨어지려고 하고 있었어.”
“네에엥….”
“엘레나는 그냥 능력 연습 더 하는 게 어때? 가인이랑 아리 말로는 지금은 좀 살 떨린다고 하던데? 가끔은 개인 훈련이 최고의 팀플레이야.”
“그, 그럴까요?”
“할아버님! 너무 기름진 고기만 담으시는 중인 것 같은데요?”
“이건 내가 더 잘 안다. 추운 곳에 갈 때는 이게 맞아.”
“그러면 알아서 하셔요. 그리고 가인아!”
어이쿠! 이제 내 차례네. 이미 나도 할아버지 옆에서 배낭에 음식을 담고 있었다.
“저도 이거 열심히 담고 -”
“아니, 넌 그거 담지 말고 조언 이제 써봐. 벌써 몇 시간 후면 저녁이네. 이제 뭘 물어볼지도 대충 정했지?”
그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송이랑 같이 바느질 비슷한 걸 하고 있던 아리가 다가왔다.
“파티 타임엔 좀 마음 편히 쉬게 해주면 좋을 텐데. 그래, 뭘 물어볼 생각이야?”
“무려 3개짜리 질문이라 어떻게 물어볼지 어제부터 계속 생각해봤는데 애매해. 한빙지옥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으니 뭘 물어야 할지 모르겠어. 끽해야 ‘한빙지옥은 어떤 곳입니까?’ 정도 생각했는데, 이런 두루뭉술한 질문은 -”
“올빼미가 장난질하기 딱 좋네.”
“… 좀 그렇지. 대답이랍시고 ‘매우 춥다.’ 이런 것 줄까 무서워서 괜찮은 질문을 생각하다가 하나 떠올렸어. 이것도 이거다! 싶은 느낌이 딱 올 정도까진 아니지만.”
“애초에 왜 뜬금없이 3번의 횟수를 다 쓰는 질문이 있는 거야? 그것 때문에 질문을 고르기가 더 피곤하네.”
“사실 그 부분을 어제 물어봤어.”
“오? 뭐라고 했어?”
“‘지혜의 권한을 벗어난 질문은 3개의 기회를 모두 소모한다.’”
“… 뭔가 친절하게 답해주는 체하면서 아무것도 이야기해주지 않은 느낌이네. 어떤 질문이 왜 권한에서 벗어났는지에 관한 내용이 없잖아. 그동안 3개의 기회를 소모한 경우는 104호, 한빙지옥 이렇게 두 경우인가? 둘 다 지혜의 권한에서 벗어났다? 왜일까? 둘 다 호텔 내부에 있는 시설일 뿐인데.”
“이 부분에 관한 질문은 또 해도 의미 없지 싶다. 스스로 알아내라는 의미일지도 모르지. 여하튼, 이번에 물어볼 내용은 이거야. ‘한빙지옥에서 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막연하게 뭐 하는 장소에요? 보다는 거기서 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 더 구체적인 답변이 나올 것 같아서?”
“맞아. 어때?”
“괜찮은 것 같아. 이제 질문해봐. 벌써 조금 있으면 저녁이니까.”
[조언 : 3 -> 0]‘한빙지옥에서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 장소는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 어쩌면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장소. 경험 많은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라.]…
그동안 너무 애매모호한 답변을 줘서 불만이 쌓였다는 걸 느끼기라도 했나? 고맙게도 평소보다 친절한 답변이 나왔다.
“뭐라고 나왔어? 뭐라고 나왔어?”
아리 말고 다른 사람들도 내 말이 귀를 쫑긋 하는 게 느껴졌다. 모두가 들을 수 있게 크게 설명했다.
“한빙지옥은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 어쩌면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장소. 경험 많은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라. 이렇게 나왔습니다.”
다들 의미를 해석 중인지 잠시 주변이 조용해졌다. 우선 내가 떠오르는 말부터 했다.
“일단 앞 문장,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 소원을 이루는 장소. 이런 말은 한빙지옥 자체에 대한 설명 같습니다. 이 부분의 의미는 명확히 이해하긴 어렵네요.”
누나가 바로 끼어들었다.
“다음 문장은 비교적 명확하네. 경험 많은 사람이라…. 누굴 말하는지는 바로 알 것 같은데?”
뒤 문장은 나도 의미가 이해가 갔다. 보나 마나 초자연적인 일에 대한 대응일 테고, 이런 종류의 일에서 ‘경험’을 논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중 정해져 있다. 할아버지가 반응을 보였다.
“나랑 아리를 대놓고 고른 수준인데? 가인이 네가 들은 조언은 엘레나가 후원자에게 들었다는 말과 꽤 다르다.”
“엘레나는 ‘네가 나설 일은 아니다’ 뭐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죠.”
그 말에 옆에 있던 승엽이가 살짝 끼었다.
“사실 저도 비슷한 말 들었던 것 같아요.”
“무슨 말 들었는데?”
승엽이는 한참 기억을 뒤적이는 듯하더니 대답했다.
“‘꼭 모두가 참여할 필요 없다.’, ‘네가 무리할 필요는 없다.’ 이거였나? 제가 그때는 후원자에게 약간 화가 났던 상태라 헷갈려요.”
이 중요한 이야기를 이제야 말하다니!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상대가 승엽이라서 그냥 한숨 한번 쉬고 말았다. 게다가 얘는 뭘 하다가 후원자에게 화가 났다는 – 아, 이건 나도 하루에 다섯 번씩 느끼는 감정이니까 패스하자.
“낌새가 저주의 방처럼 다 같이 하는 일은 아닌 모양이죠?”
“여기저기 흩어진 정보를 모아보니 그런 느낌이다. 다 같이 하는 일이 아니고, 우리 중 일부만 하면 된다. 후원자들이 보기엔 엘레나나 승엽이에게 적합한 일은 아니고, 너랑 나, 아리 이렇게 세 명이 나서기에 적절한 일인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저와 할아버지, 아리를 고른 이유가 있겠죠.”
정확히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해야 할 일의 대략적인 특징은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저주의 방처럼 전원이 참여하는 팀플레이는 아니다. 승엽이나 엘레나에게 적합한 일은 아니며, 한가인, 김아리, 김묵성 이렇게 셋이 처리하기에 적절한 구성이다. 초자연적인 일을 처리해본 ‘경험’이 필요한 일이다.
이 외에도 몇 가지 떠오르는 요소들에 관해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며 파티타임의 마지막 날은 물 흐르듯이 지나갔다.
다음 날, 우리는 한빙지옥으로 출발했다.
*
— 우우웅! 후우우웅!
정말이지 이 바람은 2층을 여러 번 왔는데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네. 하지만, 이젠 우리도 나름대로 대비를 한 상태다.
맨 앞에선 길잡이 은솔 누나가 방호복을 입은 채 이끌고 있고 맨 뒤에선 진철 형이 혹시 누가 넘어지기라도 할까 잘 살피는 중이다. 가운데의 사람들은 모두가 커튼을 찢고 엮어서 만든 하얀 끝을 붙잡고 걷고 있었다.
이은솔 : 여기! 여기로 와!
대화창의 신호에 따라 묵묵히 걷던 중, 어느 순간 갑자기 주변이 고요해졌다.
“어? 도착한 건가요?”
“맞아.”
“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언니, 수고하셨어요!”
“고마워. 다들 숨 좀 돌리고 이 살벌한 문을 열든지 하자.”
들은 대로 한빙지옥의 문이 있는 공간은 고요하고 평온했다. 딱히 물리적인 벽이나 문이 있는 게 아닌데도 마치 투명한 벽이 이 공간만 보호하는 듯했다.
“문을 열면 어떻게 될까요? 저주의 방처럼 여는 순간 다 함께 빨려 들어간다?”
“글쎄…. 요번 일은 느낌상 전원이 다 같이 하는 일은 아닌 것 같지 않아?”
“그 부분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고 확실하죠. 엘레나나 승엽이는 대놓고 나서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니까.”
“그러니까 저주의 방처럼 모두가 내부로 빨려 들어가진 않을 것 같아.”
“자, 일단 이거 한잔 다들 마셔. 안타깝게도 개인 컵은 없지만.”
아리가 보온병에 담긴 뜨거운 커피를 모두에게 나누어줬다. 가볍게 커피 한잔하고 마음을 안정시킨 후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기운을 북돋웠다. 누나가 주변을 돌아보며 마지막으로 이야기했다.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기도 하고, 호텔 자체도 위험해진 상황이라 다 같이 오긴 했지만…. 정황상 다 함께 하는 일은 아니지? 그러니까 상황 보다가 난 아니다 싶은 사람은 빠지자. 무슨 일이 닥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들어갈 시간이다.
/한빙지옥으로 진입하시겠습니까?/
*
…
이 장소는 오롯이 고통만이 가득하다.
— 흐으윽! 허어억!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얼어붙은 동상들. 그 모든 동상에서 세상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고통이 담긴 신음이 들려온다. 모든 동상엔 ‘지성체’가 갇혀있다. 한빙지옥의 초현실적인 참혹한 광경 속에서 우린 아예 넋이 나가버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호텔 2층보다도 더 끔찍한 혹한의 기운조차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비슷한 경험을 이미 해본 송이였다.
“인간목장 어딘가에서 본 장면과 비슷하네요. 중간중간 사람도 많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도 많아요.”
흩날리는 옷자락을 부여잡은 아리가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여긴 무슨 외계인 표본실이라도 되는 거야? 관리국 기준으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생물이 너무 많네. 인간도 많고. 또, 춥긴 더럽게 추운데 2층보단 뭐가 잘 보이긴 해. 차라리 보이지 않았으면 더 나았을 광경들이긴 하지만.”
… 한참 동안 이 두 사람 말고는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쯤, 시야 어딘가가 깜빡이기 시작했다.
/시나리오 이해(!)/
“이거 오랜만에 작동했다.”
“응?”
“시나리오 이해. 지금 떴어. 바로 눌러볼게.”
/시나리오 : 한빙지옥에서 들려온 소리
2층의 신비한 문을 열고 한빙지옥에 진입한 호텔 일행. 지옥 전체에 가득한 죄인들의 참혹한 광경을 보고 넋을 잃고 말았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 길이 보였다.
길을 따라가 주세요./
내용을 확인하고 정면을 확인하자 길 비슷한 무언가가 보이긴 했다.
“저쪽, 저게 길이랍니다. 좁기는 한데 일자로 뻗어있긴 하네요. 따라갑시다.”
멍하니 있던 동료들도 하나둘 일어서서 길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
— 아아아…!
바로 옆에서 들려온 고통에 가득 찬 목소리. 견디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얼음 동상에 갇힌 검은 머리카락의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대체 어느 시대의 사람일까? 복장으로 미뤄볼 때 최소한 21세기 사람은 아니다. 마치 잠을 자듯이 눈을 감은 채 꿈틀거리면서도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있다. 아주 끔찍한 악몽이라도 꾸는 걸까?
“가인아, 그거 쳐다보지 마.”
“아.”
“이런 것 하나하나 보다 보면 발을 떼기 힘들 거야. 너무 감정이입 하지 말고 지나가.”
“… 알겠어.”
아리의 충고대로 옆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앞만 보면서 나아가기로 했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길을 따라가던 중, 갑자기 시나리오가 또 깜빡였다.
/시나리오 : 한빙지옥에서 들려온 소리
한빙지옥의 길을 쭉 따라가던 일행은 믿을 수 없는 동상을 발견했다! 그제야 일행은 이 장소의 정체를 깨닫고 만다.
호텔의 2층이 얼어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호텔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한과 고통이 바로 냉기의 근원이 아니었을까요?
상태창을 확인해주세요./
우리가 따라가던 길의 끝에는 자그마한 동상이 하나 있었다. 고작해야 10대 소녀 한 명 정도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동상.
그 안에는 아리와 너무나도 닮은 소녀가 있었다. 아리가 동상 앞에서 주저앉았다.
모두가 말문을 잃은 순간, 나는 상태창을 통해 이 장소의 실체를 확인했다.
[현재 위치 : 계층 2, 한빙지옥] [현재 위치 : 계층 2, 한빙지옥 – ㅁㅁㅁ ㅁ] [현재 위치 : 계층 2, 한빙지옥 – 부활의 방]그리스 신화에서 오르페우스는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살리기 위해 직접 저승으로 찾아갔다. 죽은 자의 부활을 위해선 결국 죽은 자가 머무르는 장소로 찾아가야 하는 법.
마침내 우리는 죽은 자의 부활이 가능한 장소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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