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93)
192화 – 파티 타임 – 2층의 비밀 (1)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4일 차
현재 위치 : 한빙지옥 – 부활의 방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드론의 충고를 듣고 2층으로 돌아온 후, 우리는 잠시 1층으로 돌아간 동료들의 상황을 살폈다. 어떤 면에선 우리보다도 훨씬 힘든 시간을 보낸 ‘기도팀’은 모두 105호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대화창으로 불러봤지만 반응하는 사람은 진철 형뿐이다. 나머지 멤버들은 깊이 잠든 듯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상태창의 동료 정보에 따르면 다들 생존상태였으므로 큰 걱정이 되진 않았다. 팔다리가 날아가도 숨만 붙은 채로 들어가면 살려내는 장소가 105호가 아니던가. 어떻게든 멀쩡하게 나올 수 있겠지. 우리는 2층을 탐사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하염없이 시간이 흘렀다.
김아리 : 뭔가 찾은 사람?
김묵성 : 춥다.
아무것도, 정말이지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애초에 탐색을 오늘 처음 한 게 아니다. 이미 단안거조의 눈을 얻은 은솔 누나까지 데리고 탐색을 진행했던 게 얼마 전이다. 초월적인 시야를 가진 사람도 죽어라 뒤지면서 간신히 한빙지옥 하나 찾아내고 다른 것은 찾아내지 못했는데, 우리끼리 뒤진다고 갑자기 특별한 무언가가 나타나면 그게 더 이상하다.
완공 후에는 아마도 특별한 방이 되리라 예상되는 구획들은 지금 시점에선 그냥 빙판일 뿐이고, 유일하게 이미 형성된 201호 주변엔 아무것도 없다. 201호의 문을 열어봤지만, 내부가 휑한 것은 외부와 다르지 않았다.
유일하게 찾아냈던 한빙지옥 외부도 뒤져봤지만 역시나 그냥 얼음 빙판과 눈보라뿐이었다. 할아버지는 어느 시점부터는 무슨 만년설삼을 찾겠다며 바닥을 뒤져보기까지 했으나 헛수고였다. 그나마 외부의 냉기를 차단하는 한빙지옥 방에서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했기에 장기간 탐색이 가능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방호복을 입고 있는 나 말고는 제대로 탐색할 수 없었겠지.
오후 5시 무렵, 슬슬 저녁 시간이 다가올 때가 되자 우린 결국 한빙지옥 방으로 돌아와서 쉬기 시작했다. 조금 먼저 도착한 아리가 한숨 한번 쉬더니 뜨거운 커피를 꺼냈다.
“다들 한잔해. 뭔가 찾은 사람 없지?”
“없어…. 애초에 우리끼리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까?”
“나도 그 생각했어. 우리끼리 찾을만한 무언가라면 무려 초인의 눈을 얻었다는 은솔이가 진작 찾았겠지. 말하자면, 우린 초강력 망원경과 돋보기를 가진 사람이 뒤져도 찾지 못한 무언가를 맨눈으로 찾는 셈이야.”
“할아버지는 뭐 발견하셨습니까? 산삼 찾으신다면서.”
“…”
“찾아서 혼자 먹은 것 아니지?”
아리의 재미없는 농담에 대한 할아버지의 대답은 깊은 한숨이었다.
“애초에 왜 아직도 눈보라가 몰아치는 거냐…. 가만 보면 이놈의 호텔의 ‘설정’은 제멋대로 아니냐? 지옥에서 새어 나온 망자들의 한이 냉기의 원인이라며?”
“그렇죠.”
“그런데 정작 그 지옥으로 가는 문이 있는 이 방은 제법 따뜻하고, 눈은 지옥하고 상관없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중 아니냐! 이 빌어먹을 2층은 천장도 없고! 수리가 끝나면 생기려나?”
“그러게…. 가만 보니까 설정이 엉터리네. 눈은 지옥하고 상관없이 하늘에서 내리는 중이고, 냉기의 근원이라는 지옥 근처는 오히려 따뜻하고.”
아리와 할아버지가 호텔의 ‘엉터리 설정’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사이, 나는 미묘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호텔이 제멋대로인 것이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새삼 따질 필요도 없다. 정상적인 호텔이면 다른 걸 떠나서 공사도 덜 끝난 장소에 고객을 부를 일부터 없겠지.
한빙지옥과 관련된 안식의 기도, 부활 등은 호텔 내부 진행과 연결되는 일종의 게임 퀘스트 같은 느낌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으니 설정 자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 이 엉터리 설정 자체가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함정은 아니었을까?
어차피 호텔이 아무렇게나 지어냈음이 뻔한 설정은 무시하고, 실제를 보자. 2층이 얼어붙은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바깥에서 눈보라가 들이치기 때문이겠지?
…
— 벌떡!
“가인아? 뭐해?”
“눈보라.”
“응?”
“눈보라가 대체 어떻게 치는 거지?”
“무슨 말인지 -”
“1층 정문 바깥은 하늘이었어. 그것도 엄청나게 높은 하늘! 구름도 한참 밑에 있었지. 위치가 어디였을까? 정확히 알긴 어렵지만 구름이 한참 밑에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아마도 대류권 최상단이겠지?”
“에…. 아마도?”
“호텔은 구름 위에 있어. 눈은 구름에서 형성되지. 어떻게 구름 위의 호텔에 아무리 천장이 없다고 해도 눈보라가 몰아칠 수 있지?”
아리와 할아버지가 동시에 입을 딱 벌리고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2층을 처음 탐사했을 때, 누나가 단안거조의 눈으로 발견했던 ‘산’을 떠올렸다. 또한, 할아버지가 1층에 있고 우리가 2층에 있을 때는 대화창을 쓸 수 없던 사실도 떠올렸다.
어째서였을까? 대화창의 거리상 한계는 이미 ‘상식개변 미디어’나 ‘공포의 저택’에서 확인했다. 생각보다 매우 넓으며, 고작 건물 내에서 층수 하나 바뀌었다고 차단될 정도가 아니다.
“누나는 2층 천장 너머로 마치 ‘산’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했지? 2층의 위치는 1층과 달라. 어쩌면!”
어쩌면 2층은 지상에 있을지도 모른다.
*
오후 5시 30분 무렵, 1층으로 내려가서 진철 형을 다시 불러냈다. 할아버지는 평소답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쉬는데 불러서 미안하다. 지금 상황이 좀 다급하다 보니….”
말끝을 흐리는 할아버지의 태도가 어이없다는 듯 형이 피식 웃었다.
“어울리지도 않게 무슨 사과입니까? 뭐 이유나 말해보십쇼.”
나는 우리가 올빼미와 드론에게 받은 힌트, 천장을 뚫고 내리는 눈보라를 통해 2층의 위치가 1층과 다름을 확인했고, 2층 바깥으로 나가보겠다는 아이디어를 말했다.
“우와! 2층을 그동안 여러 번 나가봤고, 천장이 없다는 사실도 알았는데, 정작 벽을 부숴서 외부로 나가보겠다는 생각은 못 했다. 애초에 부수고 나가봐야 위치가 하늘인 이상 떨어져 죽을 뿐이라 생각했으니까.”
“우리도 지금 알았습니다. 당연히 1층 위치가 하늘이니까 호텔 전체가 하늘에 있겠거니 했거든요. 설마, 2층은 다른 곳에 있을 줄이야!”
“어떻게 나갈 생각이냐? 벽을 부숴서? 생각해보니 이미 가인이 너도 호텔 박살 내봤지?”
“네. 이 호텔의 내구성은 평범한 건물과 다르지 않습니다. 충분히 벽을 부수고 나가볼 만해요.”
다만, 내가 강림이라도 쓴다면 모를까 맨주먹으로 부술 정도는 아니다. 설사 방호복을 입고 초인적인 근력을 얻었다 해도 그 정도 힘으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건물을 부수고 나갈 수는 없다.
우리 중 건물을 힘으로 때려 부수는 일이 가능한 사람은 딱 한 명이다.
*
2층에 도착한 후, 일은 시원시원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안식의 향초 앞에서 기도하느라 평소보다 심히 수척해진 형이었지만, 그 힘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처음에는 ‘이계의 별조각’의 힘으로 부숴볼까 고민하던 형은 곧 우리의 안전 문제와 형 본인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고려한 후 ‘더 큐브’에서 썼던 방법을 쓰기로 했다.
— 쿵! 쿵!
… 아리가 감탄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두 번 봐도 놀랍네. 호텔에서 방호복을 줄 때도 예상했을까? 설마하니 방호복을 ‘절대 부서지지 않는 둔기’로 쓰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듣다 보니 궁금해져서 물어봤다.
“네 첫 번째 호텔 경험에선 이런 일 없었어?”
“응. 지금 생각하면 그때도 2층의 위치는 달랐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엔 지금의 우리와 같은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없었어. 다들 2층의 위치도 당연히 심해라고 생각해서 벽을 부술 생각도 하지 않았어.”
새삼스럽게 느꼈다. 1층과 2층이 물리적으로 ‘다른 공간’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떠올리기 매우 힘든 생각이다. 상식적으로 현실 세계의 건물에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1층의 경우 투명한 유리문인 정문을 통해 외부 공간을 확인할 수 있으니, 그 정보를 기반으로 ‘호텔 전체’가 1층과 같은 장소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가 호텔 전체가 당연히 하늘에 있다고 여겼듯이, 아리의 첫 번째 파티는 호텔 전체가 당연히 심해에 있다고 여겼으리라.
따지고 보면 힌트는 적지 않았다.
1. 2층 천장 너머에는 산처럼 보이는 물체가 있다. 구름보다 높은 위치에 있을 수 있는 산은 극소수이고, 그런 산들조차 최상단 일부만 구름 위에 있을 뿐, 구름보다 한참 높은 위치에 있는 호텔에서 ‘올려다볼’ 위치에 있기란 쉽지 않다.
2. 1층의 위치는 구름 위의 하늘인데, 2층에선 구름에서 형성된 눈이 내리고 있다.
3. 통상의 건물이라면 1층과 2층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고작해야 10M 미만이다. 그 정도 거리라면 대화창이 차단될 리가 없다.
4. 2층의 수평적인 넓이는 1층보다 월등히 거대하다.
이 모든 힌트는 1층과 2층이 물리적으로 연결된 한 개의 건물이 아니며, 별도의 공간에 형성된 별개의 장소라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필 1층과 2층을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는 사실이 우리의 착각을 부추긴 셈이네.”
“엘리베이터로 이동 중이니까 평범하게 ‘위로’올라간다고 생각했으니까.”
“올빼미가 조언을 써서 억지로 수리 시점이 다른 이유를 주목하라는 게 이런 의미였을까?”
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리가 끝나서 천장이 생기면 도저히 알아챌 수 없었을 거야. ‘산’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고, ‘눈’이 들어오지 않게 되면서 힌트의 상당수가 사라지니까.”
“2층 바깥엔 대체 뭐가 있을까?”
“글쎄…. 괴물이 나오진 않았으면 좋겠네. 그리고.”
“그리고?”
“미리부터 찬물 끼얹는 느낌이긴 한데, 이런 방식으로 탈출할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냥 내 느낌이지만.”
— 쾅! 쿠르릉!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진철 형이 무적의 곡괭이로 벽을 전부 부수고 2층 외부로 통하는 구멍을 만들어냈다.
외부라고 해서 2층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애초에 2층을 지옥으로 만들었던 눈보라는 호텔 외부에서 발생했을 테니까. 엄청난 눈과 사람을 고문하는 듯한 날카로운 기세의 바람은 눈을 뜨기도 힘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2층 바깥에는 ‘땅’이 있었다.
우리는 입을 딱 벌린 채 모종의 감동마저 느끼며 호텔 바깥의 ‘땅’에 조심스레 발을 내디뎠다.
호텔 파이오니어 진입 94일 차, 우린 처음으로 호텔 외부의 공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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