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95)
194화 – 파티 타임 – 2층의 비밀 (3)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4일 차
현재 위치 : 한빙지옥 – 부활의 방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장소의 정체, 스노 글로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할아버지와 진철 형도 놀라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진짜구나! 네 말을 들으니 알겠다. 이 모습! 우리가 내부로 들어온 상태라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 스노 글로브 그 자체다.”
“으아…. 가인이 네 말을 듣고 보니까 이 불투명한 벽도 가만 보니 곡면이야. 워낙 커서 눈치채는 게 느렸을 뿐이지 돔처럼 이 공간 전체를 덮고 있는 것 같은데?”
두 사람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는 사이, 아리가 물었다.
“너, 상태창으로 위치 나오지?”
“응.”
“뭐라고 나와?”
“한빙지옥 – 부활의 방.”
“에? 무슨 소리야? 그 방에서 나온지가 언젠데? 아, 아니! 혹시 이 장소도 -”
“잠깐! 오해하지 마. 나는 상태창을 오래 써서 원리를 대충 아는데, 혹시 이 장소도 한빙지옥의 연장이라던가 그런 생각을 했다면 착각이야.”
“딱 그 생각 중이었는데…. 그러면 무슨 의미라고 생각하는데?”
“일종의 명칭 갱신의 문제야.”
“명칭 갱신?”
“상태창에 나오는 위치정보는 호텔 내부에서 정한 명칭에 해당하는 구역에 들어가면 갱신되는 식이거든. 무슨 말이냐면, A라는 장소에 있다가 B로 이동했는데 B 장소에 대해 호텔에서 지정한 명칭이 없다면 상태창 위치정보는 계속 A라고 나와. 1층을 예시로 들면 ‘복도’가 그 사례지.”
“복도?”
“우리가 생각하는 복도라면 1층 저주의 방 앞쪽의 길쭉한 공간을 떠올릴 텐데, 상태창 기준으론 거길 떠나서 테라스로 가도 복도, 정문 근처로 가도 복도. 그냥 다 복도야. 테라스나 정문 근처에 별도의 명칭이 없기 때문이겠지. 안내 데스크 근처만 별도 명칭이 있어.”
“아하. 무슨 말인지 알겠다. 우리가 아까 1층을 들렀다 오는 과정에서 몸을 녹이려고 부활의 방 근처를 들렀다 오니까 그 위치로 바뀌었고, 바뀐 후에 갱신되지 않았다?”
“맞아. 그리고 이건 한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지.”
주변의 광대 무량한 설원을 살핀 후, 한 마디 덧붙였다.
“이 장소에는 호텔에서 지정한 명칭이 없어. 그러니까 이렇게 긴 시간 걸어도 위치정보가 갱신되지 않은 거야.”
나도 아리도 침묵에 잠겼다. 근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형과 할아버지도 조용해졌다.
그래. 다 좋다. 이 장소가 스노 글로브 내부라는 사실은 제법 놀랍기도 하고, 호텔에서 이름조차 지정하지 않은 장소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흥미롭기도 하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우리가 이제 와서 호기심 탐구만을 위해 돌아다닐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이쯤 신비한 장소를 찾아냈으면 누군가 나와서 사랑하는 고객님, 축하합니다! 이러이러한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해야 하는 것 아니야?
비슷한 생각을 하던 동료들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뭘 해야 하는 걸까? 그냥 와 신비해! 놀라워! 하고 호텔로 돌아가?”
절대 아니라고 본다.
“내 조언이 나왔던 상황을 되새겨봐. 올빼미가 이건 절대 놓치지 말라는 느낌으로 조언 스택을 다 써서 힌트를 줬고, 주자마자 드론에선 선 넘었다는 이야기까지 꺼냈어. 이 장소엔 분명히 무언가 의미가 있어.”
“나도 그럴 것 같긴 해. 일종의 숨겨진 장소를 찾아냈으니 숨겨진 보상이 따라와야 하는 법인데….”
— 퉁!
할아버지가 다시금 벽을 쳤다.
“이걸 깨 보자.”
“…”
“뭐 다른 방법 있냐? 그리고 내 주먹질만으로 퉁 하는 소리 나는 것 봐라.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무적의 방벽 같은 것 아니야. 충분히 부술 만하다.”
“무언가 불안하네요…. 스노 글로브 바깥에 대체 뭐가 있을지.”
“뭐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황상, 네 올빼미가 우릴 왜 내보냈겠냐? 나가보라는 것 아니겠어?”
진철 형도 같은 의견을 냈다.
“가인이 넌 게임도 별로 해보지 않았다니 모르겠지만, 본래 게임에서 상자는 열라고 있는 거고 벽은 부수라고 만든 거다. 승엽이가 자주 했던 말이지만 이 호텔은 미묘하게 게임 감각이 통하거든. 이 벽은 필시 부수라고 만들어둔 거다.”
해야 할 만한 다른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벽을 부수고 스노 글로브 바깥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속의 호기심이라는 말이 날뛰기 시작했다.
대체 스노 글로브 바깥엔 뭐가 있을까?
모두가 진철 형에게 물러선 후, 형은 별 조각을 소환했다. 방호복을 입었음에도 가볍게 무시하고 들어온 파동이 피부를 간지럽히길 1분.
— 쿵!
방벽 일부가 붕괴하며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그리고 모두의 시야 앞에 알림이 나타났다.
/경고! 바깥으로 나가면 더 이상 후원자의 축복이 여러분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나가시겠습니까?/
“이 말은….”
“어느 정도 예상 범주의 이야기네. 나도 탈출 도구 타고 심해를 벗어나다가 도중에 이 알림을 어렴풋이 본 기억이 나.”
우리 중 유일한 탈출 경험자는 그다지 놀라지 않고 본인도 이 알림을 보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너도 예전에 탈출했을 때 축복을 잃었어? 유산은 있었고?”
“유산은 남았어.”
“탈출 후엔 유산만 남는 건가. 유산은 우리가 얻은 우리 소유의 물건이지만, 축복은 후원자가 참가자의 호텔 진행을 돕기 위해 준 외부의 힘이니까?”
“딱 그렇지는 않다고 들었어.”
“무슨 말이야?”
다음 대답은 할아버지가 이어갔다.
“오히려 축복은 유지했는데 유산이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단순히 유산을 얻지 못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이야깁니까?”
“그래. 너도 이젠 내 말이 이해가 갈 거다. 애초에 관리국이 확보한 호텔의 탈출자라고 해봐야 소수인데다가 그들이라고 해서 호텔을 대단히 잘 알고 탈출한 경우가 아닐 때가 많았다. 그냥 호텔의 극히 일부만 파악한 채로 운이 좋아서 탈출한 경우가 많았지. 덕분에 그들이 관리국에 알려온 호텔에 관한 정보란 난잡한데다가 모순된 정보투성이다.”
아무래도 호텔 바깥으로 나갈 때 어떤 힘을 가지고 나갈 수 있느냐는 탈출 방식에 따라 다른 게 아닌가 싶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스노 글로브 바깥으로 나가면 ‘축복’이 사라진다는 것. 반대해석을 해본다면 유산이나 내 순간이동, 할아버지의 장갑 등 별도의 힘은 남아있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여기까지 나와서 뺄 수야 없겠지. 모두의 표정에 단호함이 깃들며 우리는 주저 없이 스노 글로브 바깥으로 나갔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4일 차
현재 위치 : 한빙지옥 – 부활의 방
현자의 조언 : 0]
상태창이 서서히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종료되었습니다.]마치 프로그램이 꺼질 때나 나올 듯한 알림과 함께 호텔에 진입한 이래 대부분 장소에서 나와 함께 했던 힘이 사라졌다.
옆에서 진철 형이 중얼거렸다.
“내가…. 약해졌다. 정말이지 이상한 느낌인데. 그동안은 항상 다리에 힘 한번 주면 하늘을 날아갈 듯했는데.”
아리가 가볍게 답했다.
“약해진 게 아니라 평범해졌을 뿐이야. 지금도 보통 사람보단 강해. 다행히 가인이가 입고 있던 방호복은 그대로네. 그나저나 저것 봐봐. 짐작은 했지만 진짜 스노 글로브야. 심지어 되게 예뻐.”
조금 거리를 벌린 후, 우리가 나온 장소를 다시 살피자 정말 스노 글로브라는 사실을 새삼 알 수 있었다. 우리의 크기에 비해 마치 하나의 작은 세계처럼 느껴질 정도로 큰 스노 글로브.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유일한 물체였기에 어렴풋한 형상은 느낄 수 있었다.
진철 형이 주변을 돌아보다 말했다.
“이 장소는 대체 어딜까? 주변이 엄청 어두운데? 너네는 뭐가 보이냐?”
“주변에 빛이 나는 물체가 이 스노 글로브 뿐입니다. 돌아봐도 아무 광원이 없네요. 태양이나 달도 없나?”
할아버지가 긴장한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이 장소가 예컨대 외계라면 태양이 없어도 이상할 게 없지!”
“가인아, 바닥을 한번 봐봐. 이 재질은 뭐 같아?”
잠시 쪼그려 앉아서 바닥의 재질을 만져본 후, 설마 하며 살짝 뜯어냈다.
“이거 나무 같은데. 나무에 기름이라도 발라져 있는 건가? 반짝거리네.”
“헉!”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신음에 놀라 고개를 돌리자 할아버지가 입도 뻥긋 못한 채 어딘가를 가리켰다.
“왜 그러세요? 저기에 뭐가 – 흐읍!”
분명 아까 전 주변을 돌아봤을 때는 아무것도 없는 어둠이었던 공간. 어느새 심장이 멎을 듯한 거대한 안광이 나타나서 우리를 주시했다. 안광은 단 한 번의 깜빡임도 없었다.
극도의 긴장 속에서 모두가 망부석처럼 굳었다. 나는 최대한의 용기를 내서 모두의 앞으로 움직였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내게 생겨야 한다. 형이 축복을 잃은 지금, 물리력이라는 면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나다.
천천히 안광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물러서야 하나? 저건 대체 무슨 생물이지?
…
다가올수록 그저 헛웃음이 나왔다.
크다. 너무나도 크다. 정말이지 두려움을 넘어서 웃음이 나올 만큼 크다. 코끼리? 그 정도는 저 생물의 털 한 가닥만도 못 하리라. 공룡? 고작해야 발톱 하나 크기는 되겠지.
농담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은은히 드러나는 어둑한 형체만 해도 거의 산보다 거대한 크기였다. 안구 위에 우리가 모두 올라가서 춤을 춰도 공간이 남아돌지 않을까?
“가인아, 마도서 멀쩡하지?”
“이미 소환했어.”
“저 괴물의 몸도 빼앗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과 동시에 숨이 턱 막혔다.
가능할까? 마도서를 얻은 이래 상대가 무슨 신에 버금갈만한 존재가 아닌 이상 빙의를 실패한 적은 없었다.
멀리서 할아버지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되겠냐! 저런 놈의 몸을 빼앗을 수 있다면 죄수의 몸도 빼앗을 수 있을 게다. 어림도 없어 보이니 빨리 이쪽으로 와라! 스노 글로브로 붙어!”
“가인아, 아리야! 둘 다 스노 글로브 쪽으로 돌아와라!”
형과 할아버지의 말에 따라 나 역시 뒤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우리가 혹한의 세계라고 생각했던 장소는 사실 고작해야 스노 글로브 내부였을 뿐이지. 그렇다면, 저 생물의 정체는 뭘까?
어둠 속의 악마? 세계의 종말을 부르는 괴수? 1,000만의 인간을 학살한 야수?
… 아닐 것 같다. 나는 어째서인지 저 존재의 정체가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내 짐작대로라면, 저 생물의 정신을 빼앗는 일은 매우 쉬운 일이다.
모두의 애타는 부름을 무시하고 어둠 속의 안광을 향해 나아갔다. 안광은 내 움직임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저 생물의 정체가 내 예상대로라면 이상하지 않다. 지능이 그리 높은 존재가 아닐 테니까. 우리는 고작해야 꼬물거리는 벌레 정도로 보이겠지.
정신이 붕 떠오른다. 마치 풍선처럼 떠 오른 정신이 어딘가로 확 날아가는 감각과 함께 순간적으로 이변을 느낀 괴수의 입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 미야옹!!! 미야옹!!!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가정집의 고양이가 된 나 자신을 발견했다.
“코코~! 무슨 소리야? 또 아빠가 선물 받으신 스노 글로브 건드린 것 아니지?”
… 사람, 아마도 10대로 추정되는 목소리를 들었을 때, 형언할 수 없는 사악한 생각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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