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97)
196화 – 파티 타임 – 2층의 비밀 (5) Fin
– 한가인
‘A Mysterious Craftsman(신비의 장인)’
정황상 이 레고에 붙은 명칭과 1층 상인에게 들었던 2층의 숨겨진 NPC의 명칭이 모두 ‘신비의 장인’인 것은 우연일 것 같지 않다.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레고가 은은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이 레고가 2층의 숨겨진 NPC임을 의심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레고가 갑자기 내게 말을 거는 것도 아니다 보니 어찌 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단순하게 결론 내렸다. 우리가 레고를 찾아올 방법이 없다면 레고를 우리가 있는 장소에 넣으면 되겠지. 다행히 스노 글로브를 살피니 상단 뚜껑을 열 수 있었다.
“김민영이던가? 미안해. 레고 많으니까 하나 가져가도 모르지?”
스노 글로브의 상단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고 레고를 집어넣는 순간, 레고가 마치 어디론가 사라지듯이 사라졌다! 은은하게 내뿜던 빛에 이어서 사라지기까지! 눈앞에서 일어난 초자연적인 현상을 보는 순간 느낌이 왔다. 이거다! 정확한 답을 찾아냈다.
이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 뚜껑을 연 김에 할만한 일도 하나 더 떠올랐다. 조그마한 종잇조각 하나를 집어서 다리처럼 접은 후 스노 글로브 내부의 산에 오르내리기 위한 길도 하나 만들었다.
잠깐 사이에 세 가지 일을 끝마쳤다. 눈보라도 멈췄고, 산을 편히 오르내리기 위한 길도 만들었고, 신비의 장인도 찾았다. 더 할 일은 없지 않을까? 다시 들어가도 될 것 같다.
민영이가 의심하는 일 없게끔 스노 글로브 뚜껑도 닫고, 최대한 몸을 빌리기 전에 취했던 동작 그대로 다시 취한 후, 내 몸으로 돌아왔다.
*
“하하! 다들 봤어요? 크! 제가 숨겨진 NPC 레고도 찾아서 -”
“다시 나가!”
“에?”
“빨리 나가라! 지금 당장! 말은 나중에 하고!”
무슨 자랑을 하기도 전에 다들 나보고 다시 나가라고 난리가 났다! 일행이 가리키는 허공을 보자 나를 포함한 모두의 앞에 알림이 떠 있음을 발견했다.
*
오늘의 특수 이벤트 : 한가인 여행기 – 거인국을 탐사하다!
2층의 신비로운 장소를 탐색하기 시작한 한가인은 숨겨진 요소를 모두 찾을 수 있을까?
1. 스노 글로브를 조작해서 눈보라를 멈추자! (O)
2. 신비의 장인을 찾아보세요! (O)
3. ? (진행중)
*
???
아니 이건 대체 무슨 이벤트인데? 뜬금없이 이벤트가 열린 것도 황당하지만, 더 어이가 없는 건 정작 ‘한가인 여행기’의 주인공인 나는 이런 알림이 떴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스노 글로브 바깥은 호텔 바깥이라 알림이 뜨지 않았나? 그러면 알림도 뜨지 않는 장소에 뭘 숨기는 이유는 또 뭔데? 이걸 찾으라고 숨겨둔 게 맞냐?
오늘 날짜가 넘어가기까지 20분도 남지 않았으니 짜증 낼 시간조차 아깝다. 허겁지겁 다시 나가서 아까의 과정을 되풀이하며 갸우뚱하고 있던 민영이의 몸을 다시 빌렸다.
이 장소에 숨겨진 무언가가 한 가지 더 남았다.
정신없이 방 물건을 여기저기 헤집으며 뭐가 있는지 뒤지고 또 뒤졌다. 레고를 다 뽑아내고 학습지를 허공에 날리고 가방을 탈탈 털었지만 ‘신비의 장인’처럼 보자마자 빛을 내뿜으며 내가 답이요! 하는 물건은 한 개도 없었다.
다음으로는 혹시나 해서 스노 글로브 안에 들어갈 만한 작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내부에 넣었다 빼기 시작했다. 이미 ‘신비의 장인’ 레고를 집어넣을 때 확인했듯이 올바른 무언가라면 집어넣는 순간 사라지지 않을까?
유x왕 카드도 넣었다 빼고 레고도 넣었다 빼고 지우개에 샤프심까지 넣다 뺐다 해봤지만 특별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하는 행동이 내부의 동료들에겐 엄청난 위험이 아닐까 싶어서 자꾸 행동이 느려졌다.
숨겨진 요소가 아직 하나 남았다. 시간은 이제 10분 남았다.
레고부터 학습지는 물론 책가방과 침대 밑까지 정신없이 살폈지만 특별한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놓치고 있나? 대체 뭐지? 어린아이의 방에 뜬금없이 숨겨진 금고가 있을 리도 없고 대체 어디에 뭐가 있는 걸까?
빼 먹은 장소가 하나 남아있음을 깨달았다.
스노 글로브 안에는 호텔이 있고, 동료들이 있다. 내가 툭 건드리기라도 하면 내부에선 지진에 준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게 두려워서 스노 글로브 근처만 가면 행동이 굼떠지고 조심스러워졌다.
다시 말해서 이 방 내에 내가 제대로 뒤져보지 못한 유일한 장소가 있다면 바로 스노 글로브 근처다.
“내 말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다들 조심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스노 글로브를 들고 이리저리 살폈지만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닌가?
… 어쩌면.
너무 작은 물건일지도 모른다. 예컨대, 스노 글로브 내부의 우리 기준으로도 작은 물건이라면, 지금 바깥 세계 소년의 몸에 빙의한 내 눈에는 아예 보이지도 않겠지. 원래 몸으로 돌아가서 뒤져볼까? 아니다. 이제 와서 깨알보다도 작은 내 원래 몸으로 뭔가를 뒤질 시간이 없다.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까 전 레고에서 나타났던 현상을 되새겨보자. 내 시선이 향하자 빛을 내뿜지 않았던가? 그게 아마 ‘힌트’ 였겠지?
— 탈칵!
불을 껐다. 들고 있던 스노 글로브 아래쪽에서 허공에서 은은히 부유하는 조그마한 빛이 나타났다. 깨알보다도 작고 깃털보다도 가벼운 무언가가 공기 중에 흩날리듯이 떠다닌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작아서 손가락으로 만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스노 글로브를 원래 위치로 옮긴 후, 발광체를 입으로 후 후 불면서 손바닥 위에 떨어지게 했다.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게 스노 글로브 상단 뚜껑을 다시 열고 무언가를 내부로 털어 넣었다. 빛나는 무언가는 아까의 레고처럼 스노 글로브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사라졌다.
“으아…. 이제 끝났다. 끝난 것 맞겠지?”
3분 남았다. 호텔에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외부 세계로 나왔는데 그냥 들어가기가 너무 아쉬워서 나도 모르게 주변을 살짝 돌아봤다.
익숙하고 평화로운 – 저건 뭐지?
창밖에는 비둘기가 있었다. 하지만, 독수리보다도 거대하고 부리에 톱날 같은 이빨이 가득한 새를 단순히 ‘비둘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숨이 턱 막혀서 보다가 이상한 점을 더 깨달았다. 이 방 내부는 평범한 아이의 방이지만, 외부는 아니다. 창문은 마치 탈출을 막기 위한 감옥이라도 되는 듯 쇠창살이 유리 밖에 설치되어있고, 흉험한 비둘기가 집 안을 들여다보자 기다렸다는 듯 마치 CCTV처럼 생겼던 로봇이 레이저를 뿜어내며 비둘기를 쫓아냈다.
…
정말로, 정말로 기이하다. 저 비둘기보다 이 저택의 방범 시스템이 더 신기하다. 뜬금없이 괴물이 나오는 일 자체는 저주의 방에서 여러 차례 겪어서 그리 놀랍지 않지만, 평범한 가정집에 쇠창살은 뭐고 레이저 포탑 같은 물건은 또 무엇인가?
마치 괴물이 넘쳐나는 세계에 평범한 가정집조차 적응해버린 듯한 기묘한 풍경.
내가 살아왔던 세계와 ‘다른 국면’의 세상.
마음속에 수많은 의문만 품은 채 원래 몸으로 돌아왔다.
*
다시금 스노 글로브 내부에서 깼을 때, 내 행동의 여파가 어느 정도였는지 깨달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정신없이 물건을 스노 글로브 내부에 넣다 뺀 여파로 거의 대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사람 수십 명이 들어가고도 남을 크레이터가 여기저기 생겨나 있었다. 그나마 눈보라가 멈췄다는 사실 만큼은 다행이었다.
설마 하는 생각에 회복된 상태창의 동료 정보를 확인하자 다행히 다들 살아있음을 알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방호복을 입은 채 주변을 한참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널브러진 아리와 할아버지, 진철 형을 찾아냈다.
“다들 괜찮으세요?”
“…”
“…”
“그게…. 시간이 촉박한데 뭔가 찾긴 해야겠으니 아무거나 다 넣어보느라고.”
“스노 글로브를 들어 올리기도 했지?”
“응.”
“그게 진짜 심했어…. 어릴 때 가끔 상상했었는데. 엄청나게 큰 거인이 대한민국을 통째로 들고 흔들면 무슨 일이 생길까 궁금했는데 비슷한 일을 이번에 겪을 줄이야.”
“너한테 어릴 때면 대체 언제냐?”
“에잇!”
바로 돌주먹이 날아오는 것 보니 죽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잠시 바닥에 주저앉아서 숨을 고르는 사이, 방벽을 확인하러 갔던 형이 돌아왔다.
“가인아, 날짜 넘어갔냐?”
“네.”
“흠. 이젠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모양이다. 방벽이 아예 꼼짝도 하지 않네. 별의 힘으로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영원히 바깥 세계와 연결되어있을 것 같진 않았습니다. 계속 연결되어있다면 더 큰 문제겠죠. 코코가 변덕을 부리다가 스노 글로브가 바닥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대로 끝! 설마하니 이런 식의 결말은 끔찍하지 않아요?”
“그렇긴 하지. 그나저나 마지막에 찾은 물건은 대체 뭐냐?”
“제 눈에는 너무 작아서 뭔지 확인도 못 했습니다. 알림에 뜨지 않았어요?”
“알림이고 자시고 네가 스노 글로브를 건들기 시작하니까 그냥 셋이서 다 같이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매달리느라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
“저는 뭘 넣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보다 제가 넣은 레고 NPC와 빛나는 물건은 어디로 간 걸까요?”
할아버지가 별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
“집어넣었으면 됐다. 기껏 찾아낸 물건을 호텔이 떼어먹진 않을 테니 어딘가 있겠지. 어쩌면 호텔 내부로 가 있을지도 모르지.”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일단 돌아가자. 오늘 내내 개고생을 하도 많이 해서 진짜 힘들다.”
돌아가는 길은 훨씬 편했다. 아까 전 종잇조각으로 만든 다리는 적어도 얼어붙은 빙벽보단 훨씬 움직이기 쉬웠으니까. 모두가 혼이 나간 사람처럼 한없이 지친 표정으로 105호로 돌아온 후, 다들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길고 힘들었던 2층 외부 세계의 탐색이 끝났다.
*
…
…
…
— 툭!
“일어나라.”
“윽, 누구야? 105호인데 대체 -”
알딸딸한 기분으로 눈을 뜨자마자 집채만 한 올빼미의 시선을 느꼈다.
“… 꽤 오랜 시간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 말하지 않았습니까?”
“상황은 언제나 변하는 법이지. 잘했다.”
“네?”
“진짜 잘했다. 정말 잘했다.”
“… 아하하. 감사합니다. 갑자기 이러시니 적응이 안 될 정도네요.”
“세 번째 물건을 찾기 정말 어려웠을 터! 확실히 몇 달 전에 비하면 네 순발력이 비상해졌음을 자주 느낀다.”
확실히 세 번째 물건은 이걸 찾으라고 만든 물건이 맞나 싶어질 정도였지. 스노 글로브 밑이라는 숨겨진 위치도 기가 막혔는데, 더 황당한 건 너무 작아서 바깥 세계의 시야로는 보이지 않았다. 원래 몸으로는 스노 글로브를 움직일 수 없으니 찾을 수 없고, 빙의한 몸으로는 너무 작아서 발견할 수 없다. 불을 끈 후에야 어렴풋한 빛으로 존재를 깨달았을 정도.
다시 생각해도 이걸 대체 어떻게 찾으라고 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모종의 악의가 느껴졌다.
하지만 난 찾았지!
… 무언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오랜만에 만난 올빼미는 새장에 갇혀있었다.
“내 꼴이 우스워 보이겠지. 별일 아니다. 그보다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말을 명심하고 한 단어도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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