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98)
197화 – 파티 타임 – 성장, 다음 방을 위한 준비 (1)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말을 명심하고 한 단어도 놓쳐선 안 된다.’
올빼미의 말을 듣자 숨이 멎을 정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온 정신을 바짝 집중했다.
“첫째, 이번 일은 지혜의 한계를 넘은 것. 다음에 들어갈 저주의 방에선 조언해줄 수 없다. 처벌은 오늘부터 시작한다. 둘째, 어떤 방에 페널티가 적용되는가는 처음으로 진입하는 순간 결정된다. 방의 선택을 신중하게 하라. 셋째,”
…
‘셋째’까지 말한 후 올빼미가 조용해졌다. 분명 내 앞에서 올빼미의 부리는 몇 차례 뻐끔거렸으나 아무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차라리 사람이었다면 입술 모양을 읽어 추측이라도 해보았겠으나, 독순술의 대가라 해도 부리의 움직임을 읽어낼 수는 없겠지.
올빼미가 조용해지자 잠시 주변을 돌아보았다. 별것 없는 새하얀 방. 조금 전 나는 긴 탐색 끝에 지쳐서 멍하니 105호로 들어와서 잠들었을 테니 아마도 꿈이 아닌가 싶다.
올빼미의 표정이 변화했다. 저 표정의 의미만큼은 나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답답함’이다.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올빼미의 의사 전달을 막고 있다. 아마도 올빼미를 새장에 가둔 힘이 올빼미가 나에게 전하려 했던 세 번째 말이 또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아니면 페널티를 받게 되자 그 페널티의 내용 전달까지는 허락받았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앞의 두 가지 이야기는 ‘페널티가 무엇이다, 어떻게 적용된다’와 관련한 말 같으니까.
세 번째 이야기는 뭐였을까.
— 탁!
갑자기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셋째, 네 성장이 느껴진다. 다시 공부하는 것도 좋겠지.”
철컹! 그 말을 끝으로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며 의식이 멀어졌다.
의식이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세 가지 말을 하염없이 되새겼다. 깨어나는 즉시 그 의미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5일 차
현재 위치 : 1층, 105호 – 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X]
아침, 정신이 어렴풋이 깨어나자마자 상태창부터 확인했다.
…
현자의 조언 숫자가 표기되는 장소에 X라는 표시가 나와 있다.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시. 저것이 아마도 ‘페널티’겠지.
다른 기능도 사라졌을까? 필터 기능이나 시나리오 이해도 사라졌다면 정말이지 심각한 문제다.
일단 상태창 자체는 내 생각대로 쭉 펼쳐져서 내 주변을 덮을 수 있었다. 정황상 필터 기능은 멀쩡한 듯 하나, 정신 방어 기능도 작동할지는 조금 더 확인해야 알 수 있는 문제다. 시나리오 이해의 작동 여부는 지금은 알 방법이 없다.
휴식권의 사용으로 새로 시작된 3일의 휴식 그 두 번째 날, 아침 회의의 내용이 정해졌다.
*
아침 식사 시간이 되자 그리운 사람들이 전부 돌아왔다. 안식의 향초에 기운을 빨렸던 동료들은 다들 여전히 수척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화할 정도의 기력은 돌아온 듯했다.
마치 무용담을 늘어놓듯이 나, 아리, 할아버지와 진철 형 넷이서 호텔 2층 외벽을 부수고 나가서 스노 글로브를 발견하고, 또 그 바깥의 세계를 탐험했던 이야기를 꺼내자 다들 흥미진진한 기색으로 집중했다.
무용담이 끝나갈 때쯤, 엘레나가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우리가 있는 2층 전체가 스노 글로브 내부라는 사실을 들으니 궁금해서 묻는 건데, 혹시 바깥의 사람들이 스노 글로브를 처분하거나 부수기라도 하면 어떡하죠?”
아리가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글쎄? 모르지. 다만 그간 우리가 경험한 호텔 스타일을 되새겨봐. 최소한 그런 식으로 내부의 우리가 전혀 대응할 수 없는 형태로 모든 걸 끝장내는 방식은 호텔 스타일은 아니야.”
“그렇긴 해요.”
나도 살짝 의견을 전했다.
“역시 모를 일이긴 한데, 전 외부 세계와의 연결이 지금은 영구적으로 끊겼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가 외부 세계로 더 이상 나갈 수 없다는 건 어제 진철 형이 확인했거든요.”
“우리가 나갈 수 없듯이, 외부 세계에서 스노 글로브 내부에 영향을 끼칠 수도 없을 것이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누나도 입을 열었다.
“그 문제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보다 궁금한 건 따로 있네. 그래서 그 ‘장인’이라는 존재와 ‘빛나는 먼지’같은 물건은 어디 있는 거야?”
“아마 식사 끝나고 안내 데스크 같은 장소로 나가면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2층에 있을지도 몰라요. 오늘은 수리가 끝났을 테니까요.”
“그런가? 먹고 나서 나가보자. 2층 기대되네. 할아버지 말대로 힘들게 찾았는데 떼어먹진 않겠지. 그나저나 다들 알겠지만,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무척 -”
“잠깐만요! 누나가 무슨 말 할지 알겠는데, 그 전에 확인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나는 급히 누나의 화제 전환을 막은 후, 어젯밤 내가 올빼미에게 전달받은 내용을 전달하며 앞의 화이트보드에 올빼미의 세 가지 전언을 단어 하나 빼놓지 않고 정리했다.
*
첫째, 이번 일은 지혜의 한계를 넘은 것. 다음에 들어갈 저주의 방에선 조언해줄 수 없다. 처벌은 오늘부터 시작한다.
둘째, 어떤 방에 페널티가 적용되는가는 처음으로 진입하는 순간 결정된다. 방의 선택을 신중하게 하라.
셋째, 네 성장이 느껴진다. 다시 공부하는 것도 좋겠지.
*
잠시 장내에 침묵이 감돈 후, 아리가 조심스레 의견을 냈다.
“첫 번째 말의 의미는 그냥 보이는 그대로 같은데. 2층 탐색 관련해서 우리가 알아채기 전에 올빼미가 먼저 무언가 알려줬잖아? 아마도 그게 문제였나 보네.”
“맞아. 아마 우리가 묻지도 않았고, 알아채지도 못한 사실에 대한 조언을 줬으니 페널티가 생겼겠지. 뒤 문장의 말도 명확해 보여. 이미 조언 옆에 숫자가 X라고 뜨고 있거든. 오늘과 내일은 조언을 쓸 수 없고, 다음에 들어갈 저주의 방에서도 조언이 막힌다는 의미겠지?”
듣고 있던 누나가 한숨을 쉬었다.
“페널티가 너무 과한 것 아니야? 조언 기능은 네 축복의 사실상 절반 이상인데. 휴식일 동안 쓸 수 없는 정도는 그리 대단한 건 아니지만, 다음에 들어갈 저주의 방에서도 막힌다는 게 치명타네.”
화이트보드를 한참 동안 노려보던 할아버지가 의견을 냈다.
“이거 낌새가 다음 저주의 방의 첫 번째 시도에서만 조언이 막히는 것 같지 않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랬으면 ‘첫 번째 시도’라고 말했겠죠.”
“저주의 방 하나는 네 조언 없이 깨야 한다는 의미고, 여기서 두 번째 전언이 튀어나왔네.”
첫 번째 전언의 의미는 이번 휴식일, 그리고 다음에 들어갈 저주의 방에선 내 조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떤’ 저주의 방에서 내 조언이 막힌다는 말인가? 이에 대한 답이 두 번째 전언이다.
다음 저주의 방에 첫 번째로 진입하는 순간 결정된다는 것.
즉, 202호에 1회 진입하면 그 즉시 ‘202호에선 조언을 받을 수 없다.’가 결정되며, 이후 탈출해서 203호를 진행한다 해도 203호에선 페널티가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이해한 아리가 답했다.
“다음에 어떤 방에 들어갈지 정할 때 꼭 고려하자. 사실, 이미 답은 나온 것 같아. 104호 아니겠어?”
“에? 무슨 말이야?”
아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송이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다음 방에선 내 조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2층의 방들에 도전하긴 불안한 감이 있지.”
“아! 그러면 오빠랑 아리 말대로 104호에 들어가야 할까요? 생각해보면 104호는 힌트도 있으니까. ‘ㅁ은 아버지를 ㅁㅁ하는 법’이었죠?”
아리가 대답했다.
“그걸 여태 기억하고 있었어? 기억력도 좋네. 네 말이 맞아. 나중에 다시 한번 이야기는 해봐야겠지만, 아무래도 104호에 가야 할 것 같네. 조언의 도움 없이 생판 모르는 2층의 방에 들어가기는 좀 그래. 사실, 꼼수도 하나 떠올랐고.”
그 꼼수가 뭔지는 바로 짐작이 갔다.
“혹시 꼼수라는 게 104호에 한 번 들렀다가 영 답이 없으면 어떻게든 탈출한 후 2층의 방을 진행하는 거야?”
“응. 마침 아니다 싶을 때 탈출하기 위한 탈출 버튼도 있지. 어떻게든 탈출한 후엔 조언도 쓸 수 없게 된 104호는 그냥 잊어버리면 그만이야. 여러 번 말했잖아? 꼭 모든 방을 해결할 필요는 없으니까.”
아리는 예전부터 104호를 ‘망한 방’ 취급해왔다. 강림이라는 어떤 의미에선 유산조차 능가하는 힘을 얻은 대가로 정상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방이 되었으리라 생각 중인 듯했다. 요번에 생겨난 페널티 역시 저주의 방 중 하나를 조언을 쓸 수 없도록 망치는 것.
여기까지 생각하자 아리의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 왜 그동안은 가기 싫어하던 104호 재진입을 갑자기 적극적으로 주장하는지 이해했다.
어차피 망한 방인 104호에 조언의 페널티까지 몰아넣어서 망한 요소를 방 하나에 몰아넣고 포기하자!
… 아직 휴식일은 남았으니 조금 더 생각해보자. 적어도 근거가 없는 판단은 아니다.
조용히 있던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네 성장이 느껴진다. 다시 공부하는 것도 좋겠지. 이건 대체 무슨 소리 같냐? 이 장소가 무슨 공부하기 좋은 장소는 아닌데.”
“이 말이 나온 정황을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올빼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모종의 힘이 올빼미의 말이 들리지 않게 만들었거든요? 그 후 올빼미가 잠시 조용히 있더니 갑자기 저 말을 하고 대화가 끝났습니다.”
누나가 재밌다는 듯 중얼거렸다.
“뭔가 ‘돌려서’ 말했다는 이야기네.”
잠시 주변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할아버지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나눠서 보자. ‘네 성장이 느껴진다.’ 칭찬이긴 한데, 새삼 칭찬 한마디 하려고 이 말을 했을 것 같진 않거든.”
“그렇죠. 애초에 단순 칭찬은 이미 그 앞에서 하기도 했고….”
“‘무슨’ 성장 같냐? 사실 난 어렴풋이 느낌이 오는 부분이 있다만.”
“네?”
무슨 말인가 하고 고개를 들자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아리가 어딘가 깨달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인이 너 혹시, ‘영혼의 격’이라는 단어 들어본 적 있냐?”
“예?”
아리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공부’란 책을 보고 하는 일이지. 마도서 꺼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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