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199)
198화 – 파티 타임 – 성장, 다음 방을 위한 준비 (2)
– 한가인
마도서를 소환하자 아리는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네가 가진 초자연적인 힘의 근원이야. 맞지?”
“절반 정도는. 나머지 절반의 근원은 축복이나 문신일 테니까.”
“물론 그렇겠지. 여하튼, 많은 초자연적인 힘을 다루는 존재들은 특별한 물건의 힘을 빌리곤 해. 멀리 갈 것 없이 호텔 참가자, 즉 우리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지. 그런데, 이런 물건들이 사용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 그런 생각 해본 적 있어?”
“…”
“사실, ‘초자연적인 물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야. 초자연적인 경험 전반에 해당하지. 집에서 기르던 개가 알고 보니 지옥에서 올라온 개였다 같은 상황에서도 적용된다는 이야기야.”
송이가 조금 놀라서 중얼거렸다.
“페로도?”
“초자연적인 경험이 인간에게 주는 영향에 관해 관심이 무척 많은 조직이 하나 있어. 너도 잘 아는 그 조직이지.”
“관리국.”
“그래. 관리국은 초자연적인 물건을 가장 많이 보유한 조직이기도 하니까. 관리국은 오랜 세월 이런 물건들이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관찰해왔어. 그리고 몇 가지 뚜렷한 변화를 찾아냈지.”
내용을 가만 듣고 있으니 내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팔찌의 소유자 송이나 별의 소유자 진철 형도 흥미로운 기색으로 아리 가까이 다가왔다.
“초자연적인 물건의 사용자들은 처음에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변화하기 시작해. 그 변화가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는 말 그대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야. 누군가는 갑자기 뿔이 솟아나고, 누군가는 보이지 않던 것을 보기 시작하고, 누군가는 정신병에 시달리기 시작하지.”
“변화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 그런 변화를 뭉뚱그려서 관리국은 ‘영혼의 격이 올랐다’라고 표현해.”
“표현 자체만 들어선 딱 와닿지 않네. ‘영혼’이 갑자기 왜 나온 거야?”
“좋은 지적이야. 표현이 와닿지 않는 건 이 표현 자체를 우리가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야. 비현실적인 세계에 가까운 존재들, 악마나 괴물 중 소통할 수 있는 존재들로부터 전달받은 지식이지. 그들이 ‘변화’를 겪은 사람들을 보고 ‘저들의 영혼은 격이 올랐다’라고 표현했거든.”
송이가 참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영혼’이 뭘 의미하는 거야? 격이 올랐다는 건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
그 대답은 다소 허무했다.
“몰라.”
“에?”
“진짜 몰라. 여러 번 말했지만, 관리국 구성원 대다수는 그저 평범하게 지구에서 나고 자란 인간이야. 물론 평범한 사람보다는 똑똑하고 강인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관리국에 모여들긴 하지만 그래봐야 결국 인간이잖아? 악마들이 인간의 영혼이 어쩌고저쩌고 해봐야 그 영혼이라는 게 대체 뭘 말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해. 애초에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잖아.”
할아버지가 살짝 끼어들었다.
“‘영혼의 격이 오른다’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모른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생기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는 어렴풋이 알지. 예컨대,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소위 ‘영감’이지.”
“영감이요?”
“아리가 아까 말했던 현상들이지. 갑자기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던가, 들리지 않던 말이 들린다든가 하는 일들 아니겠냐.”
한참 조용히 듣던 진철 형이 물었다.
“두 분은 무슨 변화를 겪었습니까?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아리가 대신 답했다.
“묵성은 변화를 수술로 제거했어.”
“쿨럭! 신, 신체 변화를 겪으셨군요. 아리는?”
아리는 갑자기 고민에 빠지더니 애매모호한 투로 답했다.
“알듯 말듯 해. 변화가 생긴 건 확실한데 정확히 무슨 변화인지 딱 지칭할 수가 없어.”
진철 형이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대체 무슨 이야기냐?”
나는 아리의 말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네 몸이 ‘오래된 피’와 하나가 된 상태이기 때문이야?”
“맞아. 평소에 내 힘 보면서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얘는 무슨 유산 하나로 이렇게 온갖 다채로운 힘을 다 쓰지? 같은 거.”
그 말이 나오자마자 나를 포함한 모든 동료의 고개가 동시에 끄덕였다!
수십 번도 더 해본 생각이다. 오래된 피는 어떤 의미로는 우리 모두의 유산과 너무 다르다. 아리가 그 유산 하나로 보인 초능력이 대체 몇 가지인가? 최면술에 비행에 근력 강화는 기본이고 피에 회복의 힘을 담거나 본인의 기억을 담은 적도 있다.
좀 과장하면 무슨 능력을 발휘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만능의 성능을 자랑하는 유산이 바로 오래된 피였다. 우리가 그동안 얻어낸 보물 중 그 어떤 것도 오래된 피처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현상을 발생시킬 수 없다.
그 비밀의 일부를 지금까지의 대화를 통해 이해했다.
“꽤 오랜 세월 온갖 기기묘묘한 경험을 쌓고, 오래된 피를 사용했어. 악마나 괴물들에게 네 영혼의 격이 올랐다는 이야기도 수십 번 이상 들었지. 그리고….”
“그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늘어났어. 어느 날엔 갑자기 하늘을 날 수 있었고, 어느 날엔 갑자기 맨손으로 돌을 부술 수 있었지. 문제는 이게 어디까지가 내 영혼의 변화로 인한 능력이고 어디까지가 오래된 피의 사용에 능숙해지면서 새로이 개발한 힘인지 구분할 수 없어.”
간단한 이야기다. 날 때부터 유산과 하나였던 아리에게 있어서 오래된 피는 이미 자기 자신과 구분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영혼의 격이 오르며 생겨난 힘과 유산의 사용에 숙련되면서 새로 개발한 힘을 구분할 수 없다는 의미다.
모두가 아리에게 이것저것 질문하는 사이, 나는 나 자신에게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특별한 힘이 생기기 시작했을까?
그럴 수도 있겠지. 크리스마스, 미로의 지옥에서 겪었던 몇 가지 특이한 경험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적어도 올빼미가 나에게 지시한 내용은 새로운 초능력을 찾아라 따위가 아니다.
다시 공부하라. 공부란 곧 책을 보면서 하는 일이니, 결국 다시 마도서를 펼쳐보라는 말!
마도서를 쓰다듬으며 오늘 저녁쯤, 혼자 남았을 때 마도서의 후반부 ‘화신의 힘’ 부분을 다시금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의 대화가 끝난 후, 우리는 자연스럽게 105호를 나와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대체 2층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
“우와! 엄청 화려해요!”
“눈이 그냥 싹 사라졌네. 천장도 생겼고.”
“저건 샹들리에야? 이건 크리스마스 트리?”
수리가 끝난 2층은 그야말로 5성급 호텔의 화려함 그 자체였다. 사방에는 번쩍이는 장식물과 아름다운 그림들로 가득 찼고, 벽만 있던 공간들이 모두 독립적인 방으로 변화했다. 특히 중앙에 생긴 거대한 홀 한가운데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장관 그 자체였다. 그 앞에서 모두의 발걸음이 쉬이 떼어지지 않았을 정도!
한참 주변을 돌아보던 우리는 2층의 신비한 특징과 새로운 변화들 몇 가지를 발견했다.
첫째, 번호가 없는 방들이 다수 생겨났다. 1층의 빈방은 모두 101~107호라는 번호가 붙어있었고, 저주, 휴식, 미션, 관문의 방 등의 역할이 있었다. 반면 2층의 방 중에선 번호가 없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물론, 201호부터 207호의 명칭이 붙은 방들도 생겨났다. 이런 새로운 방이나 중앙의 거대한 홀 때문에 2층의 면적은 1층의 두 배 이상인 듯했다.
둘째, 2층 바깥으로 나가는 정식 출입문이 생겼다. 물론, 이제 더 이상 스노 글로브 바깥 외부 세계로 나갈 수는 없으므로 2층 외부의 설원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다. 이제 설원으로 나갈 때마다 벽을 부술 필요는 없다.
셋째, 외부 세계에서 발견한 ‘신비의 장인’과 정체불명의 ‘소포’가 2층에 배치되었다.
또, 2층의 특징이라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아리의 축복 ‘비밀’이 다시금 활성화되었다.
“다들 이리 와봐! 2층에 도착하자마자 내 축복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어!”
“오! 비밀?”
“응. 지금 나타난 정보를 알려줄게. 2층의 숨겨진 NPC는 2명, 숨겨진 방은 2개야.”
“NPC 한 명과 방 하나는 이미 찾은 건가?”
“맞아. 신비의 장인, 부활의 방은 찾았어. 거기에 ‘거울의 방’ 또한 이름을 알아낸 상태라 이름이 축복에 뜨고 있어.”
아리가 그 말과 함께 어느새 2층 중앙에도 설치한 화이트보드 오른쪽 구석에 적었다.
숨겨진 NPC
1. 신비의 장인 : 깨어나고 있습니다.
2. ???
숨겨진 방
1. 부활의 방(!)
2. 거울의 방(?)
“깨어나고 있다? 그리고 방 옆에 !랑? 표시는 또 뭐야?”
“나는 그냥 보이는 대로 적은 거야. 아마 저 레고가 며칠 후에 잠에서 깨어나서 우리에게 말이라도 걸지 않을까? ! 은 그 표시에 집중하면 부활의 방 설명 나와. 이미 다들 아는 이야기야. ? 는 아직 방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야.”
“네 축복이 호텔의 비밀을 찾아내기 위한 축복이라고 했지? 어디 있는지 느껴져?”
“그냥 가만히 서 있으면 저절로 아는 방식은 아니고, 돌아다니다 보면 어렴풋이 위치를 알게 되는 식이야. 참, 부활의 방으로 가는 문은 크리스마스 트리 왼편에 생겼더라.”
“거울의 방과 또 다른 NPC를 찾기 위한 탐색도 해야 할 모양이네.”
누나가 살짝 끼었다.
“그 탐색은 다음에 하자. 보다시피 다들 꼴이 말이 아니네.”
“네. 그냥 언젠가 하자는 이야기에요. 어차피 휴식일도 내일이면 끝이긴 한데, 탐색은 그만둡시다.”
바깥 세계를 돌아보고 온 우리도 지쳤고, 안식의 향초에 기를 빨렸던 사람들도 여전히 수척함이 남아있었다. 이제 겨우 이틀 후에 저주의 방에 들어가야 한다. 새롭게 무슨 일을 벌이기보다는 체력을 회복해야 할 시기다.
대화하던 중, 갑자기 모두의 앞에 알림이 떴다.
[배송 중]“엣! 뭐야?”
“아, 다들 죄송합니다. 이 소포를 뜯으려고 하니까 갑자기 알림이 뜨네.”
외부 세계에서 발견했던 세 번째 성과.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위치인 스노 글로브 밑에 숨겨져 있던 물건은 다름 아닌 소포였다. 물론, 진짜 정체가 소포일 리는 없고 저 안의 무언가겠지.
그나저나 [배송 중]이라니 이게 말이 되냐? 곧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엘레나가 말했다.
“황당하지 않아요? 아니 배송 중이면 소포 자체가 도착하지 않아야 정상이지, 소포는 이미 와있는데 열리지 않게 해두고는 ‘배송 중’이라니 이게 뭐예요? 너무 성의 없다 진짜!”
아리가 피식거렸다.
“호텔 나름의 개그 아닐까! 난 좀 웃겼는데.”
오래된 존재들의 개그 센스는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굳이 지적하진 않았다.
“휴식일이 끝날 때 열리지 않을까요? 어쨌든 더 기다려봅시다. 예전에 황금알도 깨어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
내 말을 마지막으로 호텔에 침묵이 찾아왔다. 나는 마도서를 다시 연구해보고, 엘레나는 아직 숙련도가 부족할 불길한 상상을 더 연습하는 등 개개인 단위로 할만한 일이야 많이 있지만 함께 해야 할 일은 거의 끝났다.
보통 파티타임에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 다음에 무슨 방에 갈지 정하는 것과 탐색인데 이번엔 두 가지 모두 필요 없기 때문이다. 탐색은 힘들어서 그만두기로 했고, 다음에 갈 방도 이미 104호로 정한 상태니까.
이제 회의로 결정할 사항은 딱 하나 남았다.
‘부활’
티켓을 이번에 써야 할까? 쓴다면 누구에게 써야 할까?
자연스럽게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리저리 흩어지고, 점심 시간까지 혼자서 마도서나 연구해볼 생각에 2층 설원으로 나왔다.
— 퍽!
“아! 미로 너 진짜 또 – 미로일리가 없지. 은솔 누나?”
“미안! 멀리있어서 불러도 못 듣길래. 그나저나 지옥에서 미로가 너한테 눈을 던지기라도 했어?”
“하하하! 그랬죠.”
미로와 눈싸움을 하던 기억을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흉험하기 그지없는 호텔에서 보낸 가장 재미있었던 시간 중 하나가 아닐까? 다른 장소도 아니고, 무려 ‘지옥’에서 보낸 시간이 가장 재밌었다는 생각이 드는 내가 이상한 건지 호텔이 이상한 건지 모를 일이다.
“흐음….”
누나가 어딘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래, 미로는 어땠어?”
“… 다른 사람에겐 물어보셨나요?”
“물어보지 않았고 물어볼 생각도 없어. 딸하고 직장 동료에게 물어보는 게 의미나 있겠어? 물론, 한 가지는 확실히 하자.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살릴 생각은 없어. 다만 훗날 미로를 정신 차리게 만들 방법이 생기면 부활시킬만한 사람인지 물어보는 거야. 시간이 더 지나면 너도 까먹을 테니까 그 전에 이야기해보자.”
설원을 거닐며 미로의 지옥에서의 경험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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