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
1화 – 호텔에서의 첫날, 일행을 만나다.
1일차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넋이 나갔다.
꽤 돈을 많이 쓰는 여행 중인 만큼 나름대로 괜찮은 호텔이기도 했고 분명 그럭저럭 괜찮은 방이기도 했다.
즉 남자 한 명이 깔끔한 분위기에서 벽걸이 TV로 넷플릭스 영화 한편 보면서 여유롭게 잠들 정도의 방이다.
지금 내가 깨어난 방은 영화에서나 본 것 같은 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하고 화려 했다.
애초에 절대 1인용 방이 아니었다.
호텔의 방이라기엔 거대한 부유층의 저택에 들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벽에는 고풍스러운 그림들이 가득했고,
침대는 내가 움직이면서 모양을 망치는 게 미안 할 정도로 고급스러운 이불이 깔려 있다.
시간을 확인하려 핸드폰을 키자마자 또 당황했다. 전파가 잡히지 않는다는 표시가 보인다.
점점 혼란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고 침실 밖으로 나오는 순간, 거실의 디스플레이가 화려하게 점멸중인걸 보았다.
모험의 시작을 축하합니다!당신은 지혜의 축복을 얻었습니다.
당신은 다른 동료들은 알 수 없는 사실을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모험을 진행할 수록, 지혜의 축복 또한 새로운 가능성이 발생합니다.
축복이 활성화 됩니다.
오늘의 깜짝 이벤트 : 세상에 나쁜 동물은 없다.
이게 대체 뭘까. 점점 정신이 나갈 듯한 기분이 든다.
뒷목을 잡고 천장을 쳐다보는 순간, 시야 한편이 흔들렸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
이건 무슨 게임의 상태창이라도 되는 건가.
이쯤 돼서야 뭔가 말도 안 되는 일이 내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
거실 쪽으로 움직이자 무슨 영화에서나 봤던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식탁이 있었고, 식탁 위에는 식사라고 적혀 있는 버튼이 보였다.
누르면 음식이라도 나오는 건가? 고민하던 중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지는 걸 들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거대한 ‘방’에서 나가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가서 문을 벌컥 열었다.
문밖으로 나서서 프론트 쪽에 도착하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거대한 원숭이? 어딘가 이상하다. 2족 보행 중이고, 손에는 냉병기가 들려 있고다.
입안쪽은 이빨이라기보단 차라리 톱날 같은걸로 가득 차 있다. 이건, 그냥 원숭이 라기보다는 그냥 괴물이 아닌가.
네 명? 다섯 명 정도의 사람들이 위협 당하고 있다.
왼쪽 프론트 데스크 쪽에선 외국인이 섞여 있는 듯한 여자 2인조가 어찌할 바 모르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오른쪽 분재 나무 근처에선 아예 넋이 나간 사람 한 명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런 절망적인 분위기에서도 아직 희생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는 명확했다.
“터미네이터?….”
순간적으로 멍청한 말을 내뱉을 만큼 터미네이터가 아닌가 의심스러운 장대한 체구의 남성.
그는 의자 다리로 추정되는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며 싸우고 있었다.
체구만큼은 괴물 원숭이들보다도 더욱 컸고 몽둥이를 휘두를 때마다 괴물 원숭이들조차 힘에서 밀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픽픽 나가떨어졌다
나도 같이 넋이 나가서 멍하니 싸우는걸 보고 있던 와중, 원숭이 한 마리가 내 쪽을 주목하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모르겠다. 진짜로 대체 무슨 상황인지 1도 모르겠다.
천사든 악마든 뭐든지 간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제발 좀 알려 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하자, 갑자기 왠 문구가 허공에 떠올랐다.
[즉시 105호로 이동하세요.]105호. 내 방의 방번호다. 확인하는 즉시현자의 조언 옆의 숫자가 3에서 2로 바뀌었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았다. 정신없이 뛰어서 105호로 달리는 동안 뒤에서 알 수 없는 괴성과 요란하게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본다거나 하는 무의미한 행동을 하려는 충동을 꾹꾹 눌러 참으며 달리고 달린 후 105호의 방문을 여는 순간, 소리가 사라졌다.
그제야 멍하니 뒤를 돌아봤다.
방금 전까지 쫓아왔음이 분명한 괴물이 건너편에서 씩씩대면서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 다가오지 않고 뒤로 돌아서서 프론트로 돌아갔다.
이 방에 뭔가 있는 걸까? 괴물들은 이 방에 다가오지 못 하는 것 같다.
방 안으로 돌아와서 10초 정도 숨을 몰아쉬자, 그제야 아까 프론트에서 위기에 처해 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터미네이터 같은 남자가 잘 싸우는 것 같긴 했지만 어찌 됐든 한없이 싸울 수는 없을 것 아닌가! 뭐가 뭔지는 몰라도 사람을 살려야 한다.
이를 꽉 깨물고, 만약을 대비해서 엄청나게 비싸 보이는 은빛의 촛대를 집어 들었다.
휘두르면 무기 비슷한 역할은 해 주겠지.
사태가 이 지경인데 누가 촛대가 망가졌다고 배상 청구를 할 리는 없을 것 같다.
너무 무섭긴 했지만 여차하면 바로 돌아서서 105호로 돌아오면 된다.
프론트 쪽으로 달려가자, 아까의 상황은 보다 악화하여 있었다.
장수처럼 날뛰던 남자는 어딘가 다쳤는지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고 프론트 데스크 안쪽에 옹기종기 숨어 있던 여성 둘은 어디서 주운 조각 같은 걸 휘두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심 이미 죽었을까 걱정했던, 기절이라도 한 것 같던 분재 쪽의 여자는 다행히도 여전히 별일 없었다.
그 외에도 두 사람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이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괴물 중 한 마리는 저 터미네이터 같은 남자가 무슨 수라도 쓴 것인지 넘어져서 움직이지 못했다.
“105호쪽으로는 괴물이 오지 못합니다. 당장 제 쪽으로 와 주세요!”
미친 듯이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소리 지르자, 비로소 주변 사람들이 내 쪽을 쳐다 봤다. 조금씩 사람들이 내 쪽으로 달려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터미네이터가 사람들과 괴물 사이를 가로막았고, 괴물은 이미 한 마리를 쓰러트린 것으로 보이는 터미네이터를 의식하느라 덮치지 못했다.
저 남자는 이 잠깐 동안 대체 몇 명을 살린 것인가.
사실 내가 딱히 사람들을 부르지 않아도 이 남자가 어떻게든지 괴물 두 마리를 때려죽이지 않았을까.
물론 이미 몸 여기저기서 피가 흐르는 걸 보니 그 전에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기절한 것 같은 분재쪽의 여자도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이윽고, 모두가 105호 쪽으로 도망친 후 곧이어 나와 터미네이터도 105호 방향으로 향하자 아까처럼 괴물은 쳐다보기만 할 뿐 다가오지 않았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크게 숨을 몰아쉬며 문을 닫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걸까. 분명히 나를 제외하고도 남자 둘, 여자 세 명 정도가 방에 들어가는걸 봤는데.
이제 점점 이상한 일에도 익숙해져간다 생각할 때, 벽의 디스플레이가 점멸했다.
호텔 파이오니어에 모이신 고객분들 환영합니다!몇 가지 안내 사항이 있으니 참조해주세요. 안내 사항은 추가될 수 있으며, 호텔의 디스플레이에서 언제든지 다시 보실수 있습니다.
1. 호텔 파이오니어는 언제나 고객분들을 사랑합니다.
2.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으니 유념 바랍니다.
3. 호텔은 언제나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지켜드립니다. 다만, 식사는 함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물음표로 가득 찬 이 상황. 어떤 정보 비슷한 것이라도 제공해주는 것은 디스플레이의 안내문 말고는 없다.
태어난 이래 가장 큰 집중력을 발휘해서 문장들을 읽어나갔다.
‘프라이버시’. 설마 모두가 사라진 게 프라이버시 때문일까?
상식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음을 절절히 느꼈기 때문에 최대한 ‘비상식’ 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6명이나 한 방에 있는 상황에선 프라이버시가 지켜질 수는 없는 법.
문구대로라면, 105호에선 평소엔 모두가 따로 있다가 식사 시간에만 다 같이 만나는 것 같다.
[호텔에 대해 약간 이해했다.]상태창에서 바로 메시지가 뜨자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진짜였다. 멍하니 식탁이 있는 거대한 방으로 향했다.
시계가 보이고, 옆에 표에 식사 시간은 각 오전 7시, 12시, 오후 7시 시작해서 1시간 30분이라는 안내문도 보였다.
지금은 오전 10시 20분 정도였으니 일단 12시가 되면 어떻게든 되긴 되겠지.
너무나 혼란스러운 오전이다. 정말이지 너무나 지쳐서, 잠깐이라도 다시 눈을 붙이기 위해 침대에 가서 누웠다.
툭. 툭.
“잠깐 일어나주시겠어요?”
아. 그 잠깐 사이에 아예 잠들었구나.
화들짝 놀라서 눈을 뜨자 눈앞에는 아까 봤던 누님 한분이 있었다. 연령대는 30대 중반 정도일까?
장신인데다가 누가 봐도 ‘난 잘나가는 도시 여자’ 라고 주장하는 듯한 인상의 누님이다.
다만 어딘가 싸늘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말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 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은?”
“일단은 뭐, 설마 했지만 12시 딱 되자마자 무슨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방 여기저기서 솟아나서 두 사람 말고는 일단 식당쪽에 모였어요.
진철씨는 아까 싸우다가 다치셔서 일단은 어떻게 지혈은 하셨지만 누워계시고… 학생은 잠들어 있길래 깨워야 되나 했는데, 우리 서로 대화를 좀 해야 하지 않겠어요?”
“네. 뭐 모든 게 이상하지만 일단 좀 말을 해야 할 것 같네요.”
“따라오세요.”
돌아서서 함께 식당쪽으로 걸어가던 중, 갑자기 누님이 돌아섰다.
“아, 그리고… 아깐 고마웠어요. 난데없이 괴물 밥이라도 되나 했더니 불러줘서 용케 살았네. 나는 이은솔이라고 해요.”
“아닙니다. 터미… 아니 진철씨? 그분이 다 하셨죠.”
잠깐의 공치레 후에 이은솔 누님은 싱긋 웃고 다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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