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07)
206화 – 파티 타임 – 마지막 회의 (2), 104호 재 진입.
– 이은솔
과거, 공포의 저택에서 우리는 여러 차례의 시도를 반복하며 네 번째 시도까지 진행했었다. 당시 지하 시설로 다수의 일행이 떠나는 판단 착오로 인해 우리는 위기에 몰렸고, 결국 가인이가 최종 해결책으로 강림을 써야 했지.
가만 생각해보면 막상 강림한 가인이가 싸우는 광경을 본 사람은 우리 중에서 아무도 없다. 그저 모든 일이 끝난 후 가인이가 직접 설명해줬을 뿐. 그나마 하늘의 아들과 대화도 해봤고, 가인이의 설명도 나름대로 알아들었던 아리가 대답해줬다.
“나도 직접 싸우는 걸 본 적은 없어. 다만 싸운 상대가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그 강함을 짐작할 수 있지.”
“싸운 상대 말입니까?”
“102호의 죄수, 아니 죄수의 장자였다고 했었나? ‘태어나지 못한 자’는 산맥만큼 거대한 나방이었는데, 날갯짓 한 번에 별 전체를 테라포밍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거든.”
“그 정도면 완전히 신 그 자체로군요. 그런 존재와 1-1로 싸워서 죽였다는 말입니까?”
“엄밀히 말하면 나방이 되기 전 단계, 애벌레 단계에서 죽이긴 했지. 나방 상태보다야 많이 약하긴 했겠지만, 우리 수준에서 그 강약을 논하는 건 의미 없을 거야. 개미가 코끼리의 성장 단계를 논하는 격일 테니까.”
“어떤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반푼이 신 정도는 힘으로 이길 수 있을 만한 강함이라는 이야기군요. 확실히 그 정도라면 지금 이 파티 전체가 덤벼도 답이 없겠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동시에, 그 ‘강림’이라는 힘이 정말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심해의 호텔에서 죽어가던 우리에겐 그런 행운을 주지 않았나 아쉬울 정도군요….”
순간적으로 다들 말문을 잃고 김상현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가 위로하듯이 그의 등을 두어 번 두들기자 김상현은 곧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왜 이리 104호가 이상하다고 말했는지 이제 알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강림’이라는 힘의 가치는 유산 이상입니다. 좀 과장하면, 방 3개 프리패스권이나 다름없죠.”
방 3개 프리패스권.
과장된 표현 같으면서도 가만 생각하면 틀린 말이 아니다. ‘태어나지 못한 자’는 죄수의 자녀이며 하늘의 아들에게 패배할 당시엔 불완전한 애벌레 상태였다. 이 점을 고려하면 하늘의 아들이 죄수 그 자체를 어찌해볼 정도는 아니겠지.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저주의 방에서 우리가 죄수를 죽여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경우는 없었다. 죄수는 대체로 한걸음 떨어져서 관망하는 위치였다.
어차피 싸울 필요가 없는 죄수를 제외하면, 저주의 방에서 하늘의 아들을 막아낼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그 시점에서 방 해결을 위한 전술이나 전략을 세울 필요 자체가 없다. 시작하자마자 대적자에 돌격해도 3분 내로 해결하고도 남을 강함.
“원래도 신기하다 생각한 힘이긴 하지만, 상현 씨 말을 듣다 보니 더 신기하긴 하네. 대체 ‘주’는 무슨 수로 그런 힘을 가인이에게 내렸을까? 유산도 아닌 것 같은데.”
아리가 다른 관점에서 느낀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가 어떻게 그런 힘을 내렸지? 보다 훨씬 이상한 점은 따로 있어.”
“뭐가 가장 이상한데?”
“대체 왜 호텔이 그런 힘을 허락했는가가 가장 신기해. 상현이 말대로 방 3개 프리패스권. 사실상 호텔 내에선 유산 이상의 가치를 가진 능력이잖아? 우리는 그런 힘을 거저 얻었지.”
“공짜 점심은 없다…. 강림을 처음 얻었을 때 이런 알림이 가인이에게 떴다고 했었지.”
“그런 힘에는 반드시 대가가 있어야 해. 단지 그 대가를 아직 치르지 않았을 뿐이겠지.”
조용히 듣고 있던 할아버님이 다른 의견을 냈다.
“그 대가를 꼭 가인이가 전부 치르는 건 아닐지도 모르지.”
“예?”
“애초에 가인이나 우리가 ‘주’에게 그런 힘을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냐?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엄청난 힘을 주고서 대가를 논한다는 점이 불합리하게 느껴져서 하는 말이다. 물론, 어찌 됐든 그 힘으로 102호를 깨기도 했고 앞으로도 두 번 더 신세 질 테니 가인이 녀석이나 우리가 일정한 대가를 치르긴 하겠지.”
“하지만 우리가 ‘전부’ 치르진 않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딱히 더 할 말이 없는지 대답하지 않았지만, 이 가설은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애초에 강림을 얻은 직후에 가인이는 위대한 자들 사이에서 알 수 없는 ‘협상’이 있었다고 했다. 협상에 참여한 존재들은 누구였을까?
최소한 한쪽 테이블에는 ‘주’가 있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반대편에 있던 이들은 누구인가. 누가 주와 협상해서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가치의 초능력을 부여하는 거래를 했을까. 후원자? 부처님?
우리가 대가를 전부 치르는 게 아니라면, 나머지 분량의 대가는 누가 치렀을까?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래서 대화 주제를 바꾸기로 했다.
“강림의 대가와 관련한 이야기는 이쯤 하자. 근본적으로는 가인이 본인이 해결할 문제기도 하고, 애초에 우리끼리 말한다고 의미 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없는 주제니까.”
김상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의 주제였던 하늘의 아들에 대한 대응으로 돌아갑시다. 여러분의 반응을 보면서 두 가지 확신을 얻었습니다.”
“두 가지 확신?”
“첫째, 하늘의 아들과 싸우는 일은 무조건 피합시다. 절대 이길 수 없는 것 같군요.”
“모두가 동의할 거야.”
“둘째, 그래서 하늘의 아들과 싸울 필요도 없을 겁니다.”
“애초에 싸울 필요가 없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다수 있었는지 할아버지나 송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철이가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누님, 이제 이 호텔에 관해 알 만큼 알지 않았습니까? 갑자기 손짓 한 번에 지진을 일으키는 반신과 목숨 걸고 싸우라고 내보내는 건 호텔의 방식이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우릴 죽일 셈이면 그냥 죄수의 입 앞에 던져주면 그만이죠.”
“맞아.”
“그러니 가인이 녀석이 시작하자마자 강림해서 우리를 전부 쓸어버린다. 같은 시나리오를 호텔이 만들었을 리가 없습니다.”
“다만 방심하지 말자. 꼭 그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주가 어떻게든 가인이를 건드리긴 할 것 같아.”
“그 대응은 두 가지로 나눠서 합시다. 첫째, 지금처럼 회의의 주요 내용은 가인이에게 숨기는 것. 둘째, 모두가 가인이를 지켜보다가 ‘이상 행동’을 한다 싶으면 바로 기절시키든지 하죠.”
어차피 이 이상의 대응을 당장 짜내긴 힘들 것 같다. 결국 저주의 방은 일단 부딪히고 죽어가면서 해결법을 깨우칠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
듣고 있던 엘레나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우렐리아는 어떻게 하실 셈인가요? 하늘의 아들은 몰라도 아우렐리아는 어느 정도 ‘등장 조건’을 파악한 상태잖아요?”
“학교에 야단법석을 일으키기 시작하면 나서겠지. 이미 한번 경험해보기도 했으니까. 엘레나 너는 어떻게 생각해? 사실 첫 번째 시도에서 아우렐리아와 싸워본 건 너뿐이야.”
엘레나는 잠시 기억을 떠올리는 듯했다.
“수치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당시엔 제가 정의를 처음 썼고, 그 후로 여러 번 쓰면서 점점 강해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겠지. 다들 축복도 유산도 점점 강해지는 느낌이니까.”
“지금이라면 저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다른 분들이 도와주신다면 더 쉬울 테고.”
나도 모르게 속으로 감탄이 나왔다. 분명 104호에 처음 도전해서 아우렐리아와 마주쳤던 아리와 가인이는 아예 다가갈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초월적이라고 했고, 엘레나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고 패했다고 들었는데….
이젠 엘레나 입에서 자연스럽게 1-1로도 이길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구나. 물론 정의가 작동 중인 엘레나가 정말 강하긴 하지만, 우리가 꽤 성장하긴 성장한 것 같다.
… 나만 빼고.
그러고 보면 탐욕의 손은 어느새 활성화한 상태다. 이번 파티타임엔 너무 여러 가지 일이 겹쳐서 다들 휴식이 필요했기에 또 다른 부담을 주는 탐욕의 손을 쓸 타이밍을 잡지 못했지만, 다음 기회엔 꼭 써야겠다.
잡생각은 이쯤 하자. 슬슬 대략적인 역할을 배분할 시간이니까. 104호에 들어가기 전날 밤, 회의는 아주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7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X]
– 한가인
불안하다.
그간 여러 저주의 방과 다채로운 시련을 겪은 나! 이제는 슬슬 기묘한 일의 전문가가 아닐까? 하지만 이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채 저주의 방에 들어가는 일은 정말로 오랜만이다! 마치 호텔에서 처음 깨어나서 뭐가 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채 101호에 무작정 들어갔던 때와 같은 느낌이다.
불안감은 아침에 동료들과 대화할 때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까지 회의했다길래 대단히 많은 내용을 설명 들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설명이 끝나기까지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힌트의 해석은 좀 더 많은 정보를 모은 후에 다시 해보기로 했다, 아우렐리아는 예전처럼 엘레나가 마크하기로 했다.
진짜 딱 이 두 문장이 전부다. 전부 설명 듣는 데 10초 정도 걸렸다. 늦은 시간까지 회의한 결과가 진짜 이게 다라고?
물론 나도 바보는 아니므로 상황을 이해했다. 동료들은 내가 주에게 조종당할지 모른다고 의심 중이므로 계획을 숨기기로 한 것. 이해한다. 내가 이런 일로 새삼스레 섭섭해할 정도로 유치한 사람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불안함은 어쩔 수 없다.
다른 생각이나 해보자. 주가 나를 조종할지 모른다는 의심은 타당하다. 나부터가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까. 여기에 나 스스로 대응할 방법은 없을까?
‘조종’이라. 이번에 내가 깨달은 능력 역시도 ‘조종’하는 능력이지.
멀찍이서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인아! 아직 더 준비할 것 있어?”
“아닙니다. 지금 가요!”
들어가기 직전, 아리가 어딘가 의미심장한 말을 내게 전했다.
“가인아.”
“응?”
“들어가서 너무 놀라지 마.”
“뭐에 놀라지 말라는 거야?”
“아무튼 놀라지 마.”
가뜩이나 동료들의 계획도 모르는 채로 들어가서 불안한데, 이런 소리를 들으니까 더 불안하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7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 – 저주의 방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X]
딩 동 댕 동~!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다시금 호텔고의 교복을 입은 나 자신을 발견했다.
There have been many attempts to define what music is in terms of the specific att- 이 문장의 의미를 전후의 맥락을 통해 살피면 ——–
교실 앞쪽에서 들리는 ‘정겨운’ 소리에 저절로 탄성을 냈다가 눈총을 받으며 주변을 돌아봤다. 익숙한 동료들이 보인다.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리, 무려 교복을 입고 있는 엘레나, 어깨 위에 앵무새를 얹고 있는 송이.
아니, 어차피 호텔에서 제멋대로 설정하는 거긴 한데 학교에 앵무새를 데려오는 게 말이 되냐? 송이도 페로를 쓰다듬으며 어이없다는 듯 웃고 있다.
— 털컥!
요란한 소리가 난 쪽을 보자 덩치가 커진 승엽이가 일어나있었다. 승엽이의 손엔 손 망치가 들려 있었다.
… 손 망치?
“박승엽! 너, 수업 시간 중에 대체 무슨 요란을 -”
— 쿵!
나는 정신이 나가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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