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08)
207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Re (1)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7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 – 저주의 방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X]
– 한가인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지? 말 그대로 아찔한 기분으로 휘청거리며 조금 전 상황을 돌이켰다.
가뜩이나 엄격하기 짝이 없는 호텔고, 그 수업 시간 도중에 난데없이 승엽이가 일어서자 영어 선생님이 황당해하며 혼내려고 다가왔다. 그 순간, 승엽이는 허리춤에서 갑자기 손 망치를 꺼내서 마치 어퍼컷을 날리듯이 선생님의 턱을 후려갈겼다.
단 일격. 두 번째 공격은 필요 없었다. 학생이 망치로 자신을 내리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영어 선생님은 무방비하게 망치로 턱을 얻어맞은 후, 인형처럼 무너져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꺄아아아악!”
“으악! 쟤, 쟤 미쳤어!”
순식간에 교실은 비명과 함께 아비규환으로 물들고, 나는 너무나 당황해서 승엽이의 어깨를 붙잡고 –
— 휙!
내 머리를 향해 승엽이의 망치가 날아왔다!
이 자식 무슨 빙의라도 당했나? 주저앉으며 간신히 피하자 머리 위로 휙 하고 날아가는 소리까지 들렸다.
“이게 대체 무슨!”
“으아아악!”
… 승엽이 본인이 놀라서 비명 질렀다. 망치를 휘두른 본인이 더 놀라더니 황급히 사과했다.
“혀, 형! 죄송해요.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망치로 사람을 때리니까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벙 쪄 있었는데 누가 갑자기 어깨를 잡으니까….”
“반사적으로 휘둘렀다 이거지? 그건 됐어. 갑자기 교사를 후려친 건 뭐야? 계획이야?”
대답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놀라지 말라고 했잖아. 둘 다 긴장 풀어. 미리 세웠던 계획이야.”
교사는 망치로 턱을 얻어맞고 기절했고, 학생들은 비명 지르며 도망가는 혼돈의 도가니와 같은 분위기. 아리는 마치 혼자 다른 세상 사람이라도 되는 듯 나긋하게 대답했다.
엘레나는 어딘가 불편한 기색으로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아리의 느긋한 태도 덕에 진정한 후 생각해보니 금방 상황을 이해했다.
“승엽이를 시작부터 탈출시킬 생각이야?”
“맞아. 교사를 망치로 후려쳤으니 곧 경찰이 오겠지. 이미 밖에 나간 아이들이 교무실로 가는 소리가 들리네.”
“아니, 너무 빈틈이 많은 것 아니야?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처리하면 어쩌려고?”
첫 번째 시도에서 겪었던 일이다. 호텔고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구교사로 보내서 하늘의 딸이 세뇌하기 위한 장소. 따라서 구성원이 치는 애매한 사건·사고들은 자체적인 징계를 통해 세뇌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송이가 내려갔어.”
승엽이, 아리, 엘레나는 있는데 송이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대충 묻으려고 하면, 본인이 직접 억지로라도 신고하려는 모양이다.
“이제 간략하게라도 설명 좀 해줘.”
세 사람이 모두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내 편을 들어줄 것 같은 엘레나를 바라보자 그녀가 한숨 한번 쉬고 말했다.
“지금 가인 씨가 딱히 조종당하는 느낌은 아니지 않아요? 간략하게라도 설명해주지 않으면 계속 엇박자일 텐데.”
결국 아리가 현재 상황을 설명해줬다.
“별것 아니야. 최우선 목표는 ‘탈출’ 확보! 그 전엔 뭘 하지 않을 거야.”
“승엽이가 잡혀가는 걸 확인한 다음에 뭔가 하겠다?”
“맞아.”
“그 뭔가를 하는 장소는 보나 마나 구교사겠지?”
“… 너무 쉽게 읽네. 계획이 너무 뻔해서 숨기기도 어렵다. 맞아. 승엽이가 잡혀가면 다 같이 구교사로 쳐들어가는 계획. 어차피 그곳의 전력이 지금 우리에게 위협이 되겠어?”
확실히 구교사의 사교도들 따위는 지금의 우리에겐 문제 될 것 없다. 문제가 된다면 아우렐리아 정도겠지? 아우렐리아를 정의 킨 엘레나가 마크하는 사이에 나나 아리, 진철 형 등이 지원해주면 이제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헉, 허어억, 허어어억!”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 마음의 준비를 한 것과 별개로 망치로 사람을 내리친 게 상당한 충격이었나? 승엽이의 숨이 제법 거칠어졌다. 아리가 살짝 어깨를 툭 툭 치며 진정시키는 동안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시나리오 이해’ 역시 봉인이다. 마도서를 읽을 때 상태창의 필터 기능은 작동하길래 어쩌면 시나리오 이해도 작동할지 모른다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구나.
— 위이이잉! 위이이잉!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다행히 학교 내에서 덮고 넘어가는 일은 실패한 듯하다.
경찰이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쓰러져 있던 교사는 죽었고, 경찰들은 승엽이를 잡아갔다. 탈출을 확보했다는 생각에 모두의 긴장이 조금은 풀렸다. 대화창이 바삐 움직이며 이런저런 지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 필요가 있을까? 바로 저녁에 모두가 구교사로 침입하기로 했다. 다행히 그날은 승엽이가 친 사고 덕에 학교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호텔고 특유의 고난도 쪽지 시험 등의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
수업 및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나고 7시 무렵, 마침내 신호가 왔다.
이은솔 : 시작!
바로 구교사로 나서기 위해 기숙사 방에서 1층으로 내려왔다. 경비실에서 날 보자마자 경고를 보냈다.
“학생! 이미 시간이 늦었어. 야간 외출은 선생님께 허락받아야 하는 것 알지?”
저것 때문에 첫 번째 시도 때는 바깥에 나오는 것조차도 제법 요란스럽게 해야 했지. 물론, 그때는 들키지 않으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므로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구교사로 쳐들어간다는 계획 아닌가.
“학생? 그 책은 대체 무슨 – ”
경비의 몸을 빼앗아서 직접 열쇠를 꺼내서 잠긴 문을 열었다. 마침 경비실 내부엔 수갑도 있었기에 경비의 손을 스스로 묶은 후, 내 몸으로 돌아왔다.
“이게 대체 무슨? 무, 무슨 짓을!”
충격에 빠진 고함을 뒤로하며 밖으로 나섰다. 예전과 달리 너무나 쉽다. 첫 번째 시도 때와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곧 동료들과 합류했다. 아리는 기숙사의 자기 방에 방호복이 있었다고 말하며 챙겨입고 나타났다. 한데,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누나?”
“응?”
“우리끼리 출발하는 건가요?”
“맞아.”
“할아버지는요?”
모인 사람들 사이엔 묵성 할아버지가 없었다.
“할아버님에겐 다른 역할이 있어.”
조금 전 누나는 대화창을 써서 우리를 소환했다. 아직 할아버지가 그리 멀리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이해 가는 판단이다. 과거에 비해 크게 성장한 우리에게 사교도 군세 따위는 문제 될 것 없으며, 아우렐리아와의 전투에선 할아버지가 할만한 일이 크게 없다. 그래서 아예 따로 무언가 하는 모양이다. 그런 이유대로라면 누나가 따라오는 이유는 뭘까?
금방 알 수 있었다. 구교사로 다가가자 누나가 우리와 살짝 거리를 두며 단안 거조의 눈으로 사방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탐색 역할인 듯하다.
엘레나가 갑자기 멈추어 섰다.
“엘레나?”
“중요한 이야기에요. 우리, 아우렐리아와 대치하게 되면 그녀가 선공하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순간 무슨 말인가 당황한 나와 달리 일행은 짐작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부분도 어제 회의에 포함되어있었나?
“정의를 발동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까?”
“느낌이 애매하네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첫 번째 시도 당시 이미 아우렐리아와 사교도들이 우리에게 악행을 저지르긴 했지만….”
“지금 적들은 그때 일을 기억하지도 못하겠지. 이 부분이 불안하긴 했는데 진짜 문제가 됐네.”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첫 번째 시도 당시 우리는 호텔고를 탈출하려다가 사교 집단의 타격대에 공격당했다. 반면, 이번 시도에서 호텔고의 사교도나 아우렐리아는 우리에게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우리에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다수의 사람을 바꿔치기 중이지 않아요?”
엘레나는 내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어색하게 웃었다. 짐작이 가는 부분이 없진 않다. 이미 우리, 정확히는 나를 제외한 7인이 교사 살해의 공범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그 부분이 문제일 수 있다.
사실 이렇게 복잡한 이유를 따질 필요도 없다. 어차피 엘레나의 축복은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렸으니까. 요지는 엘레나 본인이 지금 상황을 어딘가 껄끄럽게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그 껄끄러움이 ‘아우렐리아의 선공’으로 풀린다는 걸까? 그다음부터는 우리의 정당방위? 애매모호한 기준이 아닐 수 없다.
— 쾅!
진철 형이 기세 좋게 구교사의 문짝을 걷어찼다.
*
“이게 무슨!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이곳이 어디인 줄 알고 -”
“뭐 대단한 장소긴 하냐?”
구교사로 사람이 간다는 연락을 미리 받지 못해서인지 인도자(하늘의 딸) 대신 다섯 정도의 사교도들만 있었다. 나머지 사람이 움직일 것도 없이 진철 형이 단박에 전부 눕혔다.
“아직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 힘 조절 중이니까.”
형이 엘레나에게 변명하듯 말하는 사이에 나는 휘장 뒤에 숨겨진 지하로 가는 문을 열었다.
“들어갑시다! 예전에 말씀드렸지만, 이 계단을 쭉 내려가면 믿기 힘든 규모의 지하 도시가 나와요.”
“허 참 신기하다. 저주의 방 시나리오는 모두 현실 어디엔가 실제 있었던 일의 변주라고 했지?”
“그렇죠.”
“그러면 세상 어딘가엔 학교 지하에 지하 도시를 건설하는 미친 사교도들이 있다는 이야기냐?”
“꼭 우리가 사는 현실은 아닐지도 모르잖아요?”
“그야 그렇겠지만…. 평행세계든 뭐든 이런 놈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네. 대체 무슨 수로 만든 거야?”
아리가 귀찮아하며 끊었다.
“대충 넘어가. 기도 한 번으로 사교도 수십을 부활시키던 것 기억 안 나? 그냥 기도로 만들었나보다 해. 주님, 부디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21세기엔 밥만으로는 모자라니까 부동산도 좀 주세요! 했겠지.”
계단을 내려가는 사이, 요란한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일행의 표정에 전운이 감돌았다. 방호복을 입은 아리가 우리의 정면에 섰다.
— 탕! 탕! 탕!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상대가 먼저 공격하게 만들어서 일종의 ‘정당방위’ 조건을 충족시키자고 했던 엘레나의 제안은 상대에 의해 저절로 이루어지는 듯하다. 들어오자마자 요란한 총탄 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
무언가 이상하다. 총탄은 단 한발도 우리를 향하지 않았다. 소리는 전부 공포탄에 의해 발생했을 뿐.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몰려든 수십 명의 사교도 타격대는 총구를 겨누기만 할 뿐 더 이상 사격하지 않았다.
타격대의 중앙에 길이 생겨난다. 자연스럽게 모두의 이목이 한 사람에게 몰려들었다. 다소 답답한 분위기의 지하 도시, 흡사 하늘의 빛이 그대로 깃든 강렬한 존재감의 여인이 나타났다.
“새롭게 선 자의 딸아. 네가 우리를 벌하려 나타났느냐?”
???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정면에 있던 아리가 무슨 소리냐는 듯 물었다.
“너는 좀 쉽게 쉽게 말하면 좋겠다. 새롭게 선 자는 누구야? 딸? 나 말하는 건 아니지?”
아우렐리아는 가당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며 아리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의 눈은 오직 엘레나를 향해 있다.
“아버지께서 말씀을 내리셨노라….”
천상의 빛이 지상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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