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09)
208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Re (2)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7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 – 저주의 방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X]
– 한가인
천상의 빛이 아우렐리아에게 깃들었다.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다. 먼저 덮쳐서 엘레나가 정의를 쓸 수 없게 되는 것보다 차라리 상대에게 선공을 양보하는 게 낫다. 최초의 일격을 받아낼 셈인지 방호복을 입은 아리가 다시 정면에 섰다. 아련하게 빛나는 아우렐리아는 다시 보아도 정말이지 신비한 존재였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저런 존재를 어찌 숭배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늘의 딸로서 선언하노라. 오늘 이 자리에서 그대들 중 그 누구도 죽지 않으리라.”
?
“또한, 이에 앞서 새롭게 선 자의 따님께 이치를 따지고자 한다. 오늘 이 순간, 정의의 천칭은 누구에게 기울어있는가?”
??
“나는 그대들을 해친 바 없다. 이 자리의 신도 중 그 누구도 그대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신들은 교사를 베고, 신도를 베어가며 이 자리에 도착했다. 묻겠다. 정말로 당신에게 정의가 있다고 생각하나?”
믿을 수 없는 충격에 숨이 멎어왔다. 당황한 엘레나의 답이 이어졌다.
“당신들이 이곳에서 사악한 의식을 벌이는 걸 모를 줄 아나요? 사람들을 바꿔치기하고 있잖아요!”
“바꿔치기한 것이 아니라 단지 구원했을 뿐. 설령, 그대 말대로 바꿔 쳤다고 치자. ‘원본’중 누가 죽기라도 했나? 다들 여기 잘 있지.”
“세뇌해서 사람을 납치했으니 -”
“터무니없는 곡해에 지나지 않으나 그대의 주장을 받아들겠다. 무지한 이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 설령 세뇌와 납치가 있었다 치자. 오늘 교사를 죽인 그대들은 진정 무고하다 할 수 있나? 죄인으로서 우리를 벌할 셈인가?”
순간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사교도들의 죄를 논하자 갑자기 너희는 죄가 없냐고 반박하다니? 전형적인 피장파장의 오류가 아닌가! 하지만 오류의 유형을 칭하는 단어가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곧 저 ‘논리적 오류’가 사람에게 무척 잘 먹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연 엘레나는 그 말에 당황하며 대답하지 못했다.
“물론 동료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있을 테고, 그 또한 일종의 대의라 할 수 있겠지. 그러므로 다시금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그대들 누구도 죽이지 않으리라.”
이 발언, 이 대화. 오해의 여지가 없이 명백하다. 아우렐리아는 ‘정의’의 메커니즘을 알고 있다! 우리에게 올바름이 있지 않음을 지적해서 정의의 발현 조건을 차단하고, 신의 이름을 걸고 우릴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하여 ‘정당방위’조차도 차단하려는 것.
당황스럽다. 죄수도 아니고 대적자, 기껏해야 호텔 내의 NPC인데 어떻게 ‘축복’의 원리를 꿰뚫고 있지? 심지어 정의의 원리는 하나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축복을 얻는 사람마다 매번 달라졌을 텐데? 아우렐리아는 단순히 정의의 축복을 알고 있는 정도를 넘어서 ‘엘레나의 정의’를 카운터치듯이 대응하고 있다.
침착하게 생각하자.
첫 번째 시도 당시, 아우렐리아는 ‘새롭게 선 자’니 하는 말 따위는 하지도 않았고, 지금처럼 정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카운터치려 시도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본래부터 알고 있는 정보가 아니라는 의미다. 누군가가 ‘두 번째 시도’가 되자 그녀에게 본래라면 알 수 없는 정보를 불어넣었다.
‘아버지께서 말씀을 내리셨노라….’
상황은 명백하다. 시나리오 내의 존재가 호텔의 시스템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주’라면 반대지.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 애초에 죄수들은 호텔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죄수가 축복에 대해 아는 것까지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정보를 대체 어떻게 아우렐리아에게 전달할 수 있지?
이상한 일이다. 죄수들이 이토록 자유롭게 날뛸 수 있다면 저주의 방은 결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짓이 가능했다면 다른 죄수들도 대적자에게 우리에 관한 정보를 첫 번째 시도부터 전했을 것이다.
왜 다른 죄수는 할 수 없는 일이 주에게만 가능한가? 어렴풋이 과거, 올빼미의 조언이 머리를 스쳤다.
‘주는 모두가 이득 볼 수 있는 판을 짰다.’
그 판이 바로 지금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원인인가?
… 일단은 고민을 멈추자.
이대로라면 정의가 봉인 당한 상태에서 아우렐리아만 천사로 변신해서 우릴 상대할 상황이다. 신의 이름을 걸고 죽이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 말은 거짓이 아니겠지만, ‘죽이지만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빛의 기둥이 내려왔다. 동시에 모두가 외쳤다.
“지금 덮쳐!”
우리는 예전과 같지 않다. 정의가 없다 해서 쓸 힘이 없는 게 아니다!
피부를 짓누르는 듯한 파동이 퍼져나간다. 백색의 섬광과 함께 전면에 있던 사교도가 총구를 뒤로 돌렸다. 방호복을 입은 소녀가 총탄을 BB탄 취급하며 달려들었다. 불길한 상상의 저편에서 태어난 악몽의 마수가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손에서 한 권의 책이 나타났다.
“저, 저는 은솔 양과 함께 후방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전투에 적합할 수는 없다. 김상현은 후방으로 움직였다.
*
전투가 시작한 후 찰나의 순간에 우리에게 총구를 겨눴던 사교도들이 전부 무너졌다. 별이나 팔찌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할 필요도 없었다. 엘레나의 옆에 나타난 기괴한 애벌레!
차마 꿈에 나올까 두려운 그 존재가 기묘한 노래를 부르는가 싶더니 3초도 지나지 않아서 광기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바닥에 쓰러진 수십의 군대를 바라보며 모두가, 심지어 우리조차도 경탄을 감추지 못하며 엘레나 쪽을 바라보았다. 물론 감탄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어차피 장비도 변변찮은 사교도 군세 따위는 걱정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아우렐리아가 손을 뻗자 타오르는 열선이 허공을 갈랐다. 동시에 아리가 뛰어들며 몸을 던져 열선을 몸으로 막아냈다!
그 순간 나타난 찰나의 빈틈, 재빨리 아우렐리아에게 접근해서 빙의를 시도하자 마치 머리를 수십 개의 바늘 뭉치로 찌르는 듯한 격통이 느껴졌다. 실패했나? 하늘의 힘을 쓰는 아우렐리아는 너무 격이 높은 상태라 빙의를 방어할 수 있는 건가?
하지만 효력이 없던 건 아니다! 아우렐리아도 나와 비슷한 현상을 겪었는지 순간적으로 몸 전체가 파르르 떨렸다. 그 틈을 노려 차진철이 별을 아우렐리아의 몸에 들이대자 그녀의 몸에 깃든 빛 전체가 흐릿해졌다.
“대체 너희는 누구지? 새롭게 선 자의 사도들이냐?”
아리가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미안한데 그게 누군지도 몰라.”
아까부터 말하는 ‘새롭게 선 자’라는 건 대체 누구지? 아우렐리아는 대답 대신 바닥의 콘크리트가 부서질 정도의 힘으로 땅을 박차더니 펀치로 아리를 방호복째로 날려버렸다. 합계 200kg에 육박할 무게인데도 흡사 탱탱볼처럼 가볍게 10m 이상 날아갔다.
하지만 이 정도로 방호복 내부의 사람은 죽지 않는다. 계속해서 공세를 이어가야 한다. 과연 날아갔던 아리도 별일 아니라는 듯 털고 일어났다.
잠깐 사이에 주변을 돌아봤다. 전투 시작과 동시에 별과 불길한 상상의 힘에 노출되어 무력화된 수많은 사교도.
… 이지를 잃고 쓰러진 평범한 인간이 초인들의 전투 여파를 견딜 수 있을 리 없다. 우리 중 누구도 사교도들을 목표로 공격하진 않았지만, 빗나간 공격이나 별이 내뿜는 파동의 여파만으로도 족히 수십의 사람들이 이미 고깃덩이가 되었다.
그 상황을 인지한 아우렐리아의 눈에서 분노가 서린다.
“감히! 내 너희를 -”
“죽이려고?”
“… 절대 죽이진 않겠다.”
다시금 광장에 불길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엘레나의 옆에 선 애벌레의 노래가 들려오자 아우렐리아의 미간이 급격히 찌푸려졌다. 저 노래는 아우렐리아만 타겟으로 삼을 수 있는 건가?
아무래도 좋다. 그 타이밍을 노려서 다시 한번 빙의 시도! 기다렸다는 듯 벽 쪽에 붙어있던 송이의 팔찌에서도 섬광이 번뜩였다.
“이 개새끼들이 감히!”
“자칭 신의 딸치고는 입이 험한 아가씨일세. 이거나 받으쇼!”
휘청거리는 아우렐리아의 뒤쪽에서 차진철이 별을 마치 주먹도끼처럼 써서 아우렐리아를 내려쳤다. 아우렐리아가 분노를 토해내며 자동차도 날려 보낼 위력의 펀치를 날리는 순간, 다시 한번 아리가 그 주먹을 방호복으로 받아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차진철은 다시 접근한 후 별로 아우렐리아를 후려쳤다. 전투가 시작한 이래 아우렐리아의 몸에서 떠나지 않았던 빛의 물결이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나와 엘레나, 송이가 각자의 능력으로 그녀를 묶고, 아리는 방호복으로 공격을 막아내고, 차진철이 별의 힘으로 결정타를 먹이는 형태의 전술이 통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강렬한 위화감을 느꼈다. 정의가 봉인당한 채 싸우는 만큼 훨씬 더 힘들고, 고통스럽고, 우리 중 과반은 죽는 전투가 되리라 생각했는데….
6인의 초인들이 필사의 전투를 벌이는 그 시점,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채 한 발 떨어져서 곰곰이 생각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은솔 : 이상한데? 왜 날지 않지?
김상현 : 본래는 비행도 가능했습니까?
대화창의 문구를 보자마자 모두의 표정이 동시에 의문으로 가득 찼다!
아까부터 느낀 위화감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다. 장소가 지하 도시라고는 해도 비행할만한 공간은 충분히 있다. 그런데 왜 아우렐리아는 하늘을 날 생각은 하지 않고 땅에서 우리와 드잡이중일까? 단순하게 그녀가 하늘로 날아오르기만 해도 우리 중 상당수는 전투력이 급감한다.
비행 능력의 부재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 번의 기도로 죽은 자를 살리고 정의를 발동한 엘레나를 힘으로 찍어누르던 그 강함은 어디로 갔는가?
전투가 시작한 지 고작해야 5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승기가 우리 쪽에 기울었다. 모두의 힘을 모은다면 이길 수는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5분 만에 이길 것 같진 않았다.
당황은 당황이고, 싸움은 싸움이다. 갑자기 물러설 수 없는 노릇!
다시 한번 빙의를 시도했다. 아우렐리아의 자세가 무너지자 이번엔 아리가 아예 온몸을 덮쳐서 그녀를 붙들고, 차진철은 아예 별을 그녀의 입에 집어넣으려 시도했다.
— 쾅!
마지막으로 숨겨둔 힘인가? 순간적으로 엄청난 거력을 낸 아우렐리아가 아리와 진철 형을 동시에 던져버리고 손끝으로 열선을 뿜었다. 나는 정신없이 바닥을 굴러야 했다. 잠깐 사이에 거리가 벌어졌다.
아우렐리아도 우리도 잠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우렐리아의 상태는 엉망이다. 몸 전체에서 내뿜던 빛은 처음에 비해 명백히 흐려졌고, 옷은 반 이상 찢어진데다가 그 찢어진 부위가 별에 의해 오염되어서 숫제 인간의 형상에서 벗어나기까지 했다.
도망칠 곳은 없다. 이 지하 도시에서 나갈 수 있는 통로는 우리가 등 뒤에 둔 상태니까! 아우렐리아의 표정에 절망이 깃든다. 그러나 이미 의문을 품기 시작한 우리 또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주’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아 버 지….”
“아버지? ‘주’를 말하는 거지? 대체 그놈은 어디서 뭘 하는 거냐?”
이미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걸까? 아우렐리아는 내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으며 절망 어린 숨결을 토해냈다.
“어째서 응답하지 않으시나이까…. 어째서 저를 버리시나이까….”
고통으로 가득 찬 아우렐리아의 비명이 지하 도시를 가득 메우는 순간, 지하에 가득한 사교도의 시체를 집어삼키며 허공에서 불꽃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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