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1)
20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6)
20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6)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7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2호(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현자의 조언 : 3]
배가 묶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우측 하단, 자그마한 틈새가 벌어져서 물이 스며들던 위치를 다시 살펴보았다.
밤새도록 폭풍우속에 방치된 것으로 인해 틈새가 좀 더 벌어졌다.
벌어진 틈새로 어제보다 훨씬 많은 물이 차올랐다.
“배 내부가 1/3은 물로 찼군요. 일단, 물부터 빼야 수리든 뭐든 가능하지 싶습니다. 펌프도 가져와서 다행이군요.”
그렇게 폭풍우 속의 펌프질이 시작됐다.
더럽게 힘들다.
물론, 배의 내부와 외부는 구분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물을 퍼낸 만큼 폭풍우가 물을 하염없이 다시 채운다거나 하는 시시포스식의 끔찍한 일이 벌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이미 배 내부를 채운 대량의 물을 퍼내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히 고역이다.
형이 따라온다는 것을 말린 걸 후회했다.
2시간 30분 정도 흘렀을까? 배 안쪽의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하자, 집사는 이런저런 도구를 들고 물이 스며드는 틈새에 붙어서 수리를 시작했다.
그 틈에 지친 몸으로 아무 데나 주저앉고 숨 좀 돌리다 보니, 집사가 일어섰다.
“집사님, 배는 다 고치신겁니까?”
“이 정도면… 된 것 같군요. 보기에 더 스며 들진 않습니다.
물론, 이렇게 물이 스며든 시점에서 사실 이 배는 이제 글렀습니다만,
나중에 해체 하더라도 일단 당장 하루 이틀 사이에 한 번만 버텨주면 외부로 나갈 수 있으니까 다행이지요.”
“그러면 오늘에라도 나갈 수 있습니까?”
“아무래도 무리지요. 이렇게 비바람이 거친 데 이런 죽기 직전의 배에 타서 나가려다간 호수에 고기밥만 잔뜩 주기 딱 좋습니다.
비바람이 한도 끝도 없이 몰아치진 않을 겁니다. 하루 이틀은 기다리셔야 할 듯합니다.”
배를 고친 것과 별개로, 탈출은 아무리 빨라도 하루 이틀은 더 필요한 것 같다.
배에 대해 아는 지식이 없으니 딱히 다른 의견을 낼 것도 없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사와 함께 집에 돌아오면서, 아까 대충 덮었던 이야기를 슬쩍 꺼냈다.
“아까… 아리와 관련해서는 일행으로서 제가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엘레나 양이나 은솔 누님이 그렇게 되신 후로는 진철 형의 흥분이 가라앉질 않더군요.”
“아닙니다. 사람이 하루 이틀 사이에 둘이나 죽었는데, 정신이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요.”
“아리가 순간적으로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네요.”
“아직 어린아이다 보니… 어릴 때 성당이 멀쩡하던 시절엔 신부님이 잘 돌봐주셨습니다만,
이후의 분쟁으로 성당도 무너지고 신부님도 떠난 후로는 항상 외로워하는 아이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 모르게 거친 면도 생긴 게 아닌지…”
순간적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도 13, 14 정도로 어려 보이는데, 더 어릴 때부터 여기 계속 살았다?
그러면 대체 초등학교는 어디서 다녔단 말인가. 아무리 봐도 이런 외진 곳에 무슨 학교가 있을 거라는 상상이 들지 않는다.
물론, 이런 ‘고증’을 따지기 시작하면 근처에 사람 사는 곳이라고는 저택밖에 없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외진 곳에 ‘성당’이 있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
새삼 따지진 않았다.
그런 것보다도… 짐작은 했지만, 은솔 누나가 준 두 키워드의 의미가 밝혀진 느낌이 든다.
메이드, 성당.
하나는 사람이고, 하나는 장소이니, 사람을 장소에 데려가는 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는데, 마침 어릴 때부터 성당에 다녔다고까지 하니…
일단 집에 가는 대로 핑계를 대서 아리를 성당에 데려가 봐야겠구나.
저택에 도착하자 분위기는 어느 정도 풀려 있었다.
적어도 형이 또 고함을 지르는 상태는 아니었고, 승엽이는 아리 주변을 참새처럼 쏘다니며
누가 손님이고 누가 고용인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열심히 돕고 있었으니까.
사실, 10대 초중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이가 무슨 저택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는 것인지 부터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람이 둘이나 죽은 흉흉한 분위기에서 누가 거창한 요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첫날의 계곡 캠핑 이후로 식사는 대부분 샌드위치 정도로 간단했고, 새삼스레 이걸 따지는 사람도 없었다.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고민했다.
무슨 핑계를 대서 아리를 성당에 데려갈 것인가. 결론은 금방 나왔다.
“아리야. 혹시 시간 있니?”
“승엽이가 열심히 도와줘서 저는 한가한 걸요! 도와 드릴 부분이 있나요?”
오전의 날카로웠던 모습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원래의 발랄한 대답이 나왔다.
“아, 별건 아니고, 집사님께 듣기로는 네가 어릴 때 성당을 열심히 다녔다고 들었어.
내가 성당쪽에서 몇 가지 찾을 물건이 있는데… 안내 좀 해 줄 수 있을까?”
“네! 언제쯤 출발할까요?”
“아무래도 기상 상태가 안 좋으니, 조금이라도 일찍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면, 곧 준비하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리와 함께 저택을 다시 나섰다.
새삼스레 돌아보고 감탄했다. 예쁜 사람은 뭘 입어도 예쁘다지만,
이 비범한 외모를 자랑하는 소녀는 얼굴만 빼고 전부 가리는 우비를 입었는데도 요정과 같았다.
이러니까 승엽이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건가…
한숨이 나오는 걸 참고 성당을 향해 걷다 보니, 아리가 어느샌가 멈춰있었다.
“혹시 다리가 아프니? 잠시 쉴까?”
“아니예요. 그냥…”
“그냥?”
“뭔가 살짝 머리가 맑아지고… 예전 생각이 났어요. 할아버지랑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기억. 정신 차리고 보니 저택에 정착했지만요.”
?
어릴 때 이사라도 많이 다닌 걸까?
나이에 맞지 않게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분위기가 기묘한 면이 있다. 아니면, 누나의 메시지대로 성당 쪽에 데려와서인가?
성당 내부로 들어간 후에도 즉각적인 어떤 변화가 보이진 않았다.
아리는 여전히 어딘가 신기한 듯한 표정으로 성당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다.
놔두면 뭔가 변화가 생기든지 하겠지. 딱히 바라본다고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아서,
우선 그 종이 있다는 곳으로 올라갔다.
성당 건물 상단의 종탑은 건물을 다 지은 후에야 증축이라도 한 것인지, 올라가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계단이라기보단 허접한 나무 사다리, 그것도 관리가 안 된 채로 비에 젖기까지 해서 심히 불안한 사다리를 타고 종탑에 도달했다.
신기하다.
성당이나 종탑의 상태로 보아 종이라고 누군가 관리를 했을 리가 없는데 종은 신기할 정도로 깨끗하다.
그리고… 이상한 문자들. 읽을 수 없는 문자열이 종 전체에 새겨져 있다.
이런 종은 본적이 없다.
분명히, 일반적인 종이 아니다. 은솔누나가 준 메시지에 종이라고 적혀 있기도 했지만, 그걸 떠나서 외형부터가 심상치 않은 종. 그다지 크진 않다.
잘은 모르겠지만, 종은 결국 치는 게 아닌가. 어떻게든 쳐보면 뭔가 알 수 있겠지.
주변을 뒤져서 다 삭아버린 연결고리를 대체할 끈을 대충 찾아서 욱여넣은 후, 어떻게든 종을 달았다.
근처의 쇠조각을 집어 들어 종을 가볍게 쳤다.
타아앙! 터어엉!
맑고 청량하다기보다는, 어딘가 쇳소리 같은 거친 음색.
종이 문제인지, 종을 친 내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 순간
날카로운 비명을 들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앗!”
정신없이 종탑에서 내려와 보니 아리가 머리를 붙잡은 채로 나뒹굴고 있다.
번쩍이는 깨달음이 뇌리를 스친다.
이게 정답이었나? 누나가 적은 성당, 메이드, 종 3단어는아리를 성당에 데려와서 종을 치라는 거였어?
누나는 이런걸 죽기 전에 어떻게 알았지?
갑자기 아리가 벌떡 일어선 채로 나를 쳐다 봤다.
여러 차례 봤던 인형 같은 이목구비에, 감홍색 눈동자.
그러나 이건 분명히 다른 사람이다.
조금은 차가운 표정. 찌르듯이 직시하는 눈길.
모습이 그대로인데, 약간의 동작과 인상만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바뀌었다.
“오빠는 그래도 여기까진 왔구나?”
무슨… 갑자기 말투가 너무 다르다.
마치, 아까 전에 진철형에게 외칠 때처럼 – 비웃는 듯한 말투.
“그런데 어쩌지? 진행이 너무 늦었어. 나는 이미 늦었어.그래도, 잘 들어봐. 찬송가는 부를 수 있으니까!”
“찬송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갑자기, 아리의 눈알이 뒤집어졌다.
허공으로 향한 비틀어진 입에서 끔찍한 악취가 깃든 검은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이 보인다.
아아- 깊은 구덩이를 보았도다.태어나지 않은 자의 울음을 들었도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선 너희를 아끼셨으면서,
가장 낮은 장소의 아이에겐 태어날 자리조차 주시지 않았구나.
아이가 올라오고 있다! 기어오르는 꿈틀거림이 보인다!
보이는구나! 네 눈엔 안 보이니?
충직한 손으로 둘을 바쳤으니, 이제 셋이 남았을 뿐.
모든 것이 균형을 찾으리라.
태어나지 않은 이가 태어난 이의 자리를 뺏을 시간이 멀지 않았다!
예언? 저주? 시? 아니면, 본인이 말한 대로 ‘찬송가’?
해석이 불분명한 기이한 말들을 토해낸 후, 아리는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별수 없이 업은 채로 저택을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대체 무슨 의미인가. 최대한… ‘오컬트’적인 느낌으로 해석해야 한다.
내용은 오컬트적인 부분에 문외한인 내가 듣기에도 악마적인 존재가 제물을 받아먹고 태어난다는 말로 들렸다.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태어나지 못한 자’
끔찍한 노래가 ‘찬송가’인 까닭은 아마 악마를 찬양하는 노래라는 의미겠지.
둘을 바쳤으니, 이건 엘레나와 은솔누나를 바쳤다는 것이라면…
의아한 부분은 ‘셋’이 남았다는 부분이다.
생존자는 나, 차진철, 유송이, 박승엽.
4명중 셋만 죽이면 된다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어떤 가설이 떠올랐다.
사실은, 엘레나가 죽었을 때부터 떠올렸던 생각.
당시엔 우선 묻어 주자는 누나의 견해대로 마음 한편에 치워뒀지만…
조금씩 근거가 모이는 것을 느낀다.
차근차근, 근거를 조합한다.
점점 – 명료해져감을 느낀다. 무엇이 우리를 위협하는가.
제물을 받아먹고 태어나려는 악마와 충직한 손.
많은 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단 한 가지 가장 중요한 것을 모르겠다.
그래서 어떻게 대처 해야 하는가.
저택에 도착한 후
3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슬슬 요번 에피소드도 클라이막스로 향해갑니다.
최근에 독자 분들이 많이 늘어나신게 느껴져서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연재하는것으로 보답드리겠습니다.
최근 에피소드의 진행이 다소 아리송한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에피소드 끝에서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