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10)
209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Re (3)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7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 – 저주의 방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X]
– 한가인
“신성한 태양이시여….”
불꽃을 바라본 아우렐리아의 표정에 환희가 깃들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신성한 태양’
이 방의 유산인가? 사교도가 일정 이상 죽으면 나타나는 물건 같다. 종교 집단이라면 교단이 존망에 처한 순간 구원을 위해 나타나는 성물의 전설이 있을 법하다.
첫 번째 시도 당시 아우렐리아를 빈사 상태로 만들었는데 도리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겼던 이유를 깨달았다. 성녀가 내 칼에 찔려 위기에 처하자 그 상황을 교단 멸망의 위기로 인지한 성물이 나타나서 주가 개입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
처음에는 마치 성냥불처럼 미약하던 불꽃이 마치 사방에서 빛을 끌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타올랐다. 찰나의 순간, 확장된 불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압도적인 기세를 발했다. 장내의 모든 이가 돌처럼 굳었다.
태양을 본다. 태양을 본다. 태양을 본다. 태양을 본다. 태양을 본다. 태양이 내게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뻗은 내 손이 태양을 붙잡았다.
아들아, 때가 왔느니라.
내 손에 들린 신성한 태양을 보았다. 아득한 하늘에 닿은 빛을 보았다. 조금 전만 해도 하늘을 볼 수 없는 지하 도시의 중간에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하늘에서 세상 전체를 비추는 등불을 보았다.
아들아, 어디를 보고 있느냐? 빛이 곧 네 손에 있노라. 고개 아프게 하늘을 볼 필요가 없다.
멍하니 시선을 지상으로 내렸다. 자그마한 태양이 나타남과 동시에 아우렐리아도 동료들도 모두 암석처럼 굳어 있었다.
모두가 굳었다? 아니다. 나는 그제야 모두가 굳은 것이 아니라 내가 불가해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대체 나에게 무슨 짓을….”
두려워 말라. 너 자신을 돌아보라.
마치 3인칭 시점이 되기라도 한 듯 하늘로 떠오르는 감각 속에서 –
나는 내 안으로 스며드는 주를 느꼈다.
[강림 : 2 -> 1]아우렐리아가 울부짖으며 내 앞으로 기어 왔다.
“아버지…. 아버지! 거기 계셨나요! 저를 버리시지 않았군요!”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서 절망이 씻기듯이 사라지고 아득한 숭배심과 승리감이 가득 찼다.
“내 충실한 딸, 아우렐리아야.”
“아버지!”
“이제 내게 단 한 걸음이 남았느니라.”
— 푹!
쭉 뻗은 손가락이 순식간에 아우렐리아의 목을 관통했다.
주는 이 방을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
느리다. 세상의 모든 변화가 한없이 느리다. 이것이 신이 보는 세상일까? 만물의 변화가 흡사 멈춰있는 듯하다.
물론 실제로 세상이 느려진 것이 아님을 안다. 내가 지나치게 빨라졌을 뿐이다. 몸의 통제권을 ‘주’에게 빼앗기고 주가 갑자기 아우렐리아의 목을 꿰뚫기까지 실제 시간상으로는 고작해야 5초 정도 흘렀다.
그러나 부유하는 내 정신은 이 순간에도 방울방울 튀는 피가 슬로우 모션처럼 서서히 흩날리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내 몸을 차지한 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려워 말라. 이 방의 해결이 다가왔노라. 아우렐리아를 죽이고 남은 교단의 잔당을 처리하면 이 방은 해결이다. 너는 유산, ‘신성한 태양’을 얻으리라. 미리 축하의 말을 전하마.”
‘아우렐리아의 처단과 교단의 소멸, 이게 이 방의 해결 조건이었습니까?’
“쉽지 않으냐? 본래 104호의 시나리오는 그리 까다롭지 않다. 단순하게 가자면 너희가 힘으로 직접 아우렐리아와 교도들을 처단하면 그만이다. 조금 머리를 쓰면 외부 세력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었지.”
‘아우렐리아가 위기에 처하면 저 성물이 나타나지 않습니까? 그래서 첫 시도가 실패했을 텐데요?’
“성물은 항상 이 지하 도시에 나타난다.”
지하 도시는 아우렐리아의 ‘본진’. 이 장소에서 아우렐리아는 결코 쓰러트릴 수 없다. 빈사가 되는 순간 교단의 성물이 나타나 모든 위기를 해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머리를 써서 교단 외부로 아우렐리아를 끌어내서 처치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법이었나?
동시에 이 모든 고민이 의미 없음을 알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방을 해결하는 것 자체가 주의 목표임이 드러났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할까’에 관한 고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너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대체 왜 방을 해결하려고 하는 거야?’
“아들아, 말을 겸손하게 가다듬거라. 내 너에게 무궁한 영광을 약속하였노라.”
더 이야기해줄 생각은 없는 듯했다. 침착하게 생각하자. 강림으로 인한 압도적인 의식의 가속은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여태 아우렐리아의 몸에서 나온 첫 번째 핏방울조차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 시간이 있다.
대체 이 자의 목적은 뭐지? 내 몸을 빼앗는 건가? 하지만 어떻게 가능하지? 방이 해결되면 죄수는 사라질 텐데? 무슨 수로 내 몸을 빼앗으려는 생각인지는 모르겠다. 내 부족한 지식으로는 방의 해결은 곧 죄수의 소멸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주의 계획을 이해하느라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행동해야 할 순간이다. 한 권의 책이 내 앞에 나타났다. ‘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
화신의 힘을 발현함과 동시에 의식이 떠올랐다. 주가 통제 중인 내 몸의 족쇄에서 벗어난 의식이 높은 장소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았다. 장내의 상황이 시야에 들어왔다. 내 몸을 통제 중인 주는 한 손으로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신성 태양’을 붙들고 다른 한 손으로 아우렐리아의 목을 꿰뚫은 상태였다.
…
실이 보였다. 화신의 힘, 정확히는 그 일부를 처음 터득했을 때 동료들은 이 힘이 마치 인형술을 닮았다고 했던가?
의식과 육신을 잇는 실을 본다. 영혼과 육체를 잇는 선을 본다. 지금 내 육신을 통제하는 것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실이었다. 하나의 실이 ‘신성 태양’이라는 교단의 성물로부터 튀어나와 내 몸에 닿아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마도서가 나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일러주는 듯한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마도서로부터 ‘검은 실’이 뻗었다. 칠흑같이 검은 실이 다시금 내 몸에 닿는 순간, 나는 내 몸에게 명령했다.
‘움직이지 마!’
지시와 함께 내 몸이 돌처럼 굳었다. 동시에 주가 통제하는 불꽃의 실이 꿈틀거렸다!
검은 실과 불꽃의 실이 마치 힘을 겨루듯이 충돌하는 그 순간, 내 몸 전체가 비틀거리더니 눈, 코 등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마도서의 힘을 빌린 나와 주의 통제력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내 몸에는 감당할 수 없는 부하가 걸렸다.
다음 순간, 주가 물러섰다. 어차피 바깥으로 나가면 부활할 수 있기에 죽음을 개의치 않는 나와 달리 주는 내 몸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 듯했다. 덕분에 나는 아무리 마도서의 힘을 빌렸다고는 하나, 고작해야 인간 마법사로서 신을 물러서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 상황이 혼란스러워서 내가 무슨 행동을 취해야 할지 모를 때, 적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적이 하려는 일을 방해하는 것만으로도 중간은 가기 마련이니까!
주가 내 몸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은 나에게 한 가지 방향성을 알려주었다.
나는 내 몸을 죽여야 한다.
나와 주의 모순된 명령이 내 몸을 정지시키고 3초 정도 흘렀다. 그 찰나의 시간, 목에 구멍이 뚫린 아우렐리아는 혼란으로 가득한 표정을 짓더니 정신없이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에 교도를 잃고 신에게 배신당한 그녀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모를 일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목에 구멍이 뚫렸는데 죽긴커녕 달리기까지 할 수 있는 걸 보아하니 아직 그녀에게 초월적인 힘의 잔재가 남아있는 듯했다. 그 잠깐 사이에 목에 뚫린 구멍은 심지어 막혀가고 있었다.
— 화르륵!
태양이 움직인다. 만상을 비추는 태양의 분노를 느꼈다. 어디에도 없는 태양이 육신에서 벗어난 마법사를 노려보았다.
“일을 귀찮게 만드는구나!”
‘어떤 식으로든 당신 뜻처럼 흘러가진 않을 겁니다.’
“오만하게 굴지 말라. 네가 얻은 사악한 깨달음이 온전히 네 재능이라 착각하지 말라!”
마치 흐릿한 구름처럼, 어렴풋한 깨달음이 스며든다. 나와 ‘주’가 하나의 몸을 공유했기 때문일까? 강림의 여파로 나와 ‘주’의 정신이 어설프게 섞였기 때문일까? 주가 숨겨왔던 수많은 비밀이 스며들었다.
주가 만든 판의 실체를 깨닫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금 내가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
마도서에서 또 하나의 실이 뻗었다. 쭉 뻗어간 실은 지하 도시 한 구석, 초인들의 전투가 시작되자 두려움을 느끼고 이은솔, 김상현과 함께 숨어있던 한 마리의 새를 향해 날아갔다.
— 삐이익!
*
페로의 몸에 들어오자마자 제일 먼저 누나의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으아앗~! 이게 무슨 -”
“당장 아리 쪽으로 가세요! 모두에게 전할 말이 있으니까!”
평소에 페로 몸으로 말하는 연습은 몇 번 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써먹는구나! 너무나 사람처럼 말하는 앵무새를 보고 잠시 당황하던 누나는 금방 내 지시에 따라 페로와 함께 중앙에 합류했다.
중앙의 상황은 대혼란 그 자체였다.
동료들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아우렐리아를 쓰러트렸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허공에 기이한 불꽃 형상의 신비한 물체가 나타났다. 동시에 한가인이 강림을 써서 황금의 빛을 내뿜으며 아우렐리아를 죽이는가 싶더니 가만히 멈췄고, 그 사이 아우렐리아가 도주했다.
여기까지의 상황만으로도 혼란스러운데, 그 모든 혼란을 불러일으킨 ‘강림 가인’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은 채 마네킹처럼 가만히 굳어 있는 상황이다. 상황 자체도 혼란스러운데 강림한 내가 내뿜는 필멸자를 복속시키는 압도적인 존재감은 그 혼란을 한층 더했고, 결국 동료들은 다들 넋이 나가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모두에게 지시를 내렸다.
“삐이익! 주목!”
모두의 시선이 페로에게 몰려들었다.
“당장 한가인을 죽여!!!”
내 지시는 혼란을 가라앉히기보다 혼란을 더욱 가중한 듯했다.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던 아리가 물었다.
“페로에게 빙의했어? 그러면 네 원래 몸은…. 지금, 강림을 썼지? 주가 무슨 수작-”
“맞아! 설명할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내가 저 몸을 멈춰놓을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
일행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모두가 두려워했던 상황, ‘강림 가인’과의 충돌이 실현되고 말았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나는 동료들과 다른 압박감을 느꼈다. 주가 짠 판을 어렴풋이 이해했는데도 그 판을 어떻게 깨트려야 할지 모르겠다. 차라리 우리가 무언가 실수해서 이 상황이 되었다면, 어떻게든 탈출한 후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이 방에 들어온 이래 우리는 실수하지 않았다.
실수가 있었다면 이 방에 다시 들어온 것 자체가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형언할 수 없는 위기감이 내 정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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