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2)
21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7)
21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7)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7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2호(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현자의 조언 : 3]
성당을 다녀온 후, 기절한 듯 잠든 아리를 방 하나에 눕혀뒀다.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
두 사람의 죽음, 기괴한 현상으로 가득 찬 저택, 비밀이 많은 소녀
제물을 받아먹으며 부활해가는 악마.
대체 어떻게 해야 탈출할 수 있을까?
복잡할 수록 단순하게 가야 한다.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므로.
확실한 탈출수단 하나는 이미 확인되지 않았는가?
우선은 배에 집중하자. 마음을 정리했다.
저녁 식사 때 4명 다 같이 모여서 날씨가 조금이라도 풀리면 즉시 배를 타고 나가자고 말해야겠다.
설사 호수가 조금 험하더라도, 이 저택에 있는 것보단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고 배를 타고 호수를 뚫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리고… 한 가지, 걱정되는 요소. 그 부분은 진철 형이라면 충분히 억누를 수 있으리라.
1시간 후, 내 구상은 가장 끔찍한 형태로 무너졌다.
“쿨럭… 케에엑… 끄허어어억…”
형의 입에서 핏덩이가 튀어나오며 고통에 가득 찬 소리가 저택을 가득 채웠다.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사람이 죽어 가는 장면.
호텔에 도착한 2일차 오전부터 3일차 저녁까지.
불과 이틀 만에 세 번째. 사람의 입에서 피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다 같이 모여서 탈출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내가 가만히 서서 계획의 내용을 떠올리는 동안, 승엽이는 집사에게 부탁해서 가벼운 요식거리를 준비했고,
송이는 맥주과 음료수를 준비했고, 형은 그 둘에게 수상쩍은 무언가가 접근이라도 하는지 눈을 부리부리하게 치켜뜨고 있었다.
그렇게 간단히 준비된 상에 앉아서 계획을 말하기 전에 간식이나 한입 먹자, 1분 만에 형만 나뒹굴고 만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
음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건 진작부터 고민 했던 부분.
최소한 다 같이 음식을 동시에 먹고 죽는 건 피해야 했다.
따라서, 간이 이상하다는 핑계로 요식거리는 집사가 먼저 먹게 했다.
음료는 핑계를 짜내기도 전에 승엽이가 벌컥거렸다.
둘 다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왜 형만 이렇게 된 것인가.
이제는 점점 익숙해져 가는 죽음의 풍경.
새삼스럽게, 송이는 또 운다던가 승엽이는 덜덜 떤다던가 하는 건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 해도… 최소한 손이라도 붙들어 주고 싶다.
조용히 걸어가서 바닥을 뒹구는 형의 손을 붙들었다.
덜덜 떨리는 눈동자가 나에게 향한다.
“가인아… 크허억 가인아… 내가 좀 더 도와줘야 하는 건데…”
나는, 앞의 두 사람에겐 해 줄 수 없었던 위로를 해주기로 했다.
“형. 우리, 나가서 봐요.”
“아.. 흐흐… 그러네. 별일도 아니구만. 나가서 보자 가인아.”
그렇게 우리 일행의 무력의 9할이 허무하게 사라졌다.
저택의 창가에 서서 밤하늘을 바라본다. 늦은 시간까지도 몰아치는 폭풍우.
그사이에서조차 스산하게 빛나는 달빛이 커튼을 스쳐서 방구석구석을 메웠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나마 이런저런 계획을 나눠볼 만한 사람도, 든든한 무력도 사라졌다.
나 빼고 남은 사람이라곤 이틀 내내 울다가 눈물조차 말라비틀어진 소녀 한 명
현실 도피 심리로 모든 것에 눈을 감고 사랑을 향해 달리는 소년 한명뿐이다.
무력이 사라진 지금, 배를 타고 탈출하려는 시도는 현명한 것인가.
솔직히 내가 위험을 억누를 자신이 없다. 복잡한 생각으로 밤을 지새우던 중 발소리를 들었다.
설마 내게도?
주저 없이 은제 단검을 집어 들고 문 옆에 섰다.
내가 예상하는 그 사람이라면… 내 쪽에서 먼저 찌르면 어떻게든 될지 모른다.
들어온 사람은 내 예상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아리야? 시간이 늦었는데… 아니 그보다도, 깨어난 거니?”
“아니. 아리는 자고 있어. 그래서 ‘내’가 널 만나러 올 수 있는 거지.”
순간적으로 숨이 멎었다.
이건 우리가 첫날부터 봐 왔던 아리가 아니다. 어제 성당에서 봤던 ‘다른 아리’.
성당이라는 특수한 장소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게 아니었나?
아니라면, 성당은 단순히 ‘다른 아리’의 봉인을 푼 장소 비슷한 건가?
“넌 대체…”
“카드놀이, 한판 하지 않을래?”
무슨 이야기일까.
“이 시간에? 조금 더 설명해줬으면 좋겠는데?”
“그 설명을 위해서 카드놀이하자는 거지”
‘다른 아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반말을 했고 그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조용히 침대 위에 같이 앉아서 간단한 룰 설명을 들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난 ‘공격 카드’를 사용해서 아리의 ‘방어 카드’를 파괴하거나, 아리 본인의 체력을 깎는다.
아리는 ‘방어카드’로 버티면서 ‘제물’ 카드를 뽑을 때마다 제물 카드를 소멸시킨다.
이 과정에서 아리가 총 8장의 제물 카드 중 6장을 소멸시키면 승리, 내가 그 전에 아리의 체력을 0으로 만들면 이기는 룰이었다.
패가 여러 차례 돌았다.
나는 반복해서 아리의 체력을 깎고, 아리의 방어카드를 파괴하는 등 어떻게든 아리를 쓰러트리려 했다.
쉽지 않았다. 아리는 계속 막고, 버티며 어떻게든 6장의 제물카드를 뽑아서 소멸시켰고, 계속 이겼다.
한판을 졌고, 다음 판도 졌고, 그다음판도 졌다. 5연패쯤 쌓이고서야 생각했다.
이거, 솔직히 룰 자체가 아리 쪽에 너무 유리한 것 아닌가.
“내가 너무 유리한 것 같아?”
마음을 읽은 듯한 타이밍에 당황했다.
“아니.. 그, 그렇다기보다는 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아닐까?.”
“둘 다야. 네가 익숙하지 않기도 하지만 원래 나한테 유리한 것도 맞아.”
태연하게, 특이한 카드 게임을 시작한 소녀는 이 게임은 원래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걸까?
“너는 이 게임에 익숙하지도 않고, 심지어 룰도 불리하기까지 하지. 어떻게 해야 할까?”
“뭐, 더 열심히 머리를 굴리면 되나?”
“상대도 머리를 굴릴 텐데?”
모르겠다. 말문이 막혔다.
“전략을 바꿔보는 게 어때?”
“전략을 바꾼다?”
“애초에 이건 네가 지금 실력으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라는 거지.”
이제 – 이 소녀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전략을 바꿔본다고 해 봐야… 이제 사실상 나밖에 없어.
지면 모두가 죽는데, 어떻게 이길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
“왜 지면 죽는다고 생각해? 비기기만 해도 살 수 있는데.”
“무슨 말하는지는 알겠는데, 나도 그 비기기만 하려고 했어. 도망만 가려고 한 건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지. 배가-”
“배에 집착하지 마. 카드 게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봐.
네가 이기려면, 어떻게든 내 체력을 다 깎아야겠지.
그런데 비기려면 더 쉬운 방법이 있잖아?”
더 쉬운 방법.
그제야, 나는 그녀가 전달하려는 뜻을 이해했다.
“한판 만 더 하자”
마지막 판에서, 나는 그녀의 체력을 깎는 걸 포기했다. 그녀의 방어카드를 파괴하는 것도 포기했다.
나는 아리의 ‘제물카드’를 파괴했다.
아리의 승리 조건은 총 8장의 제물 카드 중 6장을 ‘직접’ 소멸시키는 것.
이걸 막기 위해서는 굳이 아리를 쓰러트릴 필요가 없었다.
그저,아리가 제물을 소멸시키기 전에 내가 제물 카드를 3장 이상 파괴하면 그만이다.
마지막 판이 끝나고 아리는 처음으로 살짝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또 하나의 탈출방법을 깨달았다.
현재 위치 : 계층 1, 102호(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
현자의 조언 : 3]
저택에 도착한지 4일차 오전.
아침에 일어나자, 드디어 빗줄기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씻고 형이나 누나를 부르려다가, 문득 깨달았다.
부를 사람이 없구나. 승엽이나 송이를 부르는 건 솔직히 의미가 없다.
이제부터는, 나 혼자 진행할 각오를 해야 한다.
바깥으로 나서자 항상 아침에 정원을 정리한다는 집사가 보였다.
“아직 이른 시간입니다만… 일찍 일어나셨군요?”
“이제야 비가 좀 약해지는 느낌이라서요. 이제야 슬슬 나갈 길이 보이는 건가 싶네요.”
“빗줄이 약해지는 건 참 다행입니다. 다만, 비가 약해졌다고 이미 올라간 호수 수위가 내려가진 않습니다.
배를 타려면 하루 이틀은 기다려야 할 겁니다.”
“배야 그렇긴 합니다만… 혹시 산쪽으로는 나갈 만한 경로가 없나요?
이 정도 비라면, 우비를 입고 산을 한번 올라볼 만 한 것 같은데…”
“으음, 맑은 날씨였다면야, 산을 넘어가는 길도 물론 있지요.
다만, 어제까지 폭풍우가 몰아친 터라… 산세가 훨씬 험해졌을 테니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비 속에서 등산하는 건 지나치게 위험한 일입니다.”
“당연히 수중 등산이 위험하기야 하지만 솔직히 이 저택이 더 위험한 것 같네요.”
“부정할 수 없음이 슬프군요. 그렇다면, 산쪽에 탈출할 만한 길이 있는지 살펴보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저랑 집사님 둘이서 한번 보고 오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곧 준비하겠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채비를 마치고 오도록 하지요.”
비가 약해진 틈을 타서 집사와 내가 호수가 아닌 산 쪽의 탈출 경로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방에서 옷차림을 최대한 등산에 적합하게 차려입고, 옷 안쪽에 두터운 수건을 몇 장 끼워 넣었다.
그리고
은제 단검을 상의 안쪽에 밀어 넣은 채로 저택을 나섰다.
나는 오늘,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