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22)
221화 – 휴식 – Hell’s Hotel Kitchen (3) Fin
– 이은솔
꿀꺽! 침을 꾹 삼키며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가인이의 그릇을 노려보았다. 내 심상치 않은 반응을 느낀 가인이가 당황하며 말했다.
“누나! 아니, 셰프. 안에 뭔가가 살아있어서 접시가 흔들린 게 아니에요. 방금 내려놓다가 제 손하고 부딪힌 겁니다.”
… 그 말은 사실인지 가인이가 손을 떼자 더 이상 접시가 흔들리진 않았다.
“셰프, 그냥 돼지 목살구이하고 죽이에요. 고기는 고추냉이, 소금 등에 찍어 드시면 됩니다.”
“죽?”
“밥솥이 없어서….”
아무래도 전기밥솥 없이 밥 하는 방법을 모르는 모양이다. 나도 모르니까 그건 괜찮아. 돼지 목살구이라면 그냥 고기 썰어서 굽기만 하면 되니까 안전하지 않을까?
딱히 이상한 요리가 나올만한 무언가가 없다. 되려 너무 쉬운 선택을 고른 게 아닌가 싶었지만, 관점에 따라선 현명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지.
접시 뚜껑을 열자 가인이가 말한 것 그대로가 나왔다. 평범하게 돼지고기 목살구이와 약간의 죽, 기름 소금과 고추냉이 등이 눈에 들어왔다.
…
하지만 난 속지 않는다. 아까 전 가인이가 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고!
‘이거 내가 먹을 필요는 없는 거지? 다행이네.’
순서대로 죽과 고기를 조금씩 먹었다. 죽은 조금 밍밍한 맛이긴 했지만, 죽만 먹는 게 아니므로 큰 문제는 없었다. 고기 역시 나름대로 고르게 잘 구운 편이었다. 난이도가 쉬운 요리를 한 만큼 평범한 수준은 되는 접시가 나온 느낌이다. 이 정도면 무난하게 7점 정도는 가능하겠지?
‘저는 7개월 전, 호텔의 농장에서 태어났답니다.’
?
‘
걱정하지 마세요! 제 삶은 행복했으니까요. 낮에는 푸르른 도토리나무 숲을 돌아다니고 – ’
“… 지금 내 귀에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가인이는 내 말이 안 들린다는 듯 뒤로 돌아섰다.
‘저녁에는 농장 친구들과 내일은 무얼 하며 놀까 떠들며 하루가 가는 줄 몰랐답니다.’
“아 진짜! 야 상인! 이거 뭔데?”
“호텔 특산물! ‘유언을 남긴 돼지’입니다. 어떻습니까? 모름지기 파인 다이닝이라 하면 모든 음식에 철학과 스토리가 담겨야 하는 법입니다. 방금 드신 돼지고기에는 -”
“진짜 미친 소리 좀 제발 그만해! 난 돼지의 일생을 알고 싶지 않다고!”
“도토리나무 숲을 활기차게 뛰어놀던 착한 돼지, 피요의 유언이 담겨 있지요.”
이후 15분 동안 피요는 농장에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았고, ‘맛있게 먹히는 순간’을 고대했는지 즐겁게 떠들었다.
한참 동안 피요가 조용해지기만 기다렸다.
“가인아. 꼭 이런 걸 줘야 했어?”
“그, 요리할 때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거든요. 다 굽고 접시에 올리니까 그제야 ‘감사합니다. 요리사님!’ 하길래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껴서….”
“그러면 그냥 죽만 올렸어야지!”
“…”
멍한 기분으로 돼지고기를 마저 먹었다. 피요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흔적은 상당히 맛있었다.
“돼지고기와 죽은 먹을만했어. 마지막 피요의 유언이 너무 깨서 1점 줄게.”
“으악!”
“0점으로 바꿔줘?”
“아닙니다….”
다음으로 진철이가 가져온 요리는 본인이 제일 좋아하던 제육볶음이었다. 평소에도 거의 매일 먹길래 좋아하는 줄은 알았는데 자주 해 먹기도 했나 보다. 솜씨가 괜찮았다.
“7점 줄게. 요리 자체는 잘 만들었는데 내 기준으론 조금 맵네.”
“아~! 누님 1점만 더 주시지.”
“안돼. 지금까지 제일 괜찮은 요리 두 개가 해물탕이랑 비프스튜였어. 해물탕이 8점이라 그거보다 높게는 못 줘.”
다음으로 상현 씨가 접시를 가져왔다.
축복, ‘성실’도 그렇고 왠지 뭘 해도 잘할 것 같은 멤버이기 때문일까? 모두가 약간 기대를 담아서 상현 씨를 바라보았다. 상현 씨는 그 분위기를 느꼈는지 약간 당황한 듯 말했다.
“제가 요리는 그리 많이 해보질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자신 있는 요리이긴 합니다만….”
겸손한 말과 달리 접시에 담긴 스테이크와 가니시의 비주얼은 제법 그럴듯했다. 먹기 전에 고기를 썰자마자 이미 감탄이 나왔다!
겉은 바삭한 크러스트가 형성되어있고, 안쪽은 분홍빛에 육즙이 흘러나오는 딱 알맞은 굽기의 스테이크가 보기 좋았다. 찍어 먹는 소스의 색깔도 익숙했다.
“레드 와인 소스야?”
“레드 와인과 설탕, 오일을 섞어서 졸였습니다. 대단한 레시피는 아니지만, 호텔 포도주의 품질이 아주 좋더군요.”
그 정도만으로 아주 맛있었다. 오늘 먹었던 요리 중 유산의 힘을 쓴 아리의 비프스튜를 제외하면 가장 훌륭한 식사를 즐겼다. 식사가 끝난 후, 나는 상현 씨에게 9점을 줬다.
“상현 씨랑 아리가 결승전 하자.”
“누나?”
어디선가 소년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리 너 이번엔 유산 쓰지 마! 비프스튜 완성도 보니까 유산 쓰지 않아도 요리 잘할 것 같던데, 이번엔 좀 실력으로 해.”
“그렇게 할게. 그런데 은솔아, 아니 은솔 셰프님. 아직 접시가 하나 남았는데요.”
“10분만 쉬었다가 결승전 시자악~!”
옆에 있던 상인이 내 어깨를 짚었다.
“셰프님. 공정한 심사를 해주셔야지요. 아직 접시가 하나 남지 않았습니까.”
— 덜컥! 덜컥!
“…”
저건 진짜다.
— 덜컥!
가인이처럼 손과 접시가 부딪쳐서 나오는 그런 진동이 아니야.
— 키에엑!
“방, 방금 저 소리 들었어? 요리 접시에서 무슨 저런 소리가 나? 저거 요리 아니잖아!”
승엽이가 말없이 접시를 내 앞에 올렸다.
“누나.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아무리 애써도 죽질 않아서 그냥 담았어요.”
“GET OUT OF HERE!”
“예?”
“당장 이거 들고 나가지 못해!”
상인이 킥킥거리며 접시 뚜껑을 연 순간, 내 앞에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닭이 춤추기 시작했다.
— 키요오오옥! 꼬로록 꾹꾹!
“… 이걸 먹으라고?”
“그럼요. 셰프, 공정한 심사를 부탁드리지 않았습니까. 조금 싱싱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손질이 끝난 닭이군요.”
“손질이 끝나?”
“머리와 몸통, 다리가 구분된 상태에 익히기까지 했네요.”
“털이 그대로 붙어있고 무엇보다 여전히 살아있는데?”
“호텔 특산물! ‘생존왕 치킨 그릴스’입니다. 이 닭이 몸에 또 그렇게 좋습니다. 이 엄청난 생명력! 보이십니까?”
나는 말없이 닭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승엽이가 대충 구운 듯한 부위를 칼로 떼어내고 꿈틀거리는 살점 – 이걸 보고 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가 호텔에 와서 비위가 엄청나게 강해졌음을 증명한다. – 을 천천히 붙였다.
곧, 아직 살아있는 살점끼리 붙은 닭의 몸이 ‘재생’하더니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접시에서 날아서 접시에서 뛰쳐나갔다.
— 푸드덕!
“…”
“…”
“…”
“자! 상인, 요리라는 건 본래 접시에 있어야 요리인 법이야. 조금 전에 닭이 살아났지? 이제 이 접시엔 요리가 없어.”
상인이 잠시 말문을 잃었다.
“호텔 닭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요….”
“너도 그런 표정을 지을 때가 있구나. 자! 3라운드 같은 건 집어치워. 승엽이가 탈락이야!”
즉시 상인이 내 말에 반박했다.
“헛!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회의 과정은 모두 정해져 있으며 -”
“닥쳐! 그냥 나한테 이런 끔찍한 음식을 한 접시라도 더 먹이려는 수작인 걸 모를 줄 알아?”
“하지만 -”
“내 말 좀 들어봐. 억지 쓰는 게 아니야. 난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접시 위에 요리가 아예 없지?”
“그건 셰프님이 요리를 부활시켰기 때문입니다.”
“… 살다 살다 요리를 부활시켰다는 표현을 들을 줄은 몰랐네. 하여튼, 닭이 살아나서 접시 위에 음식이 없어졌지?”
“그렇다 칩시다.”
“그러니까 승엽이는 시간 내에 요리를 완성하지 못한 셈이야. 말하자면 결격 사유지. 그러니까 탈락!”
“당사자의 의견도 들어보는 게 어떻습니까?”
승엽이가 어딘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려던 차, 나는 한평생 쌓아온 내 모든 힘과 존재감을 눈에 집중했다.
“누나! 아무리 그래도….”
지이이잉!
“아무리 그래도….”
위이이잉! 내 눈에서 빔이 나간다! 빔이 나간다!
“… 제가 탈락한 셈 칠게요.”
그 사이, 이 인간들이 대체 무슨 미친 짓을 하는지 구경하던 페로가 변신하더니 닭의 탈주극을 부리 찍기 한 방에 끝냈다. 결국 ‘생존왕 치킨 그릴스’는 사람 대신 앵무새의 입에 들어가는 것으로 한 많은 조생(鳥生)을 마무리 지었다.
10분 후, 상현 씨와 아리의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가능하면 면 요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둘 다 상당한 요리 실력을 보였던 만큼 결승전은 솔직히 크게 걱정이 들지 않았다. 그보다 상품이 뭐가 나올지가 더 궁금했을 뿐.
얼마 지나지 않아 두 개의 따끈한 접시가 내 앞에 도착했다.
아리가 준비한 요리는 소고기가 토핑된 오일 파스타였다. 다채로운 재료가 쓰인 건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절제된 재료 속에서 극대화된 올리브유의 풍부한 맛과 소고기의 풍미가 내 미각을 기쁘게 해주었다.
“진짜 맛있네. 이렇게 맛있게 잘하면서 왜 아까는 이상한 짓을 한 거야?”
아리가 픽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일행의 요리 실력을 너무 과대평가했네요. 그냥 평범하게 고기만 구울 줄 알아도 보통 이상인 파티인데.”
“그러게. 하지만, 점수를 말하기 전에 확인은 하자.”
엘레나를 불러서 거짓말 탐지를 써달라 부탁했다.
“아리야. 요리하면서 이상한 짓 했어?”
“전혀! 이 요리는 내 순수한 요리 실력이야. 오히려 자꾸 꿈틀거리는 소고기를 죽이기 위한 내 비장의 솜씨가 들어갔다고!”
“진실이네요.”
“흐음. 좋아. 9점!”
다음으로 상현 씨가 접시를 들고나와 뚜껑을 열었다.
접시 위의 요리는 중화풍 볶음국수, 초 멘 이었다. 칼국수처럼 찰기가 있거나 쌀국수처럼 부드럽다기보다는 툭툭 끊어지는 재미난 식감의 에그 누들과 잘 볶아낸 배추, 숙주나물의 조화는 정말이지 마음에 딱 들었다.
“오~! 이런 건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요리 많이 해보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내 표정이 밝자 상현 씨가 자신감이 생긴 듯했다.
“셰프, 대단한 요리는 아닙니다. 마침 에그 누들을 위한 재료가 준비되어있길래 해봤거든요. 새우랑 면을 같이 드시면 맛있을 겁니다.”
그 말대로 새우와 면을 모아서 한입에 씹 –
— 통!
“…”
“셰프?”
“방금 새우를 씹었는데 안에서 새우가 또 나왔어.”
“예?”
“… 이거 무슨 ‘분열 새우’인가 그것 아니야? 굳이 이런 재료를 써야 했어?”
상현 씨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분명히 평범한 새우였습니다! 제가 넣기 직전까지 -”
여기까지 말한 상현 씨가 아리를 돌아보자 아리는 고개를 뒤로 돌려 딴청을 부렸다.
“…”
“… 제 책임이군요. 마지막 순간까지 재료가 정상인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나와 상현 씨가 말문을 잃은 사이, 거짓말 탐지 능력을 썼던 엘레나가 놀라서 물었다.
“뭐야? 아까 분명히 요리에 이상한 짓 하지 않았다고 -”
“엘레나, 대답을 정확히 떠올려봐. ‘이 요리’에 이상한 짓 하지 않았다고 했잖아.”
본인 요리에만 이상한 짓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구나. 머리가 띵해졌다.
“… 나 그냥 상현 씨 10점 줄래.”
옆에 있던 상인이 침착하게 지적했다.
“모자를 쓰시고 평가하셔야지요.”
언제 어떤 상황에서나 학연, 지연 등을 무시하고 접시 위의 요리만 보는 모자의 평가는 엄정했다.
“요리 자체는 맛있었지만, 새우가 완전 에러여서 7점.”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상인이 나섰다.
“자~! 김아리 참가자, 축하드립니다! Hell’s Hotel Kitchen의 첫 우승자가 된 소감이 어떻습니까?”
“보상은 뭔가요?”
“너무 낭만이 없으신 게 아닌 -”
“조용히 하고 보상이나 내놔!”
한참 투덜거리던 상인이 품속에서 알 수 없는 투명한 병을 꺼내서 아리에게 건넸다.
“내건 뭐야? 심사한 내가 제일 고생했는데 뭐 준다며?”
“이미 쓰고 계시지 않습니까?”
“… 이 모자?”
“제법 재미있는 도구이니 잘 써보시지요.”
이 빌어먹을 요리대회 이제 끝이구나! 탐욕의 손은 주인에게 리스크가 없는 능력 아니었어? 왜 내가 제일 고생했는지 모르겠다. 자리를 뜨기 전, 상인은 마지막으로 ‘벌칙’이 무엇인지 밝혔다.
“참가자 박승엽.”
“네….”
“오늘 점심과 저녁, 당신에겐 본인이 만든 요리가 제공됩니다.”
“예???”
“다 먹기 전에 당신은 105호에서 나올 수 없으니 알아두시길.”
모두의 웃음소리가 호텔을 떠나가라 채웠다. 하루의 휴식, 어느새 모두의 표정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 광경을 보자 나도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기묘하기 짝이 없는 호텔의 이벤트! 다 같이 웃고 즐겼다면 그만 아닐까?
내일은 다시 저주의 방에 들어가야 한다. 그때를 위해 오늘은 쉬기로 하자.
“제, 제, 제, 제가 이걸 어떻게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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