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25)
224화 – 202호, 저주의 방 – ‘인어공주’ (2)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00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202호 – 저주의 방 ‘인어공주’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할아버지가 탈출을 언급하자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승엽이에게 향했다. 10분 정도만 더 이동하면 무대의 핵심 장소, 부산 앞바다의 해신 섬으로 향하는 해상도로에 도착한다. 따라서 한 명이 벗어나야 한다면 타이밍은 지금이다.
평소와 달리 승엽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얼마 전에 후원자에게 202호에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보라는 충고를 들었거든요.”
203호를 대비한 강력한 강화를 준비했으나 기여도가 꽤 부족하니 202호에서 나름대로 활약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었지.
“바로 탈출하기보다는 저도 조금 더 참여하는 게 어떨까요?”
할아버지가 별일 아니라는 듯 답했다.
“어차피 첫 시도로 해결할 리가 없는데 걱정이 많구나. 어차피 지금 우리는 상상도 못 할 이변이 생기면서 우리 중 태반이 죽어 나가고 한둘만 간신히 탈출하겠지. 두 번째나 세 번째 시도쯤에서 기여도를 쌓아도 충분할 게다.”
태연하게 말하기엔 너무 무서운 말인데?
“그렇네요. 어차피 다들 곧 죽으시겠구나!”
“…”
“그러면 전 부산에서 기다릴까요?”
순간적으로 할아버지가 말문이 막힌 사이, 아리가 갑자기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결정하기 전에 시나리오 좀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가인아?”
처음에 떴던 시나리오는 별 내용이 없었다. 청성 그룹 회장과 이야기해보세요, 비밀이 숨겨진 장소, ‘해신 섬’으로 향하세요. 정도였다.
“첫 시나리오는 회장과 면담해보라고 나왔었고 아직 변화가 없어. 아마 저 해상 도로에 진입하거나 섬 자체로 들어서야 다음 시나리오가 나올 것 같네.”
“섬에 들어가면 뭔가 시작될 모양이네. 역시 승엽이는 부산에 남는 게 좋겠어.”
“그 전에 설명은 같이 듣고 가. 이제 다 정리했으니까.”
시간 절약을 위해 차로 이동하면서 청성 그룹과 관리국에서 보낸 서류를 읽고 있었던 누나의 말에 승엽이도 다시 차에 앉았다.
“사실관계는 단순해. 돌아가신 회장 아드님 이름은 이수호이고 그는 해신 섬의 항구와 관련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섬을 방문해왔어. 그때마다 섬의 분위기는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었고, 수호 씨나 주변 경호원들에 대한 위협도 증가했다고 해. 그러다가 40일 전, 다리를 건너던 수호 씨가 초자연적인 수단으로 사망했지. 이 부분은 관리국에서도 확인했어.”
아리가 질문했다.
“초자연적인 수단? 너무 많은데?”
“어떤 수단인지까지는 관리국도 확신하지 못했어.”
“조금 이상하지 않아? 내 말은, 회장의 아들 하나를 죽였다고 어인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지. 이수호가 죽었다고 해서 항구의 소유권이 어인들 쪽으로 가는 게 아니잖아? 회장의 아들이 아니라 회장 본인을 죽여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오히려 지금처럼 불가침조약의 위반이 문제가 되면서 그들에게 상황이 불리해질 수 있어.”
“그 부분에 대한 청성 그룹의 주석도 있어. 일단, 저렇게 막 나가는 일을 벌인 덕에 그룹 내에서 어인족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해. 이사 중 몇몇은 대놓고 항구를 포기하자는 의견도 냈다고 하네.”
수틀리면 다짜고짜 저주를 걸어서 죽여버릴 수 있는 이종족을 상대로 분쟁을 벌인다. 이 상황에서 일반인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상황을 막기 위해 있는 조직이 관리국이다.
“하지만 그런 짓을 벌인 결과가 지금이지. 관리국이 적극적으로 끼어들기 시작했잖아?”
“글쎄…. 일단 나는 서류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했을 뿐이야.”
청성 그룹의 주장대로 어인들이 회장의 아들을 죽였다고 치자. 대체 이게 어인족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민간 기업에 대한 위협? 위협해봐야 관리국이 개입할 뿐이고, 관리국이라는 든든한 뒷배경이 있는 이상 청성 그룹도 결코 항구를 포기하지 않을텐데?
아무래도 앉은 자리에서 더 토론해도 의미가 없을 듯했다. 아직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아리가 ‘관리국 보안 스마트폰’의 사용법을 승엽이에게 잠시 알려준 후, 우리는 승엽이를 부산에 남겨두고 다시 출발했다.
도로의 중간을 넘어갈 때쯤, 드디어 시나리오 이해가 변화를 보였다.
/시나리오 : 저주의 방 – ‘인어공주’
해신 섬을 향하는 호텔 일행. 불길한 분위기를 느낀 모두가 이런저런 의견을 개진하는 사이 리무진은 바람처럼 달려 섬으로 들어섰다. 일행은 불온한 표식과 적대적인 흔적을 발견한 후에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인지했다. 섬으로 들어가자. 아무래도 심해의 성녀를 만나 섬의 상황부터 파악해야 할 듯하다.
다음 내용은 심해의 성녀와의 면담 후 확인해주세요/
심해의 성녀는 이미 받은 서류로 확인했던 존재다. 섬에는 ‘해신의 딸’이라 불리는 세 자매가 있으며 이들은 종교적으로 신성한 존재로 여겨진다고 한다. 세 자매 중 1인이 심해의 성녀라는 직책을 맡고 대내외적인 섬의 지도자 자리를 차지한다.
신경 쓰이는 단어를 발견했다. ‘불온한 표식, 적대적인 흔적’
“주변을 돌아보세요! 무슨 표식하고 흔적이 있는 모양인데요?”
리무진이 느려지고 모두가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주변을 확인했다. 표식이든 흔적이든 찾아내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해상도로 여기저기엔 그야말로 살벌한 문자가 마구잡이로 새겨져 있었다. 인간의 문자가 아니었기에 읽을 수 없었는데도 욕이라는 게 딱 느껴졌다.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있었다.
“살벌하네. 지상의 도적에게 바다의 저주 있으리, 스스로 피부를 벗기고 자살해라, 다리를 건너기 전에 죽으리라.”
“오! 이런 외계어 읽는 방법은 어떻게 배웠어?”
“어인에게.”
내가 살던 세상에도 어인이 있었구나. 부산 앞바다에 섬을 차지하고 살진 않았겠지만.
“섬에 도착한 후로도 행동을 조심해야 -”
[조언 : 3 -> 2] [즉시 차진철의 왼쪽 어깨를 강하게 미세요!]행동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졌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를 생각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리무진을 운전하던 진철 형의 왼쪽 어깨를 밀었다.
“으악! 대체 무슨 짓이야!”
핸들을 잡고 있던 진철 형의 팔이 밀쳐지며 핸들이 급작스럽게 꺾이고, 리무진은 해상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오른쪽으로 확 꺾으며 도로의 외벽과 충돌했다. 순간적인 대형 사고에 리무진을 운전하던 진철 형은 물론이고 형의 팔을 밀친 나도 놀라서 으악! 하던 그 순간.
“루 – 다– 흐 – 바 –리!”
알 수 없는 불온한 소리가 들려온다. 검고 탁한 안개가 도로를 느릿하게 채워나갔다. 안개는 리무진이 옆으로 꺾었던 지점, 바로 그 앞까지 차올랐다. 여기까지가 이 주술의 범위인가?
“가, 가인아. 방금 위기 알림이 뜬 거냐?”
“… 네. 어마어마하네요.”
“아니 섬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다짜고짜 죽이려 들어?”
“이 도로에 다른 차가 없는 게 다행이군요.”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우리가 평범한 관리국 요원이었다면 이 시점에서 차를 돌려서 부산으로 돌아갔겠지. 관리국에선 아마 강력한 항의를 하거나 무력 시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관리국 요원이기 이전에 호텔의 참가자다. 이 장소에서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이정표, ‘시나리오 이해’의 안내는 달랐다.
비슷한 생각을 한 누나가 내게 물었다.
“시나리오, 시나리오에서 뭐라고 나왔어?”
“심상치 않음을 인지했다 뒤에 ‘해신 섬으로 들어가자.’라고 나오네요.”
“… 그러면 들어가는 게 좋겠지?”
“어쩌면 이 현상에 두려움을 느끼고 우리가 도망가게 만드는 것 자체가 상대의 의도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들어가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진철 형이 당황한 듯 말했다.
“저 안개를 뚫고?”
“오래 가진 않을 것 같네요.”
다행히 안개는 5분이 지나기 전에 바람에 쓸려가듯이 사라졌다. 관련 지식이 있는 아리가 방호복을 입고 먼저 앞으로 가서 안전해졌음을 확인한 후, 우리는 살벌한 섬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
섬에 들어서자마자 ‘뭍에서 온 인간 족속’에 대한 분노가 여기저기서 느껴졌다. 사람과 물고기가 애매하게 뒤섞인 듯한 어인족은 가뜩이나 그 외견이 흉측하게 느껴졌는데, 심지어 협박하듯이 다가서니 분위기가 제법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관리국에서 보낸 일종의 외교관이다. 어인들 역시 눈을 부라릴 뿐 별다른 행동을 보이진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 대체 아까의 주술적 공격은 뭐지?
…
화려한 의복을 입은 어인이 나타나서 우리가 머무를 숙소를 안내해줬다. 심해의 성녀가 보낸 안내인일까? 새로이 나타난 어인은 제법 신비하면서도 아름다운 생물처럼 느껴졌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누나의 입이 바삐 움직였다.
“이상해. 들어오기도 전에 죽이려 들길래 섬에 도착하면 군대라도 기다릴 줄 알았는데?”
형의 생각도 비슷했다.
“여차하면 바로 별을 소환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들어오니 얌전합니다? 그냥 눈만 부라리는데 그래봐야 제 놈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도 아니고.”
“적대국에서 온 외교관을 대하는 그런 분위기야. 분노가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해도 직접적인 손을 대진 않아. 아까의 저주는 뭐지? 단순히 위협하기 위한 술수인데 우리가 과민 반응했나?”
그건 아니다. 바로 지적했다.
“그 정도라면 ‘위기 알림’이 반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분명히 우리를 죽이기 위한 저주였어요.”
아리가 애매한 가설을 냈다.
“어쩌면 그 저주는 이 섬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지도 모르지.”
“공식 입장과 다르다?”
“그냥 내 추측이야. 나도 아까 그 저주를 보고 너무 이상하다고 느꼈거든. 우린 관리국에서 보낸 사절이야. 그 사절을 다짜고짜 저주를 걸어서 죽인다고? 이게 말이 되는 행동일까? 이런 짓을 하면 관리국도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어.”
“이 부분은 심해의 성녀를 만나서 따져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어쩌면….”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냈다.
“추가적인 살해 시도가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 최대한 조심하도록 하죠. 조언은 최대한 아끼겠습니다.”
장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
– 박승엽
“하아암!”
뭔가 지루하다. 형, 누나들은 모두 리무진을 타고 해상도로를 통해 섬으로 향했다. 나는 이제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부산에 혼자 남겨졌다.
아예 서울 쪽으로 움직여서 거리를 벌려볼까?
이런 생각도 했지만, 아리 누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 방에서는 나도 관리국 요원 신분이고, 내 위치는 실시간으로 파악 중이라고 한다. 요원 한 명만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 관리국에선 내가 납치라도 당한 줄 알고 구출하러 올지도 모른다.
…
생각해보니 이것 자체도 하나의 탈출 방법 아니야? 따지고 보면 104호에서도 일부러 사고를 쳐서 경찰에 잡혀가는 게 ‘탈출 방법’이었잖아?
같은 원리로 일부러 터무니없는 장소로 연락 없이 이동해서 관리국이 날 ‘구출’하는 것도 하나의 탈출 방법 아닐까!
캬! 지렸다 지렸어! 역시 우리 파티 최고의 탈출 전문가는 나라고. 아리 누나는 그냥 부산에 남아있으라고 했지만, 여기까지 읽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그래도 일행에게 연락 정도는 하자.
…
전화가 걸리지 않았다. 섬으로 떠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니면 전파가 끊긴 걸까?
마음이 급해졌다. 역시 호텔파티 최고의 탈출 전문가, 즉 내 판단대로 바로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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