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33)
232화 – 202호, 저주의 방 – ‘인어공주’ (10)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0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202호 – 저주의 방 ‘인어공주’
현자의 조언 : 1]
– 한가인
비가 내렸다. 아주 짜고 바다 내음 가득한 장대비가 하늘에서 끝없이 쏟아졌다. 동시에 엘레나와 리링가노르가 끝없이 신음하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의사 선생님은 대답도 하지 않고 다급한 표정으로 엘레나의 몸과 리링가노르의 몸을 관찰했다.
“비늘!”
“네?”
“두 사람의 몸에서 이상한 변이가 발생 중입니다. 멀쩡하던 피부까지 전부 비늘로 변하고 있어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빨에서도 이상한 현상이 -”
“흐으읍.”
엘레나의 입에서 느릿하게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비…. 저랑 리링가는 저 비를 맞으면 안 돼요.”
그 말을 끝으로 엘레나는 다시 기절했다.
심상치 않은 비라는 사실은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리무진으로 달려가며 모두가 비를 맞았는데도 별일이 없었다. 엘레나와 리링가노르에게만 영향이 있는 건가? 혹시 어인족에게만 이상한 저주를 거는 비일까?
“형! 일단 출발하죠. 두 사람은 앞으로도 리무진 내부에 둡시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무진은 황급히 빗길을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옆에서 아리가 조용히 말했다.
“계속 차에 둘 수는 없을 거야.”
“…”
“특히 엘레나는 그래. 봉인에서 깨어난 만큼 본인에게도 어떤 역할이 있겠지. 항구로 데려가야 해.”
“엘레나에게 방호복을 입히자. 수화불침이니까 비도 완벽히 차단해줄 거야.”
“그렇게 하자.”
옆에서 승엽이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리링가노르는요?”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방호복은 하나뿐이다.
— 끼익! 쿵!
갑자기 도로 한복판에서 사람과 비슷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리무진이 옆으로 확 꺾었지만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뭐야 저 미친 새끼가-”
“진철아! 그냥 달려!”
충돌한 무언가가 사람인지 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대체 뭡니까? 뭔지 보셨습니까?”
“봤어. 그러니까 달려.”
누나의 표정은 극히 어두웠다. 그 표정의 의미를 우리가 이해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어두운 밤,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달려가는 리무진 속에서 지금 시간이 밤이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최소한 바닥에서 널브러진 말하는 물고기들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맨눈으로 볼 필요는 없었으니까!
최초의 생명은 바다에서 잉태되었다. 인류의 선조, 그 윗대로 끝없이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해양 생물이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지금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별의 역사를 뒤로 돌리기 시작했다.
비명. 비명. 비명.
온 세상이 어인족의 고통으로 가득하다. 산채로 팔다리가 지느러미로 변하고, 육지에서 폐가 아가미로 변하는 고통! 외부에 나와 있던 어인들은 모조리 태고의 시절, 인류의 선조가 취했던 원시의 형상으로 돌아가며 절망의 노래를 불렀다.
가뜩이나 늦은 시간, 도로가 잘 보이지도 않는데 사방에서 어인족이 비명 지르며 뛰어다니기 시작하니 운전 난이도는 지옥 그 자체였다. 진철 형은 거의 묘기를 부리듯이 어인족을 피해 가며 도로를 질주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 혼란한 와중에 우리를 더 혼란케 하는 것은 엘레나였다. 독한 마약으로 몸이 망가진 엘레나는 기절했다가 깨어났다가를 반복하며 조금씩 정보를 전해왔다.
“이수호. 그 사람은 제 연인이었다고 하죠. 전 이수호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지만요. 그는 항상 제가 겪던 고통을 나누고 싶어 했어요. 왜 당신만 이해할 수 없는 악몽에 평생 시달리며 살아가냐고 슬퍼했죠.”
…
“어느 날, 이수호가 어인족의 오랜 비밀 한 가지를 알아냈어요. 대체 어디서 들었을까요? 그건 아직도 모르겠네요. 해신의 딸들만 알고 있는 비밀인데.”
…
“해신의 딸들은 선조의 기억을 접하고 자신이 본 기억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오래전, 최초의 기억에 접촉했던 해신의 딸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최초의 어인족은 인간이었답니다.”
…
“바닷속에서 살아가던 어인이 800년 전, 해신의 자비로 인간의 형상을 얻어 육지로 진출했다는 이야기는 완전히 거짓말이에요. 사실 최초의 어인들은 가난에 시달리던 어부들이었어요.”
…
“매일 매일 하루 12시간 이상을 바다에서 몸이 부서지도록 일하는데도 밥 한 끼 배불리 먹은 적이 없던 사람들. 그들에게 어느 날 구원이 찾아왔어요. 정확히 어떤 구원이었나? 그건 모르겠어요. 여하튼 그 어부들은 깊은 바다, 어두운 심연에서 형언할 수 없는 존재와 마주쳤다고 해요.”
…
“대양의 신은 어부들을 ‘입양’했어요. 이로써 최초의 어인족이 탄생했죠. 이수호는 바로 이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즉, ‘인간이 어인족이 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알았죠.”
…
“그는 매일 저에게 부탁했어요. 나도 어인족이 되고 싶다. 나도 해신의 양자가 되고 싶다. 당신들에게는 방법이 있지 않으냐?”
…
“슬프게도 방법은 정말 있었답니다. 저는 결국 그의 부탁을 받아들였죠. 그의 부탁을 이기지 못해서였을까요?”
…
“아아…. 그 또한 핑계겠죠. 어쩌면 저도 이수호가 제 고통에 공감해줄 수 있기를 바랐을지도 몰라요. 어느 날, 저는 해신의 딸로서 이수호에게 대양의 축복을 내려 그를 어인으로 만들었습니다.”
…
“어인이 된 이수호는 우리처럼 악몽을 꾸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소원을 이룬 그도, 공감할 수 있는 연인을 얻은 저도 기뻤죠. 하지만….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
“그는 그 어떤 해신의 딸도 도달하지 못했던 오래된 기억을 말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봐왔던 그 어떤 기록에도 나오지 않았던 머나먼 기억. 300년, 400년 정도를 넘어서 정말로 800년 전, 최초의 어인이 태어나던 당시의 기억. 심지어 그것조차 넘어서서 수천 년 전의 태고의 기억.”
이후, 엘레나는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깨어나지 못했다. 엘레나의 설명을 들으며 한 가지 불안감을 느꼈다.
지금 우리에게 설명하는 존재는 대체 누구일까? 우리가 아는 ‘호텔 엘레나’일까? 그게 아니라면 해신의 딸일까. 분명 설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수호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모두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다들 엘레나에게 들은 이야기를 되새기느라 바빴다.
이수호는 모종의 루트를 통해 최초의 어인족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를 통해 인간이 어인족이 될 방법이 있음을 깨우친 그는 해신의 딸이자 자기 연인이던 엘레나에게 부탁해 어인족이 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어인족이 된 이수호는 다른 어인족처럼 선조들의 기억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그 기억은 해신의 딸들이 받아들인 기억보다도 더 오래된 기억이었다.
최초의 어인이 탄생했다는 800년 전, 그 이전의 기억. 그건 대체 무슨 기억일까?
애초에 최초의 어인이 탄생하기도 전에 대체 무슨 기억이 쌓였지? 어인 이전의 무언가가 있었다는 의미인가? 그는 대체 무엇을 보았길래 섬 전체를 지옥으로 만들 정도의 광기에 휩싸였는가.
많은 것을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정보에 비어있는 부분이 많았다. 부족한 정보는 어디서 얻어야 할까? 해신의 딸이 가진 정보만으로 부족하다면…. 어인족이 품은 비밀을 더 많이 알고 있을 만한 존재는 하나뿐이다.
해신의 딸 중에서도 다시금 선택받은 심해의 성녀, 세레나데.
하지만 지금 우리는 항구로 가야 한다. 따라서 다음 회차에서는 세레나데를 어떻게든 포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곧 항구다. 내비게이션에 따르면 4분 정도 남았다네.”
형의 말과 함께 서서히 리무진 내부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아리가 조심스럽게 엘레나를 깨웠다.
“움직일 수 있겠어?”
“… 응. 방호복은 계속 내가 입어?”
“넌 그거 없으면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가. 무조건 네가 입어야지.”
*
습도가 높다. 터무니없이 높은 습도로 인해 입만 벌려도 짠 내가 느껴졌다. 몇 걸음만 걸어도 피부에 물기가 맺혔다.
도착한 항구의 풍경은 인외마경이라는 단어 말고 다른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힘이 실린 장대비는 항구에 내리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항구는 이미 엄청난 습도로 인해 공간 자체가 육지와 바다가 뒤섞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질척한 공간으로 변했다.
저 어인들, 저 물고기들은 대체 누구였을까? 항구의 노동자들인가? 이 늦은 시간에? 모를 일이다. 온 사방에 펄떡이는 사람만 한 물고기들이 넘쳐났다.
한 가지는 다행스러웠다. 이미 성대조차 잃은 물고기들은 더 이상 시끄러운 비명을 토해내진 못했으니까.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시나리오가 갱신되었다. 다행히 내용이 그리 많지 않아 읽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시나리오 : 저주의 방 – ‘인어공주’
카다루다흐가 깨어나고 있다. 태고로의 회귀가 시작되었다. 탈출 방법을 찾아보자./
“좆됐으니 튈 준비 해라 이게 전부야? 이럴 거면 탈출 방법이 뭔지라도 알려주든가!”
내가 짜증 낸다고 상태창이 탈출 방법을 떠먹여 주진 않았다. 그 대신, 항구 전체에서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나는 ‘태고로의 회귀’가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육지가 무너진다.
두 발로 선 자들이 믿고 의지하는 단단한 지지대가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항구에 도착한 후, 어찌할 바 몰라 당황하던 동료들은 지반까지 무너지기 시작하자 사방으로 달려 그나마 버티고 있는 구조물들 위에 올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차 위로 올라섰다가 그다음엔 트럭 위로, 다음엔 가로등을 붙들고 늘어지다가 다시금 창고 위로 올라갔다.
무너진다. 무너진다. 육지가 분해되어 바다로 돌아가며 바다가 세상을 덮었다.
그렇다면, 물고기로 변해가던 어인족에게는 구원이 찾아온 셈일까? 육지에서 고통받는 물고기들에게 바다가 육지를 뒤덮는 것보다 반가운 일이 있으랴!
그러나 이는 너무 짧은 생각임을 알았다. 바다가 육지를 덮었나니 이제 바다의 생물들 또한 육지를 제 영토로 삼았다.
깊고 푸른 바다, 그 어둠 속에서 제 차례를 기약하던 바다의 자손들이 육지로 올라섰다. 그들은 마치 갯벌처럼 끈적이는 대지를 퉁기듯이 움직이며 이제 막 어인족에서 물고기로 변한 나약한 이들을 한입에 집어삼켰다.
참극이 열렸다. 이 혼돈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우리는 왜 항구로 왔지? 우리 중 방의 비밀을 가장 많이 깨달은 엘레나가 항구로 인도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엘레나는 우리를 왜 항구로 인도했을까?
— 두우우우우!
묵직한 울음소리가 항구 전체에서 울려 퍼진다. 간신히 그 형체를 유지하던 대지가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건물과 자동차 위에서 간신히 버티던 동료들이 깡그리 바닷속으로 쓸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 달을 등지고 대양의 신이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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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왔노라. 위대한 순환의 때가 왔노라.
[조언 : 1 -> 0] [팔을 오른쪽으로 최대한 뻗으세요.]넋이 반쯤 나간 채 조언의 인도대로 팔을 뻗는 순간, 아주 무거운 물체가 잡혔다. 물체는 빠른 속도로 사방에서 쏟아지는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한참을 같이 떠내려간 후에야 그 물체의 정체를 알았다.
방호복이다.
방호복이 여기 있다면 이걸 입고 있던 엘레나는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엘레나 : 가인 씨, 제 말 들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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