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36)
235화 – 202호, 저주의 방 – ‘인어공주’ (13)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0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복도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방에서 나오자마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저주의 방을 반복적으로 들어가며 기괴하고 흉험한 경험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하니 물고기가 되는 경험을 할 줄이야!
마지막에 만났던 엘레나는 잘 있는지 확인하려던 차 –
“으악! 괘, 괜찮아요?”
엘레나가 풀썩 쓰러졌다. 바로 옆에 있던 송이가 바로 붙잡긴 했지만 다들 놀라서 모여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모여들자 엘레나는 겸연쩍은 태도로 말했다.
“조금 전 까지 물에 둥둥 떠 있어서 몸에 전혀 힘을 주지 않고 있었거든요. 괜찮아요.”
조금 전까지의 엘레나는 대체 ‘어떤 형태’의 몸을 하고 있었을까. 그만 잊어버리기로 했다.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다. 다들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105호로 옮겨가며 간단한 정보를 나누었다. 마지막에 탈출했던 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카다루다흐가 바다에서 일어설 때 죽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송이는 그 후로도 이런저런 일을 경험했다고 한다.
*
각자 105호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테이블 쪽으로 나와서 회의를 시작했다. 202호의 정보를 가장 많이 얻은 존재는 엘레나였기 때문에 엘레나가 나서서 시간대 순으로 사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시나리오상 엘레나를 둘째 딸이라고 할게요. 사건의 시작은 둘째 딸과 이수호의 관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둘은 연인이었고 섬의 미래에 대해 발전적인 이야기를 하곤 했죠.”
아리가 살짝 손을 들었다.
“중간중간 질문 좀 할게. 그 둘이 애인이라는 사실을 청성 그룹에선 알고 있었어? 중요한 정보인데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은 게 이상해서 하는 말이야.”
“둘째 딸은 몰랐다고 생각했어요. 이수호가 그렇게 말해줬거든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달라요. 둘째 딸은 육지의 일에 대해 잘 몰랐고 재벌가의 사정에도 밝지 못했거든요. 제가 보기엔 두 사람이 연애를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고, 어인족의 황족에 가까운 사람과 재벌가 장남이 몇 년을 연애하는데 이걸 주변에서 모를 수가 있나 싶네요.”
“좋은 접근이야. 둘째 딸의 생각과 달리 청성 그룹에서는 알았을지도 모르지. 알았다면 그 사실을 왜 우리에게 숨겼는지부터 고민해봐야겠네. 더 이야기해줘.”
“둘째 딸은 선조의 기억 덕택에 매일 엄청난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승엽이는 이미 리링가노르에게 들었겠지만, 해신의 딸들이 꾸는 ‘악몽’은 평범한 사람이 생각하는 악몽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요. 산채로 회 쳐지거나 튀겨지는 내용이 여과 없이 들어가죠. 눈치 빠르신 분들은 섬의 지도자, 해신의 세 딸이 모두 젊고 어리다는 점에서 이상함을 느끼셨을 겁니다.”
그 말에 은솔 누나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설마…. 나이 들 때까지 버티지 못했다?”
“정확해요. 대부분 길어야 40살이 되기 전에 정신을 놓습니다. 여러분이 갔던 병원의 지하에선 이미 정신을 놓은 선대 해신의 딸들이 요양 중이죠. 여하튼,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수호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연인의 고통을 덜어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 또한 공유하길 바랐죠.”
“그래서 어인이 되겠다고 한 거야?”
“네. 해신의 딸에겐 해신 섬의 가장 큰 비밀이 숨겨진 동굴로 들어갈 방법이 있고, 그 동굴엔 사람을 어인으로 만들 수 있는 수단이 있어요.”
그 말과 함께 엘레나가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 수단을 직접 경험한 내가 한숨 한번 쉬며 답했다.
“대충 희뿌옇고 거대한 달팽이 같은 생물이 있더군요. 그걸 몸 안에 쑤셔 넣으면 어인이 되는 것 같던데.”
“맞아요. ‘루다흐’라고 하죠.”
“뭐 하는 생물입니까?”
“잘 몰라요. 루다흐와 관련된 정보는 지나치게 오래된 정보거든요. 카다루다흐의 권속 비슷한 생물이고, 그걸 몸에 집어넣으면 사람이 어인이 된다는 사실만 압니다.”
“그렇군요.”
이쯤 해서 의사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어쩐지 어인족이 인간과 별개의 생물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상현 씨는 진작부터 그 이야기했었지? 왜 그렇게 느꼈어?”
“별것 아닙니다. 해신 섬에선 뭐라고 역사를 왜곡했었죠? 태고에 바닷속에서 살던 어인족을 해신이 인간의 형상으로 다시 빚어내어 육지로 올려보냈다고 했던가요?”
“나도 그렇게 기억해.”
“전형적인 지적 설계론입니다. 위대한 신이 지성체를 창조했다는 식의 논리군요. 여기까진 이 미친 세계엔 손가락 하나로 별을 주무르는 신이 넘쳐나니 그렇다 칩시다. 대체 그 대단한 신이 어인족을 인간형으로 재창조하면서 왜 인간 몸의 ‘불완전한 단점’까지 구현한다는 말입니까?”
“불완전한 단점?”
“하나하나 지적하기엔 너무 많긴 한데, 인간의 몸에는 여러 가지 불완전한 요소가 많습니다. 눈의 맹점이나 허리디스크 등이 좋은 예시죠. 사람의 몸에 이런 약점들이 생겨난 건 진화의 과정 자체가 우연에 기대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인족에게도 이 문제점이 그대로 남아있더군요. 정말 위대한 신이 재창조했다면 이런 단점까지 자손들에게 재현했을 리가 없죠.”
흥미로우면서도 설득력이 있게 느껴졌다. 어인족이 정말로 위대한 해신의 피조물이라면, 설령 사람의 외형과 닮게 재창조되었다 해도 사람의 몸에 있는 단점까지 구현할 이유는 없었겠지.
다시 모두의 시선이 엘레나에게 향했다.
“그렇게 이수호는 어인이 되었어요. 문제는 그다음이죠. 그는 역대 그 어떤 해신의 딸도 접촉하지 못했던 태고의 기억, 그야말로 선사시대의 기억까지 도달했거든요. 심지어 최초의 어인이 태어났던 800년보다 더 이전의 기억에까지 도달했어요.”
듣자마자 즉시 질문했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궁금했던 부분인데, 최초의 어인이 태어나기 이전의 기억이 대체 뭐죠?”
“잘 몰라요. 이수호가 읽었다고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거의 끝났으니 마저 이야기할게요. 이수호가 어인이 되어 정체불명의 기억에 접촉했음을 알게 된 세레나데는 이수호를 잡아 죽이려고 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대형 사고’를 친 둘째 딸은 징벌의 의미를 겸해서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했고요.”
엘레나는 이쯤에서 설명을 멈췄다.
그 후의 일이야 우리도 아는 일이다. 우리는 엘레나를 병원에서 찾아내서 깨웠고, 깨어나는 과정에서 카다루다흐의 각성이 임박했음을 깨달은 엘레나는 탈출을 위해 날 데리고 해저 동굴로 가서 어인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조용히 있던 승엽이가 질문했다.
“리링가노르는 왜 쫓겨났을까요? 리링가노르의 말에 따르면 세레나데가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고 폭군처럼 쫓아냈다고 하던데….”
그 부분은 엘레나가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해주었다.
“리링가노르는 해신의 딸 중에서도 특히 어리다 보니 중요한 일에선 거의 빠지는 편이었어. 둘째 딸이 저지른 ‘대형 사고’는 해신 섬 입장에선 부끄러운 일이지. 세레나데는 그 부끄러운 일을 어린 막내에게 다 말해주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아.”
사실 우리도 승엽이를 그런 느낌으로 대할 때가 없지 않아서 세레나데의 심리는 이해했다. 잠시 엘레나에게 들은 이야기를 정리하던 차, 송이가 설명을 추가했다.
“제가 겪은 일도 말해드릴게요. 운이 좋게 탈출해서 바다를 떠다니다가 그 시점까지 살아있던 이수호의 요트에 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죠. 의미 있는 정보라면 어인족이 중대한 죄를 지었다는 점 정도?”
“중대한 죄?”
“네. 800년 전 최초의 어인들도 무언가 죄를 지었고 그 후 현대의 어인들도 또 무슨 죄를 지었다고 하더군요. 참, 이수호는 세레나데가 자신을 잡아 죽이기 위해 쫓았다고 했어요.”
“세레나데가 우리를 속였네. 이수호를 쫓아다녔다는 말은 이수호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잖아.”
첫 번째 시도의 결과로 많은 정보를 얻어냈다.
저주의 근원은 이수호에 의한 카다루다흐의 부활과 그로 인한 대재앙이었다. 어인족의 정체는 심해의 신과 모종의 계약을 맺어 이종족으로 변한 인간이었다. 엘레나가 봉인 당한 시나리오 내적인 이유는 세레나데의 처벌이었다.
시나리오 외적인 이유는 뭘까? 이제는 알 것 같다. 거짓말 탐지와 명경지수, 정의 등 복합적인 이유였던 것 같다.
정황상 꽤 많은 인물이 우리에게 거짓말했음이 명확하다. 청성 그룹도 의심스럽고 세레나데는 확실하다. 거짓말 탐지 능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속지 않았겠지. 또, 해신의 딸은 필연적으로 선조의 기억에 의한 고통을 겪는데 명경지수는 이에 대한 저항력을 제공해 준다. 여기에 이수호 같은 존재를 상대로 정의가 유효하리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봉인 당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여하튼 봉인을 해제한 덕에 이수호가 생존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은 큰 성과다. 엘레나의 봉인을 해제하지 않았다면, 세레나데의 거짓말을 알아채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우리는 엘레나에게 듣기 전까지 이수호가 살아있다는 생각 자체를 전혀 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정보에 결락이 있었다.
아까부터 모두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문제. 어인족이 저지른 두 개의 대죄(大罪)는 대체 무엇인가? 모든 사태의 근원인 이수호는 대체 어떻게 찾아내야 할까?
한참 동안 장내가 침묵에 잠기고 모두가 골똘히 생각했다. 잠시 후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결국 다음 시도에서 해야 할 일은 두 개로 압축할 수 있다. 모자란 정보를 마저 모으고 이수호 그놈을 잡아다 족쳐야지. 다들 비슷한 생각이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다름 아닌 주어진 시간이 턱없이 짧다는 점이지.”
맞는 말이다. 첫 번째 시도, 우리는 아침에 진입해서 청성 그룹 회장과 면담하고 오후에 해신 섬에 들어가서 세레나데와 면담했다. 저녁 즈음엔 관공서 지하에 들렀다가 자정이 지나서 엘레나의 봉인을 해제했다.
하루가 지나기 전에 엘레나의 봉인을 풀었으니 대단히 신속한 진행이라 여겼는데 그것조차 너무 늦은 진행이었다. 바로 다음 날 새벽에 카다루다흐가 부활했으니까!
“그러니 내가 보기에 섬을 뒤져가며 정보를 수집한다거나 이수호를 찾아내는 건 모두 무리다. 뒤지는 동안 해신이 깨어날 테니까. 더 빠른 길을 가야지.”
더 빠른 길. 할아버지가 하려는 말이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품은 의문에 대한 답을 알만한 존재가 있지. 세레나데 아니냐? 그 여자를 족쳐서 -”
아리가 끊었다.
“족쳐서가 아니라 포섭해서. 내가 보기에 세레나데는 우리의 적이 아니라고 봐. 이수호를 쫓았다는 사실을 떠올려. 그녀 또한 해신의 부활을 막으려고 했다 봐야지. 애초에 섬을 지키는 포지션인데 해신은 부활하자마자 어인을 몰살했으니까.”
“그러면 포섭해서로 하지. 여하튼 세레나데에게 정보를 얻어내자.”
불안한 표정으로 은솔 누나가 물었다.
“부족한 정보는 세레나데에게 얻는다 쳐요. 이수호는 어떻게 찾아내죠? 세레나데도 이수호를 찾아내지 못했는데.”
다시 주변이 조용해졌다.
결국 우리가 두 번째 시도에서 목표로 해야 할 일은 정보 수집과 이수호 찾아내기다. 정보 수집은 세레나데를 포섭한다 치자. 물론, 대체 어떻게 포섭해야 할지는 이제부터 고민해봐야겠지만.
이수호는 어떻게 찾지? 하루 만에 섬을 다 뒤져서? 제주도보다 거대한 섬인데? 쉽지 않은 문제다. 동료들의 침묵이 길어졌다. 그때, 송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이 문제랑은 상관없는데 개인적인 호기심이 있어요. 아리야?”
“음?”
“너, 터미네이터라는 게 뭔지 알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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