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46)
245화 – 202호, 저주의 방 – ‘인어공주’ (23)
– 엘레나
세레나데가 안내한 장소는 이멜다의 거처에서 직접 연결된 통로 끝에 있었다. 그리고 그 문 앞에 섰을 때야 우리는 아까 전 꽤 큰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
“…”
“언니, 아까 이멜다를 죽이지 말았어야 하는 것 같아.”
세레나데는 대답하지 않았다.
관리국이 준비한 최후의 패가 숨겨진 장소의 문은 다름 아닌 ‘살아있는’ 이멜다의 생체 정보를 요구했다. 생각해보면 보안 시스템이 고위층의 생체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꽤 흔한 유형 아닌가?
잠시 후, 세레나데는 겁에 질린 표정의 남자 한 명을 데려왔다. 다행히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이멜다 말고도 있었던 모양이다.
어울리지 않게 부소장이라는 상당한 직책을 가지고 있는 그 남자는 소위 신인류를 개발하는 위치면서도 정작 자신은 평범한 인간이었고, 그래서 괴전파로부터도 멀쩡했다.
남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을 죽이지 말아 달라고 사정했다. 아무래도 아까 세레나데가 이멜다를 가차 없이 죽이는 광경을 멀리서 본 듯했다.
물론 이멜다도 아니고 이런 존재감 없는 뚱보에게 일일이 복수심을 품진 않았던 세레나데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해줬다.
시설 중앙에는 꽤 거대한 수조가 있었다.
“이건 뭐야? 초대형 루다흐?”
그동안 보아온 루다흐는 고작해야 덩치 큰 달팽이 정도 아니었나? 어린아이 주먹보다도 작았다. 반면 눈앞의 루다흐는 거의 사람 머리통만 했다.
“이게 대체 무슨? 언니, 조금 전에 내가 잘 아는 ‘물건’이라고 하지 않았어? 루다흐가 물건은 아니 -”
“분명히 피리라고 들었는데? 나도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라.”
“피리가 맞습니다. 물건도 맞지요. 해신의 두 따님께서 모두 위를 보시기 바랍니다.”
부소장은 기다렸다는 듯 벽면의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천장에서 발생한 빛에 놀라 주변을 돌아봤을 때, 나는 말문을 잃고 말았다.
수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숫자의 수조가 천장에서 내려온 알 수 없는 전선에 휘감긴 채 설치되어있다. 모든 수조 내부엔 사람과 유사한 ‘무언가’가 있었다.
흥분과 열기가 느껴지는 부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리! 여러분은 그 물건을 안식의 피리라고 부르던가요? 피리는 참으로 신기한 물건입니다. 여러분은 피리의 공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계십니까?”
“… 악몽을 약하게 만들어.”
첫 번째 시도를 진행할 때 승엽이가 리링가노르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다.
“하하! 정답이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대답이군요. ‘어떻게’가 빠지지 않았습니까? 피리는 대체 어떻게 악몽을 멈추는 것입니까?”
시간이 급하다. 다행히 부소장도 우리와 선문답 놀이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여기서 허무한 이야기를 드려야겠군요. 저도 모릅니다. 아니, 그 누구도 모릅니다. 피리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피리는 신이 내렸으니까요. 하찮은 인간이 어찌 신물의 원리를 이해하겠습니까?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우리가 신의 권능을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건 아닙니다. 적어도 피리가 해신의 권능을 약화한다는 사실은 알아냈으니까요! 악몽의 정지는 다름 아닌 해신의 힘이 약화함에 따른 결과입니다.”
피리는 해신의 힘을 약화한다. 이 설명을 듣자마자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리를 내린 건 해신인데?”
“그렇습니다. 해신은 자기 자신의 힘을 약화하는 신물을 인간에게 내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피리가 품은 최대의 수수께끼지요. 뭐, 잡설은 이쯤 합시다.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천장을 다시 보십시오! 무엇이 보이십니까?”
“수조에 갇힌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아닙니다! ‘저런 것’들이 무슨 사람입니까? 형상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저것들은 그저 ‘생체 피리’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도구입니다! 여러분이 쓰는 원본 피리의 재질은 지구 어디에도 없는 물질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대량 생산이란 지난한 문제였지요.”
“설마….”
“연구! 더 많은 예산! 더 많은 시간! 사람의 몸이 피리를 대신할 수 있음을 알아내기까진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인고의 시간, 크나큰 고통이 있었지요. 그러나 우리는 성공했습니다. 도약입니다! 위대한 도약입니다.”
부소장이 다시금 버튼을 누르자 ‘생체 피리’들이 수조에서 깨어나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우욱!”
… 처음으로 구역질을 느꼈다. 동시에 이 ‘작품’을 자랑하는 부소장의 머리를 터트리고픈 강렬한 충동이 치밀어올랐다.
무의미한 상념은 그만두라는 듯, 수조에서 나온 생체 피리들이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지능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 무언가 저 존재들을 통제할 수단이 필요하다.
그제야 시설 중앙에 있는 거대한 루다흐의 존재 이유를 깨달았다.
“이걸로 저 ‘피리’들을 통제하는 거야? 어떻게?”
부소장은 태연히 말했다.
“그 방법을 이제부터 여러분이 연구하셔야 합니다.”
“…”
“…”
뭐라고?
당황해서 휘청거리는 나와 달리 세레나데는 참지 않았다!
“이 돼지 새끼가 진짜! 미친 소리를 오냐오냐 들어줬더니 -”
“흐어억! 고정하십시오! 아직 ‘관악대’는 미완성이란 말입니다!”
“언니, 좀 가만히 있어 봐. 그래 어디가 미완성이에요?”
“살아있는 피리들을 통제하기 위해 ‘지휘자’를 만들긴 했습니다만, 정작 그 지휘자를 통제할 방법이 없더군요.”
“… 기계를 통제하기 위한 리모컨을 만들었는데 정작 그 리모컨을 통제할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