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5)
24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10) FIN
24화 – 102호, 저주의 방 – ‘공포의 저택’(10) FIN
끼이이이익
저택의 정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 진짜 또 오기 싫었는데.
이 피곤한 저택에서, 되도 않는 메이드로 사는 건 진짜 지루했지.
그래도… 이제는 거의 끝났다. 탈출에서 반발짝 못 미친 정도.
딱 하나 남았는데, 하필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남았네.
방금 전, 가인이 ‘어르신’의 이목을 끌고 떠났다.
아무도 없는 저택을 걸으며 몇 시간 전의 기억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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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그만해라. 그건 진짜 뭐 하는 눈이냐?”
“결정을 못 내리 길래 도와줄려고 한 건데, 굳이 버티네.
그냥 받아들이면 서로 편하게 끝났을 텐데.”
“더 나은 계획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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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계획.
100% 확실한 탈출법인 ‘즉시 자살하기’에 비하면 나름의 리스크는 있지만…
사실 이 호텔에서 안전한 일만 하면서 버틸 수는 없다.
얻을 만한 가치가 있다면,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안전하다.
그래서 그의 계획에 설득되었다.
저택에 들어온 후로 이렇게 혼자 있던 적은 처음이다.
정말이지 넓구나. 어린아이의 몸이니 더욱 심하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계속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르신’의 서재 방에 도착했다.
아마도 여기였지
기억이 분명치 않다.
호텔이 ‘주입한 인격’의 기억에 따르면, 신부의 손녀는 과거 어르신을 설득하러 왔다가,
어르신이 보여 준 ‘무언가’를 보고 심신이 무너졌다.
그리고 신부의 굴복. 어르신은 그 대가로 손녀를 다시 회복시켰고…
회복의 과정에서, 손녀가 보았던 ‘무언가’에 대한 기억도 흐릿해졌다.
애초에, 그 기억을 뭉개는 게 회복의 과정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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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말자는 게 아니야. 좀 더 할 건 하고 죽자는 거지”
“더 하고 싶은 게 있어?”
“101호에서 나왔을 때 뜬 메시지를 보고 설마, 했지만…
얼마 전에 너와 카드 게임을 하고 확신이 섰어.
탈출은 ‘저주의 방’의 끝이 아니야. 그냥 수단일 뿐이지.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탈출하면서, 계속 시도를 반복하며 저주의 방을 탐색해서
최종적으로는 ‘저주의 근원’을 없애는 거지?
그러니까, 우린 죽을 때 죽더라도 조금이라도 알아내고 죽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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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죽음을 당하러 가기로 했다.
서재방으로 들어서자 혼란스럽게 흩뿌려진 서류 더미들이 보였다.
어디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 한다. 분명히… 아마도 여기쯤?
벽면의 그림을 들추자 레버가 나왔다. 이런 부분에서 미묘하게 고전적이네.
레버를 당기자 당연하다는 듯이 책장이 돌아가며 나무 문이 나왔다.
문 뒤로는 계단이 보인다. 그 끝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계단들.
심지어 조명조차도 없다.
저런 곳을 내려가야 하나.
세상의 온갖 끔찍함을 수없이 봐 왔지.
그치만, 여러 번 경험했다고 이런 일이 익숙해질 수는 없는 거구나.
계단. 한없이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지옥의 끝.
그보다도 더 밑에서 올라온 공기가 폐를 구석구석 삭히는 느낌이 든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1시각은 족히 지난 것 같지만, 모르는 일이다.
이런 곳에선 시간 감각도 흐려지기 마련이니까
계단의 끝에서 처음으로 푸르스름한 광채가 보였다.
광채의 아래에 있는 것은 거의 녹슬어서 무너져가는 낡은 철제 문.
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서자 –
푸르스름하게 발광하는 책이 있었다.
그냥 보는 순간 알았다. 저거구나.
아마도 이게이 방의 최종 보상이겠지
저걸 만지는 순간, 나는 뭔가를 알고, 끔찍하게 죽겠구나.
하지만 이제와서 그냥 올라갈 수도 없는 일이니까 별수 없어.
책의 외형은 평범했다. 표지는 검은색 정체불명의 가죽.
그 위에 새겨진 정체불명의 문자.
책을 펼쳤다. 어둠이 – 나를 덮친다.
끝없이 추락한다.
바닥이 없는 구멍. 영원한 자유 낙하.
1000만년을 떨어져도 바닥에 도달할 수 없는 곳.
북극점보다 북쪽은 없고 모든 방향은 남쪽이듯이 –
이곳에서 시작과 끝은 없고 위와 아래의 구분도 없다.
모든 방향은 곧 ‘아래’이다.
분명 광원이라고는 없는데, 이상하게 벽면의 형상이 보인다.
검고, 붉고, 꿈틀거리는 벽면. 생물의 내장과도 같은 흉물.
나는 생물의 내장 사이를 낙하중인 한마리 벌레에 불과하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낙하가 허공에서 멈췄다.
멀리서 무언가가 보인다.
어느 정도 거리지? 모르겠다. 엄청나게 먼 거리 같은데, 형상을 알아볼 수 있다.
생각보다 가까운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무 거대한 걸까? 알 수 없다.
꿈틀 거리는 형상이 보인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외벽을 기어오르는 벌레와 같다.
외벽에 팔이 닿을 때마다 팔이 녹아내리고, 다시금 끊임없이 팔이 솟아오른다.
아하, 이것은 마치 기생충이 내장 사이를 기어오르는 장면 같구나.
수억의 벌레가 내 배 속을 가득 채운 채로 기어오르는 감각.
혐오감이 내장 속에서 끓어오른다.
억지로 다른 생각해보자
저택, 아니 이 호텔의 대부분은 가짜다.
저택도 산도 강도 모든 것은 호텔이 점토처럼 빚어낸 무대에 불과한 것.
그러나 영화에서도 무대에 있는 배우들만은 현실에 실존한다.
호텔에는 ‘진짜’가 있다.
호텔은 왜 만들어졌을까?
누군가는 영웅을 시련 속에서 뽑는 과정이 아니냐고 말했다.
누군가는 위대한 보물을 적절한 자에게 주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다.
어쩌면, 호텔은 사육장이 아닐까.
세상 밖에 풀어둘 수 없는 괴물들을 영원히 가둬두고,
그들에게 사람이라는 사료를 주기적으로 뿌려주며 관리하는지옥.
기어오르는 형상의 시선이 내게 향한다.
눈이 원래 있던 건가? 이런 장소에서 눈 따위가 필요하진 않을 텐데 만들었나?
저런 것을 ‘어르신’은 신처럼 숭배 했구나
우습기 짝이 없다.
개미의 눈에는 닭도 신처럼 보이겠지.
그래 봐야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한 끼 안줏거리일 뿐.
대단하다 해 봐야, 결국 더 아득한 존재의 내장에 갇힌 추레한 흉물에 불과하다.
점점 시야의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을 느낀다.
이제, 진짜 한계가 왔구나.
억지로라도 시선을 하늘로 돌리는 순간, ‘내장’에서 솟아오른 무언가가 다가왔다.
나한테 이런 끔찍한 걸 시키고는 ‘더 나은 계획’이라니.
나가자마자 제대로 한대는 패줘야지
저택에서의 기나긴 밤이 끝났다.
/당신은 탈출에 성공했습니다!허락받지 못한 참가! 분명 규칙위반이므로 징계를 받아 불리하게 시작한 당신.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 했고, 결정적인 순간 참여자를 도왔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악마 대신 제물을 죽이기로 선택한 그 전략! 그러나 그런 결단력이 필요한순간도 있는 법이지요.
이로써 마에 물든 저택 주인의 의식은 실패했습니다.당신은 저주로부터 탈출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저주의 근원은 남아 있는 것을 느낍니다.
동료 중 탈출 성공자 발생! 축하합니다! 탈출 성공자가 발생하여, 구성원 전원이 무사 귀환합니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8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0]
아찔한 감각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101호에서 나왔을 때처럼, 갑자기 문밖으로 내던져진 채로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린 느낌이다.
주변을 돌아보자, 나와 비슷하게 허우적대는 사람들 ‘7명’이 보였다.
엘레나, 차진철, 이은솔, 유송이, 박승엽. 그리고 이제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할 2 사람.
호텔에서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나도 모르게 심장이 강하게 뛰고,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목이 졸려서 죽은 엘레나, 꼬챙이에 찔려 죽은 은솔누나, 독을 먹고 죽은 진철형, 단검으로 자살한 나. 승엽이는 어떻게 죽었지?
그렇지만 그런 끔찍한 회상 따위는 한편으로 치워버렸다.
이 순간이다. 바로 이 순간이다.
방에서 나가서 모두가 웃으며 다시 만나는 순간을 얼마나 그렸던가…
오늘, 호텔에서의 식사는 아마도 울음바다가 될 것 같다.
나부터도 울컥하면서 눈가가 촉촉해지는걸 느꼈다.
아, 그러고 보니 궁금증 하나가 풀렸다.
저주의 방에서 죽은 시점이 다 다르더라도, 나오는 건 동시에 나오는구나.
물론,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이제 서로 풀어야 할 궁금증이 너무 많다.
호텔이 품은 비밀을 떠나서, 우리끼리도 서로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것이 아닌지.
그렇게 차근차근 밝혀내야 할지점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을 때쯤.
누군가가 다가왔다.
저택에서 내내 보던 익숙한 모습. 외형은 저택의 모습하고 비슷했구나.
“일어났어? 너는… 이름은 그대로인가? 그러니까-”
매콤한 주먹이 사정 없이 날아왔다. 나는 다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본 소설의 첫 장편(이래봐야 10화지만) 에피소드가 끝났습니다. 다음 화에서 약간의 해설이 있은 후 다음 스토리 진행할 예정입니다.
읽고 계신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