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53)
252화 – 202호, 저주의 방 – ‘인어공주’ (30) Fin
– 이은솔
“이은솔 요원, 방금 하신 말씀이 사실입니까?”
“신분 확인할 수 있으실까요?”
“지금 내용, 정말 공개해도 됩니까?”
“거기! 질문 다 했으면 좀 빠집시다!”
“증거자료 좀 보여주시죠!”
진짜 소음이 엄청나네. 너무 시끄러워서 머리가 아파.
띵하게 아파져 오는 내 머리와는 별개로 흡사 심판의 날이 온 것처럼 회색으로 물들어가던 하늘의 색깔은 어느새 올바른 빛깔을 찾았다. 덕분에 마음의 안정을 찾은 나 또한 계획의 최종단계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상황을 점검했다.
세 번째 시도, 내가 세웠던 계획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 함께 연구소로 가서 연구소의 설비, 특히 ‘살아있는 피리’의 통제권을 얻는다. 이후, 각자의 역할을 위해 움직인다.
둘째, 가인이와 아리가 ‘모종의 수단’으로 관리국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이 ‘모종의 수단’이 대체 무엇인지는 아리가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
셋째, 차진철이 살아있는 피리와 소위 신인류를 이끌고 혼란에 빠진 관리국을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물론 해신의 복수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목적은 관리국이 ‘신인류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넷째, 할아버님과 상현 씨, 승엽이 셋이 연구소의 루다흐를 챙긴 후, 부산으로 가서 리링가노르가 이상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확보한다. 이후 다 함께 해신 섬에 가서 세레나데에게 상황을 알려 ‘루다흐 구출’을 시작한다.
다섯째. 바로 지금 나와 송이의 역할은 바로….
‘언론 플레이’로 관리국이 신인류 프로젝트를 포기할 이유를 하나 더 만들어준다!
관리국에게 있어서 오늘은 아마 수십 년을 통틀어 최악의 하루일지도 모르겠다.
점심 무렵엔 정체를 알 수 없는 끔찍한 무언가가 풀려나 세상을 몰아쳤다. 그야말로 목숨 걸고 들이받아서 간신히 재앙을 막아낼 때쯤, 자신들이 희망이라 믿었던 신인류는 난데없이 강화복을 비롯한 튼실한 장비를 입은 채 본부를 테러했다.
이 ‘테러’라는 표현은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한명 한명이 사람으로서는 평생 수련해도 얻을 수 없는 신체 능력을 소유한 초인들. 이 초인의 군대가 강력한 장비까지 입은 채 관리국에 돌격하자 천하의 관리국조차도 서울 한복판에서 거의 전쟁을 치러야만 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관리국이야 당연히 민간인을 보호하는 조직이고 신인류 군대를 통제하는 차진철 또한 딱히 일반인이 목표는 아니었기에 불필요한 희생은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 여하튼 이 대 혼돈 속에서 관리국 또한 서울, 나아가서 대한민국에 대한 통제력을 거의 상실했다.
쉽게 말하자면….
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이해하지 못해 몰려든 방송국의 기자들 앞에서 내가 이 지랄을 해도 막으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자! 자! 어차피 제가 다 설명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기자들은 나와 송이가 꺼내든 관리국 배지와 명함을 보고 동요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시작에 불과하지. 우리가 사방에 흩어진 ‘도약한 인류’의 시신의 강화복을 벗겨 변이한 육신을 보여주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는 관리국의 요원, 이은솔이라고 합니다. 오늘, 여러분께 고통스러운 이야기,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참혹한 진실을 알려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신 이형의 존재들은 모두 인간입니다. 제 말이 의심스럽다면, 샘플을 채취해서 DNA 검사를 해보셔도 됩니다.”
“또한, 이들은 여러분의 아들이고 딸입니다! 여러분. 가슴에 손을 얹고 그 울림을 느껴주세요. 대체 어째서 이런 비극이 일어났을까요?”
이런 느낌이야.
수많은 카메라, 수많은 기자. 자연스레 몰려든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인파!
그 앞에서 나는 한참 동안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분명 처음엔 202호의 시나리오 그대로 설명하려고 했던 것 같았는데, 분위기에 취해서 열변을 토하다 보니 어느새 슬슬 스토리에 살이 붙기 시작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신인류의 실체는 관리국이 민간인을 납치해서 외계생물을 쑤셔 넣어 만들어낸 무언가로 변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진철이는 참극에 분노한 신인류의 고독한 수장이 되었고, ‘이계의 별’을 사용하다가 뒤틀린 몸 또한 관리국의 참혹한 실험의 결과물로 포장되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점심 무렵 하늘을 회색으로 물들였던 대재앙은 관리국이 벌인 또 다른 막장 실험의 실패로 둔갑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어린 시절 관리국에 납치당한 채 마취도 하지 않은 채 멀쩡한 눈을 적출당하고 악마의 눈을 이식 당한 비련의 운명의 – 음?
정신 차리고 보니까 살을 너무 많이 붙였는데?
“언니!”
“송이야?”
“언니! 이런 거 잘하시는구나! 현실에서도 이런 일 많이 했어요? 재벌은 원래 다 이런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양 그룹의 이미지가 안 좋아진 것 같아. 아니, 내 이미지가 안 좋아진 걸까.
…
하늘은 맑고, 세상은 평화롭다. 비록 ‘약간의 살’이 붙인 이야기가 세상에 퍼져나가게 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좋지. 좋은 게 좋은 거야. 다~ 세상을 구하기 위함이라고.
좋은 날이다. 이런 날이라면 권속들이 겪는 고통을 직시하다 돌아버린 심해의 신도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겠지.
내 앞에서 정신없이 개소리를 받아적던 기자의 몸이 마치 모래알처럼 무너지며 빛으로 돌아가던 순간이 되어서야 해결의 순간이 왔음을 알았다.
세상이 무너진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무의 공간, 그 내부에서 나와 동료들은 두둥실 부유했다. 그리고 – 거짓으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 우리와 더불어 ‘진실’한 또 하나의 존재. 검푸른 바다의 끝, 그 심연에서 일어선 존재를 보았다.
‘이제야 끝이구나. 그대가 판을 짰는가? 고맙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광원이 나를 살핌을 느꼈다. 고통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일까? 그의 말은 내게 꽤 또렷하게 들렸다.
‘그대는 누구인가.’
“저는 이은솔이라고 -”
‘나는 그대의 뿌리를 물었도다….’
“무슨 말이시죠?”
‘탈출에 집착하지 말라. 이 호텔은 많은 것이 함정이리니…. 기실, 탈출조차 함정일지 모른다. 너 자신을 알라.’
대양의 신이 허물어지는 그 순간, 나는 인내심이 바닥난 채 외쳤다!
“아니! 야! 야! 좀 알아듣게 설명하고 가라고!”
/당신은 성공했습니다!
아름다운 바다, 보석같이 빛나는 섬. 그리고, 그 바다와 섬보다도 빛나는 바다의 공주들. 이토록 그림 같은 무대의 뒤편에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어둠과 죄악이 숨겨져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모든 비극의 시작은 끝없는 고통에 절망한 공주와 인류의 나약함에 절망한 관리국의 만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의 만남은 서로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었으나,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들어내고 말았지요.
어떤 시각에선 사실 별일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고작해야 바다 달팽이 몇 마리를 복제하고, 해체하고, 분석한 것이 그리 대단한 죄일까요?
또 어떤 시각에선, 감당할 수 없는 죄악입니다. 선조를 구원한 신의 권속을 팔아넘긴 대죄. 불가침조약까지 맺었던 혼돈의 신과의 신의(信義)를 깨트린 대죄는 분명 용서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여러분이 선택할 문제겠지요. 오늘, 여러분은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사람이라는 좁은 관념에서 벗어나 더 큰 틀에서 세상을 보기 시작한 것. 축하드립니다. 권속이 해방되며 해신의 분노가 가라앉았습니다. 관리국은 시작부터 엇나갔던 야망을 포기하여 순리로 돌아왔습니다. 이 정도면 해피엔딩 아닐까요?
해피엔딩에 대한 ‘약간의 추가적인 보상’이 없다면 섭섭하겠지요? 실망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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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중 최종 해결 발생! 축하합니다! 최종 해결자 발생하여 구성원 전원이 무사 귀환합니다.
어떤 보물을 받을지, 누가 받을지 여러분이 직접 결정해주세요!/
아리의 예측대로 호텔은 굉장히 좋게 평가했다.
인간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접근방식 자체에도 높은 점수를 준 것 같고, 무엇보다 저주의 근원이었던 해신의 분노 자체를 가라앉히는 ‘근본적인 해결’이라는 점이 높게 평가되었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에 대한 이야기에 마음이 설렜다. 대체 무엇이 주어질 예정일까? 또, 대체 어떤 유산이 누구에게 주어질까?
이 모든 의문을 풀어주기 위한 알림이 떴다.
/참가자 여러분! 다시금 202호의 해결을 축하드립니다.
현재까지 살아남았고 최종 결전에 기여한 참가자들에게 유산을 얻을 자격이 있습니다. 자격이 있는 참가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1.김묵성(소통)
2.김상현(성실)
3. 박승엽(행운)
4. 유송이(친화)
5. 이은솔(부귀)
그러나, 유산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곧 ‘선택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죽은 사람은 무조건 제외하다 보니 아리, 가인이, 진철이는 빠졌다. 엘레나는 최종 결전, 세 번째 시도에선 한 일이 없다 보니 빠졌다. 이렇게 네 명을 제외한 다섯 명 전원에게 자격이 있다는 판정이 나왔다.
… 아찔한 감각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
정신을 차렸을 때, 나와 동료들은 흡사 연구소를 닮은 신비로운 공간에 서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했다. 서로를 만난 기쁨도 잠시, 중앙에 나타난 ‘보상’을 본 우리는 쉽지 않은 고민에 빠져야 했다.
중앙에는 두 개의 물체가 부유했다.
한 편에는 꿈틀거리는 생물이 있었다. 다른 한 편에는 낡고 고아한 피리가 있었다.
모두가 침묵하던 그 순간, 엘레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모두의 앞에 나타났다.
“호텔은 이런 때 보면 좀 치사하네요. 유산을 얻을 자격이 없다면서 정작 절 이 장소에 데려오다니… 뭐, 유산에 대한 설명을 하라는 이야기죠. 여러분이 잘 고를 수 있도록.”
202호의 ‘해신의 딸’ 역할답게 누구보다도 저 ‘루다흐’와 ‘피리’에 대해선 잘 알고 있겠지.
최종 보상, 우리 파티는 이 방에서 어떤 물건을 누가 챙겨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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