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56)
255화 – 파티 타임 – 소포와 신비한 장인 (1)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08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복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포기한 유산의 획득, 사자의 소생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티켓. 아마도 이 호텔에서 가장 가치 있는 보물이 아닐까?
옆에서 진철 형이 툴툴거렸다.
“허 참, 0.5장만 주는 건 뭐냐? 결국 기를 쓰고 다른 데서 0.5장을 더 얻으란 소리잖아!”
아무리 가치 있다고 해봐야 그건 1장으로 완성되었을 때 이야기다. 진철 형 말대로 어떻게든 0.5장을 더 얻어서 완성해야 의미 있으리라. 그나저나,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뭔지 떠올려보니 엄청 많았다.
소포도 확인해야 하고, 신비의 장인도 체크 해봐야 한다. 축복의 성소도 가야지. 이번엔 승엽이가 강화를 받을 확률이 꽤 높지 않나? 여기에 틈나는 대로 호텔을 뒤져서 거울의 방도 찾아봐야 해.
“2층에서 소포랑 장인부터 확인하죠.”
과연, 소포에 약간의 변화가 일어났다. 상자가 반투명해지며 내부의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한 것!
“내부에 있는 게 뭘까요?”
이리저리 뒤집어보던 할아버지가 의견을 냈다.
“단단한 유리 조각처럼 보이는데…. 이걸 이렇게 – 헛!”
모두에게 알림이 떴다.
/배송까지 3일 남았습니다./
“3일? 곧 오긴 오는구나.”
송이가 갸웃거렸다.
“뭔가 애매한 시간이네요. 3일이면…. 202호를 해결했으니까 ‘파티타임’이 주어질 텐데, 파티타임 끝날 때쯤일까요?”
“글쎄다….”
조금 이상하긴 하다. 어차피 저 배송이니 뭐니 하는 건 호텔이 아무렇게나 붙인 표현이고, 중요한 건 호텔이 생각하기에 소포의 내용물을 지급할 적절한 시점이 3일 후라는 의미다.
“이상하지 않아요? 다음 방, 예컨대 203호에서 유용한 물건이라면 지금 당장 줘서 조금이라도 익숙해지게 해줘야죠. 반대로 203호에선 써선 안 되는 물건이라면 아예 그 후에 주면 그만이고.”
“소포는 도착한 다음에 생각하자! 그보다 다들 이쪽으로 와!”
건너편에서 아리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모두가 움직였다. 레고로 만들어진 ‘신비의 장인’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참가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호텔 파이오니어에서 좋은 경험 쌓고 있으시길 바랍니다. 신비의 장인은 참가자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하늘을 나는 신발의 제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신발에 대한 설명을 원하신다면 1번을 눌러주세요.”
“1번? 가슴팍의 이 키패드 누르면 되는 거냐?”
“하늘을 나는 신발에 대한 설명을 원하신다면 1번을 눌러주세요.”
“얘! 너 지능은 없니?”
“하늘을 나는 신발에 대한 설명을 원하신다면 1번을 눌러주세요.”
“2번은 뭐야?”
“하늘을 나는 신발에 대한 설명을 원하신다면 1번을 눌러주세요.”
“야! 야! 이 돌대가리에게 말 좀 그만 시키고 그냥 1번 눌러!”
할아버지가 짜증을 냈다. NPC라길래 당연히 지능이 있는 무언가를 생각했는데 정해진 말 만 반복하는 로봇 같은 존재가 나왔다. 레고라서 그런가?
이 와중에 옆에서 의사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하늘을 나는 신발? 이거 혹시…. 탈출 도구입니까?”
모두가 조용해졌다.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기도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색한 분위기, 의사 선생님도 그 분위기를 읽었는지 피식 웃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정문 바깥이 하늘인데 마침 하늘을 나는 신발이 나오면 누구나 할법한 생각이지. 한번 눌러나 보시죠.”
“그, 그렇지! 참! 다들 갑자기 왜 이래? 설명이나 들어보자. 보아하니 버튼만 누른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네.”
은솔 누나가 다가가서 1번을 눌렀다.
“하늘을 나는 신발 또는 윙 부츠. 공용 아이템이므로 획득 후 참가자 모두가 쓸 수 있습니다. 착용 시 비행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훈련한다면 정문을 통해 호텔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작을 위한 재료가 부족합니다. 제작 의뢰를 진행하시려면 1번을 눌러주세요.”
아예 대놓고 탈출할 수 있다고 말해주니까 차라리 마음 편해졌다. 우리끼리 눈치싸움 할 필요는 없네.
그보다, ‘충분히 훈련한다면’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비슷한 생각을 떠올린 아리가 답했다.
“충분한 훈련이라…. 무슨 의미 같아?”
“생각보다 쓰기 어려운 물건인가 봐. 애초에 비행씩이나 가능한 물건이니 꽤 어렵긴 하겠지.”
“아니 은솔아. 내 말은 신발 사용 난이도 이야기가 아니야. 설령 하늘을 날 수 있다 해도 정문을 통한 탈출에 제법 위험이 있어 보인다는 이야기지.”
예전에 조언을 써서 ‘낙하산’을 만들어서 정문으로 탈출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올빼미는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해보라는 식으로 답했다. 단순히 느리게 떨어지는 정도만으로는 정문으로 나갈 수 없다.
“밖에 사람 잡아먹는 새라도 날아다니나? 그보다 제작 의뢰는 또 뭐래? 예전에 윙 부츠를 얻으려면 신비의 장인이 주는 의뢰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긴 한데….”
“상인에게 들은 이야기지. 1번 누를게.”
“제작 의뢰. 하늘을 나는 신발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총 3가지 재료가 필요합니다. 첫째, 태풍을 뚫고 비상하는 새의 날개깃. 둘째, 벽력의 힘조차 버텨내는 투사의 털. 셋째, 정점에서 만물을 관조하는 자의 안구. 모든 재료는 호텔 내부에서 구하실 수 있습니다. 재료가 저주의 방에 있는 경우, 해당 재료는 가지고 나오실 수 있습니다.”
또다시 모두가 조용해졌다.
태풍을 뚫고 비상하는 새의 날개깃.
벽력의 힘조차 버텨내는 투사의 털.
정점에서 만물을 관조하는 자의 안구.
멍하니 글귀를 읽다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그냥 조언 써보겠습니다. 이건 뭐 너무 추상적인 단어들이라서 우리끼리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 것 같지 않네요.”
‘이 재료에 관한 조언을 줘.’
[신비의 장인과 관련한 질문은 조언 횟수를 전부 소모해야 합니다. 질문하시겠습니까?]“아, 이거 또 시작이네.”
“조언 3개 다 쓰래?”
“꼭 무언가 그럴듯한 걸 물어보려고 하면 이러더라.”
“그냥 써. 어차피 오늘은 파티타임이 아니라 탐색을 할 수도 없고 소포도 도착하지 않았잖아. 막상 물어볼 것도 별로 없어.”
[조언 : 3 -> 0] [지금은 완성할 수 없으며, 재료는 전부 2층에서 구할 수 있다.]나름대로 유용한 답변이었다. 최소한 ‘지금 완성할 수 없다’라는 부분 덕분에 미리부터 헛고생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105호로 돌아가자 즉시 알림이 뜨며 축하와 함께 내일부터 3일 동안 파티타임이 진행된다며 알려왔다. 언제나 그랬듯, 파티 타임에는 호텔이 숨겨둔 비밀이 정체를 드러낸다는 알림 또한 떴다.
*
“다들 수고했어!”
“수고하셨어요!”
서로에 대한 공치사를 마친 후,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로 식사하며 이번 휴식 기간에 해야 할 일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1일 차, 그러니까 내일은 축복의 성소부터 가야겠네요. 꽤 많은 사람이 강화를 받을 것 같아요.”
“남은 사람들은 호텔을 뒤져보자. 거울의 방을 찾아야 하니까. 참, 모두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이 있어.”
그 말과 함께 아리가 화이트보드에 무언가 끄적였다.
2층의 숨겨진 NPC : 신비의 장인, ???.
2층의 숨겨진 방 : 부활의 방, 거울의 방.
“보이지? 신비의 장인은 찾았고 재료 수집 의뢰의 내용도 알았어. 부활의 방이야 이미 한번 썼고, 거울의 방도 존재는 알고 있지. 하지만, 이것 말고도 2층엔 숨겨진 NPC가 한 명 더 있어.”
정말이지 파헤쳐도 파헤쳐도 끝이 없는 2층이다. 아직도 숨겨진 NPC 중 1인은 그 정체가 무엇인지조차 감을 잡지 못했다.
“틈나는 대로 뒤져보자. 2층에 있을 수도 있고 지하에 있을 수도 있어.”
“마지막 날엔 다음엔 무슨 방을 갈지도 생각해야지. 물론, 203호일 것 같긴 하지만.”
송이가 하나 더 추가했다.
“소포도 확인해야죠. 날짜 보니까 마지막 날에 뜬다고 하네요.”
으아….
먹다가 체할 것 같다. 해야 할 일이 왜 이렇게 많아? 옆에서 승엽이가 기가 막힌다는 듯 중얼거렸다.
“세상에는 3일만 즐겨도 할 게 없는 게임이 널렸는데, 이놈의 호텔은 컨텐츠 하나는 진짜 엄청나네요. 완전 컨텐츠 갓겜이다 갓겜! 토끼 공주들도 지쳐 쓰러지겠다!”
할아버지가 피식거렸다.
“뭐, 결국 다 우리가 얻어갈 물건들에 관한 이야기 아니냐? 좋게 생각하자. 현실로 가봐라! 현실의 괴물들은 주는 것 하나 없이 사람만 죽여대는 놈들 뿐인데 여기선 따박 따박 보물을 주니 얼마나 좋냐?”
어이가 없다 싶으면서도 할아버지의 말에 틀린 말이 없어서 그냥 웃어버렸다.
남은 일을 생각하니 피곤하기 때문일까?
자연스럽게 이미 해결한 202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202호를 해결하고 드는 생각인데, 다들 진지하게 생각해봐. 앞으로의 진행과 연결된 이야기니까.”
“누님, 무슨 말씀하시려고 이렇게 무게를 잡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한 방식. 이게 정말 ‘호텔이 의도한 해결방식’이 맞을까?”
202호에서 최종적으로 우리가 택한 해결 방법은 다름 아닌 해신의 원한을 풀어주고 관리국을 응징하는 방식이었다.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듯하군요.”
“맞아. 나는 우리가 호텔의 의도와 전혀 다른 형태로 해결했다고 봐. 여기에 대한 근거가 꽤 많아.”
그 말과 함께 누나는 몇 가지 사실을 지적했다.
“일단 첫째, 봉인 당했던 엘레나. 엘레나는 장녀에게 숙청당한 차녀였지? 또, 깨어나자마자 해신의 부활이 임박했고 이수호가 원흉임을 우리에게 알렸어. 이게 무슨 의미겠어?”
아리가 답했다.
“호텔에서 엘레나에게 맡긴 역할은 ‘해신의 부활 저지를 위한 정보 제공’이라는 거지?”
“맞아. 엘레나의 포지션 자체가 해신의 부활을 저지하는 역할이야. 또, 가인이의 시나리오 이해도 좋은 증거지.”
누나가 하려는 말을 이해했기 때문에 내가 대신 답했다.
“시나리오 이해는 첫 번째 시도에서 우리를 해신 섬으로 인도했고, 섬 내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다니게끔 유도했죠. 즉, 관리국을 의심할만한 정보는 전혀 주지 않았습니다.”
듣고 있던 아리가 물었다.
“세 번째 시도, 우리가 본격적으로 관리국을 공략할 때는 어떤 정보를 줬어?”
이 질문은 아주 쉽게 답해줄 수 있다.
“아무것도. 들어가자마자 뜨는 ‘해신 섬으로 가라’ 이후로 그 말을 따르지 않으니까 아예 이후 내용이 업데이트되지 않았어.”
“그건 마치….”
“준비한 내용이 없다는 느낌이지. 너무 다르게 가니까.”
어렴풋이 느꼈던 부분을 누나가 지적하자 확실히 깨달았다. 202호, 우리가 해결했던 방식은 호텔의 의도와 전혀 다르다.
호텔이 배치한 엘레나의 역할이나 위치, 진행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시나리오 이해가 완전히 먹통이 됐던 점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누나가 자신감이 생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호텔의 가이드라인에서 완전히 벗어난 답변을 찾아냈는데, 욕먹긴커녕 훌륭하게 해결했다고 추가적인 보상까지 줬지. 이게 무슨 의미일까?”
어렴풋이 느껴진다.
모든 저주의 방, 호텔이 생각하는 ‘적절한 답’은 있다. NPC의 역할이나 봉인된 참가자가 풀려날 때 밝히는 정보, 내 시나리오를 찬찬히 뜯어보면 호텔이 준비한 답도 대략 예측할 수 있다.
202호에서 호텔이 준비한 답. 이는 분명 이수호나 리링가노르를 빠르게 처리해서 해신의 강림을 저지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이 답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런데도 호텔에선 아주 좋았다며 가산점까지 줬다.
다시 말해서.
“애초에 호텔의 의도대로 갈 필요가 없다는 거지. 심지어 호텔 본인들도 의도대로 문제를 풀면 끽해야 50점 정도라고 평가해. 얘네는 우리에게 말하는 거야. 더 나은 정답을 찾아보라고.”
닥쳐오는 종말의 위기, 어떤 세계는 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또 다른 세계는 불완전한 답안을 내어 위기를 버텨냈으나, 헤아릴 수 없는 희생을 감수하거나 두려운 후환을 남겨야만 했다.
누군가는 의문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더 나은 정답이 없었을까?
신이나 부처가 손 한번 뻗어서 악마를 으스러트리는 식의 답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답.
무언가 알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추론대로라면, 앞으로 NPC의 배치나 봉인된 참가자가 주는 정보, ‘시나리오 이해’가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해결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호텔이 준 정보를 열심히 분석해서 답을 만들어봐야 호텔에선 ‘응 50점!’ 수준의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
편하게 생각하자. 기본적으로는 주어진 정보를 기반으로 50점짜리 답이라도 열심히 쓰되, 상황에 따라 ‘아니!’하는 깨달음이 와서 기가 막힌 해결 방법이 떠오르면 한번 시도해 보는 정도가 합리적이겠지.
다음 날, 우리는 축복의 성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