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57)
256화 – 파티 타임 – 축복의 성소 (2)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09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이번엔 누가 강화를 받을까요?”
파티 타임 1일 차, 아침 식사 중 송이가 질문을 던졌다. 안타깝게도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이 호텔, 기여도 평가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
차라리 유산 획득 자격이 주어지는 기준이라면 안다. 선택의 시간이 시작할 때마다 보여주는 알림에 따르면 최종 회차에서의 생존 여부와 ‘최종 결전’의 기여도에 따라 자격이 부여된다고 한다.
반면, 축복 강화를 위한 기여도는 그런 설명도 별로 없다.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얼마나 쌓였는지는 짐작할 수 있긴 해. 관문의 방에서 한번 간접적으로 알려줬잖아? 혹시 그때 순서 기억하는 사람?”
아리의 말을 듣자 떠올랐다. 107호, 세 번째 관문이었던 ‘지킬 앤 하이드 게임’에서 하이드는 기여도순으로 우리에게 기생했었지? 대략적인 순서는 기억이 난다.
“기억하긴 하는데 그 후로 201호와 202호를 거쳤으니 꽤 달라졌을걸?”
관문의 방은 기여도가 인정되는 장소가 아니었으므로 고려할 필요 없다.
“1층이 끝난 시점에서 기여도 순서는 어땠는데?”
“아마 이 순서였을 거야.”
한가인 / 유송이 / 박승엽 / 김아리 / 엘레나 / 차진철 / 김묵성 / 이은솔
화이트 보드에 적다 보니 내 이름이 제일 앞에 있어서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같은 이유로 기분이 나빠진 사람도 있었다.
“으읏…. 살면서 뭘 하든 꼴지를 해본 적이 없는데….”
“어, 언니.”
“이 이후로 201호, 202호 등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순서가 꽤 다를 겁니다. 지금의 순서는 알 방법이 없네요. 호텔에서 또 간접적으로 알려줄지도 모르겠지만요.”
유심히 내 표를 살피던 아리가 조금 다른 방향의 의견을 냈다.
“이런 식으로 ‘총기여도’ 순서를 매기기보다는, 최근에 축복을 강화한 시점을 고려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예를 들어 가인이는 현재까지 얻은 기여도 총합계는 가장 많겠지만, ‘동료 정보 확인’을 얻는 강화와 ‘시나리오 이해’라는 강력한 강화를 얻으면서 기여도를 대량으로 썼잖아?”
“맞아. 막상 지금 내게 남은 기여도는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어.”
엘레나는 다른 의견을 냈다.
“에…. 아닐걸요? 물론, 시나리오 이해를 막 얻은 후의 가인 씨에겐 남은 기여도가 0에 가까웠겠죠. 하지만, 그 후로 201호에서도 결말을 본 건 가인 씨였죠. 202호에서도 아리와 함께 관리국을 무너트리는 일에 공이 있었으니 다시 꽤 쌓았을 것 같은데….”
“고마워요. 그런데, 꽤 쌓았다 해도 여전히 다음 강화를 얻기엔 부족할 것 같네요.”
시나리오 이해를 얻었을 당시, 올빼미는 내게 호텔을 탈출할 때까지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음 강화를 얻기까지 아주 많이 남았다는 의미인데,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게임에서도 레벨업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경험치가 필요한 것처럼 호텔의 축복 강화도 같은 원리일 수 있다. ‘시나리오 이해’를 두 번 강화한 셈 치면 나는 이미 3회나 강화했다. 혹은, 다음 강화 또한 제법 강력한 것일 수도 있고.
이번에는 아닐 것 같다. 아리가 계속 말했다.
“알다시피 기여도는 누적식이야. 축복을 강화하고 오랜 시간이 흘렀으면서 최근의 방에서 제법 활약한 사람은 슬슬 강화할 때가 되었을 거야.”
그 말과 함께 아리는 화이트보드 앞으로 나가서 해결한 방과 그 방이 종료한 후 강화한 사람의 이름, 얻은 능력의 명칭을 적었다.
103호 : 한가인(동료 정보 표시), 유송이(이심전심), 박승엽(천운 제어)
101호 : 한가인(저축), 김아리(나침반), 엘레나(거짓말 탐지), 차진철(재생력)
102호 : 한가인(시나리오 이해), 김묵성(생생한 소통), 이은솔(탐욕의 손)
201호 : 박승엽(저축), 엘레나(명경지수)
202호 : ?
은솔 누나가 표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보아하니 이번엔 난 어렵겠네. 강화를 비교적 최근에 한 편이구나. 체감상으론 엄청 오래된 것 같은데.”
송이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언니, 전 언제 강화했는지 아예 기억이 안 나요.”
표를 보니 대충 누가 강화할 순서인지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우선, 절대 아닐 것 같은 사람이 세 사람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는 아직 차례가 올 때가 아닐 것 같다. 2층 후반 쯤 되어야 돌아오지 않을까?
엘레나도 아닐 것 같다. 한 차례 단독 탈출을 성공한 만큼 202호에서 제법 기여도를 쌓았을 것 같긴 하지만, 가장 최근인 201호에서 강화했으니 아직은 부족하리라.
부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의사 선생님은 당연히 아직은 때가 아니다.
어지간해선 강화할 수 있어 보이는 사람도 두 사람 보였다.
승엽이는 가장 유력한 순번이다. 이미 201호에서 강화할 시점이었는데도 강한 강화를 위해 미룬 만큼 많은 기여도를 축적한 상황이고, 202호에서 해신의 숨겨진 패였던 리링가노르를 찾아내거나 박 부장을 죽여 엘레나가 탈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등 다방면으로 활약했으니까.
진철 형도 해당할 것 같았다. 101호가 끝난 후 강화했고, 이후 102호와 201호가 지나며 시간이 꽤 흘렀다. 또한, 202호에서 진철 형은 지휘자 루다흐를 이식받고 관리국과 직접 충돌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 역할은 우리 중 오직 형만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이었던 데다가 활약상도 상당하다.
나머지 4명은 애매하다.
송이나 아리는 강화한 시점은 꽤 오래되었지만, 202호에서 결정적 활약했는가가 애매하다. 굳이 따지면 그래도 관리국을 무너트리는 계획에 크게 일조한 아리의 지분이 클 것 같다.
은솔 누나와 묵성 할아버지는 강화한 시점이 비교적 최근이고, 202호에서 절대적 활약을 한 것 같진 않다. 물론 유산을 얻은 사람은 은솔 누나지만, 이는 다른 사람들이 물러섰기 때문이지 누나의 기여도가 압도적인 것은 아니다.
이 정도로 정리한 후, 축복의 성소를 향해 움직였다.
*
박승엽, 차진철, 김아리의 강화가 가능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나왔다.
강화할 때가 되었으리라 짐작한 승엽이와 진철 형이 포함되었다. 애매하다고 여긴 사람 중에선 아리만 강화 순서가 왔다. 짐작건대 이번에 순서가 오지 않은 ‘애매한’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다음 방이 끝난 후 순서가 올 것 같다.
“오~! 이번엔 내 차례네. 내가 아니었다면 ‘문’을 열어서 관리국을 흔들 방법이 없었기 때문인가?”
아리의 즐거워하는 목소리에 진철 형이 끄덕였다.
“아무래도 관리국을 흔든 건 아리 너랑 내 역할이 컸지.”
“전 대체 언제쯤 순서가 오는 걸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 곧 순서가 올 거야. 어쩌면 다음 방?”
상대적으로 최근에 강화했던 엘레나나 할아버지, 은솔 누나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는지 별 반응이 없었다. 결국 강화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송이 정도만 크게 아쉬워하면서 성소의 불빛이 떨어졌다.
*
– 차진철
풍경이 예전과 달라졌다.
분명, 예전에는 너른 벌판에 창칼이 하염없이 꽂혀 있지 않았나? 지금은 사방에서 용암이 끓어오르고 있다. 용암 바다 위에는 거대한 철판이 떠다녔고, 나는 그 철판 중 하나에 아슬아슬 올라타 있었다.
“으아…. 거, 후원자님은 무슨 이런 살벌한 장소에 계십니까?”
— 우르릉!
끓어오르는 용암 바다 위에서 갑옷을 피부로 삼고 방패를 눈으로 삼는 거인이 솟아올랐다. 어느 순간, 내가 강철 거인의 손 위에 올라와 있음을 깨달았다.
“최근의 활약은 손꼽을 정도로 괜찮았다.”
“최근이라면…. 202호 말씀이십니까?”
“삶이란 곧 투쟁이라. 필멸자의 삶은 한순간에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나니…. 그 불꽃으로 모든 것을 불사를지어다.”
“가만 보니까 이게 당신 말버릇이군요.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본인 말만 하시는데.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비슷했던 것 같고….”
“타올라라. 너 자신이 타오름을 두려워 말라. 죽을 줄 알면서도 압도적으로 강력한 세력에 주저 없이 달려들던 투지는 분명 가치 있었다. 물론, 그 결과로서 죽었으므로 유산을 얻을 수는 없었지. 아마 어떤 후원자들은 겁쟁이처럼 도망 다니며 끝까지 살아남아서 유산을 얻으라고 할지 모른다.”
“…”
“나는 결코 그리 말하지 않으리라. 유산은 투쟁 끝에 따르는 결과일 뿐. 투쟁을 회피해서 얻은 보물에 어떤 가치가 있겠느냐?”
“좋게 말해주시니 고맙군요.”
“한데, 한 가지가 염려스럽군.”
“예?”
“너에게 스며든 불순물. 너 또한 느끼지 않느냐?”
… 동료들이 걱정할까 봐 굳이 말하진 않았지만, 관문의 방에서 나온 이후로 내게는 기묘한 병이 생겼다. 그 누구도, 심지어 초월적인 눈을 가진 은솔 누님도 볼 수 없는 알 수 없는 소녀 혹은 여성의 환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관문의 방에 있던 마녀라고 하더군요. 아직은 딱히 말 한마디 들은 적 없습니다.”
“불필요한 불순물이다. 언젠가 네게 걸림돌이 되리라. 그러나, 극복한다면 성장의 발판이 될 수도 있겠지. 뭐, 결국 네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 그보다 오늘은 너에게도 때가 왔음을 알리고자 한다.”
“때?”
“네 동료가 하나둘 얻기 시작한 ‘강력한 강화’. 너에게도 때가 왔다.”
‘강력한 강화’. 순간적으로 심장이 거칠게 뜀을 느낀다.
“강력하다 하심은…. 어떤 의미입니까?”
거인은 잠시 말을 고르는 듯했다.
“너는…. 찰나를 쪼갠 시간을 볼 수 있게 되리라.”
그 말과 함께 의식이 흐릿해짐을 느꼈다.
… 아니, 가인이나 승엽이에겐 기여도를 모았다가 강한 강화를 받을지 아니면 당장 애매한 강화를 받을지 선택권을 줬다고 들었는데, 나한테는 그런 것도 없어?
*
– 박승엽
아름다운 장소에서 깨어났다.
신비로운, 정말로 은하수가 강물처럼 흐르는 이상한 장소였다.
몇 차례 만났던 내 후원자는 완전히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아서 이번에도 황당무계한 –
“넌 좀 제발 내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줘.”
“…예?”
“예는 무슨 예! 조금 전에 내가 정신이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했잖아.”
“생각도 읽으세요?”
롤도 진짜 못하면서 터무니없는 소리나 하는 이상한 –
“그만 그만! 이리 오기나 해.”
소년을 따라서 이상한 구슬이 있는 장소로 움직였다.
“저, 이번에 강화 가능한 거죠? 나름대로 202호에서 노력했어요!”
“아슬아슬. 사실, 좀 애매했어. 부족분을 내가 채웠달까?”
“예? 참가자가 기여도를 덜 쌓았는데 후원자가 채워줄 수도 있어요?”
“꼭 기여도가 아니더라도 후원자가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면 개입할 수 있어. 지금 우리 중에서 제일 열심히 투자 중인 존재는 올빼미지.”
“가인 형의 후원자요?”
“그는 자신이 후원 중인 참가자에게 어떤 가능성을 봤는지도 모르지. 호텔의 끝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오! 그러면 후원자님도 제게 무슨 가능성을 보셨나요! 그래서 손해를 감수하고 -”
“넌 내가 조금이라도 도와주지 않으면 길거리에서 객사할 것 같아.”
“…”
가차 없는 독설을 들은 것 같다.
수정 앞에 도착한 소년은 조용히 손으로 구슬을 매만졌다. 소년의 손길 한번 한 번에 사방에서 수많은 거품이 들끓었다가 터지기를 반복했다.
“너, 행운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니?”
“예? 행운의 본질이요?”
“혹시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어? 세상에 진정한 의미의 운이란 없다. 우리가 우연적인 사건이라 생각하는 일들은 사실, 그 인과를 알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
“미안. 너에게 물어본 내 실수네.”
물론, 무슨 말인지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걸 지적당하자 기분이 나빠졌다.
“이런 이야기야. 네가 길을 걷다가 벼락에 맞아 죽었다 치자. 아마 많은 사람은 네가 운이 없었다고 여기겠지. 하지만, 초월자의 관점에서도 그게 정말 ‘우연적인 일’일까?”
“…”
“벼락이 떨어지기 한참 전부터 그 시점, 그 장소에 벼락이 떨어지리라는 사실은 정해져 있었을 거야. 벼락은 분명 원인이 있는 기상 현상이니까. 또, 그 시점에 네가 지나가리라는 사실 역시 진작 정해져 있었겠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러므로 초월자의 시선에서 세상에 운이란 없을지도 모르지. 모든 일의 발생은 천지창조, 그 순간부터 정해져 있었어. 인간은 그 인과를 읽어낼 수 없기에 ‘운’이라고 치부하는 것 아닐까?”
“그…. 제가 어디서 주워들었거든요? 잘은 모르지만, 세상엔 불확정성 원리나 양자역학 같은 게 있다고 해서….”
“오! 와! 으아아아!”
“저기요?”
“너랑 만난 이후로 지금처럼 놀란 적은 없어. 방금 그 단어, 네 입에서 나온 것 맞아?”
“…”
“농담이야. 물론 그 이론은 나도 알고 있지. 어차피 지금 내가 너랑 우주 만물의 이치에 관해 토론하기 위해 모인 건 아니잖아?”
“그렇죠.”
“내가 갑자기 ‘필연성’을 말하는 건, 이제부터 네가 얻을 능력을 이해하려면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야.”
문득,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나도 내 능력의 특징 중 한 가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후원자가 해주는 이런 식의 이론적이고 자세한 설명은 나에겐 도리어 방해가 되곤 한다.
“좋은 깨달음이야. 잘 숙지하고 있구나.”
“…”
“걱정하지 마. 그 문제는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이번 강화는, 그 문제조차 어느 정도 완화해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