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6)
25화 – 막간 – 당신들은 대체 누구?
25화 – 막간 – 당신들은 대체 누구?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8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0]
“아, 그거 참맛있겠구만. 거기 젊은 친구!
그쪽 족발 큰 거 하나 이쪽에 줘보게”
“… 이거 아마 족발 아니고 그 슈바이네학센인가 그럴 겁니다.”
“그래 그 슈바뭐시기 족발 좀 줘보게”
슈바이네학센 큰 덩이를 건네주기 위해 집어 들려는 차,
고기덩이가 사라졌다.
“어이쿠, 이거 진짜 맛있겠네”
주저 없이 옆에서 진철형이 먼저 집어갔다.
갑자기 진철형이 나에게 시비를 걸 이유는 없으니…
누굴 상대로 꼬장을 부리는지는 명확하다.
“허허, 자네 아까부터 너무 긁는 거 아닌가?
내가 대충 설명한것 같은데…”
“하하 긁는다니요. 대단한 관리국 요원분 아니십니까?
돼지 발이나 먹는 게 안쓰러워서 그렇습니다”
“아 나 이 쉐리가 생기기는 멧돼지 같이 생긴 게 주둥이가 왜케 가볍니?”
“허, 이거참 나이도 처묵을 만큼 먹은 분이 말하는 건 아주-”
“제발 먹을 때는 그만 좀 합시다.
진철이 너도 좀 닥쳐주라. 어르신도요”
너무나 힘든 일을 겪었기에 다 같이 껴안고 울지 않을까?
했던 식사 분위기는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새롭게 추가된 두 사람.
공포의 저택에서 다들 내심 적이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합류한 것이 상황을 이렇게 피곤하게 만들었다.
“아리누나… 이거, 가지튀김인데 엄청 맛있어요. 드셔보세요”
“어머, 승엽아 고마워”
물론, 주변에서 신경전을 하거나 말거나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다.
내심 한숨을 내쉬면서 상태창의 동료정보를 확인했다.
1. 한가인(20) – 지혜. K 대학교 신입생2. 차진철(31) – 용기. 전직 격투기 선수
3. 유송이(17) – 친화. 다수의 동물을 기른다.
4. 엘레나 이바노프(23) – 정의. 망명 외교관 자녀. 현직 배우 지망생
5. 박승엽(14) – 행운. 질풍 노도의 소년
6. 이은솔(32) – 부귀. 대양 그룹 회장 3녀
7. 김묵성(68) – 소통. 혼돈재난관리국 요원
8. 김아리(16)-암시. 혼돈재난관리국 수습요원
새롭게 추가된 두 사람은 어처구니없게도 관리국의 요원과 수습이었다.
물론, 어차피 관리국은 세상에서 가장 뭐 하는 집단인지 알려져 있지 않은 조직이다.
일반인 수준에서 알고 있는 거라면…
지구 어딘가엔 일반인은 평생 볼일 없는 악마나 귀신같은 게 있다.
그걸 처리하는 조직도 있다 정도니까.
바로 우리가 겪는 일이 그런 부류의 기이한 일이니, 요원이 있는 쪽이 당연한 건가?
빠르게 식사를 마친 은솔누나가 대략적인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아까 대충 들었습니다만, 두 분은 호텔로 인한 민간인 실종사태를 막으려고 하다가…
어쩌다 보니 호텔에 잡혀 왔다 그런 말씀이신 거죠?”
“그렇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나름의 수단을 써서 들어왔는데,
들어오는 순간 호텔이 우릴 102호의 등장인물로 잡아 가뒀다네.
우리는 아마 일종의 ‘처벌’이라고 생각하고 있네.”
“불법 침입자에 대한 호텔 나름의 처벌?”
“그런 느낌이지. 스스로는 역할에 갇힌 채 아무것도 못하면서, 적법한 참여자들이 통과하기만 기도해야 하는 처벌인 겠지. 꽤 힘들었다네.”
“뭐, 그건 그렇다 칩시다. 여하튼 할배와-”
“야 차진철!”
“크흠, 어르신께서 그 수습 아가씨와 호텔에 들어온 수단이 있다는 것 아닙니까?
그걸 써서 나갈 방법은 없습니까?”
“미안 하지만 그 방법이 사라졌어.”
“그 방법이라는 게 뭐였던 겁니까?”
… 순간적으로 노인의 입이 닫혔다. 민감한 질문인가?
그런데도, 탈출을 위해 알건 알아야 한다.
그때, 아리의 입이 열렸다.
“그냥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할아버지.
호텔은 오랜 시간 사람을 납치해왔고, 가끔 행운과 실력을 갖춘 사람은 여러 가지 힘을 얻은 채로 탈출하곤 했죠.
탈출에 성공하는 경우, 호텔에선 내보내면서 ‘입장권’을 줍니다. 여차하면, 다시 한번 오라는 거죠.”
“그 입장권을 사용해서 들어온 겁니까?”
“그걸 써서 왔으면 호텔에서 ‘불법침입’으로 간주할 리가 없죠.
그 입장권은 탈출자 본인 혼자만 쓸 수 있거든요.
우리는… 그걸 나름의 방식으로 ‘복제’해서 온거예요. 그래서 호텔은 불법침입으로 간주한 거고”
다른 사람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일까?
아리는… 저택에서의 기억보다 훨씬 공손하고 예의가 발라서 착실한 모습으로 보였다.
애초에 나이도 저택에서의 모습과는 두어살은 많기도 했고.
대충 두 사람의 신상과 관련된 문제가 정리된 느낌이다.
“다음으로는, 저택에서 일이 어떤 식으로 진행된 것인지, 다 같이 피드백 좀 해 보자.
앞으로도 여러 번 위험천만한 일할테니 그 전에 한번 짚고 넘어가야지.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이 상황을 제일 잘 알겠지.
이제부터는 가인이 네가 좀 정리해 줘”
내 쪽으로 발언권이 넘어왔다. 조금 차분하게 정리해봐야겠다 싶어서 어디선가 구해 온 하얀 판에 글씨를 써나갔다.
1. 송이의 빙의 시점과 살인의 진행
“그러면,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한번 정리해봅시다. 첫째, 송이는 대체 언제 빙의 된 거야?”
본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송이는 고개를 바짝 숙였다.
“전 사실 조각을 만진 이후로 아무 기억이 없어요…”
“조각을 만진 게 트리거였다는 건가. 추후 또 가게 되면 조각은 손도 대면 안 되겠네. OK.”
“각자 어떻게 죽었는지도 말해봅시다. 죽은 순서대로, 엘레나양?
“송이가 밤에 찾아와서 무섭다길래…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잠들었네요.
그러다가 순간 엄청 아파서 깼는데, 깼을 때는 이미 목이 졸리고 있어서 순식간에 그만”
“죄송해요…”
“어머, 송이 잘못은 아니예요.”
“다음은 내 차례인가? 별거 없어.
서재방에서 이런저런 자료 정리하고 나왔더니 송이가 늦은시간까지 있더라?
근데 솔직히 그때 느꼈어. 내심… 엘레나를 죽인 게 송이일 것 같긴 했거든.
자료를 찾은 시점에서 죽을 것 같다 각오도 했고. 그래도 만났을 땐 워낙 연기를 잘해서 아닌가?
했는데 돌아서는 순간 푸슉 하고.”
“언니 진짜 죄송해요”
“사과는 이제 그만하자. 어차피 네가 한 게 아닌 거 다 아니까”
“나는 진짜 모르겠어. 난 그냥 다 같이 식사하다가 갑자기 죽었잖아? 뭐지 대체?”
“그건 제가 알겠네요.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음식하고 주스는 제가 사전에 나름 확인을 했는데,
형만 먹은 맥주를 확인 안 했거든요. 아마 그사이에 뭔 짓을 한 모양이죠”
“하 참, 이젠 술 한잔 마시는 것도 위험한 거야?”
“저는 누나가 불러서 호수쪽으로 가서 같이 산책했는데, 누나가 갑자기 밀었어요…”
다채롭게 모두가 송이에게 어떻게 살해당했는지를 정리하는 사이,
송이는 툭 건드리면 울기 직전의 상태가 되고 말았다.
2. 메모의 의미
“제가 진짜 나가면 꼭 묻고 싶던 건데, 대체 왜 [ㅅ, 성당, 메이드, 종] 이런 식으로 적었어요? 시간이 너무 없어서?
이게 성당에 아리를 데려가서 종을 치라는 의미인지 이해하느라 무지 힘들었는데.”
“어… 그게 그렇게 됐어?”
“네?”
“음, 사실 전혀 그런 구체적인 의미로 적지 않았거든. 그런 의미면 네 말대로 더 알아먹게 썼겠지.
그 메모는 그냥 내가 본 자료들의 키워드를 쓴 거야. 종이 성당에 있는지도 몰랐어.
단지, ‘어르신’의 성당과 종에 대한 적개심이 느껴지는 글들이 보여서 두 단어 적고,
메이드를 세뇌했다는 글도 봐서 그것도 적은 것뿐이지.
내가 개떡 같이 쓴걸 네가 찰떡같이 해결했네”
“‘ㅅ’는 뭔데요?”
“송이 라고 쓰려다가 확신이 안서서 그만둔 거야.
메모 쓸 때만 해도, 살인범에 대한 근거는 ‘엘레나가 밤에 들여서 침대 옆에 앉히고 같이 잘만한 사람’ 뿐이었잖아?
송이가 제일 먼저 떠올랐지만, 사실 승엽이도 아직 어리니까… 확신이 안서는 상황에서 잘못된 편견을 주기는 싫었어”
“메모를 남기신걸 보면 죽을지도 모른다 생각하신 거예요?”
“각오하기도 했고, 서재의 글들 중‘평범한 인간은 보기만 해도 미치는 마도서’에 대한 말이 있었거든.
아마 서재 어딘가 있겠거니… 했는데 정작 못 찾았지. 다른 곳인가?”
살짝 아리쪽을 쳐다 봤다. 아리는 무슨 일 있냐는 듯 방긋 웃었다. 아닌가?
3. 두 요원은 어떻게 깨어났는가
“이제 가장 중요한 의문을 풀어 봅시다. 호텔은 그동안 여러 번 우리 마음을 이리저리 조종했는데, 우리는 한 번도 저항해 본적이 없어요.
그런데… 관리국의 두 분은 어느 시점에선 명백히 정신을 차리셨는데?”
“그건 첫째로는, 우리가 기본적으로 그런 정신조종에 저항하는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내 축복 때문이라네”
“축복이요? ‘소통’?”
“아주 쉽게 말해주지. 내 축복은 ‘카카오톡’이야”
잠시 모두가 말문을 잃었다.
“갑자기 카카오톡이라니… 대체 무슨 말입니까?”
“비유를 든 거네. ‘소통’이라는 단어 그대로, 소통에 최적화된 능력이지. 말보다 보여주는 게 편하겠지. 다들 와서 내 손을 한 번씩 잡아”
다들 얼떨떨한 표정으로 김묵성 노인의 손을 잡았다.
묵성 : 들리나?
은솔 : …
가인 : …
송이 : 이거! 이게 뭐죠? 머릿속에 뭐가 막 떠요!
묵성 : 이게 내 축복이야. 서로 생각으로 소통할 수 있다 그런 거지. 일반적으로는 대화보다 나을게 없어. 그러나 몸을 통제할 수 없을때도 대화할 수 있지. 이걸로 가끔씩 대화하면서 나랑 아리는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가인 : 대단히… 신기한 능력이군요. 굉장히 유용할 것 같기도 합니다.
승엽 : 와! 이거 하루 종일 대화도 되는 건가요?
은솔 : 예컨대, 105호에서 식사 시간 아닐 때라던가?
묵성 : 미안한데 대화 분량의 제한이 있어. 지금, 이미 한 절반 썼네. 일상적인 대화를 위한 능력이 아니야. 충전되려면 날짜가 넘어가야 해.
가인 : 이해했습니다. 다른 제한은요?
묵성 : 아직은 찾지 못했다. 아, 그리고 이런 것도 가능하네. 진철군? 말 좀 해 보게.
멍청한 멧돼지: 갑자기 무슨 말을? 아니 이거 뭡니까?
묵성 : 방장은 대화명을 지정할 수 있는 거지
은솔 : … 대화량 제한도 있다니 이쯤 합시다.
잠깐의 신기한 체험 후, 우리는 다시 현실의 대화로 돌아왔다.
분명 대단히 유용한 능력.
그러나 1분도 안 되는 대화만으로 하루치 대화량의 태반을 소모한다는 점.
유용성만큼이나 제약도 작지 않다.
“그러고 보니… 아리는 어떤 축복받은거야? 가인이 말로는 ‘암시’라고 적혀있다는 데.”
“저는 들어오자마자 102호에 갇혀서, 사실 잘은 모르겠어요.”
잘 모른다?
그런 것치고는 나한테 최면 비슷한 걸 잘만 걸었던 것 같은데?
다소 의아한 대답이었지만,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뭐 대충, 이 정도면 서로 할 말은 다 한 것 같다. 그리고… 정말 다들 고생했어.
뭔가 감동의 멘트를 하고 싶은데 진짜 너무 피곤해서.
다들 비슷하지? 일단은, 각자 좀 쉽시다.
내일부터 바로 또 저주의 방에 들어가야 할 테니까. 내일 아침에 봐요.”
그렇게,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각자의 공간으로 옮겨졌다.
남은 시각은 좀 편히 쉬면 되겠지… 내일의 일은 내일 고민하자.
…
아리 : 들리지?
가인 : …
아리 : 대화량 얼마 없어.
가인 : 무슨 말을 하려고? 얌전한 체 하는 거?
아리 : 어머! 그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저택에서 마지막에 내가 본 것.
가인 : 왜 식사 때 그 이야기 안한 거지?
아리 : 너 말고는 모르는 게 나으니까.
가인 : 대체 무슨???
아리 : 자기 축복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지혜’는 인간이 받아들일 수 없는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지.
지금, 보여 줄게. 나랑 할아버지의 축복을 응용하면 이런 것도 되거든.
아득한 위치에서 무언가를 바라본다.뇌를 녹여 버리는 듯한 이미지.
한없이 깊은 구덩이.
끝도 없이 뻗어 있는 내장과 같은 구덩이.
기어 올라오는 끔찍한 형상.
견디기 힘들 정도의 두통이 찾아왔다.
오늘 밤은 끔찍한 악몽을 꾸겠구나. 왜 하필 자기 전에 이런 걸 보여주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