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62)
261화 – 파티 타임 – 다음 방에 관한 고민, 도착한 소포 (7)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10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2]
– 한가인
승엽이가 들은 203호에 대한 경고와 아리가 들은 ‘마지막 저주의 방’에 대한 경고.
두 경고의 내용은 미묘하게 어긋난다. 그래서 어느 방이 더 위험하다는 이야기인가? 203호? 아니면 205호나 206호로 추정되는 ‘마지막 저주의 방’?
진철 형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203호가 마지막 저주의 방이고 204호, 205호, 206호가 모두 저주의 방이 아닐 가능성은 어떻게 생각하냐? 이렇게 보면 두 경고 모두 203호를 말하는 거긴 한데…. 이건 아닌가.”
“그건 아닐 것 같네요.”
아닐 것 같다. 저주의 방 숫자가 그렇게 적을 리가 없다. 두 사람이 각자 다른 방에 대한 경고를 들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음?”
콜라가 들어있던 컵을 들어 올리는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컵이 왜 이렇게 가볍지?
그 사실을 인식함과 동시에 어딘가 불쾌한 감각을 느꼈다. 무언가 불투명하면서도 흐릿한 존재가 내 주변을 맴도는 듯한 이 느낌은 대체….
— 촥!
“앗! 차갑잖아!”
그리고, 모두가 정신을 차렸다.
*
“… 그러니까 아까부터 우리 사이를 돌아다녔다는 이야기지?”
“응.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서 엄청 재밌던데?”
“에잇! 헛소리하지 말고 다시 손들어!”
차가운 물 한 컵으로 아리를 찾아낸 은솔 누나는 성큼성큼 다가가서 아리의 손을 위로 올렸다. 아리는 투덜거리면서도 얌전히 무릎을 꿇고 손을 들었다.
“갑자기 칵테일 잔이 비어서 뭔가 했네! 신기한 능력을 얻자마자 장난이나 치는 건 대체 무슨 심보야?”
“그냥~!”
그 말에 누나는 이번엔 아리의 머리 위에 페로를 앉혔다.
“에! 에! 얘 내 머리 잡아 뜯으려고 하잖아!”
페로는 대체 왜 사람 머리 위에 올라가기만 하면 머리카락을 뜯으려고 하는 걸까….
혼란스러우면서도 유치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에 잠시 머리가 띵해지려던 차, 아리가 약간 진지한 톤으로 질문했다.
“그런데 은솔이는 나 어떻게 찾았어? 제한 시간이 끝나가긴 했지만, 능력이 활성 중인 상태였고, 다른 사람은 전혀 찾지 못했는데.”
“… 내 눈에 일종의 ‘캡쳐’기능이 있는 것 알지? 시야에 들어온 장면을 아주 명확한 이미지로 저장해서 다시 복습할 수 있어.”
“진짜 카메라 같은 기능이네.”
“아무리 생각해도 칵테일을 마신 기억이 없는데 잔이 비어있길래 뭔가 이상해서 두어 번 캡처하고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확인했더니 네가 보였어.”
“흐음…. 예상은 했지만, ‘존재감 없는 소녀’의 힘으로 카메라를 피할 수는 없는 건가? 하기야 내 몸이 딱히 투명해지진 않았으니까. 인식 저해 계통인가?”
“정신을 집중하면 느끼긴 할 게다. 나는 중간중간 흠칫하면서 네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
관리국 요원답게 할아버지는 비상한 집중력으로 아리의 존재를 느낀 듯하다. 이 말에 누나는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리가 이상한 짓 하는 걸 보면서 할아버님은 그냥 구경만 한 거예요?”
자신에게 불똥이 튀자 크게 당황한 할아버지가 황급히 변명했다.
“헛, 오해다. 순간순간 느꼈다가 다시 까먹었다가를 반복해서 뭘 막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었어.”
다행히 할아버지까지 아리 옆에서 손을 들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나저나 아리가 빙글빙글 웃으며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분석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 왠지 뒤에서 밀고 싶어졌다. 얄밉다는 생각은 나만 한 건 아니었는지, 승엽이는 다시 땅콩을 까서 이번엔 페로에게 줬다.
페로는 ‘네가 나한테 이런 걸 다 주고 웬일임?’ 하는 느낌으로 승엽이를 바라보더니, 열심히 아리 머리 위에서 땅콩 부스러기를 흘리며 먹기 시작했다.
“아아앗! 가루! 가루!”
그걸 보자 모두의 표정이 풀렸다. 옆에서 의사 선생님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아리 양은 참 기묘한 부분에서 모친을 닮으셨군요.”
어느새 자연스레 의자로 돌아온 아리가 그 말에 반응했다.
“미로랑 내가? 지금 이 모습에서 공통점을 찾을 게 있었어?”
“미로 양도 뜬금없는 타이밍에 황당한 장난으로 다른 사람의 긴장을 풀어주곤 했습니다.”
미로에 대한 독선적인 이미지와는 다소 다른 이야기였다. 물론, 사람에게 한 가지 면만 있는 건 아니니까 이상할 것까지는 없다.
돌이켜보면 한빙지옥에서 만났던 어린 시절의 미로 또한 장난기가 무척 심했다. 처음 만나는 남자아이에게 다짜고짜 눈을 던지는 것부터가 평범한 모습은 아니었지.
… 아리가 미로의 장난기를 닮았나?
— 탁!
“자! 다시 화이트보드나 봐!”
누나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정면으로 향했다. 아리가 기억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아까 하려던 이야기마저 할게. 가인이가 승엽이는 203호가 위험하다는 경고를 들었는데, 나는 ‘마지막 저주의 방’에 관한 경고를 들어서 두 정보가 모순적인 것 같다고 했지?”
그렇게 느꼈다.
“맞아.”
“나랑 승엽이가 들은 이야기는 뉘앙스가 좀 달라. 내가 들은 경고는 일반적인 의미로 파티 전체에게 어려운 방에 관한 이야기였어. 반면 승엽이가 들은 경고는.”
“저에게만 특별히 경고한 것 같았어요. 정체불명의 목소리, 후원자. 둘 다 203호가 ‘모두에게’ 어렵다는 느낌으로 말하지 않았어요. 모두에게, 즉 절대적인 의미로 어려운 방은 아마 205호 또는 206호가 맞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석하자 의문이 풀렸다.
마지막 저주의 방은 모두에게 어려운 방, 203호는 승엽이에게 어려운 방이다. 그렇다면, 205호나 206호는 순서를 뒤로 늦춰야 한다. 당연하게도 모두에게 어려운 방부터 피해야 하니까.
“그러면 203호를 패스하고 204호 가는 건 어떻게 생각해? 아리가 냈던 의견이기도 해. 자기가 의견 내놓고 이상한 분탕질로 회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지만!”
누나의 매서운 눈길이 아리를 향하자 아리가 다시 손을 들었다.
“나 다시 벌설까?”
의외로 승엽이가 다른 견해를 냈다.
“일단 203호부터 가죠. 후원자는 제게 ‘위기이자 기회다’라고 했거든요. 어쩌면 좋은 보상이 기다릴지도 모르죠.”
“이번엔 경고도 있었으니까 굳이 203호에 목매달진 말자. 해보다가 어렵다 싶으면 204호로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쯤에서 회의가 정리되었다.
205호와 206호는 피하고, 203호와 204호 위주로 진행한다. 우선 203호부터 가되, 지나치게 답이 없다 싶으면 204호로 간다.
오늘의 남은 시간은 뭘 하며 보낼까? 책이나 읽을까?
*
“으으윽!”
눈에서 검붉은 액체가 흐르는가 싶더니 알림이 떴다.
[조언 : 1 -> 0]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쯤 하라. 일에는 적절한 때가 있는 법.]“그때가 대체 언제냐고…. 지금은 아닌 것 같긴 한데.”
오래간만에 생긴 여유, 상태창을 걷어내고 마도서를 탐독한 대가는 상당했다. 조언의 도움까지 받아서 이해할 수 없던 문구를 억지로 해석하며 더 나아간 결과, 결국 내 몸이 견디지 못한 것이다.
결국 오늘의 마지막 조언 횟수는 그만 멈추라는 경고와 함께 소모되었다.
“괜찮으세요?”
시야가 흐릿해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엘레나의 목소리다.
“네. 조언을 썼더니 마도서를 그만 읽으라고 경고했네요.”
“제 생각에도 그게 맞아 보여요. 지금 가인 씨 눈에서 피가 흐르는 것 아세요? 앞이 보이지 않으실 것 같은데.”
“잘 안 보입니다. 그래도 105호가 있으니까요. 내일이면 괜찮아지겠죠.”
엘레나가 어디선가 가져온 부드러운 천으로 내 눈을 감쌌다.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 이런 말을 하기도 좀 그렇네요. 위험이 두려워서 강해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면 이번엔 약하다는 이유로 죽을 수 있는 장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가인 씨는 우리 중에서도 특별한 편인 것 같긴 하네요.”
특별하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우리 파티 중 날 제외하면 유산 훈련에 이토록 집중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였으니까. 사실, 애초에 ‘마도서’를 제외하면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부터가 애매하다.
예컨대, 이계의 별을 대체 어떻게 훈련할까?
별 조각이 알아서 만물을 무너트리는 파동을 내뿜을 뿐인데, 이걸 진철 형이 뭘 어찌 훈련한다는 말인가. 돌을 들고 벤치프레스라도 하면 이계의 별이 강해질까? 아무 의미 없을 것 같다.
“자랑 같긴 한데, 제가 얻은 마도서는 뭔가 ‘포텐셜’이 굉장히 높은 것 같거든요. 그래서 나름대로 연습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더 강력한 힘을 얻을 가능성이 느껴진다는 점, 그 가능성을 잡아채는 방법 또한 알고 있다는 점. 이러한 요소들은 막 얻었을 당시엔 느끼지 못했던 마도서의 강력한 장점이다.
“아니, 전 마도서의 특별함을 말한 게 아니라 가인 씨의 특별함 혹은 특이함을 말했어요.”
슬슬 눈가에서 통증이 밀려왔다. 더 연습할 컨디션이 아니다. 조언도 다 썼으니 이만 자러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1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 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
/소포가 도착했어요! 확인해주세요./
…
/소포가 도착했어요! 확인해주세요./
“아 이 시간에 뭐야 또?”
가뜩이나 눈가의 통증 때문에 잠들기 힘들었는데 무슨 알림이 이렇게 요란해?
심지어 시야가 흐릿해서 알림의 내용을 알아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집중해서 내용을 읽자 2층 외부, 스노 글로브 하단에서 얻었던 소포가 도착했다는 내용임을 알았다.
하필 새벽에 도착하다니.
눈을 비비며 105호 바깥으로 나가자 같은 알림을 본 동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숫제 일어나지 않으면 일어날 때까지 머리에 저 ‘알림’을 때려 박으니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아~ 대체 뭔데 이 지랄이냐? 내일 아침에 보면 되는 걸 가지고!”
짜증스러운 진철 형의 불평을 듣자 나도 모르게 의문이 들었다. 혹시 반드시 ‘지금’ 봐야만 하는 이유가 있나? 더 늦어지면 곤란한 사정?
다들 불평 가득한 표정으로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럴 리야 없지만 2층에 호텔 직원이 있다면 당장 멱살이 잡히고도 남을 것이다. 이동하다 보니 흐릿한 시야 때문에 불편함이 작지 않았다. 아직 치료가 진행되지 않은 건가?
“가인 씨, 아직도 눈이 불편하세요?”
“네. 통증은 가라앉았는데 앞이 잘 보이지 않네요.”
“잠시 멈춰보시죠.”
의사 선생님이 날 세우더니 품에서 돋보기를 꺼내서 내 안구를 관찰했다. 그리고, 잠시 의사 선생님의 손가락이 내 눈으로 들어왔다.
“으, 으아아앗!”
“가만히 좀 계시죠. 움직이시면 위험합니다.”
갑자기 손가락을 눈에 넣으면서 가만히 있으라고? 의사 선생님도 정신이 좀 이상한 것 아니야?
“흠. 기초적인 치료는 끝난 것 같군요. 아마 내일 아침이면 통증도 가라앉고 시야도 트일 겁니다.”
“… 진단을 위해 꼭 손가락이 제 눈에 들어와야 하는 겁니까.”
“하하하! 가인 군도 제 치료방식에 익숙해지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때쯤, 소포가 놓인 2층 테이블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 이제 열리긴 하는데?”
할아버지가 신기해하며 상자를 열자 8자 형태의 유리 조각 같은 물건이 나왔다.
“모래시계인가요?”
“생긴 건 모래시계 비슷하다만 내부에 든 게 모래가 아닌 것 같구나. 상현아, 혹시 이런 물질 본 적 있냐? 너 우주비행사였다며?”
신기한 물건이다. 송이 말대로 외견은 모래시계와 유사했지만, 내부에 든 무언가는 액체처럼 물컹거리면서도 고체처럼 서걱거렸다. 심지어 주기적으로 기체처럼 부유하기도 했다.
물건을 들어 올린 의사 선생님이 신기하다는 듯 구석구석 살폈다.
“이런 신기한 물질은 처음 봅니다. 마치 -”
[조언 : 3 -> 2] [뒤집지 못하게 하세요!]방금, 뭐라고 뜬 거지? 가뜩이나 눈이 잘 안 보이는데 이런 때는 좀 말로 해주면 안 되냐?
“마치 젤리와 구름을 뒤섞은 느낌이군요. 뒷면엔 음…. 숫자가 적혀있군요? 7?”
*
[날짜 : 111일 차]…
[날짜 : 112일 차]…
[날짜 : 113일 차]…
…
…
[±úÁü : 튄엥헴{옹쟌*쟝갛 : 118쭤 리
쳄벌댕깡 : 쟀엥쭤리-람렵랑돠
폐띠뵨베괭 :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