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67)
266화 – ???호, 저주의 방 – ‘????’ (4)
[±úÁü : 튄엥헴{옹쟌*쟝갛 : 119쭤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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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인
“가인 님, 혹시 제가 당신을 불쾌하게 -”
“아니, 아니, 괜찮으니까 좀 나가. 내가 지금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
“… 알겠어요.”
휴우! 간신히 내보냈다.
꿈틀거리는 이빨을 처치한 기념으로 열린 작은 파티, 늦은 시각에 내 방에 찾아온 소녀는 정황상 설정상의 내 애인이나 그 비슷한 존재 아닐까?
이 부족의 그 누구도 감히 내 이름을 부르지 않으며 ‘신인’ 혹은 ‘도련님’같은 호칭을 쓰는데 유일하게 내 이름을 부른다는 사실 만으로도 어딘가 특별한 소녀임은 분명해 보였다.
물론, 난 오늘 쟤를 처음 본다!
대체 호텔은 설정상 애인 따위를 왜 만들어둔 거야? 의외로 비밀이 숨겨진 소녀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장은 매우 불편했다.
진정하고 탈출 계획이나 고민해보자.
아무리 생각해도 ‘노래’에서 언급된 산맥 너머의 ‘낙원’은 무언가 중요한 요소다. 그 장소로 가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진홍 산맥에 도사리고 있다는 다채로운 괴물들은 분명 큰 위협이다. 부족민들 또한 본인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이니 정확하진 않으리라. 그러나 전승되어온 이야기가 절반만 사실이라 해도 나 혼자서 이 원시인들을 데리고 갈만한 장소는 아니다.
결국 광활한 원시의 세계 어딘가 떨어진 동료들과 합류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큰 틀의 방향성은 짜인 느낌이다. 어떻게든 동료들과 합류한 후, 전력을 모아서 산맥을 뚫어야 한다. 어떻게 합류할까? 이럴 때 상태창의 ‘동료 정보’가 막힌 것이 아쉬웠다.
물론, 원시의 세계에서 동료 정보가 보인다 해도 합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국가 같은 고도의 행정 시스템 자체가 없는 세계이므로 특정 지역을 표시하는 명칭 같은 것도 없고, 그 장소로 가기 위한 교통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박승엽 : 북서쪽 240km 떨어진 상수리나무 인근’
이런 식으로 위치정보가 나온다 한들 240km 밖의 동료를 무슨 수로 찾아갈 수 있겠는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호텔파티가 9명, 1인은 봉인 당했다 쳐도 8명이 진행 중인 상황이니 최소한 8개의 부족이 이 광활한 세계 어딘가 있다. 그 부족 중 하나는 가까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 상황을 볼 때, 동료들 또한 각 부족의 지도자가 된 상태일 것 같다. 그러므로 다른 부족을 찾아내면 그 부족에 동료들이 있겠지.
*
사람을 시켜 늙은 이빨을 불러냈다. 나름대로 먹고 마시며 즐기고 있었는지 코가 붉어진 노인이 천막에 들어섰다.
“도련님, 절 찾으셨다 들었습니다.”
“늙은 이빨, 혹시 근처에 다른 부족이 있어?”
그 순간, 천막 내에 팽팽한 긴장이 발생했다. 늙은 이빨이 순식간에 술이 깬 것처럼 눈을 크게 뜨며 날 바라보았고, 내 말에 주목하고 있던 서너 명의 전사들의 분위기가 일신하며 흉흉한 기세가 일어섰다.
뭐야 이거? 갑자기 왜 이래?
“도련님…. 마음을 굳게 먹으셨군요. 저는 그저 따라갈 뿐입니다.”
뭔 소리야? 뭔 마음을 굳게 먹어? 갑자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흐름이 느껴졌다.
“물론 도련님은 현명하신 분이지만, 최근의 일로 기억이 흐릿하시다고 하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모든 부족은 항상 이동 중이기 때문에 부족을 쫓는 방식으로는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찾지?”
“그들이 생존을 위해 갈 수밖에 없는 장소에 미리 가서 매복해야겠지요. 이 일대라면….”
노인은 잠시 근처의 지형을 떠올리는 듯했지만, 나는 노인의 말에서 이상한 표현을 발견했다. ‘매복’? 갑자기 무슨 매복을 한다는 말인가?
“천막에서 칠흑 숲으로 향하는 방향에서 우측으로 틀면, 고소한 열매가 가득 열리는 나무들이 있는 작은 숲이 나옵니다. 그 숲 인근에 언뜻 보기엔 다소 험하나 살펴보면 열매는 물론이고 물고기와 짐승이 가득한 강가에 도착하지요.”
깨끗한 물과 열매, 짐승이 가득한 강가. 이런 원시의 시대에선 식량의 보물 창고라고 할만한 장소다. 그 강가로 가면 다른 부족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
“사실…. 그 땅은 본디 우리 부족이 제 아버지 대부터 지켜왔던 영역입니다. 안타깝게도 ‘꿈틀거리는 이빨’로 인해 부족의 기가 쇠하자, 도적 무리가 선조의 영역을 강탈하고 말았지요. 지금, 신인께서 위엄을 보이신다면 능히 선조의 땅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서서히 달아오르는 분위기를 느끼며 그제야 이들이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깨달았다. 나는 단순히 동료를 찾으려는 목적이었지만, 이 사람들은 내가 타 부족과 전쟁을 벌일 생각이라고 착각 중이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최소한 갑자기 그런 장소에 왜 가야 하나요 따위의 불평불만을 들을 일은 없겠네.
“내일 아침에 강가로 이동하지.”
“전달하겠습니다.”
“좋아. 그리고 내가 명령하기 전엔 함부로 다른 부족을 공격하지 말라고 전해라. 그쪽의 신인과 한번 이야기해볼 생각이니까.”
“… 그 부분은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강가 건너 부족의 신인은 도련님과 달리 아주 야만적이고 흉포한 자입니다. 말이 통하는 자가 아니며, 사람의 형상을 한 멧돼지나 다름이 없어서 -”
“그만. 나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묘사를 듣고 있으니 ‘옆 부족의 신인’이 누구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
다음 날 아침, 부족의 노인, 여성, 아이 등 약한 자는 비교적 안전한 동굴 쪽으로 보낸 후 힘 있는 자들은 모두 강가를 향해 출발했다.
불과 이틀 전, ‘꿈틀거리는 이빨’과 펼쳤던 혈전 덕에 부상자의 수가 적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살피다 보니 옆에서 젊은 늑대 이빨이 말을 걸어왔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들 용맹한 자들이니 창을 휘둘러야 할 순간에는 망설임이 없을 겁니다!”
자신감 있는 말은 좋은데, 그다지 믿음이 가진 않았다. 보아하니 옆 부족을 통치한다는 ‘사람의 형상을 한 멧돼지나 다름없는 신인’의 정체가 빤히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총도 아니고 이런 조잡한 나무창으로는 그 사람에게 전혀 위협을 가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들도 그걸 모르진 않겠지만 내가 있으니까 믿고 가는 거겠지.
강가를 향해 걸어가던 중, 의문이 생겨 물었다.
“옆 부족의 신인 말인데, 혹시 몸에 큰 이상이 생겨 드러누웠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없어?”
“옆 부족의 사정까지는 잘….”
실수했다. 핸드폰도 없고 인터넷도 없는 시대인데 옆 부족의 상황을 무슨 수로 알겠는가.
고소한 열매가 열리는 숲을 벗어나 20분 정도 걷자 마침내 문제의 강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왜 이 강가가 인근의 여러 부족이 탐내는 지역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건너편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폭이 넓고 깊은 데다가 내부에 사람보다 거대한 물고기들이 펄떡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 자체는 현대인인 내가 보기엔 전혀 맑아 보이진 않았지만 석기시대 기준으론 마실만 하겠지.
곧이어 전사들이 전투를 대비해 은신한다는 둥, 적 부족의 위치로 척후병을 보낸다는 둥 하기에 그냥 그만두라고 했다.
그리고 30여 분 후, 이 방에 도착한 이래 처음으로 다른 부족의 인간을 만났다.
*
“이 자식! 감히 선조의 땅을 약탈-”
물고기를 잡으러 온 세 명의 타 부족민을 보자마자 창을 꼬나쥔 내 부족 사람들이 위협하기 위해 달려갔다.
내가 한 걸음 떼기도 전에 타 부족민들은 이미 머리가 흙밭에 파묻힌 채 나뒹구는 상태였다. 생각보다 두 부족 사이의 갈등이 첨예한 듯했다.
“자! 자! 좀 비켜봐!”
“네놈들의 피부를 산채로 벗겨서 -”
“아니, 내 말 안 들리냐!”
“죄, 죄송합니다. 이놈이 흥분해서 실수한 모양입니다.”
전사들을 밀쳐내고 제압당한 타 부족민에게 다가가자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조금 전까지 내 부족의 전사들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저항하던 이들이 날 보자마자 오체투지를 하더니 세상 다시 없을 공손한 말을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래도 이 원시시대엔 설령 적대하는 부족의 신인이라 해도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 신의 자손이므로 공경하는 관습이 있는 듯했다.
생각해보면, 지구의 역사에서도 귀한 신분을 가진 이들은 적대국의 포로로 잡힌 상황에서조차 귀한 대접을 받았다. 적이라 해도 귀한 존재는 범속한 인간과 다르다는 식의 관념인 듯하다.
“신인을 뵙습니다.”
“신인이시여, 이 미천한 작은 바위 언덕이 -”
“자기소개는 됐어.”
“신인이시여…. 물론 위대한 분의 뜻을 제가 쉬이 짐작할 수는 없으나, 오늘의 일은 ‘성난 멧돼지 신’께서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성난 멧돼지 신? 그건 혹시 너희가 섬기는 신인의 호칭이냐? 그러고 보니 나한테도 그런 게 있나? 내 호칭은 뭔데?”
기묘하게도 내 앞에 엎드린 자들은 물론 여태 날 따라왔던 부족민들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옆에 있던 늙은 늑대 이빨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낮은 자들이 붙이는 별명 따위는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알겠어. 이봐! 난 너희 부족의 신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싸울 생각은 없으니 안내해라.”
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웅성거림이 심해졌다. 엎드렸던 원시인도 눈을 크게 떴고, 뒤쪽의 내 부족민들은 모두 놀랐다. 늙은 늑대 이빨이 즉시 내 팔을 붙들고 귀에 속삭였다.
“도련님! 침착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성난 멧돼지’는 터무니없는 괴력의 소유자인데다가 그 성정이 타오르는 불길과 같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섣불리 다가서시면 목숨이 위험합니다. 마침 도련님의…. ‘능력’은 거리를 두고 있을 때 유용하지 않습니까.”
워낙 반대가 격렬해서 결국 내가 가는 대신 사로잡은 자들이 직접 신인을 데려오게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들이 그냥 도망가지 않을까에 대해 의심했지만, 의외로 부족민들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신인’의 앞에서 한 약속을 어길 리가 없다는 것이다.
대체 이 세계에서 ‘신인’이란 어떤 존재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저녁 무렵, 헤어진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무척이나 보고 싶던 얼굴 중 한 명을 만날 수 있었다.
“여! 형을 이렇게 보니까 반갑네요. ‘성난 멧돼지 신’.”
낄낄대면서 말하는 내 말을 들은 왼팔 팔꿈치 아래가 사라진 진철 형이 어이없어하며 대답했다.
“아직 살아 있었냐? 다행이다. ‘사악한 신체 도둑’.”
*
짙은 모래 먼지가 휘날리는 황폐한 평야, 인근의 동굴에서 한 명의 노인과 한 명의 당당한 체격의 남성이 마주쳤다. 노인의 뒤편엔 20명이 넘는 사람이 있었지만, 노인을 찾아온 남성은 아무도 데려오지 않았다.
“설마하니 이런 식으로 만날 줄은 몰랐다. ‘죽지 않는 자들의 왕’이여.”
“… 어르신, 그건 또 무슨 별명입니까.”
“듣자 하니 상현이 너 근처만 가도 병이 낫고 다친 자는 즉시 일어선다던데? 이 때문에 네 부족은 죽지 않는 자들이라더라. 참고로 내 이름은 ‘악귀의 손’이다.”
“그 ‘악귀의 손’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군요.”
“아, 이건 얼마 전에 괴물 지렁이랑 싸우다가 물어뜯겨서 그래. 재생력도 있는 것 같으니 걱정할 건 없고…. 그보다, 상현이 넌 네 부족은 어디다 버려두고 혼자 온 거냐? 보아하니 다들 부족 하나씩 주어진 모양인데.”
“어르신, 그 문제와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할 말?”
남자, 김상현은 어딘가 어두운 표정으로 평야 저편을 바라보았다.
“서쪽에서 신인 한 명이 악마로 타락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습니까?”
“…”
“마녀가 인세에 다시 없는 악마를 불러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족민을 학살했다고 하는군요. 생존자들이 제 부족이 있는 장소로 도망해 왔습니다.”
“그거 설마….”
“대비하셔야 합니다. 어쩌면 이 방에서 우린 동료의 손에 전부 다 죽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