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7)
26화 엘리베이터 탐색, 103호 진입.(수정)
26화 엘리베이터 탐색, 103호 진입.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현자의 조언 : 3]
언제나처럼 오전 7시, 식사하러 모두가 호텔 방에 모이자마자 디스플레이가 켜졌다.
/오늘은 호텔의 휴무일입니다. 식사는 제공됩니다./
“갑자기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오늘은 휴무일이다? 쉰다면서 식사는 또 준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
“음… 그건 아마 제가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청아한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아리를 향했다.
“뭔가, 아는 게 있는 거야?”
“우리가 모은 정보에 따르면, 호텔은 이렇게 주기적으로 ‘안전한 날’을 줍니다. 쉽게 말해서 오늘은 저주의 방에 들어가지 않아도 페널티 이벤트가 없는 날인 거죠”
“한마디로, 오늘은 편히 쉬어라?”
“그거지. 알아듣는구만. 방 두 개나 대충 통과했으면 고생 했다. 오늘은 쉬어라. 이거라네”
정말로, 흔치 않게 접한 호텔에서의 희소식에 다들 표정이 밝아졌다.
그 어떤 끔찍한 일도 없는 온전한 휴일이라니!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다들 뭔가 기대에 가득 차서 순식간에 식사를 끝냈고, 요전 수영장에서 사고가 났던 날 처럼, 지하 1층의 편의시설로 각자 흩어졌다.
여자들은 단체로 바에 가자, 수영을 하자 하면서 떠나갔고 어제까지만 해도 신경전을 펼치던 형과 할아버지는 간만에 운동한다며 헬스장으로 향했다.
어떻게든 아리를 따라가고 싶은 기색이던 승엽이는, 여자들끼리 노는 분위기가 되자 급격히 실망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지하 1층 어딘가로 떠날 때,
혼자 엘리베이터에 남았다.
어차피 반드시 뭘 하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도 뚜렷하지 않은 데다가, 첫날부터 고장나 있다고 말했던 엘리베이터.
무언가 숨겨져 있으리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고장나 있다.’
대체 어떤 기능이 고장 난걸까? 일단 2,3층으로 갈 수 없는 상태인건 알고 있다.
뭔가 더 있지 않을까?
차근차근 위부터 아래까지 꼼꼼히 살핀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엘리베이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단엔 층수를 표시하는 조그마한 디스플레이,
우측 계기판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표기되었으나, 2,3층은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계기판 하단의 ‘탈출’이라고 적힌 붉은 버튼
탈출버튼?
통상적으로 엘리베이터 계기판 하단에 붙은 버튼은 엘리베이터가 사고로 멈췄을 때,
내부의 사람이 내가 갇혔다고 알리기 위한 인터폰 같은 게 아니던가?
‘탈출’이라는 단어를 보자 급격히 흥미가 들었다.
눌러볼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태창을 주시하면서 손을 천천히 가져다 대었다.
뭔가 위험이 있으면 경고를 해 주겠지.
누르기 직전까지도 아무 알림이 뜨지 않자, 결국 버튼을 눌렀다.
탈칵!
다음 순간, 붉은 버튼 하단이 갑자기 뒤집어지더니 디스플레이가 나타났다!
‘번호’를 입력하기 위한 창. 옆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경고가 적혀 있다.
/방호복을 입은 채 비밀번호를 입력하시오/
방호복? 그건 무엇일까? 그리고 무슨 번호를 입력해야 할까?
역시 상태창을 주시하며, 우선 아무렇게나 숫자 쪽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
[탈출을 위한 비밀번호가 틀릴 경우 소각 처리됩니다]무시무시하게 살벌한 말을 보고 즉시 손을 떼었다. ‘소각’.
이놈의 호텔은 정말 온갖 곳에 사람을 죽이기 위한 장치가 있구나.
어이가 없었지만, 동시에 깨달음을 얻었다.
이건 ‘진짜’다. 어떻게든 ‘방호복’이라는 물건을 구해서 입고,
‘비밀번호’를 알면, 탈출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인 것이다!
이로써, 호텔을 탈출하는 또 하나의 루트를 알았다.
[호텔에 대한 이해가 약간 늘었다.]오랜만에 기쁜 마음으로 동료들과 논의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새롭게 나타난 작은 계기판 옆에 무언가가 새겨진 것을 봤다.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다. 나도 모르게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대체 누가 쓴 거지? 그리고 왜 타인에게 알리지 말라는 거지?
멍하니 서서 이런저런 상념에 가득 차 있는 사이, 건드리지 않은 채로 일정 시간이 지났기 때문인지 계기판이 다시 사라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따지고 보면 만난 지는 고작 일주일 정도.
그런데도 짧은 시간 동안 죽을 정도의 고생을 함께한 탓에 우리는 대단한 친분이 쌓였다.
그 사람들을 믿고, 알아낸 사실을 전부 공유함이 당연하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저 탈출루트는 단 1인만 사용 가능하다면.
그래서 타인에게 알리지 말라는 경고가 붙은 것이라면.
저걸 알리는 것 자체가 분열의 씨앗이 되는 것이 아닐까.
우선은, 마음 한 켠에 묻어두기로 하고 엘리베이터를 나섰다.
심란한 마음으로 지하 1층의 복도를 걷다 보니, 건너편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뭔가 찾아본다더니, 알아낸 건 있어?”
들을 때마다 하는 생각인데, 아무리 그래도 내가 스무 살이고 본인은 16살이면서 둘만 남을 때마다 너무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이 힘겨운 호텔에서 고작 그런 문제로 싸우고 싶진 않다.
“잘 모르겠다. 원래 알던 사실을 다시 확인한 정도? 2층, 3층은 여전히 불이 안 들어왔어”
“그건, 아마도 1층의 특정 방을 통과해야 갈 수 있을 꺼야”
“특정 방?”
“우리는‘관문방’이라고 부르곤 했어. 그 방을 제외한 다른 방 전체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면 들어갈 수 있고,
들어가서 통과시엔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하는 방”
“일정한 성과라는 게 어떤 의미지?”
“매번 달라. 어떨 때는 다른 방 전부를 탈출만 하는 걸로도 충분하지만 어떨 때는 1~3개 방의 완전한 해결을 요구했어.”
“완전한 해결…”
“이제 겨우 방 두 개 통과하긴 했지만, 이 파티는 지금까진 그냥 살아서 탈출하는 것만 목표로 했지.
하지만… 호텔을 나가고 싶다면, 결국은 ‘저주의 근원의 소멸’까지 도달하는 방이 최소한 몇 개는 나와야 할 껄.
그렇게 해야, 호텔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보물’이 나오기 시작하는 거고, 그 보물을 써야 이후 단계도 진행이 가능한 거지.”
“산 넘어 산이네. 그런데 공포의 저택으로 치면 저주의 근원의 소멸이라는 건 설마 그 괴물을 잡아 죽여야 된다는 거냐?
어제 네가 보여 준 기억을 보고 느끼기로는, 도저히 ‘인간 따위가’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들었어”
“나도 몰라. 정말 거기까지 요구할 수도 있고, 좀 더 편하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편한 생각?”
“엄밀히 말해 공포의 저택에서 우리의 주적이 그 지저의 대악마인가?
오히려 시나리오적으로는 대악마는 그냥 땅에 묻혀 있을 뿐이고, 주적은 어르신이었잖아?
어쩌면 어르신을 소멸시키는 정도로도 될지도…”
“그러면 조금은 낫겠지만, 결국은 해 봐야 알 문제네”
그렇게 나름대로 앞으로의 계획을 논하다 보니, 꽤 오랜 시간 둘만 대화 중 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여자들은 다 바에 갔다가 수영장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 왜 너만 나왔냐?”
“미성년자가 술을 어떻게 마셔? 그리고 난 수영도 별로 안 좋아해”
“승엽이가 너 엄청 찾아다니고 있겠네”
“그리고 난 아까부터 잘 피하고 있지”
할 말을 잃었다. 저렇게 태연하게 잘 피하고 있다고 말하다니.
아무래도 로미오가 되고 싶은 소년은 있지만, 줄 리엣 쪽에선 전혀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헤어졌고, 그러고 나서야 나도 나름대로 해 보고 싶던 일들했다.
송이가 말했던 동물원에 가서 기괴한 동물도 몇 마리 감상하고, 바에 가서 신기한 칵테일도 마셔봤고,
식사 시간은 다 함께 105호에서 웃고 떠들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오늘의 휴일이 끝났다.
저녁 식사가 끝날 때쯤엔 모두가 어딘가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다들, 알고 있다.
내일부터는 다시 강행군을 시작해야 한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0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동물농장)
현자의 조언 : 3]
음메에에에에~~~~
이게 대체 뭘까. 이게 정녕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인가.
휴일을 보낸 이튿날,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한 분위기에서 다 같이 103호에 진입하고,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을 때,
나는 흑우가 되었다.
온갖 희한한 경험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또 상상도 못할 일이 일어나자 이젠 진짜 정신을 놓아버릴 지경.
천만 다행히도 메시지가 날아왔다.
묵성 : 와! 진짜 병신같은 호텔이다 그지? 각자 상태 보고나 해라 빨리!
은솔 : 뱀… 인것같네요
송이 : 거위네요…
엘레나 : 전 골든 리트리버 같아요.
김아리 : 고양이. 아마 노르웨이 숲?
박승엽 : 늑대요! 완전 멋있어요!
한가인 : 음메에에에에
차진철 : 난 돼지다… 멧돼지네.
묵성 : 넌 그냥 원래 그대로구만.
돼지새끼 : 거 시비좀 걸지 맙시다. 아 그새 바꿨네 노망난 할배 진짜
똑똑이뱀 : 우선, 우리 각자 위치와 상황을 파악하고 차후 대화합시다. 대화량도 부족하다면서요.
쥐대왕 : 그래 벌써 절반 넘게 쓴거다. 각자 상황 파악하고 두시간쯤 후에 이야기 해보자.
돼지새끼 : 쥐 대왕 같은 소리 하네 진짜 미친
아아… 대체 이번엔 무슨 시련을 준비해둔걸까.
벌써 정신이 나갈것 같다. 나는 아찔한 기분 속에서 정신을 놓아버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옮기는 도중에 실수로 일시적인 등록이 됐습니다. 바로 마저 올렸는데, 혹시 올라가자마자 보신 분은 이후 추가된 부분까지 읽으시면 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