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71)
270화 – ???호, 저주의 방 –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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쳄벌댕깡 : 쟀엥쭤리-람렵랑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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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인
하늘을 날며 다가오는 ‘군단’의 존재감, 그 앞에서 침묵하던 우리는 한 가지 결단을 내렸다. 여차하면 모두의 힘을 모아서 엘레나를 상대하기로 한 것!
쉬운 일은 아니다. 무력적으로는 저 괴물들의 숫자만 봐도 이미 답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차진철이 멀쩡했다고 해도 힘으로 어찌해볼 만한 숫자가 아니다. 다만 축복이 사라지며 명경지수를 쓸 수 없는 엘레나라면 내 ‘마도서’에 저항할 방법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과거 0차원의 눈에 의해 돌아버렸던 엘레나에게 빙의했던 기억이 내 발목을 붙들었다. 도 이상의 광기에 침식당한 사람에게 빙의하면 그 광기가 빙의한 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빙의는 최후의 수단이라 생각하며 엘레나 쪽으로 다가갔다.
엘레나의 상태는, 정말이지 이상했다.
*
“다들 보고 싶었어요!”
하늘을 날아온 엘레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에게 다가와서 한 번씩 껴안았다. 살면서 이런 미인의 포옹을 받은 적이 없으니 다들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질 만한 상황이었지만, 부끄러움보다는 긴장감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아는 엘레나는 반갑다고 이렇게 덥석덥석 포옹하는 성격도 아니고, 등에 꿈틀거리는 곤충 날개는 이질감을 강하게 자극했다. 무엇보다 상황의 심각성을 더하는 존재는 뒤편에서 대기 중인 300마리가량의 기괴한 나방들이었다.
“… 반가워요.”
“엘레나, 고생 많았겠구나.”
대략적인 인사를 나눈 후, 우린 마치 ‘평소처럼’ 이런저런 대화를 시작했다. 물론 우리 자신의 이야기 보다는 엘레나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깨어났을 때는 정말 놀랐어요! 온 세상이 꿈틀거리는 살점이었다는 사실! 믿어지세요? 심지어 하늘은 보라색이고 전 혓바닥 위에 있었죠.”
“보라색 하늘…. 에 꿈틀거리는 살점…. 말이죠?”
“네. 가인 씨는 놀라지 않았어요?”
“노, 놀랐죠. 그런 걸 보고 놀라지 않으면 사람이 아닙니다.”
“엘레나 양! 혹시 지금도 땅이 꿈틀거리는 살점으로 보입니까? 땅은 -”
“진철 씨, 지금은 멀쩡하죠. 제 ‘요정’들이 모두 정화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도착하기 전에 멀리서 봤을 때는 꿈틀거리고 있었어요.”
“엘레나! 지금 무언가 착각하고 있어요! 바닥은 멀쩡한 흙과 돌로 이루어져 있고 하늘도 푸른색입니다. 우린 멀쩡한 세상에 있다는 말입니다!”
“흠. 그런가요?”
방금, 분위기가 좀 싸해졌다. 엘레나는 차진철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 않은 채 갑자기 어린아이 같은 말투로 다음 말을 이어갔다.
“가인아! 저 아저씨는 좀 정신이 이상한 것 같으니까 조심해. 이 세상은 어딘가 위험하니까. 사람이 미쳐도 이상하지 않은 장소야.”
“… 엘레나, 아니야. 난 괜찮아. 더 말해봐. 또 무슨 일을 겪었어?”
“문어~! 꿈틀거리는 문어들이 수십 마리가 마구 튀어나온 것 있지? 놀라서 도망 다니려는데 막 쫓아와서 너무 무서웠어…. 막 울면서 제발 누구라도 와서 도와달라고 빌고 또 빌었어. 그런데 왜 도와주지 않은 거야?”
갑자기 분위기가 일변하며 뒤편의 나방이 나를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지금, 엘레나는 ‘진지하게’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왜 도와주지 않았느냐고 나에게 따지고 있음을 알았다.
웅성거리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당황해서 공격해야 하나 고민하는 진철 형과 유심히 엘레나의 말에 집중하는듯한 상현 씨, 천천히 총을 향해 손이 움직이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상하게 지금 필요한 대답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미안해. 나도 문어들을 피해 다니다 보니까 누굴 구할 생각은 하지 못했어.”
닥치고 미안하다고 하자.
광활한 원시의 대륙, 네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위기에 빠졌는지는 또 어떻게 알며, 그걸 안다 한들 어떻게 찾아가서 도와주냐는 식의 대답이 통할 분위기가 아니다.
— 툭!
웃기게도 그 대답은 마음에 들었는지 풀려났다. 다시금 대화가 이어졌다.
“다음엔 그런 실수 하면 안 돼! 하지만 한번은 봐줄게. 왜냐하면, 내가 혼자 있는 사이에 요정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기 때문이야. 봐봐! 진짜 예쁘지?”
이후, 엘레나의 기묘한 잔혹동화 같은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던 모두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설마설마했던 ‘꿈틀거리는 문어 떼’의 정체가 다름이 아니라 ‘원시인’을 말하며, 요정이 문어 떼를 정화했다는 말의 의미 또한 이해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화의 흐름을 이해한 할아버지가 장탄식을 터트리며 총을 꺼내려던 차, 의사 선생님이 할아버지를 제지한 후 웃으면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엘레나 양. 제가 가인 군을 잠시만 빌려 갈 수 있을까요?”
“네? 물론이죠! 그런데 제가 들으면 안 되는 말인가요?”
“하하! 사적인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의사 선생님은 엘레나의 ‘관리’를 다른 두 사람에게 맡긴 후, 나를 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화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제정신이 아니네요. 완전히 돌아버린 것 같은데.”
“아까의 대화 괜찮더군요. 엘레나의 말에 반박하기보다 그냥 받아들이는 식으로 대화하시던데, 이런 대화가 익숙하십니까?”
“그럴 리가요.”
“잘하셨습니다. 극도의 망상장애에 빠져 자기만의 세계를 만든 듯한 상황이니, 본인의 세계를 깨트리려 하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겁니다. 지금처럼 하세요.”
“제가 말하라는 거죠?”
“어르신이나 진철 군은 엘레나를 살살 달래면서 적절한 행동을 유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군요. 가인 군이 적격입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느꼈다. 지금, 의사 선생님의 표정은 전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꽤 밝기까지 했다.
“완전히 지옥 같은 상황이라 생각했는데 선생님 표정이 밝아서 신기하네요.”
“상황이 아까보다 훨씬 나아졌는데 어두울 이유가 있습니까? 정신은 좀 이상하지만 우리를 알아볼 수 있으면서도 산맥의 로봇에 저항할 수 있는 강력한 동료가 나타났는데 말입니다.”
*
[±úÁü : 튄엥헴{옹쟌*쟝갛 : 129쭤 리
쳄벌댕깡 : 쟀엥쭤리-람렵랑돠
폐띠뵨베괭 : X]
3일이 흘렀다.
지난 3일간, 돌아버린 엘레나를 붙들고 장단을 맞춰주는 일은 8할은 내 역할이 되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은 엘레나와 가까이 있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했고, 그나마 의사 선생님만 가끔 상황을 살피기 위해 다가오곤 하며 나머지 2할을 담당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놀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할아버지나 진철 형은 계획대로 부족민들이 로봇의 시선을 끌 수 있게 만들기 위해 경계 근처를 들락거리는 훈련을 시키느라 나름대로 바빴다.
훈련이 시작하자 엘레나는 부족민들을 ‘정화’하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내며 우리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다. 다행히, 나 다음으로 엘레나와 말이 통하는 의사 선생님이 이 ‘문어’들은 우리 말을 잘 듣도록 훈련한 똑똑한 문어라고 하자 엘레나는 이해한다는 듯 물러섰다.
“가인 씨. 간단한 요청이 있어요.”
“뭡니까?”
“요정들이 요즘 너무 배고파하는 것 같아요…. 이거 봐요. 완전히 뼈만 남았잖아요?”
“그렇습니까? 나방, 아니 요정들의 뱃살은 다들 통통해 보이는데 말입니다.”
“‘문어’숫자가 무척 많은데 요정들에게 약간만 줄 수 없어요? 300마리 정도?”
“절대 안 됩니다.”
“아니, 저렇게 숫자가 많으면서 겨우 300마리도 줄 수 없어? 내 요정이 훨씬 유능한데!”
“절대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 문어들도 다 역할이 있어요.”
“역할이 뭔데!”
“… 산을 오를 때 먹을 비상식량? 그걸 미리부터 먹으면 산에 오를 때 먹을 게 없지 않습니까.”
“아하! 가인이는 다 생각이 있었구나?”
“물론입니다.”
“알았어. 요정들에게는 조금만 참으라고 말해둘게.”
엘레나가 요정들에게 참으라고 전할 셈인지 천막을 떠났다. 그녀가 떠나자마자 건너편에 앉아있던 회색의 소년이 감탄했다.
“와! 부족민들이 들으면 진짜 개 놀라겠다. 지금 대화 녹음해서 들려주고 싶어요.”
“녹음기 같은 물건은 이 세상에 없으니까 괜찮아. 그나저나 승엽이 넌 요즘 괜찮냐?”
“그럼요.”
“… 진짜 괜찮은 것 맞지?”
“괜찮지 않으면 형이 원래대로 돌려줄 수 있어요?”
“나에겐 무리지만 아마 밖으로 나가면 호텔이 고쳐줄 거야.”
“그래서 저도 그냥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더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 옆에 앉아있던 소년, 흡사 돌이 피부를 대체한 것과 같은 기묘한 외형으로 변한 암석 소년은 의외로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탈출만 하면 호텔이 다 해결해주리라는 믿음이 남아있기 때문이겠지.
이틀 전, 승엽이와 재회하던 순간의 기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잘 아는 사람’을 보여준다면서 엘레나가 날 거대한 고치 앞으로 데려갔기 때문이다. 그 고치가 터지며 암석 소년으로 변한 승엽이가 튀어나왔을 때는 진짜 비명 지를 뻔했다.
“너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
“형, 제가 겪은 일을 제대로 풀기 시작하면 오늘 밤이 새도 모자라요. 진짜 이번 방은 기가 막힌다니까요? 엘레나를 만나기 전에도 그냥 지옥 그 자체였어요.”
“그럴 것 같더라. 나도 방 상태를 이해하자마자 네가 가장 불안했거든. 게다가 엘레나가 계속 자신이 널 ‘구해냈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있으니 더 불안해지더라.”
회색의 돌 소년은 피식거리며 간단히 답했다.
“근데, 그 말은 의외로 진짜긴 해요.”
“무슨 말?”
“엘레나가 절 구해준 건 사실이에요. 엘레나가 그 시점에 오지 않았으면 전 훨씬 끔찍하게 죽었을지도 몰라요. 그거에 비하면 지금 피부가 좀 단단해진 것 정도는 큰일은 아닌 셈이죠.”
놀라서 잠시 멈췄다. 엘레나가 ‘구해줬다’라는 말이 진짜였어? 그러고 보면, 엘레나가 하던 말 중 자신이 발견했을 때 승엽이가 장대에 매달려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나가서. 나가서 이야기해봐요.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하지만, 분위기 보니까 내일이면 산맥에 들어갈 것 같네요. 그건 그렇고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을까요? 은솔 누나랑 송이 누나, 아리 누나는 잘 있을지 궁금해요.”
“느낌상 나가서 보게 될 것 같아.”
*
하늘을 날아오는 엘레나를 보며 모두가 불안해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엘레나의 합류로 상황이 나아졌다는 의사 선생님의 분석은 사실임이 입증되었다.
일단 로봇을 상대할만한 능력자가 생겼다는 게 가장 크다. 지난 3일, 나는 최선을 다해 엘레나에게 저 산에 우리를 위협하는 적이 있음을 알렸고 엘레나는 이를 받아들이고 전의를 다졌다.
또, 부족민의 ‘신앙심’ 역시 한층 깊어졌다.
의사 선생님이 부족민들에게 엘레나가 ‘선조가 내려보낸 천사’라고 사기를 쳤기 때문이다. 그 천사가 자신들을 ‘정화’하려 했다는 사실이나, 평원을 날아다니는 나방들의 정체 따위는 전혀 모르는 부족민들은 그 거짓말을 한 치의 의심 없이 믿었다.
강해진 전력, 합리적인 계획, 높아진 사기.
모든 상황이 우리에게 웃어주고 있음이 느껴진다. 내일 아침에 산맥에 오르자며 모두 함께 결의를 다졌다. 평소엔 정신 나간 소리만 하던 엘레나도 그때만큼은 ‘화이팅!’ 하며 기쁘게 웃었다.
그때, 승엽이가 불길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거 왠지 싸하네요. 이렇게 일이 잘 풀린다 싶을 때는 보통 망하던데.”
“아오! 승엽이 넌 이 와중에 그딴 소리는 왜 하냐? 고냥 확 쥐어박아야 하는데 대가리가 겁나 단단해져서 쥐어박을 수도 없고 참!”
할아버지의 핀잔을 들으며 모두가 즐겁게 웃었다. 그 사이, 의사 선생님이 엘레나의 눈치를 보며 내 귀에 속삭였다.
“참, 가인 군.”
“네?”
“내일 아침 일찍 간단한 연설 좀 하시겠습니까?”
“연설이요?”
“아무래도 부족민의 절반 이상은 가인 군을 모시던 사람들 아닙니까. 가인 군의 말발이 잘 먹힐 듯합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진홍 산맥’ 주변에서 ‘기이한 의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들을 두렵게 만드는 것 같더군요.”
“한번 해보죠.”
*
“들어라! 선조께서 어젯밤, 계시를 내리셨나니. 마침내 고통의 행군이 끝나고 영광의 때가 도래했음을 알린다!”
“와아아아아!”
“낙원에서 쫓겨난 후 험난한 세월이 있었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1000년! 괴물에 쫓기던 1000년! 매일 밤 두려움에 지쳐 잠들던 1000년! 대체 얼마나 긴 세월이었는가? 기뻐하라. 그대들은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천지가 떠나가라 울리는 부족민의 함성, 그 광경을 지켜보며 감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와! 가인 형 연설 엄청나게 잘하네요?”
“내용이 전부 다 개소리라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지.”
“그래서 더 대단하지 않아요? 어떻게 저 상황에서 저렇게 자연스럽게 선조가 내린 예지몽이 어쩌고 하는 개소리가 – 흡!”
차진철은 급히 손을 움직여서 박승엽의 입을 막았다. 물론, 저 연설이 개소리뿐이라는 건 차진철도 동의했지만, 그 개소리에 감동해서 눈물까지 흘리는 엘레나가 옆에 있었으므로 굳이 자극할 필요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노인이 피식 웃으며 모두에게 알렸다.
“됐다. 그나저나 저놈도 확실히 정상은 아니구나.”
“이런 장소에서 ‘정상’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도 이상한 일 아닙니까.”
“그건 상현이 네 말이 맞지. 이제 출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