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72)
271화 – ???호, 저주의 방 – ‘????’ (9)
[±úÁü : 튄엥헴{옹쟌*쟝갛 : 131쭤 리
쳄벌댕깡 : 쟀엥쭤리-람렵랑돠
폐띠뵨베괭 : X]
– 한가인
퓰뎌형 : 쭬령랑 륭!
“못 알아듣겠다고!”
“아 제기랄! 자꾸 대화창 쓰는 습관이 – 옆으로 굴러!”
— 쉬이잉! 쾅!
정신없이, 그야말로 숨 한번 쉬지 못하고 구르고 또 굴렀다! 그렇게 구르고도 굴러간 위치로 다시금 날아오는 포탄을 느끼고 숨이 턱 먹히던 차 –
— 쾅!
어디선가 날아온 나방이 말 그대로 몸통으로 포탄을 틀어막았다. 폭발의 충격까지 온전히 막아낼 수는 없어서 또 한 번 몸이 이리저리 날아갔지만, 최소한 그 포탄을 내가 맞는 것보다는 나았겠지!
다들 정신없이 사방에서 날아오는 포탄을 피하는 사이, 허공에 뜬 채 수백 마리의 나방을 포탄의 제물로 바치던 엘레나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조금 전까지 포탄을 쏘아대던 로봇이 갑작스럽게 탄약이 어딘가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포탄이 로봇 내부에서 폭발하며 한순간에 무너졌다.
“달려! 달려!”
달렸다. 인생에 이렇게 달린 적이 있나 싶을 만큼 미친 듯이 달렸다!
*
산맥에 다시 오르기 시작한 후, 우리는 매 순간, 매초 생사를 가르는 위기에 봉착했다. 부족민을 부려 로봇을 분산하고, 그나마 로봇이 적어 보이는 장소를 골라 한 점 돌파를 시작했음에도, 여전히 로봇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경계’를 한참 넘어서 산맥 내부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하자 로봇들은 더 이상 경고사격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냥 다짜고짜 우리를 향해 포탄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그나마 수백 마리의 나방이 사실상 일회용 목숨처럼 우리 대신 수 없이 죽어가지 않았다면 이 장소를 돌파할 엄두나 낼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해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아주 약간은 후회했다. 부족민 중 일부를 나방으로 바꿨다면 더 쉽게 돌파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느 순간, 몸이 멀쩡한 사람이 드물었다. 할아버지의 왼팔이 어디론가 사라졌는데도 팔의 행방을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승엽이는 손 하나가 가루가 돼서 흩어졌는데, 다행히 몸이 이미 유기체가 아닌 상태라 그다지 고통은 없는 듯했다.
나 또한 10여 분 전부터 오른쪽 귀에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
이 개고생을 해가며 오르는 산맥, 그 끝에 대체 뭐가 있을까? 이젠 정말 죽을 때 죽더라도 그 너머에 뭐가 있는지 한번 구경이나 해보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 마침내 로봇들조차도 여력이 부족한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간신히 숨을 돌리기 시작하며 모여든 우리는 한 가지 불안한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여…. 여긴 어디죠? 지, 지금 무슨 상황인 건가요? 저주의 방 맞죠?”
엘레나가 난데없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좀 미안한 말인데, 솔직히 엘레나가 제정신을 차리니까 지금은 더 불안했다.
애초에 그녀가 왜 돌았는가? ‘불길한 상상’의 여파다. 능력 자체가 광기를 만들어내는 힘이기에 돌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왜 난데없이 제정신이 슬슬 돌아오기 시작했을까?
능력을 거의 다 썼고, 능력으로 만들어낸 나방들조차 거의 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불길한 상상이라는 항아리에 남은 물이 한 방울도 없을 만큼 힘을 쥐어짜자 광기의 원인 자체가 사라지고 말았다.
“저주의 방 맞아요. 질문은 나중에 받을게요.”
“으악! 제 등에 이건 뭔가요?”
“나중에. 나중에.”
— 복슬복슬!
부드러운 털을 가진 나방이 촉각을 엘레나에게 비비자 엘레나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 나도 모르게 입이 열렸다.
“엘레나, 그 아이에게 좀 친절하게 대해줘요. 농담이 아니라 목숨을 바쳐가면서 우리를 이 장소까지 오게 해줬으니까.”
진심이다. 산맥을 오르기 전만 해도 끔찍한 흉물처럼 보이던 나방, 그 마지막 개체가 지금은 주인을 사랑하는 귀여운 강아지처럼 보였다.
*
힘들다. 심신 양면으로 지쳐서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 지옥 같은 산맥에 오르기 시작한 지 몇 시간이 흘렀을까? 최소 3시간은 흐르지 않았나? 이젠 슬슬 뭐라도 나와줘야 하는 게 아닐까?
그때쯤, 의사 선생님이 반응을 보였다.
“저것…. ‘문’ 아닙니까?”
그 말대로 거대한 문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나무들 사이를 뚫고 솟아있었다. 다들 없는 체력을 쥐어짜 가며 구조물까지 이동했을 때, 갑자기 바람이 불었다.
서쪽 하늘에서 서서히 흐려져 가는 태양의 잔불조차 가로막았던 구름이 서서히 한 쪽으로 밀려났다. 그리하자 태양이 남은 힘을 모두 쏟아부어 초저녁의 마지막 햇살이 구조물 너머를 비췄다. 산맥 중앙에는 외부에선 관측할 수 없던 거대한 분지가 있었다!
문득, 깨달았다. 지금 우리는 이 무대, 이 시련의 ‘모든 것’을 보고 있다.
대자연을 극복한 인간의 위대한 영광이 있었다. 그 영광이 결국 세월의 흐름에 굴복해 잡초로 뒤덮인 쇠락이 있었다. 온 세상에 빛을 밝혔을 번영이 있었다. 그 번영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파멸이 있었다.
모든 동료가 걸음을 멈춘 채 넋 나간 듯 흔적만 남은 문명의 흔적을 바라보았다. 대체, 이 세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 이만 들어가 보자꾸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야겠지.”
조금은, 아주 조금은 경건한 마음마저 느끼며 분지 내로 한 발자국 들어섰다.
이제는 손이 사라진 암석 소년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듯했다.
“이건 대체 무슨 건물일까요? 간판 같은 것이 보여요.”
의외로 의사 선생님 또한 학구적인 호기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림에 남은 흔적을 보아하니 일종의 문화시설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물론,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색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서, 선생님. 말씀 편하게 하셔도 돼요.”
“하하! 승엽 군, 저는 이게 편합니다.”
“상현 형님, 이건 대체 뭡니까? 자동차인가요?”
“흐으음…. 뼈대만 남아서 판단이 어렵군요. 다만, 이 문명이 우리가 아는 21세기 지구와 다소 다른 방향으로 문명이 발전한 것 같긴 합니다.”
멸망한 도시의 한복판을 거닐며 사방을 살피던 중, 할아버지가 불안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런 도시를 만든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진철 형이 쓴웃음을 지었다.
“이 장소가 호텔이고, 저주의 방인 걸 생각하면 시나리오 하나 뚝딱 나오지 않습니까?”
“말해봐.”
“뭐 악마 같은 게 깨어나서 문명이 망한 거죠. 모종의 수단으로 악마는 잠재웠지만, 후손들은 번영한 도시에서 도망쳤고, 바깥에서 살아가다가 문명이 원시시대 수준으로 후퇴했다?”
“그럴듯하긴 한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구나.”
“뭡니까?”
“바깥에는 문명의 흔적이 아예 없는데 이 산맥에만 있는 이유가 대체 뭐냐? 설마하니 고도의 문명에 도달한 인류가 산맥 내부에서만 옹기종기 모여 살았을 리는 없지 않으냐?”
“… 그렇군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이런 도시를 건설할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세계 전체에 살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문명의 흔적도 온 세상에 남겼어야 정상이고, 모종의 이유로 망했다 해도 산맥 내부에 있는 이런 건물의 흔적이 바깥에도 있어야 한다.
조금씩 머리가 아파졌다. 분명 아주 많은 떡밥이 숨겨진 장소에 도착했음은 분명한데, 여전히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그리고 –
“엇?”
“승엽아?”
“저기 누구 있지 않나요?”
인간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도로 건너편에서 우리를 주시한다.
조금 전에 깨어났기 때문일까? 미묘하게 긴장감이 부족했던 엘레나가 기뻐하는 반응을 보였다.
“아리네요! 아리잖아요? 다른 루트를 통해 산맥에 도착한 것 아닐까요?”
활짝 웃으며 두어 발자국 앞으로 나간 엘레나가 팔을 허공으로 휘저었을 때 –
기이한 소리를 들었다.
“심판의 날이 다가왔으니 최후의 섬광이 모든 것을 정화하리라.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한 줄기의 섬광의 도로를 가로질렀다. 더없이 아름답던 금발의 아가씨는 조금 전, 그 흔적조차 남지 못하고 재가 되었다.
*
『적대 개체 : 엘레나 이바노바』
『‘불길한 상상’의 소유자. 사용할수록 이성을 상실한다는 부작용이 심대하나, 능력 자체의 자유도가 극도로 높아 대응이 까다롭다. 능력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 이길 방법이 없다. 다만, 본인의 반응속도나 신체 능력 등은 평범한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니 최후의 섬광을 통해 원거리에서 저격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 반역자의 후손 중 가장 위협적인 개체.』
*
“에, 엘레나!”
“지금 고함지를 때가 아니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사람은 역시 백전노장인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즉시 한 손으로 승엽이를 집어 던진 후, 총을 꺼내 겨누었다. 그러나 상대는 순식간에 건물들 사이로 자취를 감추었다.
“대형 유지! 대형 유지!”
“조금 전에 날린 광선을 또 날리면 어찌합니까!”
“멧돼지 병신아! 그런 걸 계속 날릴 수 있으면 애초에 왜 숨냐? 그냥 연달아 쏴서 우릴 다 죽였지! 지금은 그걸 쏠 수 없으니까 숨은 거야!”
정신없이 우리 또한 건물을 끼고 움직이며 상대의 위치를 탐색했다. 어디지? 분명히 광선을 쏘고 옆 건물로 –
무언가 다리에 닿는 감각을 느꼈다. 날카로운 실? 철사? 본능적으로 다리를 뗐지만, 반응이 늦은 사람이 있었다.
“으악!”
잠깐 사이에 다리가 움푹 패며 데굴데굴 구르는 승엽이를 보며 놀란 의사 선생님이 다가가서 –
“상현아! 안된다!”
그 순간, 옆 건물 2층 창가에서 적이 모습을 드러내며 얼어붙은 기세가 허공을 갈랐다. 순식간에 뻗은 날카로운 기운은 의사 선생님의 가슴팍에 손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깊은 자상을 남겼다.
“크허억! 크으으.”
돕고 말고 할 틈이 없다. 정신없이 각자 흩어져서 건물을 끼고 숨느라 바빴다.
“크흐…. 부상자를 도우러 오는 사람을 노리는 뻔한 수작에 당할 줄은 몰랐군요….”
의사 선생님의 마지막 말은 적에 대한 분노라기보다 자신에 대한 실망에 가깝게 느껴졌다.
*
『적대 개체 : 김상현』
『전투력은 높지 않으나, 치유 능력이 있다. 또한 특수부대 경력까지 있어 제거가 까다롭다. 파티에 합류한 후로는 ‘배신’을 피하고자 ‘의사’로서 호텔 파티에 공헌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받고 있다는 점이 약점. 이 때문에 누구든지 다치게 한다면, 본능적으로 구하러 갈 가능성이 크니 그때 제거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책. 반역자의 후손 중 위험 정도는 중급.』
*
심장이 거칠게 뛴다. 대체 누구지? 물론 저 ‘몸’은 분명히 아리다. 하지만, 아리가 우릴 죽이려 들 리가 없으니 무언가 정체불명의 존재가 저 몸을 점거한 상태임은 분명하다!
“너! 대체 누구지? 왜 우릴 죽이려 하지?”
외치면서도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다. 그냥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일 뿐인데, 의외로 나직한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네가 살아있을 이유는 무엇인가.”
“그게 대체 무슨 -”
“오늘 이 땅에서 살아나갈 자는 없으리. 인간이 아닌 존재는 생명권이 없으며, 오직 죽을 권리만 존재한다. 반역자와 그 후손 또한 마찬가지인바. 이 구역에 모여든 4,824개체. 전원에게 사형을 구형한다.”
*
『적대 개체 : 한가인』
『‘마도서’의 소유자. 물리적인 전투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으나, 빙의, 화신을 통해 타인의 신체를 강탈하거나 조종하는 등 다채로운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차하면 빙의를 통해 신체의 죽음을 무시한 채 도주가 가능해 죽이기 까다로우니 마지막에 처치할 필요가 있다. 반역자의 후손 중 두 번째로 위협적인 개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