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73)
272화 – ???호, 저주의 방 – ‘????’ (10) Fin(?)
[±úÁü : 튄엥헴{옹쟌*쟝갛 : 131쭤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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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띠뵨베괭 : X]
– 한가인
쉽지 않다.
방에 들어온 후 쉬운 순간은 없었으나 지금은 그 어떤 때보다도 심대한 위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지막지한 위력의 광선을 제외한다면, 파티에서 아리의 전투력이 단신으로 모두를 제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중 그런 전투력을 지닌 사람은 ‘강림을 사용했을 때의’ 나 외엔 없다.
하지만 지금 아리는 혼자서 우릴 전부 죽일 기세였다. 크게 두 가지 이유, 지형의 활용과 호텔이 부여한 페널티 때문이다.
이 쇠락한 도시의 지형지물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우리와 달리 아리는 수시로 여기 나타났다, 저기 나타났다 할 정도로 완전히 꿰뚫고 있었다. 이는 실질적인 기동성이나 공격 기회 확보, 위치 탐지 등 종합적으로 아리에게 크게 유리한 요소였다.
또, 호텔이 부여한 페널티가 아리에게 매우 유리한 판을 만들어줬다.
물리적으로 가장 강하다 볼 수 있는 차진철이 축복의 약화로 전투력이 급감한데다가, 위기 알림을 잃은 내가 공격적인 움직임을 취할 수 없어서 건물을 끼고 도망만 다니는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아리는 원래 저주의 방 내에선 축복에 의존하지 않았다.
더해서 가장 강력한 초능력자인 엘레나가 기습으로 전투의 시작과 동시에 죽은 것이 치명타다.
결국 흩어지면 아리에게 하나하나 사냥당할 뿐이며, 어떻게든 뭉쳐서 약점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전투가 시작하자마자 대형 유지를 외쳤던 할아버지의 전술적 판단은 정확했다.
실제로 어떻게든 나와 할아버지, 진철 형이 뭉쳐서 건물을 끼고 돌기 시작하자 아리도 쉽게 덮치지 못하며 대치 구도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대치 구도가 우리에게 꼭 유리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 쉬잇!
허공을 격하며 날아온 칼날이 허공에 떠 있던 할아버지의 손과 ‘장갑’을 한순간에 찢어발겼다. 결국 손만 위로 꺼내서 권총으로 저격해보려던 할아버지의 의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애초에 이 거리에서 맞출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지만.
“할아버지! 대체 아리 피는 언제 떨어집니까?”
이것 또한 아까부터 의문이다. 아리의 약점 중 하나가 전투 지속력 아니었나? ‘오래된 피’는 실제 사용자의 피를 소모하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싸우지 못했을 텐데!
“그놈의 유리병! 그걸 얻어서 여분의 피가 생겨서 이 지랄인 것 같은데?”
“아 제기랄! 밖에 나가면 아리를 눈밭에 파묻어버리든지 해야지.”
“좋은 생각이긴 한데, 승엽이는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나도 의문이다. 그 애는 대체 어딜 간 거지? 전투 초반에 할아버지가 대충 어딘가로 집어던지는 건 봤는데, 그 후 일어서서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여태 보이지 않았다.
“그놈은 원래 혼자 있으면 이것저것 잘하는 스타일이니 우리 신경이나 쓰자. 뭐 좋은 생각 떠오르는 사람 있냐? 가인이 너 강림은?”
그 말을 듣자 내 시선이 자동으로 허공을 향해 움직였다.
휣쁍 : X
“못 씁니다.”
상태창처럼 강림 또한 글자가 왜곡 당했고, 옆에 X가 적혀 있었다. 축복에 제약이 걸릴 때 강림에도 문제가 생긴 걸까? 사실 쓸 수 있는 상황이었어도 고민했을 것 같다. 마지막 남은 강림이기 때문이다.
이걸 사용하면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기리라는 강렬한 직감이 뇌리를 강타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다 죽겠다 싶으면 쓰겠지만.
“별이 여태 놀고 있긴 합니다.”
“너 그거 축복도 없이 또 쓰면 자살 아니냐?”
“어차피 이대로면 죽을 텐데 동반 자살이라도 해야죠.”
“잠깐 제 말-”
— 쉬잇!
조금 전, 반사적으로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면 내 눈으로 내 등을 보는 신기한 경험을 할 뻔했다. 그러나 조금 전의 공격을 피하며 확신했다. 이 날카로운 기운을 뿜어내는 순간의 아리는 자신의 위치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주목!”
*
잠시 후, 차진철과 김묵성이 동시에 건물 틈새에서 몸을 일으켰다. 즉시 날카로운 기세를 뿜어내려던 아리 또한 겨눠지는 총구를 피해 벽 뒤편으로 몸을 옮겼다.
그 순간 – 모든 사람이 지금 아리가 몸을 숨긴 ‘그 건물’을 향해 미친 듯이 몸을 날렸다!
아까부터 아리는 도시 전체의 건물을 무슨 벙커처럼 활용해가며 유리한 위치를 점거했다. 반면, 우리로서는 도시의 구조를 전혀 모르는 데다가, 건물 내부에 빛이 없을 것이 뻔하므로 감히 건물 내부로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 결과 아리는 안전한 벙커를 이용해가며 우릴 공격할 수 있는 기회만 엿보는 상태. 이러다가 시간이 너무 많이 끌려서 아까의 그 ‘광선’이 다시 충전되기라도 하면 다음 기회는 없다.
결국 한 번은 공격적인 수를 던져야 한다. 아리가 숨어있는 건물에 목숨 걸고 들어갈 필요가 있다!
과연 건물 내부는 단 한 점의 빛도 없었다. 용맹하게 들이닥친 진철 형과 할아버지가 동시에 움찔함이 느껴졌다. 물론, 우리 또한 믿는 것 없이 들어오진 않았다.
“나 먼저 갑니다. 다들 잘해보쇼.”
별일 아니라는 듯, 호쾌한 웃음을 지은 형의 손에서 ‘이계의 별’이 나타났다. 그와 함께 주변의 공기 전체가 진동하며 파동이 사방을 향해 뻗어가기 시작했다.
별의 파동을 근거리에서 직격으로 얻어맞은 건물의 외벽이 삽시간에 비틀리기 시작하고, 차진철은 그냥 별 조각을 둔기처럼 휘둘러가며 외벽을 무식하게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나와라! 이 좆같은 건물 구석에 숨어있을 생각 하지 – 쿨럭! 이런 시발 벌써?”
시간 끌 틈이 없다. 축복이 없는 형이 별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정말이지 한순간이니까!
나와 할아버지는 무너진 벽 틈새로 들어오는 빛에 의지해가며 위층, 아리가 우리를 저격했던 장소를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접근을 감지한 아리가 바삐 움직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마침내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 도착했다.
고작해야 벽 하나, 혹은 벽 둘. 그 정도 거리를 끼고 건너편에 서로가 있음을 모두가 깨달았다. 결연한 긴장감이 대기를 가득 메운다. 나와 할아버지는 서로 시선을 한 차례 마주친 후, 즉시 넘어갔다.
내가 앞장섰다. 계획대로라면 이젠 내 몸이 죽어도 상관 없다.
거대한 소파 뒤로 몸을 감추던 아리의 손이 허공을 그어졌다. 섬뜩한 기세가 덮쳐옴을 느꼈을 때, 나는 그 기세를 피하는 대신 오히려 ‘건너뛰었다.’
“잡았다!”
단 한 순간, 여태껏 아껴왔던 순간이동의 문신이 빛을 발하며 내 몸은 허공을 가로질러 아리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아리가 즉시 팔로 내 목을 붙잡는 순간, 내 손에는 한 권의 책이 나타났다.
의식이 부유함을 느낀다.
*
광활한 어둠 속으로 끝없이 떨어진다.
기묘한 일이다. 여태 수많은 사람에게 빙의해왔지만, 이런 일이 있었던가? 보통은 잠깐 의식이 붕 뜨는 듯하다가 자연스럽게 그 몸을 차지한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절벽에 뛰어내려 하염없이 자유낙하 중인 느낌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과거 아리에게 처음으로 빙의했을 때도 다른 사람에게 빙의했을 때와는 미묘하게 달랐지. 몸 자체는 통제할 수 있었지만, 아리는 불과 몇 초 만에 날 쫓아냈다. 그때야 아리는 원래 뭐든지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가 보다 했지만.
무려 유산, 무려 마도서의 권능을 어떻게 그리 쉽게 방어했을까? 오래된 피의 힘인가? 그렇다면 이해는 할 수 있다. 아무리 유산의 권능이 대단하다 한들, 같은 유산의 힘으로 방어한다면 또 막을 수 있는 게 인지상정이겠지.
밖에서 할아버지가 잘하고 있는 걸까?
사실 내가 세웠던 계획은 여기서 끝이다. 내가 빙의해서 뭘 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빙의하는 것 자체가 목표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빙의하더라도 아리가 모종의 수단으로 날 쫓아낼 수 있음은 이미 경험해봐서 알고 있다. 그러므로 빙의 자체가 ‘막타’일 수는 없다.
그러나 아리가 날 쫓아내기까지 ‘몇 초’의 시간은 필요하고 그 몇 초는 바로 옆에 나와 함께 접근한 할아버지가 아리의 머리통을 터트리기까지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이게 바로 우리가 세운 계획의 골자였다.
진철 형이 건물을 부숴서 접근할 수 있게 만들고, 내가 빙의를 통해 아리의 몸을 잠시 통제하는 사이 할아버지가 아리를 죽이는 것.
“생각보다 결단이 빠르군. 귀찮게 말이지.”
뒤편에서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나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추락이 멈췄음을, 뒤편에서 누군가 나타났음을 깨달았다.
“넌 대체 누구지? 아리는 어디 있고?”
“조금만 있으면 ‘최후의 섬광’의 충전이 끝났을 텐데, 그 사이에 치고 들어올 줄이야. 내가 너희를 너무 압박했나? 실수했는지도 모르겠군.”
“대답할 생각은 없나?”
나타난 존재는 마치 허공에서 꿈틀거리는 검푸른 젤리 덩어리와 같은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대체 이런 형태로 어떻게 ‘말’을 하는가 싶었지만, 애초에 지금 내가 있는 공간이 현실이 아니니 이런 것을 따져봐야 의미가 없었다.
“반역자의 후손이여. 판단력은 나쁘지 않았으나, 네가 이 몸에 파고든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라. 네가 나를 잡았다 생각하지 말라. 내가 너를 잡았음이야.”
눈을 보았다. 온 사방에서 돋아나는 눈을 보았다. 광대한 아리의 정신세계, 온 사방에서 돋아난 눈의 시선에 내가 담김을 느끼며 –
깨달았다.
아리가 오래된 피의 힘으로 내 빙의를 방어할 수 있는 원리를 알았다. 저 존재가 ‘내가 너를 잡았음이야’라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알았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셀 수 없이 많은 문장이 뇌리에 새겨지고 또 새겨졌다.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 생각했다.
이곳은 암시의 지옥이구나.
그러므로 아리의 정신세계 내부에서 아리를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없다. 하지만, 애초에 빙의로 이길 수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 이길 수 없는 구체적인 이유를 깨달았다 해서 그리 대단한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
우리가 패배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대체 왜.
왜 할아버지는 아직도 아리를 죽이지 못한 걸까? 왜 아직도 아리가 살아있지?
*
– ???
— 찰박!
고작해야 발 하나 담글만한 작은 피 웅덩이. 한 차례 가볍게 밟은 후 소녀는 생각했다. 이런 결과는 탐탁지 않다. 조금은 실망스러운 전과다. 그녀는 분명 그리 느꼈다.
용감하게도 제 발로 ‘낙원’에 들어온 반역자의 후손들.
그들을 단순히 찢어 죽일 셈이었다면 직접 나설 필요도 없었다. 자신은 어딘가 안전한 장소에 숨은 채 산맥 전체에 흩어진 보안 유닛을 낙원으로 불러 모았으면 될 일이다.
반역자의 후손들은 산맥 전체의 보안 유닛에 맞설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맞설 수 있던 능력자는 최후의 섬광을 통해 재만 남겼으니까.
표본을 수집하고자 했다. 이상한 일이다. 반역자의 피가 이 말법의 시대에 흘러나간 지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가? 물경 2,000년은 흐르지 않았던가? 저들의 혈통이 형편없이 열화한 지 500년이 넘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불과 몇 년 사이에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력한 후손들이 나타났다. 인류를 배신했던 선조의 강함을 그대로 빼다 박은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더 강해진 게 아닌가 싶은 기이한 존재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반드시 후손 중 다수의 신체를 확보해서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애매하게 세서 결국 다 이 꼴이 됐잖아.”
마지막 순간, 적들의 전술은 다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전술 자체야 별것 아니다. ‘이계의 별’의 소유자가 건물을 부수고, ‘마도서’의 소유자가 날 멈춘 사이 김묵성이 죽이는 것.
이 단순한 전술이 그녀에겐 꽤 소름 돋게 느껴졌다.
차진철은 ‘이계의 별’을 소환한 시점에서 살 방법이 없다. 한가인은 ‘마도서’로 내 정신에 들어온 시점에서 살 방법이 없다.
애초에 작전 자체가 두 사람의 죽음을 전제로 이루어진 특공이다! 무슨 군체 생물도 아니고, 우리 둘은 죽을 테니 네가 마무리 지어라? 이게 어떻게 이렇게 숨을 쉬듯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도무지 예상하기 힘든 전술이었고, 그래서 그녀는 대기하던 보안 유닛의 힘을 빌려야 했다. 안타깝게도 보안 유닛에는 화력 조절이라는 개념이 없었으므로 김묵성은 포탄 한 방에 피 웅덩이만 남기고 사라졌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음’이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이상한 문자가 눈앞을 스쳐 갔다. 그녀는 잠시 두통을 느끼며 머리를 감싸 안았다.
“대체 무슨….”
『이번 시도는 실패인가. 하지만, 두 명은 탈출시켰으니 됐다. 다음 기회를 기다리도록 하지. 그나저나…. ‘그 꼬마’가 의외로 변수가 있군. 중요한 것을 보고 갔으니 다음 기회를 기대할 만하겠어.』
별빛이 깃든 푸른 생물의 환영이 눈앞을 아른거렸다. 그리고 그녀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는 알림이 눈앞에 나타났다.
/모든 참가자가 탈출 또는 사망하여 저주의 방 내부에 더 이상 참가자가 없습니다! 3초 후, 저주의 방이 초기화됩니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3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설원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마지막 순간까지 이번엔 깨어날 수 있을지 불안해하며 기절했는데, 다행히 탈출한 사람이 있었는지 안전하게 나왔다. 모두가 재회를 기뻐하는 것도 잠시, 모든 것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할아버지나 진철 형, 설명을 들은 엘레나 역시 동의했기에 일은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다.
“… 나 계속 이러고 있어야 해?”
“조용히 해!”
2층 바깥, 시야 전체를 가득 채운 드넓은 설원의 분위기는 제법 그럴듯했다. 여기에 머리만 쏙 튀어나온 채로 전신이 눈 속에 파묻힌 소녀를 보고 있자 분위기는 더욱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 아니, 난 진짜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데.”
진심으로 억울해하는 아리의 얼굴은,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퍼온 눈 한 바가지에 덮여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