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28)
27화 – 103호, 저주의 방 – ‘동물농장’(1)
27화 – 103호, 저주의 방 – ‘동물농장’(1)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0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동물농장)
현자의 조언 : 3]
농장 생활이 시작된 첫날 저녁.
다 같이 주변 상황을 최대한 알아본 바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1. 농장에는 브라이언/에이미 부부와 피터/메이 1남 1녀로 구성된 4인가족이 거주한다.
2. 나(흑우) 유송이(거위) 엘레나(개) 김아리(고양이) 넷은 농장의 가축 또는 반려동물이다.
3. 차진철(멧돼지) 김묵성(생쥐) 박승엽(늑대) 이은솔(뱀) 넷은 농장 주변의 야생동물이다.
물론 이런 사실들을 밝혀낸 것은 상당 부분 엘레나와 아리였다.
사실, 나는 흑우가 된 이래로 외양간에 갇혀있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또, ‘대화량’이 극도로 제한된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다들 필수적인 키워드만 넣는 대화법을 저절로 숙지했다.
쥐대왕(묵성) : 다들 긴장. 위험 발생할 것
김고양(아리) : 야간은 내가 감시
엘멍멍(엘레나) : 주간은 내가 체크
흑우(가인) : 못나감
송거위(송이) : 나도 못나감
돼지새끼(진철) : 쥐가 머리에서 안내려옴
쥐대왕(묵성) : 이동의 효율 고려.
돼지새끼(진철) : 박치기 하고 싶음
똑똑뱀(은솔) : 분량낭비 금지
늑대소년(승엽) : 자도 됨?
똑똑뱀(은솔) : 이만 자고 내일 본격적으로 확인요망.
다들 부럽다. 다들 뭐 야간은 내가 감시한다는 둥 주간은 내가 하겠다는 둥, 이동은 어떻게 하겠다는둥 활발하구나.
나는 외양간에서 음머어어어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한숨만 푹푹 내쉬면서, 억지로 눈을 감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소가 되고 나니까 풀이 맛있었다.
—————————
석양이 진다.
해가 천천히 빛을 잃는다 싶더니, 농장 전체에 어둠이 드리웠다.
비로소, 몸 전체에 활기가 도는 느낌. 당연한 이야기다.
나는 고양이니까.
아마도 내 침대라고 주어진 것 같은 작은 바구니에서 나와서 농장을 돌아다녔다.
농장의 분위기는 어딘가 기묘했다.
사람이 넷에, 가축은 무지하게 많다. 지성을 가진 동물도 8마리나 있고.
당연히 소음이 이리저리 날 수 밖에 없는 환경인데…
신기할 정도로 야간이 되자 농장 전체가 조용해졌다.
대충, 내가 머무르는 가족의 거주공간에서 살짝 바깥으로 나가려던 찰나에 목덜미가 잡혔다.
“어머! 아리. 밤에는 나가면 안된단다! 도깨비가 나오는 걸 모르니?”
아, 진짜 비록 지금 고양이의 몸이라지만 이렇게 목덜미가 들려서 바구니로 쑤셔넣어지자 더럽게 불쾌하다.
마음 같아선 주인집 딸의 팔을 사정없이 긁어주고 싶었지만, 조금은 착한 고양이 행세를 해야 행동도 자유로워질 듯해서 참았다.
얌전히 바구니에서 기다리면서 눈치를 보자 결국은 메이의 침대에서도 잠든 기색이 느껴졌다.
이제야 나가볼 수 있겠구나.
그런데, ‘도깨비’라니? 단순히 밤에 나가지 말라는 의미로 한 말인가?
이런 것도 결국 실제로 나가 봐야 알 수 있다.
조심히 발을 들고 걸어서 창 밖을 통해 나갔다.
창틀에 앉아서 농장쪽을 보기에는 딱히 특별함이 느껴지진 않은데…
역시나, 특이할 정도로 조용한데? 하고 생각하는 순간.
어슴푸레하면서도 거뭇한 형체가 바깥을 거닌다.
절대로 사람이 아니고, 가축도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다.
사람은 저렇게 크지 않고, 가축은 두발로 걷지 않으니까.
키는 대략 5m 에서 6m 정도에 형상이 흐릿해서 확신할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인간형의 무언가로 보인다.
저게 ‘도깨비’ 인가? 다행스럽게도 도깨비들은 딱히 농장 안쪽을 헤집고 다니거나 하진 않았다.
뭔가… 관찰하듯이 무심히 여기저기를 바라볼 뿐.
내가 대놓고 창틀 쪽에서 그들을 보는데도, 그들은 나를 전혀 의식하는 것 같지 않다.
내일 공유할 정보가 늘었네.
이 정도면 오늘 내가 할 일은 대충 한 게 아닐까?
뭔가 고양이가 되어서인지 고양이답게 늘어지게 잠이나 잔뜩 자고 싶은 기분이다.
굳이 뭘 더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에 이쯤 해서 자기로 했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1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동물농장)
현자의 조언 : 3]
쥐대왕(묵성) : 밤에만 괴물 나타난다?
김고양(아리) : ㅇㅇ 위험성은 확인 못함
똑똑뱀(은솔) : 다른 정보?
김고양(아리) : x
엘멍멍(엘레나) : 수고. 이제 내가 정보수집
늑대소년(승엽) : 다른 늑대 많음
돼지새끼(진철) : 늑대가 농장 습격할지도?
늑대소년(승엽) : 내가 늑대무리 감시하겠음
쥐대왕(묵성) : 나랑 돼지는 탈출루트 수색 중
똑똑뱀(은솔) : 나는 농장 주변 감시
흑우(가인) : 다들 수고
송거위(송이) : 고마워요
간단한 대화가 끝나자, 엘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힘이 빡 들어가는걸 느꼈다.
각자의 역할이 대충 결정된 것이다.
김아리(고양이) : 야간 정보수집
엘레나(개) : 주간 정보수집
차진철(멧돼지)-김묵성(쥐) : 탈출 루트 탐색
박승엽(늑대) : 늑대무리 동향 파악
이은솔(뱀) : 농장 주변 감시
송이와 가인이는 갇혀있으니 당장은 무슨 역할을 하기가 무리였다.
아! 이제 내 차례구나.
솔직히, 저번 102호 공포의 저택때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첫날 죽고 끝나서 얼마나 미안했던가.
말은 안했지만, 그 뒤로 가인이나 은솔언니가 고생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가슴이 아팠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이 가축이나 야생동물 배역을 맡아서 행동이 제한된것과 달리 나는 골든 리트리버!
야간에는 고양이라면, 낮에는 역시 개 아닌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서 모두에게 도움을 주기로 다짐했다.
작전의 시작은 뭐다? 일단 사랑받는 것 아닐까?
누구나 사랑스러운 대상에겐 경계심이 옅어지고 뭘 해도 그러려니 하는것이 세상의 이치.
나는 한마리의 사랑스러운 골든 리트리버가 되어 바쁘게 농장 철책을 정리하고 있는 브라이언의 손바닥을 핥았다.
“어이쿠, 엘레나 여기는 좀 위험해. 허허 참 착하다 착해. 엄마에게 가있거라~”
브라이언은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툭툭 밀어서 에이미 쪽을 지목했다.
대충 이렇게 몇번 하다보면 모두가 날 좋아하겠지.
그런데… 정보는 대체 뭘 수집해야할까.
아리야 밤이 되자마자 도깨비를 봤다지만, 나로서는 딱히 괴물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후로도 3시간이 넘게 돌아다녔다.
솔직히 별로 힘들진 않네. 그냥 꼬리만 살랑거리고 멍멍 하다보면 어느 샌가 앞에 음식이 나오고 다들 머리를 쓰다듬는다.
사랑받는 개의 삶이란 세상 쉽구나.
돌아다니다 보니 브라이언과 에이미가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녁쯤엔 거위들 몇마리 털 좀 뽑읍시다. 슬슬 몇마리는 털이 충분한것 같던데”
“아직은 잘 팔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좀 기다리는게 낫지 않겠어?”
“기다린다고 마냥 가격이 오르나. 그때그때 뽑아서 팔고 팔고 하는 게 낫지”
“그럼 피터에게 말해두죠.”
대충 이런 내용. 평범한 농장의 대화구나.
그런가보다… 하다가 흠칫 떠올랐다.
송이가 거위인데?
분명, 내가 알기로 거위 털은 산채로 잡아뜯고 그러다가 죽는 거위도 나온다.
이거 어떻게 해야하지? 일단 다 같이 대화부터 해보자
엘멍멍(엘레나) : 긴급긴급
쥐대왕(묵성) : 뭔일이냐?
엘멍멍(엘레나) : 내일 거위 털뽑음
송거위(송이) : 네에에에에에에에에????????????
똑똑뱀(은솔) : 조용조용 대책있나?
김고양(아리) : 털뽑으러 갈 때 구석에 숨기?
쥐대왕(묵성) : 숨어있으면 다른 거위 고를듯
엘멍멍(엘레나) : 혹시 모르니 따라감
송거위(송이) : 제발 다들 도와줘요…
흑우(가인) : 음머어어어
대략적인 대화가 끝났다.
우선은 털 뽑으러 갈 때 송이가 알아서 구석으로 피해서 다른 거위를 잡도록 유도하기.
그럼에도 브라이언이 송이를 골라서 뽑으려 하면…
내가 어떻게든지 해봐야지. 102호에서 아무것도 안한 빚을 이번엔 갚을 차례다.
똑똑뱀(은솔) : 기타 알아낸것?
쥐대왕(묵성) : 숲 말도안되게 큼.
돼지새끼(진철) : 가도가도 끝이 없음. 대화명 바꾸기 요청.
늑대소년(승엽) : 늑대들은 주변 사슴사냥중
흑우(가인) : 음머어어어어!
똑똑뱀(은솔) : 소는 활자낭비 금지
모두가 말없이 긴장 속에서 역할을 수행한지 3시간 정도 지났을까?
슬슬 저녁시간이 다가옴을 느꼈다.
문득 궁금하다. 나야 농장부부가 끼니때마다 사료를 부어주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으려나…
물어봐야 벌레나 소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슬픈 이야기나 나올듯 하다. 굳이 묻지 않는게 좋겠지.
그런 것 보다는, 저녁에 있을 거위 털뽑기에서 송이를 보호하는게 중요하다.
길게 보면 어떻게든 이 상황 자체를 해결해야하는데… 솔직히 아직은 전혀 감이 안온다.
당장은 한명한명 지키면서 생존하는게 유일한 길일 따름이다.
사료를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주인 가족만 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부부와 아들 피터가 일어났다.
지금이구나! 티가 나게 쫓아가면 방에 가둘 것 같아서, 나름대로 조심조심 다가갔다.
혹시 들키면 그냥 혀로 손이나 핥자. 그러면 봐주겠지.
그리고…
정말이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승엽이와 약간의 작전을 짰다.
이제는 정말 안심이다. 103호에선 꼭 내가 활약해서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어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각자 변화한 동물
한가인 : 소
차진철 : 돼지
이은솔 : 뱀
유송이 : 거위
박승엽 : 늑대
엘레나 : 개
김아리 : 고양이
김묵성 : 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