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
2화 – 호텔에서의 첫날, 일행을 만나다.(2)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2]
식당을 향하자 나와 은솔씨를 제외하고도 이미 3명이 앉아 있었다.
나보다도 훨씬 어려 보이는, 아마도 중학생 정도나 되어 버리는 남자아이 한 명.
대충 나랑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안절부절못하며 주변을 돌아보는 귀염 상의 소녀,
그리고……
살면서 처음 보는 믿을 수 없는 외모의 외국인.
농담이 아니고 사람을 보고 무슨 한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금을 녹여낸 듯한 어깨에서 찰랑이는 금발, 에메랄드를 넣어 세공한 듯한 눈동자.
거기에 아마도 선한 마음이 듬뿍 담겨 있는 신체 부위까지 보자 말문이 막혔다.
이런 사람은 영화에나 있는 것이 아니었나?
5초? 그 정도 넋 나간 채로 보고 있으니 상대 쪽에서 다소 어색하게 웃었고, 그제야 큰 실례를 저질렀음을 알았다.
당황해서 고개를 숙인 후 식탁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일단은 어떻게 사과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억지로 머리에서 영어 문장을 짜냈다.
“I’m so sorry, but…”
“괜찮아요. 저 한국에서 6년 살아서 한국말 잘하니까. 애초에 미국인도 영국인도 아니예요.”
“아. 죄송합니다……”
“침대에 누워 있던데? 괜찮으세요? 혹시 다쳤다거나?”
“아니, 아닙니다. 그냥 피곤해서 눈 좀 붙인다는 게 잠들었어요.”
“피곤한 일을 다 같이 겪기는 했죠… 살면서 이런 이상한 일은 처음이니까요.
아까 전에 105호로 오라고 외치신 것, 감사드려요.”
“아, 아닙니다. 제가 왔을 때 이미 그 체격 좋은 분이 너무 잘 막고 계셨던 걸요.”
“확실히 진철씨가 우릴 구하셨죠. 그건 다시 만나면 또 감사드려야겠네요. 전 엘레나 이바노바라고 해요. 그냥 엘레나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그쪽은?”
“한가인이라고 합니다. 그, 통성명을 일단 다 같이 해야 될 것 같네요. 제가 조는 동안 이미 다른 분들은 하신 것 같은데”
“저는 유송이라고 해요.”
“박승엽 이라고 합니다.”
탈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아까 전에 보았던 남자가 방에 들어왔다.
피가 흐르던 팔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부드러운 천으로 단단히 싸맨 상태였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정말 대단한 체격이라는걸 느꼈다.
키는 최소 190cm? 그 보다도 커 보인다.
단순히 키만 큰게 아니라 체형은 운동선수 그 자체였다.
이 정도 피지컬이면 괴물하고도 싸움이 되는 건가.
새삼스레 감탄하는 사이에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차진철이라고 한다. 아, 말을 좀 편하게 해도 되나? 학생 같은데.”
“괜찮습니다. 그냥 가인이라고 부르셔도 괜찮아요.”
“그래그래. 가인아, 이 방 알려 줘서 진짜 고맙다. 아 진짜 거 개 같은 원숭이들이때문에 더럽게 아팠네.
뭔 짐승 놈들이 대가리를 후려도 후려도 죽지도 않고, 심지어 도망도 안 가고.
참 이게 뭔 꼴이여. 표범도 아니고 원숭이 두 마리 잡느라 이 꼴이 될 줄은 몰랐네.”
대답을 하기가 무섭게 시원하게 ‘가인아’ 해 버리는 순간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솔직히 딱 봐도 조선 시대에 태어났으면 패업을 꿈꿨을 것 같은 사람에게 그런 사소한 문제를 따질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먼저 말을 편하게 하라 하지 않았는가.
서로 통성명이 끝나는 순간, ‘상태창’이 반짝이며 변화가 일어났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동료 정보(!)
현자의 조언 : 2]
동료 정보?
한번 해봤기에 조금은 익숙한 느낌으로, 동료 정보를 눈으로 주시하며 열려라! 생각하자 탓 하고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1. 한가인(20) – 지혜2. 차진철(31) – 용기3. 유송이(17) – 친화
4. 엘레나 이바노바(23) – 정의
5. 박승엽(14) – 행운
6. 이은솔(32) – 부귀]
앞에 적힌 건 이름. 뒤에 적힌 숫자는 나이인가? 그런데 그 뒤의 지혜니 용기니 하는 단어는 대체 뭘까?
우선 확인차 그 자리에서 가장 말 걸기 편한 느낌의 귀염 상의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 유송이 씨 혹시 17살인가요?”
“?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아 여기 창 이름 옆에 숫자 보이시죠? 그게 혹시 나이인가 했거든요.”
내 말이 끝나자, 건너편의 유송이 씨는 물론이고 그 자리의 전원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가르키는 방향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이 창은 나에게만 보인다.
“아, 이게… 아무래도 저에게만 보이는 창인가 보군요.”
“창? 네 눈에는 뭐 특이한 게 보이기라도 하는 거냐? 갑자기 허공을 보면서 중얼중얼하고길래 뭐 하는 건가 했다마는. 거기 우리 나이라도 적혔냐?”
“어…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후, 약간의 대화를 통해 이 기묘한 상태창은 나에게만 보이고, 현재 상황이나 날짜, 위치등이 나와 있다고 알렸다.
정황상 이 ‘상태창’과 관련된 것들이 아까부터 언급되고 있는 ‘지혜’의 정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언급하자, 이윽고 한두 명씩 입을 열었다.
“지혜라… 지혜의 축복이니까 너에게만 어떤 지식을 주는 건가? 사실 나도 비슷한 걸 받고 있거든.
네 창에는 ‘용기’라고 부른다면서? 그게 뭔지 대충 알겠다. 나는 아마 몸이 좀 강해지는 그런 것 같은데?”
“몸이 강해져요? 어떤 식으로요?”
“글쎄… 차차 봐야겠지만 아까 원숭이들하고 싸우면서 나 자신도 좀 놀랐어.
내가 헬스를 좀 하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좀 말도 안 되게 팔이 쭉쭉 뻗더라고.
게다가 30분을 넘게 쌈박질을 하는데도 별로 치지지도 않았고.
아마 힘도 세지고 체력도 좋아진 것 같다. 아, 거기에 팔쪽을 보면 회복도 좀 더 잘되는 것 같고”
“저도… 저도 뭐 있는 걸까요? 친화라고 하면 대체 뭔지 모르겠는데. 전 무슨 창도 안 보이고 힘도 없어요.”
“송이쪽은 뭔지 내가 알 것 같은데?”
“은솔 언니가 보기엔 뭔가 보였어요?”
“아까 원숭이들이 습격했을 때, 송이는 나무 옆에 그냥 엎어져 있었잖아?
난 그래서 아 이러다 죽겠구나 싶어서 너무 무서웠는데… 신기하게 원숭이들이 송이쪽은 공격을 안하더라.
그때는 그냥 운이 좋은가?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아마 ‘친화’일껄”
“그러면 누나가 보기엔 저는 뭐 같은가요.”
“승엽 군은… 모르겠다. ‘행운’. 뭐 운 좋은 일 없었어?”
“운이 좋으면 이런 괴물로 가득 찬 곳에 올 일이 없지 않았을까요.”
“그러게……”
“으음… 일단 저는 ‘정의’군요. 더 모르겠네요. 정의의 용사 같은 힘이라도 나중에 생기나. 은솔씨는 ‘부귀’인데 뭐인지 느낌 오시나요?”
“글쎄… 모르겠네요. 그냥 돈이 많은 상태를 말하는 거면, 내가 뭐 돈이 없는 사람은 아니긴 한데 지금 분위기라면 그런 것보다는 어떤 능력을 말하는 것 같은데…
무슨 미다스의 손이라도 생기나? 내가 누구 만지면 금이 된다던가?”
그렇게 말하며 은솔 누나는 장난스럽게 손으로 송이를 쓰다듬었고 송이는 진짜라고 생각했는지 거북이처럼 순간적으로 몸을 크게 움츠렸다.
물론 쓰다듬었다고 송이가 황금이 되진 않았다.
“진짜 이게 무슨 일일까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수능 끝난 고3의 인생을 몇 달이라도 제대로 즐기고 싶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요. 개학까지 2주도 안 남았는데”
은솔 누나가 다소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학? 어디 외국 대학이야?
“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한국이예요.”
“한국에 지금 시기에 개학하는 대학이 있다고? 대체 무슨 대학이야?”
“예? 보통 3월 초에 다 개학 할 텐데요?”
아까처럼, 주변이 전부 침묵으로 가득 찼다. 묵직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우리가 오늘 이야기할 부분이 진짜 많구만. 그러니까 가인이 너는 지금 개학시즌이라 생각한다 이거지.
참고로, 나는 어제 11월 24일로 알고 왔다.”
“저는 어제가 5월 3일요… 중간고사 끝난 지 얼마 안됐어요.”
“저는 어제가 3월 9일인데요.”
“나는 5월 16일, 근데 뭐 이쯤 되니 궁금한 건데 다들 ‘어제’가 몇 년도야? 그리고… 서로 옷차림을 보니까 아무래도 ‘장소’도 물어야겠는데?”
잠깐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전원이 기억하는 ‘어제의 날짜’가 다르다. 서로 다른 날에 ‘납치’된 것임이 분명하다.2. 전원이 기억하는 ‘어제 있던 장소’도 다르다. 나처럼 호텔에서 자고 일어난 사람도 있고, 그냥 자기 집에서 자다가 일어난 사람도 있었다.
대체 뭘까. 우리에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며, 이제는 뭘 해야 하는 걸까.
잠깐의 침묵이 길게 찾아왔다. 너무나 많은, 의문으로 가득 찬 정보들이 머릿속을 폭풍처럼 휘몰아치면서 이젠 생각 자체가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꼬르르르르르륵!!!!!!!
소리의 주인인 송이가 크게 당황해서 얼굴을 붉혔다.
“앗! 아아아앗! 죄송… 죄송합니다. 왜 갑자기이…”
“큭큭…. 아니 뭐 죄송할 게 있나 자연스러운데. 사실 나도 아까부터 겁나 배고팠어. 아침부터 살벌하게 운동을 해가지고.
이거 식사 부르는 버튼 맞지? 일단 뭐 다 같이 밥이나 먹읍시다. 생각도 뭘 먹어야 더 잘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 일단 뭐 다 같이 먹어요. 뭐가 나올지 궁금하네. 그리고 ‘어떻게’ 나올지도. 이런데 무슨 음식 나르는 직원이 있긴 한 건지.”
“그러면, 누르겠습니다.”
마침 버튼 옆에 앉아 있던 엘레나가 버튼을 누르자, 버튼이 빨간색으로 점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다들 말없이 5분은 기다렸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을 때쯤, 승엽이가 변화를 감지했다.
“저기… 다들 저 디스플레이를 봐주시겠어요? 뭐가 추가됐어요.”
호텔 파이오니어에 모이신 고객분들 환영합니다!몇 가지 안내 사항이 있으니 참조해주세요. 안내 사항은 추가될 수 있으며, 호텔의 디스플레이에서 언제든지 다시 보실수 있습니다.
1. 호텔 파이오니어는 언제나 고객 분들을 사랑합니다.
– 다만 호텔의 직원들은 다소 부끄러움을 타기 때문에 고객님들이 보지 않으실 때 성실하게 일합니다.
2.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으니 유념 바랍니다.
3. 호텔은 언제나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지켜드립니다. 다만, 식사는 함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식사 시간은 꼭 지켜 주세요.
1번 밑에 새로운 문구가 생겼다.‘호텔의 직원들은 다소 부끄러움을 타기 때문에 고객님들이 보지 않으실 때 성실하게 일합니다.’
이게 대체 뭐지? 멍하니 생각하던 중 설마 하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자 아마도 비슷한 생각을 떠올린 듯한 은솔 누나와 눈이 마주쳤다.
“누나, 제가 진짜 설마 하는 건데, 이거 혹시 우리보고”
“우리보고 잠깐 나가라는 것 같은데. 말 그대로 ‘부끄러우니까’ 우리가 보는 앞에서는 음식을 차릴 수 없다. 뭐 그런 이야기 아니야?”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한 사람들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쏟아 냈다.
“아니 뭔 놈의 식당이 손님 보기가 부끄러워서 손님 앞에선 밥을 못 준 다는 거야? 그 정도 부끄럼증이면 식당 때려 치워야지!”
“뭐, 이제 와서 이거저거 따지는 게 의미가 있겠어요? 점점 무슨 연극이라도 하는 느낌이라 조금 재밌기도 하네요. 괴물 같은 것만 안 나오면 신기한 경험 한다 생각할 텐데.”
“엘레나 언니는 진짜 한국말 잘하네요.”
“6년차라니까? 난 이제 반은 한국 사람 다됐어”
“저, 일단 그러면 다들 잠깐 나갔다 오는 게 어떨까요? 죄송하지만 저도 진짜 배고파서요”
“그럽시다”
다 같이 일어서서 식당 밖으로 나갔고, 식당 문을 닫은 후 10초 정도 후에 다시 식당 문을 열고 돌아갔다.
엘레나양의 말대로 무슨 연극이라도 찍는 기분이다.
식당 안으로 돌아가자, 모두의 입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거 무슨 지하철역 사이로 들어간다는 마법 학교의 식사라도 되는 걸까?
테이블 전체를 화려하고 맛깔 나는 음식이 가득 채우고 있다.
흠이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딱 보기에도 수많은 국가의 음식이 뒤섞인 말 그대로 무국적 식탁이다.
몇 가지는 익숙한 스파게티나 스테이크, 제육볶음 등이었고 몇 가지는 나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라 재료가 뭔지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다들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던 도중 진철 형이 결단을 내렸다.
“음식도 무지하게 많고, 시계 보니까 식사 시간은 꼴랑 40분 정도밖에 안 남았네.
그냥 뭐, 각자 먹고 싶은 접시 하나씩 가져다가 팍팍 드십시다. 밥이라도 먹으면 뭐 말을 할 기운도 나겠지”
호텔 파이오니어 도착 1일차. 나는 처음으로 이 호텔의 장점 하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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