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1)
30화 – 103호, 저주의 방 – ‘동물농장’(4)
30화 – 103호, 저주의 방 – ‘동물농장’(4)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2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동물농장)
현자의 조언 : 3]
가슴이 답답하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것이 위부터 식도까지 불태우며 올라온다.
아직도 승엽이의 심장을 관통하던 총소리가 귓가에서 울려 퍼진다.
대체 왜?
분명히 도망가라고 말했는데. 무리하지 말라고, 여차하면 나 혼자 죽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는데!
그런데 그 멍청이는 도망가긴 커녕, 농부를 상대로 위험천만한 도발을 벌인 끝에 농부를 소 축사 쪽으로 데려오기까지 했다.
그 대가는 한 발의 총탄.
늑대가 총을 쥔 인간을 상대로 도발한 대가는 끔찍했다.
인내해야 한다. 아직은 끝난 게 아니니까.
살아나가면 된다.
어떻게든지 나가기만 하면, 바보같이 날 구하려다가 죽은 녀석도 다시 일어설 테니까.
그때 머리 한 대 쥐어박으면서 왜 내 말 안 들었냐고 혼내주고, 그다음엔…
한동안 승엽이가 아리와 자주 만날 수 있게 노력이나 해볼까? 아하, 이건 그래도 아리 생각도 들어봐야겠네.
억지로 생각을 돌리고 돌렸다.
어떻게든지 안전하게 나가서 이렇게 해 보자 저렇게 해 보자 하다 보니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천천히, 천천히 마음을 얼렸다. 분노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으니까.
영화에 나오는 초록 괴물은 분노할 수록 끝없이 강해진다지만, 나랑은 무관한 이야기.
분노는 어리석은 판단을 만들어 낼 뿐이다.
마음이 얼어붙으며 되살아난 이성이 여러 경고를 시작했다.
부서진 다리
다리 쪽이 정상이 아니다.
3마리의 늑대와 싸우던 중 한 마리가 앞에서 얼쩡거리는 것에 시선이 쏠렸다.
그 사이에 후방의 늑대가 내 다리를 어찌나 거세게 물었는 지, 숫제 일어나는 것조차 어려웠다.
쥐대왕(김묵성) : 다들… 괜찮나?
똑똑쥐(이은솔) : 상황정리. 나머지 문제없음. 늑대 사망, 소 부상
돼지(차진철) : 다리 부상 어느 정도?
흑우(한가인) : 부상 심함.
똑똑뱀(이은솔) : 변수 많아짐. 정보수집 필요.
변수가 많아졌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누나도 하는구나.
그 말이 맞다.
농장은 딱 봐도 여기저기 난리가 났고, 가축들은 여럿이 다쳐서 신음을 토해냈다.
농장 가족들도 여기저기서 슬피 우는소리가 들렸다.
늑대사태도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실질적으로 죽은 늑대는 10마리 안팎.
여전히 30마리가 넘게 남아서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우리 처지에선 어찌 보면 더 위험해졌다.
이제 승엽이가 없으므로 늑대무리의 동향을 파악할 방법조차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
이제 이 농장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한 가지 불길한 생각이 떠오른다.
다리가 작살난 소를 계속 기르는 농부가 있을까?
불길한 상상은 곧 현실이 되었다.
김고양(김아리) : 가족들 피해복구 이야기 중
김고양(김아리) : 분위기 좋지 않음. 아내는 농장 정리 주장
김고양(김아리) : 남편은 가축부터 정리 주장
김고양(김아리) : 다친 소 도축 이야기 나옴
아아… 역시나구나.
이상하지 않다.
애초부터 딱히 농사일을 한 적은 없었고, 아마도 나는 고기용 소였으리라.
그런데 그 고기용 소의 심각한 다리 부상.
이걸 무슨 수의사 불러서 다리 치료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도, 이제는 받아들였다.
내가 살겠다고 다른 사람을 더 죽일 때가 아니다. 그렇게 되면 모두의 파멸 뿐.
흑우(한가인) : 각오함. 더 이상 구조 필요 x. 탈출기원.
그래. 이게 맞다.
나는 이 시점에서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늑대에게 잡혀먹히는 것보단 나은 것 같다.
농장주가 날 뭐 일부러 괴롭히면서 죽일리는 없으니까.
나름의 도구를 써서 단숨에 끝내주겠지.
똑똑뱀(이은솔) : 아니 이제 전략 바꾼다.
흑우(한가인) : 나는 진짜 괜찮
똑똑뱀(이은솔)
->이제 내가 활자 다 쓸 테니 다 닥치자.
공포의 저택때와 상황 다른 데, 판단 착오함
공포의 저택 : 위험이 뭔지 불확실. 희생을 통해 위험을 찾아내야 했음
동물농장 : 적이 명확함. 희생의 의미 없으며 전력손실일 뿐. 전력이 멀쩡할 때 승부 봐야함
쥐대왕(김묵성) : 적은 농장가족인가?
똑똑뱀(이은솔) : 농장주에게 늑대(박승엽) 사망, 거위(유송이) 소(한가인) 목숨 위협받음.
이 정도면 상황 명확함. 농장가족이 103호에서의 적임.
누나의 논지는 명확했다.
공포의 저택에선 최종적으로 밝혀진 위험(타락한 신부, 빙의된 송이, 지저의 악마, 움직이는 조각 등)이 후반까지도 불분명했다.
따라서 한두 명씩 희생해가며 위험의 정체를 밝혀야 했다.
반면, 동물농장에선 이미 위험이 명확하다!
농장가족이 이미 우리 목숨을 여러 차례 위협했고, 한 명은 죽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희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오히려, 전력이 멀쩡할 때 최대한 빨리 붙어야 한다!
전략을 듣고 나자 손은 없지만 마음으로 무릎을 탁 쳤다.
이거구나.
내심 안심되기도 했다. 이런 전략대로라면, 내가 딱히 희생하고 자시고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역시나 모두는 내가 도축되기 전 일을 벌리는 것을 전제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내일, 우리는 이 빌어먹을 농장을 붕괴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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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맞는 걸까.
부리로 날개 쪽 깃털을 정리하면서 여러 가지 상념에 빠졌다.
농장붕괴전략.
이미 사람들은 농장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붕괴시킬 것인지,
어떻게 하면 농장가족을 처참하게 무너트릴지 세세한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해.
그런데 뭔지 모르겠다.
왠지 이 방향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아닌 건지 설명할 자신이 없어.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행동한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농장 가족이 자꾸 우리를 위협하니까, 승엽이가 모두의 눈앞에서 총에 맞아 죽기까지 했으니까.
화가 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나도 그 순간 울고 싶었으니까.
근데 이 방향은 진짜 뭔가 이상해
거위(유송이) : 계획 이거 맞나요?
똑똑뱀(이은솔) : 의견 있음?
거위(유송이) : 뭔가 아닌 느낌.
바보 같아. 내가 쓰고도 후회했다.
다들 목숨을 건 전쟁 계획을 짜는데, 그걸 반박한답시고 하는 말이
‘뭔가 아닌 느낌’
내 눈으로 봐도 멍청이 같은데…
그런데 정말 그런 표현 말고는 설명을 못 하겠어.
엘멍멍(엘레나) : 송이는 사육장 나오기 힘드니까 가만 있어도 됨
똑똑뱀(이은솔) : 어차피 멧돼지랑 뱀이 핵심. 걱정 말 것
아.
내가 겁먹어서 이런다고 생각하는구나.
언니들이 나를 어떤 이미지로 보는지 한순간에 이해해 버려서 가슴이 아팠다.
겁이 많아서 큰일에는 끼어들 수 없는 어린 학생. 배려의 대상.
이해한다. 여태 내가 한 역할이 실제로 배려받은 것뿐이니까.
그래도… 가슴이 아팠다. 짐 덩이가 되고 싶지 않았는데.
나이 많은 언니오빠들은 몰라도, 나보다 어린 승엽이나 아리보다도 못한 건 자괴감이 든다.
아리야 재난관리국 수습이기라도 하지, 승엽이는 그냥 중학생인데도
가인오빠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날뛰다가 죽지 않았나.
나는 대체 뭘 하는 걸까.
우울한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작전은 끝났다.
나는… 오늘도 할 일 없이 도깨비나 한 번 더 볼 생각에 사육장 외곽으로 향했다.
늦은 밤.
휘영청 하늘에 걸린 달의 은혜가 아니면 정말이지 내 몸도 볼 수 없을 만큼 어둠이 깊어지고 나서야-
어둑한 형체가 나타났다.
어제와 똑같다.
형체가 나타남과 동시에 세상 전체에 적막이 깃들었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동물들은 조용해지고, 밤새도록 도란도란 회의를 하는 것 같던 농장 가족들의 말소리도 싹 사라졌다.
어둑한 형체는 뭔가 관찰하듯이 주변을 돌아보았고…
‘나’에게 다가온다.
분명하다. 눈이 없고, 형체가 불확실해도 알 수 있다.
저 존재는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나를 의식하며 다가왔다.
두 번째라서인가? 어제처럼 하염없이 무섭진 않았다.
다가온 형체에게서 길쭉한 촉수가 뻗어 나온다.
마치, 사육장의 벽이 무슨 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관통하더니 또 내 머리를 툭툭 쳤다.
다음에는 내가 부리로 정리해 둔 깃털도 이리저리 쓸었다.
대체 뭘까. 이 태도는 뭔가… 익숙하다.
그렇게 30여분 정도가 흘렀다.
어둑한 형체가 나타날 때처럼 아무 전조도 없이 녹아내리듯이 허공에 사라진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3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동물농장)
현자의 조언 : 3]
아침 해가 뜨자마자 잠에서 깼다. 밤새도록 잠을 설치게 했던 다리 통증도 약간은 가라앉았다.
오늘부터는, 진짜 바쁘다!
최소한 지난 기간처럼 멍하니 외양간에 주저앉아서 음머어어어나 하는 무의미한 시기는 끝났다.
다른 사람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을까?
본격적으로 다들 ‘오전 작전 브리핑’을 시작했다.
똑똑뱀(이은솔) : 야간조? 총?
김고양(김아리) : 총 망침
똑똑뱀(이은솔) : 작전 개시. 고양이, 돼지, 개 시작! 소 준비. 난 위치잡음
이제야, 진짜 시작이구나. 그동안 우리가 겪은 고통을 돌려줄 때가 됐다.
끔찍한 동물농장에서의 4일차.
우리는 드디어 농장붕괴작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