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11)
310화 – 204호, 미션의 방 – ‘호텔 시네마’ (32)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35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204호 – 미션의 방, ‘호텔 시네마’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승엽이가 죽기 직전에 보여준 장면이 내 생각대로라면, 케빈이 휩쓸린 이상 현상을 해결한 후 저택을 어떻게든 나가야 한다.
그러나 저택의 1층부터 3층까지 돌아다녔는데도 이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또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나 케빈의 부모가 잠근 정문을 열 수 있는 열쇠도 찾아내지 못했다.
물론, 밖으로 나가는 방법 자체는 안다. 돌리펀트를 어떻게든 구슬려서 벽을 부수면 그만이다. 그러나 저택 벽을 부수는 식의 요란한 일을 벌이는 것 자체가 불안했다.
바깥의 ‘그 존재’를 자극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손짓 한 번에 승엽이를 눌러 죽인 그 괴물은 돌리펀트조차도 장난감처럼 찢어 죽일 테니까!
또, 돌리펀트를 구슬려서 나가는 방법이 과연 12세 소년이 자연스레 떠올릴만한 탈출 방법이 맞나 의심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다른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위에서 고함지르는 돌리펀트 때문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는 점도 큰 문제였다.
“케에에비이인! 왜 나 혼자서 쿠키를 찾는 거야?”
“자, 잠깐만 기다려!”
재빨리 분노한 돌리펀트에게 달려가 설득했다.
“돌리펀트! 아무래도 이 집엔 과자가 없는 것 같아.”
“뭐? 그러면 티타임은 -”
“나가자!”
돌리펀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벽을 부수고 나가자. 밖에는 과자가 넘쳐날지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던 돌리펀트가 어울리지도 않게 예리한 지적을 했다.
“티타임인데 갑자기 저택 밖으로 나간다니? 케빈, 그런 품위 없는 행동을 해선 안 돼!”
잠시 당황했지만, 곧 그럴듯한 핑계를 떠올렸다.
“돌리펀트! 책을 자세히 읽지 않은 거야? 꽤 많은 삽화는 바깥의 정원에서 차를 마시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었잖아?”
기억을 떠올렸는지, 곧 돌리펀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벽을 부수는 건 역시 너무 품위 없는 행동이야. 문으로 나가도록 하자.”
1층으로 이동한 돌리펀트는 코로 문을 이리저리 건드리더니 곧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안 열리잖아!”
— 쿵!
조금 전에 나보고 벽을 부수는 행동은 품위가 없다고 말한 게 무색하다. 돌리펀트는 이미 짜증을 내며 육중한 몸통을 문에 들이받기 시작했다.
— 콰르릉!
결국 세 번째 충돌을 견디지 못하고 저택의 문이 터졌다. 문 너머의 세상은 시꺼먼 흑갈색의 복슬복슬한 천 같은 것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 뭐야?”
“케빈? 바깥이 왜 이래?”
“나도 모르겠- ”
[조언 : 3 -> 2] [즉시 오른쪽으로 구르세요!]복슬복슬한 천이 갑자기 찢어지며 어둠 속에서 나타난 거대한 불빛을 보는 순간 – 내 몸이 반사적으로 옆으로 굴렀다!
그와 동시에 미친 고양이, 캐시가 머리로 저택을 툭툭 치며 흔들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앗! 케빈~! 살려줘!”
쟤는 날 왜 부르는 거야?
그리고 캐시야 제발! 대가리를 저택 입구에 들이대고 있던 이유가 대체 뭔데? 갑자기 저택을 흔드는 이유는 또 뭐야? 이러시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니에요!
“으아아아악!”
“끼에에엑!”
혼돈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캐시가 저택을 가지고 노는 것에 금방 질렸는지 어디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저택 바깥에는 ‘진짜 케빈의 집’이 있고, 저택엔 없던 고양이 캐시가 돌아다니고 있다. 이 사실 자체는 아까 승엽이가 죽기 직전에 스크린에 흐릿하게 스쳐 간 대형 고양이의 얼굴을 보고 깨달았다.
동료들은 그 흐릿한 형상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 고양이의 얼굴임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나는 과거에 호텔 2층이 있는 스노 글로브 외부로 나가서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알아챘다.
바깥이 ‘진짜 케빈의 집’이면 지금 내가 있는 장소는 뭐지? 무슨 인형의 집인가? 케빈은 인형의 집에 소환당한 상태?
일단, 밖으로 나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난장판이 된 저택을 가로질러 정문 쪽으로 움직일 때쯤, 구석에 처박혀있던 돌리펀트가 정말이지 믿기지 않는 말을 했다.
“… 케빈. 바깥은 위험하니까 함부로 나가면 안 돼.”
돌리펀트가 내게 이 충고를 해준다는 게 웃기긴 한데, 말은 맞네. 무작정 나가는 건 위험하지.
[조언 : 2 -> 1]‘안전하게 밖으로 나갈 방법이 있을까?’
[산에서 곰을 만났을 때, 꼭 곰보다 빠를 필요는 없다.]유명한 이야기다. 산에서 맹수를 만났을 때, 맹수보다 느리더라도 옆 사람보다 빠르면 살 수 있다. 이 ‘교훈’을 내 상황과 연결 짓자 답이 나오긴 나왔다.
인형들하고 같이 나가야겠네.
“난 반드시 나가야 해.”
“케빈! 조금 전에 괴물 봤잖아? 바깥은 위험하다니까?”
대답 대신 밖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나 대신 한 번이라도 공격을 받아주길 바라며 인형으로 변한 해피해피를 가져왔다. 또, 저택이 뒤흔들리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토마스의 옆에서 레일을 주워다가 부서진 정문 쪽으로 깔았다.
곧, 자세를 바로잡은 토마스가 경적을 울리며 이번엔 정문 쪽으로 출발했다. 토마스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며 밖으로 나가기 직전, 돌리펀트가 내 옆에 나타났다.
“…”
“같이 나가자!”
의외다. 돌리펀트는 이미 캐시를 봤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도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설득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는데?
“바, 밖에는 분명히 쿠키가 있을 거야!”
“… 그래. 그러길 빌게.”
— 삐이익!
요란한 소리와 함께 토마스가 정문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나와 돌리펀트도 잽싸게 따라 나갔다. 나오자마자 주변 상황부터 파악했다.
여긴 어디지? ‘진짜 저택’ 벽에 걸린 선반? 지금까지 나는 선반 위에 있는 모형 저택에 있던 건가?
재빨리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선반 주변 정경을 살피며 –
“미야옹!”
— 쿵!
“꺄아앗!”
잠깐 사이에 토마스의 경적을 듣고 빌어먹을 고양이가 나타났다!
“씨이이발! 진짜 미친 고양이가 – 저건 뭐지? 케빈?”
정말이지 내 눈을 의심했다. 분명히 케빈에게 깃든 나는 여기 있는데, 저 밖에 또 케빈이 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바깥의 케빈은 선반 아래쪽 소파에 누워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잠들어있는 것 같았다. 정신만 이 저택에 끌려온 걸까?
— 찌이익!
“사, 살려줘어어어!”
멀리서 무언가 인형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를 듣는 순간, 내게 더 이상 시간이 없음을 직감했다. 토마스와 해피해피, 돌리펀트가 전부 당하고 나면 다음은 나다!
선반에서 소파를 향해 뛰어내렸다.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면서 일단 뛰었다!
허공에서 추락하는 찰나의 시간, 마치 주마등이 흐르듯 시간이 느려진다 느꼈을 때 –
마지막 조언이 떴다.
[조언 : 1 -> 0] [케빈의 눈알 위로 순간이동!]— 쿵!
*
…
…
…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소파 위에서 깨어났다. 오른쪽 눈이 몹시 따가웠고, 눈을 비비며 주변을 살피자 자그마한 레고 장난감이 있었다. 레고는 신기할 정도로 케빈과 닮아 있었다.
“미야옹!”
선반 위에서 캐시가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즉시 캐시의 목덜미를 잡고 끌어내자 반쯤 부서진 기차 장난감과 코가 찢어진 코끼리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캐시를 방 하나에 대충 밀어 넣고 테이프를 가져와서 날 위해 노력해준 돌리펀트의 코를 도로 붙였다. 그때쯤, 근처에서 같이 잠들어있던 수지가 깨어났다.
“멍!”
깨어나자마자 어딘가 불안해하는 수지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수지는 근처에 있는 해피해피 인형을 보자마자 놀라서 움츠러들었다.
“… 그니까, 이 모든 게 너랑 내 꿈이었냐?”
“멍!”
“선반 위의 저 저택에 끌려갔다 온 걸까?”
“멍?”
“너도 진짜 고생 많았어.”
피로한 몸을 벽에 기댄 채 숨을 고르는 사이 공간이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 이제야 끝이네. 이별이지만, 그래도 다들 고마워. 수고했어.”
수리가 끝난 돌리펀트를 한쪽 팔로 껴안고, 다른 팔로 골든 리트리버를 껴안은 채 눈을 감은 채 끝을 기다렸다.
*
…
익숙한 커피 향이 코를 간질인다. 제법 고생했기 때문인지, 띵하니 아파져 오는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차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황당하지 않으세요? 이상한 소리를 내뱉는 광대 인형, 빙글빙글 돌며 정신없이 웃는 미친 열차에 차를 마시자고 날뛰는 코끼리까지! 심지어 전 마지막에 순간이동까지 했다니까요?”
헛! 설마 마지막에 순간이동을 했다고 문제 삼진 않겠지?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가 꿈이었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아무래도 그때의 저는 어렸으니까요.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생생하긴 했지만…. 결국 꿈이었답니다. 뭐, 현실은 그런 거죠. 아닌가? 여기 계신 다른 분들은 믿기 힘든 경험을 하신 것 같기도 하고….”
다행이다. 어린애의 꿈이니까 상관없다는 식으로 넘어가는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마도서를 가져와서 썼어도 상관없었겠네.
“흠….”
“… 죄송합니다. 결국은 꿈이니까 좀 시시한 이야기네요.”
“예? 아하! 은표 군이 제가 흠! 하는 걸 보고 오해하셨군요. 실망해서 그런 반응을 보인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은표 군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신비한 일이 있지 않았나 싶어서요.”
“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신비한 일이요?”
“은표 군은 평범한 어린아이의 꿈이라 하셨는데, 듣자 하니 기르시던 개도 같은 꿈을 꿨다는 것 아닙니까?”
“그, 그게 저도 좀 신기했어요! 분명 수지는 그 이후로 죽을 때까지 피에로 인형만 보면 짖어댔거든요.”
“모를 일입니다. 어쩌면, 은표 군은 실제로 선반에 있던 신비로운 모형 집에 끌려갔다가 탈출했을지도 모르죠. 세상엔 신비한 일이 많은 법이니까요. 참, 그 모형 집은 이후 어떻게 처리하셨습니까?”
“그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오호! 그거야말로 정말이지 신기한 일이군요. 좋습니다! 재미난 이야기였으니, ‘확정’하겠습니다.”
어찌어찌 잘 넘어간 모양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이에 도인호 작가의 눈이 테이블에 남은 마지막 사람인 나에게 향했다.
“이제 마지막 분이 남으셨군요.”
“… 그렇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내가 할 말이 딱히 있나? 그게 아니면 –
“예전에, 이상한 꿈을 꿨습니다.”
‘대사’가 시작되자마자 나는 내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
“꿈 말씀이신가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2월의 저녁이었죠. 당시의 저는 수능 끝난 고3이었습니다. 그 시기야말로 살면서 여러 번 찾아오지 않는 인생의 황금기가 아닐까요?”
“분명 그렇지요.”
“홀로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입시 결과가 나쁘지 않아 용돈을 제법 받았거든요. 덕분에 여유롭게 여행 다녔죠. 마지막으로 떠난 장소는 제주도의 호텔이었습니다….”
…
…
…
긴 이야기였다. 내 입으로 요약한 호텔에서의 경험담을 듣고 있으니 제법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몇몇 이야기들은 대체 왜 저렇게 멍청하게 행동하나 싶을 때도 있었고, 어떤 구간에선 캬! 내가 했지만 쩔었다 싶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입니다.”
“호오오.”
잠시 고민하던 도인호 작가는 흥미롭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가인 군 말대로면, 지금 이 장소는 ‘호텔 파이오니어’라는 장소 내부의 방이군요.”
“그렇네요.”
“여기가 204호, 호텔 시네마의 일부라는 거죠? 지금 이 대화조차도 공포영화라는 영화 내용에 포함된 극중극이다?”
“그렇죠.”
“재밌네요. 정말이지 흥미롭습니다. 딱 웹툰 정도는 만들만한 이야기 같은데….”
“그, 그런가요?”
“그런데, 듣다 보니 의문이 생겼습니다.”
“예?”
갑자기 도인호가 고개를 쭉 뻗어 내 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