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13)
312화 – 204호, 미션의 방 – ‘호텔 시네마’ (34) Fin
– 극장
스크린이 꺼지자 극장에 있던 사람들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차진철이 당황한 표정으로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뭐, 뭐지? 가인이의 이야기가 진행 중인 것 아니었나?”
김상현 또한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확히는 이야기 자체는 끝난 것 같고…. 도인호가 가인 군의 이야기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려던 것 같은데, 갑자기 끝났군요.”
“설마 커피숍에서 가인이가 당한 건가?”
“지금까지 커피숍에서 공격받은 적은 없지 않았습니까?”
혼란스러운 시간이 잠시 흐른 후, 극장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 잠시 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딴~ 따라~단!”
빙글빙글 돌며 들어오는 안내인을 본 후에야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심사위원이 들어온다는 말은 공포영화가 어떻게든 끝났다는 이야기다.
이제 마지막 심사만 남았다. 김상현은 조금은 불안하다고 여기며 남은 사람을 돌아보았다.
김상현 본인을 제외하면 차진철, 엘레나, 유송이까지 4명뿐이다. 김묵성, 이은솔, 김아리, 박승엽, 한가인까지 – 무려 다섯 명이나 공포영화에 붙잡혀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을 되새겨보면, 마지막 ‘심사’구간은 궤변과 억지를 써가며 밀어붙여야 하는 파트다. 한데, 그런 일을 잘할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노력해야겠는데.’
김상현은 조용히 눈을 감고 심사위원과의 2차전을 준비했다.
*
세 명의 심사위원이 평가를 시작하기 전에 김상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참가자 김상현, 질문이 있으십니까?”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는 네 개의 단편이 합쳐진 형태입니다. 한데, 앞선 세 편의 이야기와 달리 네 번째 이야기는 가인 군이 이야기 속으로 빙의하는 과정이 없군요. 어떻게 평가 -”
“네 번째 이야기는 합격입니다.”
안내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네 번째 이야기는 합격이라고 하자 김상현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같이 듣지 않았습니까? 가인 군의 이야기야 호텔에서 실제 벌어진 일이니, 개연성이 있고 없고를 따지기도 뭐하군요. 세부적인 내용 역시 기상천외한 이야기투성이죠. 다른 두 분, 동의하시죠?”
기념품 소녀와 상인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모두 살아있으시니 적어도 현재까지는 ‘해피’한 진행 아니겠습니까?”
“그, 그렇지요.”
“혹시 참가자 김상현은 다른 생각이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른 이야기들을 평가해보죠.”
기다렸다는 듯, 기념품 소녀는 O 팻말을 들었다.
“내 기준은 이야기 내부에 있던 도인호 작가랑 비슷해. 개연성이 가장 중요한데, 대충은 다 있었던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송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인호가 내부에서 ‘확정’이라고 하던 기준과 기념품 소녀의 판단 기준은 유사했으니까.
반면 안내인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쉽게 팻말을 들지 못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가 있는 듯했고,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모두가 직감했다. 21세기 구미호 전이겠지.
김상현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걸리는 이야기가 있으신가 보군요?”
“두 개는 통과라 칩시다. ‘신혼의 추억’이야 뭐…. 내가 해피엔딩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연쇄살인범들을 죽인 것까지 문제 삼는 건 좀 억지죠. ‘나 홀로 집에’는 누가 봐도 완벽한 해피엔딩이고.”
다행히 신혼의 추억에서 박수미 역을 맡은 이은솔이 연쇄 살인자 일가족을 죽인 것은 문제 삼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21세기 구미호전은 어떻게 봐도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21세기 구미호전, 이건 진짜 모르겠군요. 전 아직도 박새롬 양의 비극적 최후가 떠오릅니다. 여러분은 궤변에 강하시던데, 한번 절 설득해보시지요.”
김상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득을 시작했다.
“심사위원님, 두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21세기 구미호전에서 해피엔딩이 나오지 않은 것은 참가자의 실력 부족이 아니라 각본 자체가 해피엔딩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각본 자체의 문제다?”
“두 번째 영화, 방벽의 수호자를 심사하실 때는 차진철 씨가 황제를 죽인 것을 혹평하며 은거하는 등의 방법도 있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요.”
“그런 ‘대체 플롯’이 21세기 구미호전에 있습니까? 없을 겁니다. 애초에 식인 괴물이 주인공인 시점에서 괴물과 사람 중 한쪽의 희생은 필연이었다 이 말입니다!”
“흐음…. 사람의 희생은 그렇다 칩시다. 박새롬을 굳이 죽인 이유는요?”
김상현의 말문이 탁 막혔다.
이 부분은 답이 없다. 애초에 김아리가 마지막에 박새롬을 죽인 이유는 안내인의 취향을 포기하고 상인의 취향이라도 맞춰보려는 노력이었기 때문이다.
“… 두 번째 이유를 말씀드리죠. 이야기 세 개 중 두 개는 통과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2/3는 만족, 1/3은 불만족이니 합치면 만족이다?”
“그렇지요.”
“그렇게 합시다.”
안내인은 더 따지지 않고 합격 팻말을 들어 올렸다. 그걸 본 김상현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보다 쉬운데? 훨씬 더 억지를 쓸 줄 알았는데…. 마치 결과가 이미 정해진 것 같은데.’
극장 내, 팽팽했던 긴장감이 한순간에 탁 풀렸다. 기념품 소녀와 안내인이 연달아 합격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마지막 심사위원인 상인의 평가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 되고 말았다. 그랬기 때문일까?
상인은 도리어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어휴! 오히려 다행입니다. 이미 앞에 두 분이 합격을 주셨으니 나는 마음대로 말해도 되겠군요. 솔직히 21세기 구미호전 말고는 다 별로였는데! 신혼의 추억? 나 홀로 집에? 둘 다 너무 상투적인 결말 아닙니까? 재밌게 갈만한 시나리오가 많이 있었는데?”
탁 풀린 분위기 속에서 차진철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재미있게 갈만한 방향이 뭐가 더 있었는데?”
“좋은 질문! 신혼의 추억을 예로 들면, 연쇄살인범 일가족 사이에서 자라난 도련님이 정상인이겠습니까? 딱 봐도 다크 사이드로 빠질 가능성이 있지 않겠어요? 박수미 양이 그 꼬맹이를 데리고 히치하이킹 살인 2인조가 된다던가 -”
“어이쿠! 넌 그게 재밌냐? 나 홀로 집에는?”
“케빈의 부모, 좀 의심스럽지 않습니까? 그 모형 집도 보나 마나 케빈의 부모가 가져온 물건일 테고, 이런저런 핑계로 아이를 집에 혼자 남겨두기도 했고?”
송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간에 한 번쯤 부모를 의심하긴 했어요.”
“모형 집에도 비밀이 더 있었죠. 그 물건은 인간을 빨아들이는 메커니즘이 있는 물건 아닙니까? 그걸 잘 활용해서 다른 인간을 빨아들여 본다던가?”
“…”
상인이 제시하는 다른 가능성을 듣던 호텔 사람들은 입을 반쯤 벌렸다.
연쇄 살인자 일가족에 납치당했던 피해자를 다시 한번 타락시킨다거나, 미지의 힘이 깃든 수상쩍은 물건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일반인을 납치한다는 식의 전개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상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대체 그런 짓을 왜 합니까?”
“재밌잖아요?”
“…”
“아니, 이런 좋은 기회가 생겼는데 하지 않는 게 더 이상 -”
“조용조용! 이쯤 합시다.”
그때쯤, 안내인이 조용히 하라고 외치며 스크린 앞으로 움직였다.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은 호텔 시네마에 준비된 모든 영화를 해결하셨습니다. 이제 고생한 동료들을 힘찬 박수로 맞아볼까요?”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35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204호 – 미션의 방, ‘호텔 시네마’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다. 조금 전까지 커피숍에서 했던 복잡한 대화를 되새기던 차, 옆에서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자! 결국 성공이네! 마지막은 누구였어? 역시 가인이?”
“뭐, 그렇지.”
“와! 방금 그 말투 조금 재수 없는데?”
“…”
모두가 재회를 축하하는 기쁨의 순간! 안내인이 오랜만에 기쁨을 더하는 말을 꺼냈다.
“자아! 그러면, 호텔 시네마는 이렇게 종료하겠습니다!”
“…”
“…”
모두가 뭔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안내인을 바라보았다. 안내인이 왜 그러냐는 듯이 당당한 태도를 보이자 아리가 결국 지적했다.
“아니, 보상은? 미션의 방도 다 깨면 보상 있잖아! 1층의 106호도 깨고 나니까 무슨 뽑기 이벤트 했었는데? 비슷한 것 없어?”
“보상이라니요? 이미 얻지 않았습니까?”
이미 얻지 않았느냐는 말에 다른 사람들은 다들 당황했다. 나는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숍에서 도인호 작가와 다른 이야기꾼들에게 들은 이야기 자체가 보상의 일종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전부라고? 곱씹어볼 내용이 많은 영양가 있는 정보였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 정보가 보상 전부라면 너무 아쉬운데?
“은솔 양, 105호로 가서 서랍을 열어보시지요.”
은솔 누나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동그랗게 뜰 때쯤, 또다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쿠궁!”
“…”
“…”
“대체 넌 왜 효과음을 자꾸 본인 입으로 내는 거냐?”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며칠 동안 우리를 피곤하게 했던 204호 – 미션의 방, ‘호텔 시네마’는 마무리되었다.
… 커피숍에서 들은 이야기도 동료들에게 전해야 하나?
*
날짜 : 135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복도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204호 바깥으로 나온 후, 모두가 다과 테이블 쪽으로 이동했다.
“은솔이는 어디 갔냐?”
“누나는 아까 안내인 말대로 105호로 갔어요.”
“뭘 준걸까?”
잠시 후, 은솔 누나가 테이블에 돌아왔다. 다가오는 누나의 표정은 복잡미묘하기 그지없었다.
누나의 손에 들린 빛나는 물체를 본 우리의 표정도 비슷해지고 말았다. 202호의 특별한 보상으로 얻어냈던 0.5장의 티켓이 완성되었다.
마침내 두 번째 티켓이 우리의 손에 들어왔다!
다과 테이블 전체에 내려앉은 침묵 속에서 의사 선생님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모두가 미루어왔던 이야기를 다시 꺼낼 때가 됐군요.”
“…”
“아리 양의 어머님, 미로 님의 부활 말입니다. 절 깨우시기 전에 한번 이 주제로 대화하셨다 들었습니다.”
“…”
“미로 님의 정신을 되돌릴 방법을 찾아낸 후, 티켓을 얻으면 그때 쓰자고 하셨다면서요? 거울의 방을 통해 정신을 되돌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티켓은 이제 얻었고.”
“그랬…. 어.”
아리가 조금은 눈치를 보듯이 우리를 살폈다. 실제로 그 비슷한 합의를 했었지. 모두가 조심스럽게 이런저런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익숙한 소녀가 쾌활하게 웃으며 뒤에서 눈덩이를 던지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거울의 방을 어떻게 써야 할지 연구해봅시다.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긴 했는데…. 승엽 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