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2)
31화 – 103호, 저주의 방 – ‘동물농장’(5)
31화 – 103호, 저주의 방 – ‘동물농장’(5)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3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동물농장)
현자의 조언 : 3]
가볍게 털을 핥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4족 보행.
사실, 여러 동물 중 고양이가 된 건 꽤 마음에 든다.
나름대로 우아한 동물이니까.
품종이 노르웨이숲인것도 괜찮다.
적어도 소나 돼지는 아니어서 다행 아닌가.
파티원들에겐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난 사실 농장가족에게 대단히 원한은 없다.
솔직히 그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했나?
그냥 거위 털이 충분히 자랐으니 뽑았고, 늑대가 쳐들어오니 죽였다.
같은 맥락에서 소가 상했으니 도축을 준비중일 뿐.
지구에서 언제나 일어나는 흔한 일이다.
하필, 그 거위, 그 늑대, 그 소 내부에 사람이 들어가 있던 게 문제일 뿐.
물론, 해야할 건 해야지.
미야아아아옹! 미야아아아아아옹!
최대한 크게 외쳐서 시선을 모았다. 아침부터 목청껏 소리를 내자 메이가 자연스럽게 내쪽을 쳐다본다.
이제부터 할 일을 생각하면 좀 미안하긴 한데, 저 애는 날 꽤 좋아하더라.
툭 툭
“앗! 아리야 안돼! 이리와~ 아리 착하지?”
툭
“어어어! 아니 아리 그거 치면 안 돼! 엄마가 그 꽃병 아낀단 말이야~”
미안. 그래서 치는거야
툭!
쨍그랑!!!!!!!!
“아아아아아앗!!!!!!!!!!”
메이를 불러놓고, 딱 봐도 제일 비싸보이던 꽃병을 툭툭 쳐서 떨어트렸다.
이거 완전 재밌네
비명소리와 함께 에이미까지 방에 와서 뭐라뭐라 고함치기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좋지.
그냥 무시하고 창밖으로 나섰다.
이제 내 마지막 역할을 위해 소 축사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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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브라이언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농장을 정상화할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기 시작한지 10분도 안돼서 들린 고함소리.
놀라서 부엌으로 가보자, 아내가 아끼던 꽃병이 산산조각 나있는데다가 고양이가 도망갔다고 딸은 난리였다.
대체 어제 늑대 사태로도 정신이 없었는데 요즘은 왜 이리 일진이 꼬이는지.
하지만, 브라이언의 악몽은 이제 시작이었다.
“아버지!!! 지금 농장 쪽으로! 빨리”
정신없이 뛰어가보자, 왠 덩치 큰 멧돼지가 밭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특정 작물을 골라서 뜯어먹는것도 아니다!
마치 밭을 망치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작물을 뽑고 밟는데만 열심힌게 아닌가!
머리 끝까지 분노가 차오름을 느꼈다.
“피터, 조심하고 있어라. 총 가져올테니까”
브라이언은 바로 총을 챙기기 위해 나섰다.
대체, 농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안다.
결국 문제를 일으키는 놈들의 머리통을 날리다 보면 해결이 되겠지.
사태 해결을 위해 달려가려던 중, 충직한 골든 리트리버가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걸 보았다.
농장의 대혼란 와중에서도 무슨 일이 있냐는듯 생기발랄하게 꼬리를 흔드는걸 보자 마음이 안정된다.
그래. 별 일 아니다. 멧돼지를 쏘아 죽이고, 고양이도 쫓아내든지 하면 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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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멍멍(엘레나) : 농부 총 가지러 이동
똑똑뱀(이은솔) : 나도 위치 잡음
멧돼지(차진철) : 피해야하나?
김고양(김아리) : 날 믿으면 됨
흑우(한가인) : 언제 오는것?
김고양(김아리) : 혹시 모르니 총 상태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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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사냥총을 집어들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지. 어제 그 많은 늑대들도 결국 총 두자루로 해결하지 않았는가. 멧돼지만 쏴죽이면 될 일이다.
침착하게 밭으로 가자 멧돼지는 겁도 없는지 피하지도 않고 밭을 망치는게 보였다.
뒷목에서 열이 솟아오르는것을 느끼며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쾅!!!!!!!
다음 순간, 총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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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악!!!!!!!!!!!!!!!!!!”
농부의 비명소리가 농장을 가득 메우는게 들린다. 가족들도, 다 놀라서 뛰쳐나갔다.
계획 성공했네.
어제 밤잠을 설치며(고양이는 원래 밤잠이 없긴 하지만) 총구에 쓰레기를 쑤셔넣어서 막은게 효과가 있다.
농장 가족들이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브라이언을 침대로 이동시켜 약을 뿌린다 붕대를 감는다 야단법석을 시작한게 보인다.
그러면… 이제 나는 계획의 마지막 작업을 하러 가면 된다.
살짝 뛰어올라서 창틀을 통해 이동, 잠시 뜀박질을 하다보니 소 축사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엎드려있던 검은 소가 상체를 일으킨다.
소가 외부로 나가는걸 막는 목책.
무식하게 힘으로 부수는 건 소에게도 불가능하지만, 사실 구조는 너무나 단순하지.
그냥 손잡이를 왼쪽으로 꺽으며 위로 들어올리면 열린다.
당연하게도, 사람까지 들어가기 힘들게 만들 이유는 없으니까.
짐승에게야, 이 정도로 충분하다. 목책의 손잡이를 사용하는 지혜가 없으니 나갈 방도가 없다.
하지만… 생각하는 짐승에겐 사정이 좀 다르지.
고양이의 빈약한 근력 덕에 손잡이를 들어올리는게 마냥 쉽진 않았다.
억지로 온몸을 비틀어서 손잡이를 들어올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건너편의 흑우가 뿔로 들어올린 손잡이를 지탱한 후 본인 힘으로 비틀어서 열었다.
이제, 내 역할은 다 했구나. 남은 일은 덩치 큰 친구들이 잘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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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농장에 소로 들어온지 4일차.
드디어 자유를 얻었다.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건, 다른 소들도 전부 나오게 만든것.
각자의 축사 손잡이를 뿔로 전부 열어제끼고, 당황해서 밍기적거리는 소들의 엉덩이를 한번씩 찔러주자 놀라서 다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난동을 부리는건 저 친구들이 할테고…
나는 거위쪽으로 가야겠구나. 송이도 진짜 답답했을테니 풀어줄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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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붕괴작전이 시작됐다는건 딱히 누군가의 설명 없어도 바로 알았다.
아침이 되자마자 농장에 비명과 고함이 가득했으니까.
사람의 비명소리, 슬픔에 가득 찬 울음소리, 동물들이 내는 대 소음까지…
이 농장은 이쯤 되면 확실히 망했네.
아직도 이 작전이 정말 맞는 길인지 의구심이 들지만…
어디가 틀린 건지 딱부러지게 말할 자신이 없어서 오늘은 아무 말도 안했다.
그래서 혼자 깃털이나 다듬던 중, 갑자기 거위 사육장의 문이 털컹 하고 열렸다.
이 와중에 사육장 관리를 한다고?
사육장 관리를 하러 사람이 온게 아니었다. 소가 왔구나.
대체 사육장 문은 어떻게 연걸까? 하기사, ‘생각하는 소’인데 보통 소처럼 생각하면 안되겠지.
굳이 ‘카톡’을 안해도 무슨 의미인지는 바로 이해했다. 나도 이제 나오라는 말이겠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계획에 확신은 들지 않지만…
그렇다 해도, 이젠 모두를 도울때가 됐다.
그런데 거위가 대체 뭘 해야 농장을 망칠 수 있을까.
태어나서 한번도 뭔가를 망치기 위한 고민을 이렇게 깊게 해본적은 없는데.
사실, 뭘 안해도 될 것 같다.
돌아다니다 보니 이미 농장은 개판 그 자체였으니까!
다들 얼마나 난리를 친건지 10마리도 넘는 소가 괴성을 내지르며 뛰어다니고
이미 더 망칠것도 없어 보이는 밭에선 멧돼지 한마리가 목책까지 무너트릴 기세고
300마리가 넘는 거위들이 하늘을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거기에 피투성이가 된 농장주까지.
미안 브라이언. 농장은 아무리 봐도 망한 것 같아요.
내가 뭘 얹을게 있을까…
돌아다니다가 할 일을 발견했다. 저건, 마차구나.
생각해보니, 이 ‘무대’는 대체 몇년대가 배경인걸까.
종류는 모르겠지만 농장주가 총을 들고 다니는데 이동수단은 또 마차라니.
마차에 다가가서 바퀴 가운데의 나무 못 비슷한걸 부리로 건드렸다.
이거나 빼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야지.
그런데, 이렇게 농장을 망치다 보면 ‘탈출’이 되는 걸까?
어제부터 계속 느끼는 점이지만 요번 작전은 진짜 어딘가 이상해.
나만의 상념에 빠져서 열심히 바퀴 나무못을 건드리던 중 그림자가 나타났다.
“너 이 자식! 어? 어제 입질하던 놈 아닌가? 이상하네.
입질하던 놈은 죽었는데… 하여튼, 넌 또 왜 여기서 이러는거지?”
분노한 피터.
내가 사람일때 봤다면 나름 생기있는 농촌소년이라고 좋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거위 상태로 만나니까 세상 제일 무섭네.
내 목을 피터의 손이 붙들었다.
설마? 설마 이렇게 죽는거야? 나무 바퀴 못좀 건드렸다고 바로 잡을거야?
설마 설마 하는 사이에 피터의 손에 힘이 확 들어간다.
의식이 흐려진다. 아,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결말이라니.
103호에서조차도 난 아무것도 못했구나…
그 순간
아득하게 거대한 형체가 주변을 가렸다.
적막이 – 주변을 가득 메운다.
말도 안되는 현상.
바로 직전까지 모든 사람과 가축이 미쳐 날뛰느라 귀가 얼얼할 지경의 소음이 주변을 가득 메웠는데 한순간에 모기 소리도 안 들릴 만큼 조용하다.
어둑한 형상의 촉수가 뻗어올라 피터를 건드리자 내 몸이 자유로워졌다.
날 살려줬구나
그 동안은 긴가민가 했지만, 이제는 확신이 선다.
저 ‘도깨비’는 날 나름대로 아낀다.
요 며칠간도 그랬지. 아리가 발견했을땐 그 어떤 접촉도 하지 않았다는데 나에겐 매번 와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게다가, 이번엔 대놓고 위기에서 구해주기까지.
심지어 지금은 낮이다.
분명, 그간의 행동패턴에 따르면 밤에만 활동하는 존재인데 내가 위기에 빠지자 낮인데도 나타난거다.
대체 저건 뭘까. 사람도 아닌 무언가가 날 아낀다는 건 기쁘다기보다는 굉장히 무섭다.
나타났을 때처럼, 형체는 전조도 없이 사라졌다.
피터는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것처럼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뒤를 돌아서 다른 일을 하러 갔다.
!!!!!!!!!!!!!!!!!!!!
이 순간이 되서야 깨달았다.
어제부터 소위 농장붕괴전략을 들을 때 마다 느꼈던 위화감.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의구심의 정체.
이 이상한 농장에서 가장 초현실적인 존재는 명백히 저‘도깨비’인데
농장붕괴전략, 더 정확히는 파티가 만들어낸 탈출 계획에는…
도깨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마치, 그런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