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3)
32화 – 103호, 저주의 방 – ‘ㅁㅁㅁㅁㅁㅁ ㅁㅁㅁㅁ’(1)
32화 – 103호, 저주의 방 – ‘동물농장’(6)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3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동물농장)
현자의 조언 : 3]
뱀(이은솔)은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
전략에서 모두에게 나름의 역할이 분배되었지만, 자기 역할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사실, 내가 어디에서 대기해야 할지 위치를 고민하는 건 생각보다는 어려웠다.
농장을 마구잡이로 부수는 것이야 지능을 가진 동물들이 작정하고 힘을 모으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런 혼란 속에서 농장가족의 행동을 예측한다는 건 생각보다는 까다로운 일!
하지만… 매복을 위해 상대의 행동을 전부 예측할 필요는 없다.
반드시 갈 수밖에 없는 위치에 숨어 있으면 그만.
끼이이이익…
마차의 문이 열렸다
“피터! 메이! 아빠를 부축하거라. 피터! 마차 몰 수 있지?”
“어, 어떻게든 해볼게요. 아빠한테 틈틈이 배웠어요.”
“그래! 빨리… 강 건너 의사님 계신 곳으로 가야 한다”
다들 허겁지겁 피투성이가 된 농부에게 붕대를 감으며 마차에 탔다. 피터는 마부석, 브라이언과 에이미와 메이가 뒷좌석.
역시 예상대로.
대혼란 속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는 나도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떤 이유에서든지 이들은 마차를 타고 농장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의사에게 가든지, 외부의 도움을 구하든지, 단순히 농장을 탈출하든지.
목표가 어디냐에 상관없이 그들의 경로는 어떤 식으로든 마차로 귀결되는 것!
이제 내 시간이구나.
이후에 내가 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상관없다.
이 정도면 생존자가 많으니까.
남은 사람들이 잘 살아나가서 나도 살려주겠지.
그리고 마차의 의자 틈새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던 뱀의 머리가 뻗었다.
농장가족이 반응하기도 전에 – 독이빨이 브라이언과 에이미를 순식간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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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서 농장을 내려다본다.
지난 4일간 우리에게 다채로운 고통을 안겨 주던 농장은 이제 혼돈의 도가니가 되었다.
사방에서 날뛰는 가축들, 고통과 절망의 신음 속에서 농장을 떠나는 가족, 그리고 기회를 엿보는 늑대 무리까지.
어떻게 보면, 받은 고통보다 10배는 큰 고통을 돌려 줬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쟁을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적이 쓰러지기 전엔 끝난 것이 아니다.
농장쪽에서 튀어나온 가족들이 농장주를 부축한 채로 마차에 들어갔다.
저것까지도 은솔 누나의 예측대로구나.
새삼 느끼지만, 그 누나는 사람의 행동을 참 잘 읽는다.
기다렸다.
“꺄아아아아악! 엄마! 아빠아아~!!!!!”
“으아아아악! 뱀 새끼가 시바아알!!! 제발 죽어! 제발 죽으라고!!”
마차에서 비명이 들린다.
얼마 되지 않아 머리와 몸통이 찍혀서 분리된 뱀의 시체가 튕겨 나왔다.
아아… 은솔누나는 이 시점에서 죽었구나.
안타깝지만, 괜찮아.
어차피 다시 만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중에 저녁 먹으면서 웃고 털어내면 될 일이지.
이제, 내 마지막 분노의 돌진이면 이 지긋지긋한 농장도 끝이다!
언덕에서 마차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뒷다리가 새삼스레 강렬하게 아파온다. 하지만, 괜찮아. 이제 한 순간만 참으면 그만. 그 정도 인내를 못할 내가 아니다.
당연하지만 가뜩이나 부상자가 있던 상황에서 부모가 뱀에게 물리기까지하자 누구도 마차를 운전하고말고 할 상황이 아니었고, 마차는 꿈쩍도 안 했다.
뒤늦게, 내 돌진을 알아 챈 말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주인들에게 위험을 경고했지만…
늦었어 병신 새끼들아
흑우의 박치기가 마차의 옆면을 강타했다!
일격에 마차가 옆으로 쓰러졌다.
마치 대형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아니 생각해 보니 교통사고가 맞지, 가족들이 널브러진 채 신음한다.
어제 화가 났을 때만 해도 이렇게 널브러진 사람들을 밟아버리고 싶었지만…
막상 아이들이 부모님을 부여잡고 우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약해졌다.
어차피, 농장부부는 둘 다 뱀에 물렸는지 어깨까지 시퍼렇게 물든 상태.
오래가지 못하겠지.
아이들은… 내가 굳이 손 안 써도 늑대들이 어떻게 하지 않을까. 총도 망가지고, 마차도 부서지고, 부모도 죽었다. 가만히 내버려 둬도 살 방법이 없네.
생각해 보면, 늑대들이 애들만 공격할 리가 없다.
이제부턴 우리도 늑대에게 살 궁리를 해야지
그런데 대체 언제 탈출로 처리되는 걸까? 애들까지 다 죽어야 탈출인가?
그러면 그냥 내가 밟는 게 빠른 거 아닌가? 애들한테도 그게 덜 아프지 않을까?
아무리 동물이 되었다 해도, 어린애들을 밟는 건 좀 그런가?
내가 언제부터 사람에게 이런 잔혹한 행동을 할 생각을 한걸까
이런저런 고민을 지속하는 도중, ‘카톡’이 미친 듯이 활성화됐다.
거위(유송이) : 내 말들어! 이 계획 이상해
대왕쥐(김묵성) : 어디가 이상?
거위(유송이) : 좀 전에도 도깨비 만남! 도깨비 고려가 전혀 없음!
도깨비에 대한 고려가 없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잘 모르겠다.
그동안에도 우리가 매번 객실 내의 비밀을 다 파헤친 후에 탈출한 건 아니지 않나?
예컨대, 101호 기묘한 가족은 사실상 알아낸게 아무것도 없이 승엽이가 탈출했다.
기묘한 가족이 무엇인지? 왜 그런 광기에 휩쓸렸는지? 전혀 모르지만 생존만으로 탈출이 인정된 것.
102호 공포의 저택도 마찬가지다.
기묘한 가족 때에 비하면 나름대로 위험 요소인 지저의 악마나 어르신 정도는 알아냈지만, 그것뿐이다.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선 시나리오만 무성한 상황이다.
즉, 탈출을 위해서 꼭 저주의 방의 비밀을 다 알 필요는 없다는 게 그간의 결론이었다.
도깨비는 물론, 언젠가는 파헤쳐야 하겠지만… 굳이 지금 알 필요가 있나?
그렇게 차근차근, 과거의 다른 방과 비교하던 끝에 –
충격적인 깨달음이 찾아왔다.이거 진짜 뭔가 이상하다. 개 망한 것 같다.
송이가 찾아낸 문제점과는 다른 시각에서의 문제가 또 있다.
기묘한 가족에서 ‘이상한 현상’은 어디서 일어났는가? 비틀어진 가족들이다.
공포의 저택에서 ‘이상한 현상’은 어디서 일어났는가? 저택과 저택의 구성원들이다. 송이는 단지 저택의 구성원에게 빙의당했을 뿐.
즉, 앞의 두 방에서 이상한 현상은 항상 상대에게 일어났고, 우리는 그 이상한 현상으로부터 생존하거나, 이상한 현상의 진행을 막아서 벗어났다.
‘동물농장’에서 ‘이상한 현상’은 어디서 일어났는가?
우리다.우리가 적이라고 확신했던 농장 가족들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저 평범한 농장 관리자로서 행동했을 뿐!
이상한 존재들은 농장 가족이 아니라,갑자기 사람처럼 생각하기 시작한 우리들 자체다!
머리가 혼란으로 가득 찬다.
이상한 존재들이 우리 자신이라면.
애초부터 접근을 잘못한게 아닐까.
왜 우리가 갑자기 동물이 된 것인지. 그것부터 따져 봤어야 했는데…
그거야말로 가장 이상한 현상인데, 의문을 품지 않았다.
설명할 수 없는 절망이 엄습함을 느끼면서 비명 지르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부모는 결국 죽었고, 아이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로 한없이 울고 있다.
그리고 –
울음이 멈췄다.
거짓말처럼, 직전까지만 해도 절망 속에서 뒹굴 던 아이들의 표정이 평온해진다.
농장 전체의 소음이 멎었다.
가축들의 소음도, 아이들의 비명도, 기회를 보던 늑대들의 하울링도.
모든 하찮은 존재의 소음을 누르는 압도적인 무언가가 나타났다
세상이 하얗게 물든다.
모든 ‘무대’가 뒤집어진다.
마차가 사라졌다. 말이 사라졌다. 늑대가 사라졌다. 농장이 사라졌다. 농장부부도, 울부짖던 아이들도 사라졌다.
그리고 모든 게 사라진 백색 지옥 속에서…
내가 있었다.
아득한 존재들의 시선 앞에서 개미처럼 나뒹구는 벌레가 있었다.
아아… 이해하고 말았다.
이 지옥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 간절하게 죽음을 바랐다.
이 순간만큼은 탈출도 클리어도 떠오르지 않아.
너무 무섭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 단지, 망각 속에 다시 잠들기를 바랐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3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동물농장)
현자의 조언 : 3]
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동물농장)
저주의 방 – 동물농장
저주의 방 – 동물농
저주의 방 – 동물
저주의 방 – 동
…
저주의 방 – ㅁㅁㅁㅁㅁㅁ ㅁㅁㅁㅁ
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아타나시아의 인간목장)
/당신은 실패했습니다!편협한 시각! 흑백논리! 어째서 나는 당연히 옳고, 상대는 당연히 틀렸는가?
이런 편협한 사고방식은 언제나 내가 틀렸을리 없다는 오만한 자기확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호텔의 시련을 이겨 내기 위해서 당신은 현명한 회의주의자, 모든 것을 의심할 수 있어야 합니다.물론, 의심의 대상에 당신 자신이 포함됨은 당연한 것이지요.
편협한 자는 ‘다양한 관점’을 얻을 자격이 없습니다.
저주로부터 탈출하지도 못했고, 저주의 근원을 해결하지도 못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동료들을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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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중 최종해결 발생! 축하합니다! 최종 해결자 발생하여, 구성원 전원이 무사 귀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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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다양한 관점’을 획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