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33)
332화 – Re 203호, 저주의 방 – ‘새로운 시작’ (12)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683,626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203호 – 저주의 방 ‘새로운 시작’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 그렇게 된 겁니다.”
오랜만에 재회한 의사 선생님과 할아버지는 비쩍 말라 있었다.
두 사람 다 이 방에 들어온 후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적이 있긴 할까?
“다들 엄청난 모험을 겪으셨군요. 저도 어르신과 제법 고초를 겪긴 했습니다만.”
그래 보였다.
“저주의 방에서 고생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어요?”
“그건 그렇지요. 참, 미로 양이 죽은 듯한데, 방호복은 누가 챙겼습니까?”
“지금은 승엽이가 입고 있네요.”
그때, 대화 중이던 동굴로 젊은 여성이 들어와서 물과 간단한 먹을거리를 가져왔다. 의사 선생님은 가볍게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푸른 바람.”
“네, 네!”
푸름 바람이라는 여성이 나간 후, 옆에 있던 은솔 누나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여자는 상현 씨 부족 사람이야?”
“그렇습니다.”
부족민을 산맥까지 데려왔다고?
첫 회차에서 나와 진철 형이 그렇게 행동하긴 했는데, 이후로는 부족민까지 데리고 다니는 건 너무 힘든 일이라 우리끼리 다니고 있다.
하물며 의사 선생님과 묵성 할아버지는 첫 회차부터 자기들끼리 다니지 않았는가?
의사 선생님이 어색하게 웃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첫 회차 당시에 진철 형은 부족민을 전부 버리고 온 할아버지와 의사 선생님에게 이런 방향은 옳지 않다며 따졌는데, 그 논쟁에서 의사 선생님 본인도 깨달은 바가 있었다.
“윤리적인 고찰을 떠나서, 부족을 이유 없이 우리에게 주진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은 부족민들에게 대놓고 말했다. 위대한 선조의 계시를 받아 산맥으로 떠날 생각이니, 따라올 사람은 따라오라고.
“부끄럽게도 절 따라오는 사람이 많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진철 군처럼 엄청난 힘이 있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처음엔 7명 정도가 따라왔고, 이동 중 하나하나 떨어지더니 마지막엔 저 여자 한 명만 남았다고 한다.
은솔 누나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젊은 여자가 그 거리를 따라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지?”
“은솔 양이 오해하신 듯한데, 딱히 깊은 관계를 맺진 않았습니다. 처음 말한 대로 원시인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데려왔을 뿐입니다.”
“그렇다면야 뭐….”
잠시 침묵이 감돈 후, 의사 선생님이 질문했다.
“가인 군, 이제부터 코어를 가지고 AI와 협상하러 움직일 셈이지요?”
“네.”
“어제부터 로봇들이 재배치되는 소리가 요란하더군요. AI는 코어의 접근을 이미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겠죠. 엄청난 열기를 사방에 뿜어내는 중이니까.”
“계획대로면 코어를 가져다가 우주선을 수복한 후 다시 우주로 떠나는 것 아닙니까?”
“네.”
“불안한 점이 있습니다. 우주선의 조종 문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애초에 우리가 조종할 필요가 없을걸요?”
“그렇겠지요. 우주선이 움직이는 동안에 승무원들은 냉동 수면에 빠지니까요. 애초부터 AI의 조종을 전제로 설계되었을 것이고, 사람이 조종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겠죠.”
“바로 그 점이 불안하지 않습니까? 우릴 적대하는 AI에게 우리 자신을 맡겨야 하는 셈인데….”
“그 부분은 코어가 보관된 장소에 남은 기록을 읽어보니 해결책이 있었습니다.”
“해결책이요?”
“AI는 기본적으로 승무원에게 복종하며, 인류를 지키도록 설계되었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1800년 전, 산맥의 인류 세력이 쪼개져서 내분을 일으켰을 때도 개입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애초에 우릴 해치지 못할 것이다?”
“아마 고도의 문명에 도달한 인류가 AI를 설계할 때 안전장치를 만들었겠죠.”
“그야 그렇겠습니다만, 첫 회차 때는 주저 없이 우릴 죽이지 않았습니까?”
“지금의 우리는 승무원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좋은 지적입니다. 어르신과 산맥 인근에서 머무르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논하던 중, 바로 그 부분이 이상하다고 여겼습니다.”
“어떤 부분이요?”
“AI는 왜 우리가 승무원이라는 사실을 모를까요?”
“…”
“우린 아드라비타가 강탈한 키트로 만들어낸 존재가 아니라, 우주선을 타고 이 별에 내려온 승무원 본인들입니다.”
“그렇죠.”
“왜 알아보지 못하죠?”
왜 그럴까? 이 부분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나도 머리가 아파졌다.
“AI의 기억상실…. 은 말이 안 되는 소리인가?”
“의외로 가능성은 있습니다. 사람이 아니니 기억상실을 겪진 않겠지만, 오래전 인류 집단은 충돌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그 과정에서 AI의 데이터베이스 일부가 파괴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AI는 앞으로도 우리가 승무원임을 인지하지 못할 것이고 계속 우리를 죽이려 들 겁니다.”
AI는 승무원을 해칠 수 없게 설계되었다. 하지만, AI가 모종의 이유로 우릴 알아보지 못하는 이상 그 설계는 의미가 없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도 있었다.
“선장을 깨우면 되잖아요?”
고민하던 선생님이 곧 고개를 끄덕였다.
“협상 과정에서 선장 역할인 아리 양을 깨운다? AI가 아리 양은 지금도 선장이라 인지하고 있는 것 같으니 통하겠군요.”
“이게 곧 아리의 봉인 해제이기도 합니다.”
“설득력 있는 진행 같군요.”
산맥을 오르기 직전, 의사 선생님이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전 여기 남겠습니다.”
할아버지가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상현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은솔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AI와의 협상은 분명 위험한 일이 있을 수 있을 테니, 만약을 대비할 필요도 있겠지.”
*
1800년 전, 이 별에 최초로 일어섰던 문명의 흔적을 내려다보며 할아버지가 복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도시를 세우던 사람들이 지금 이 꼴을 봤다면 무슨 생각이 들었을꼬?”
“현자 타임이 왔겠네요.”
“현자 뭐? 승엽아, 그건 또 무슨 말이냐?”
“…”
그때, 은솔 누나가 경고했다.
“옵니다. 보이네요. 다들 준비!”
진철 형은 방호복을 입은 채 코어 위에 올라간 상태다.
우린 여차하면 코어의 안전을 빌미로 AI를 협박할 생각이니까!
*
아리의 몸을 빌린 ‘긍지’는 그 어떤 로봇도 대동하지 않고 혼자 나타났다.
“긍지, 우리와 협상할 생각은 있어?”
“… 협상이라. 왜 그리해야 하지?”
“우리가 가져온 코어가 필요하지 않아?”
“내가 너희를 죽이고 챙겨가면 될 일.”
“그럴 생각이면 진작 저격이라도 했겠지. 우리와 싸우다가 코어가 파괴되는 것이 두렵지 않나?”
긍지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너희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주먹을 꽉 쥐고 있던 할아버지가 재빨리 외쳤다.
“다시 출발하자!”
“… 뭐?”
“이 빌어먹을 별을 떠나서 다시 우주로 출발하자고!”
“…”
이번엔 내가 입을 열었다.
“긍지. 알고 있잖아? 이 별은 이미 희망이 없어. 미친 신이 유사 인간을 별 전체에 퍼뜨려서 동물 농장 같은 걸 만든 상태라고!”
“…”
“다시 우주로 가자. 우주 어딘가에 인류가 새롭게 시작하기에 적절한 별이 또 있겠지. 그러니까 -”
“이해할 수 없다.”
“뭐?”
“이런 정보를 대체 어디서 얻었지?”
“무슨 -”
“산맥에 우주선이 있다. 코어는 우주선의 동력원이고, 우주선이 다시 우주로 떠나려면 코어가 필요하다. 이런 정보를 대체 어떻게 알았나?”
생각해보면, 지금 상황은 AI로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문명이고 뭐고 1800년 전에 망했는데, 난데없이 반역자의 머나먼 후손이 태고의 진실한 역사를 깨닫고 우주선의 핵심 동력원을 가져온 상황이니까.
이 사실을 깨닫자 AI와 협상할 수 있는 더 좋은 논리가 떠올랐다.
이런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상황 자체가 우리가 승무원이라는 증거 아닐까?
“간단하다. 우리가 긍지 호의 승무원이었으니까.”
긍지는 그 말에 반박하는 대신 날 꿰뚫어 보듯이 바라보았다.
“확실히 승무원이 아니라면 알아내기 어려운 정보긴 하다. 하지만 이 또한 이해할 수 없다.”
뒤에 있던 누나가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이해할 수 없다는 거야?”
“강화 인간의 수명은 평범한 인간보다 길지만, 그래봐야 300년을 넘지 않으니까.”
순간 말문이 탁 막혔다.
AI의 말대로 강화 인간의 수명이 300년 미만이라면 1800년 전의 승무원이 여태까지 살아있었을 리가 없으니까.
이 시점이 되어서야 또 하나의 의문이 떠올랐다. 문명이 붕괴한 후, 우리의 몸은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걸까?
이번엔 할아버지가 달려와서 고함쳤다.
“원한다면 혈액검사든 뭐든 해봐라. 우리는 네가 아는 그 승무원들이 -”
“의미 없다.”
“뭐?”
“승무원 명부 데이터베이스 중 일부는 내가 접근할 수 없는 상태니까.”
이래서 우리가 승무원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구나!
“더 할 말은 없나? 없다면 -”
멀리서 로봇이 다가오는 진동이 느껴지는 순간, 코어 위쪽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 내가 이걸 부수는 걸 보고 싶냐?”
차진철은 방호복을 입고 코어가 내뿜는 열기를 견디며 올라탄 상태였다.
그가 당장이라도 코어를 내리칠 기세를 보이자, 긍지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말이지 원숭이 같은 지능이로다. 코어를 사람의 주먹으로 파괴할 수 있다고 생각 -”
— 쿵!
대포를 쏘는듯한 엄청난 폭음과 함께 AI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코어의 내구성은 결코 주먹으로 부술 수 없으며 -”
— 쾅! 파직!
“너희는 코어가 어떤 물건인지 알고는 있나? 자신을 승무원이라 주장하면서 코어를 파괴하려 하다니!”
“그러니까 로봇 물려. 그리고 선장 깨워!”
“…”
“선장! 아리를 깨우라고! 아리는 우리가 승무원인지 아닌지 알아챌 수 있을 테니까!”
“…”
다음 순간, 내 앞에서 아리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감정을 읽을 수 없던 무기질의 표정이 마치 긴장이 풀린 것처럼 탁 풀어졌고, 어딘가 차가우면서도 장난기 어린 표정이 깃들었다.
아리가 눈썹을 찌푸리며 손으로 이마를 가볍게 짚는 순간, 나는 마침내 내가 알던 아리가 깨어났음을 알았다.
“다들 수고했어! 근데 머리 엄청 아프네.”
*
아리가 깨어나자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AI는 아리의 몸 대신 근처의 로봇을 조종해 우리와 소통하기 시작했고, 아리는 깨어나자마자 선장의 권한으로 우리가 승무원임을 선언했다.
그 시점부터 AI는 우리를 승무원으로 대우하기 시작하며 아리에게 재출항 명령을 내리시겠냐고 물었다.
“재출항 명령?”
“선장님, 인류의 긍지 호는 오랜 세월 방치되었습니다. 아무리 코어가 있다고 해도 우주로 다시 나가기 위해선 수리가 필요합니다.”
아리는 무언가 헷갈리는 표정을 짓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후에 벌어진 광경은 정말이지 기적과도 같았다.
말 그대로 산맥 전체가 뒤틀리는 굉음과 함께 우주선의 상단부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산맥에 자리했던 보안 유닛들이 흡사 일꾼처럼 돌아다니며 우주선을 빠르게 복원하기 시작했다.
이 속도라면 하루 이틀 내로 우주선의 복구가 끝나지 않을까?
저녁 무렵, 우주선은 이제 슬슬 그 형체를 뚜렷이 알아볼 수 있었고 아리도 거의 모든 정보를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AI가 마련해준 장소에서 자신의 기억과 우리에게 전달받은 정보를 합친 아리는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되게 복잡하긴 하네. 세세한 잔가지를 쳐내고 큰 줄기만 정리해볼게.”
사실, 큰 줄기만 따지면 별거 없다.
1800여 년 전에 고도로 발전한 인류가 아드라비타와 함께 이 별에 도착했다.
곧, 그들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났고 아드라비타는 별 전체에 자신을 숭배할 유사 인류를 흩뿌렸다.
이후, 인류 집단은 아드라비타를 따르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쪼개져 분쟁한 끝에 둘 다 몰락했다.
그 과정에서 우주선은 산맥에 남은 본체와 수백 km 떨어진 동력원으로 분리되었다.
이렇게 인류가 무너진 세계에서 아드라비타는 실질적인 지배자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나타난 셈이네.”
“그렇지.”
“이 방의 저주라면…. 인류의 새로운 시작이 파탄이 났다는 상황 자체인가?”
“그럴지도?”
“마신의 손에서 벗어나 다시 우주로 떠나는 게 너희가 세운 계획인 거지?”
“맞아.”
“아드라비타는 너희가 떠나줘야 이 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런 느낌이지.”
“뭔가 시나리오에 구멍이 숭숭 뚫린 느낌인데….”
아리의 말에 불안감을 느낀 동료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어떤 의미에서?”
“이상한 부분이 너무 많지 않아? 그 시나리오대로면 원시인들은 대체 왜 있는 거야? 우리끼리 우주선 수리해서 우주로 떠나는 게 전부라면 원시인들은 아무 역할이 없는데?”
“…”
“애초에 왜 꼭 우주로 떠나야 해?”
“아?”
“우주 어딘가에 인류가 살기 적합한 행성이 많을 리가 있어? 애초에 지금 이 행성도 엄청나게 힘들게 찾았을 텐데.”
“그건….”
“그냥 이 별에 살면서 원시인들과 함께 문명의 초석을 다지는 건 어때? 그렇게 진행해야 원시인들도 역할이 생기는 것 아닌가?”
“아드라비타가 방해할 텐데?”
“그 방해를 막아내는 게 이 방의 시련 아닐까?”
주변이 조용해졌다. 동료들이 다들 고개를 갸웃거릴 때쯤, 아리가 조심스레 지적했다.
“우주로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어?”
“코어가 있는 본부에서 과거의 기록을 보고 내린 결론인데.”
“그 정보는 누가 적었지?”
그거야 대부분 AI가 –
— 쿠궁!
갑자기 우리가 있던 장소 전체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진철 형이 놀라서 문을 열고 벽을 두들겼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천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틈새가 벌어지며 이상한 가스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위기의 순간, 나는 다른 의문에 빠졌다. 왜 위기 알림이 동작하지 않았지?
… 죽이려는 게 아니라서?
그 순간,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깨달음이 머리를 강타했다.
“아리!”
“어?”
“재출항 명령! 네가 AI에게 내렸지?”
“그, 그랬 -”
“내용! 내용이 뭔데?”
“우, 우주선을 고치고, 항로를 결정하고, 인류 배양 키트를 -”
“그런 것 말고 우리랑 관련 있는 정보!”
“어, 어, 스, 승무원은 우주선이 운행하는 동안에는 냉동 수면에 빠지니까 -”
그 말이 나옴과 동시에 나와 아리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긍지는 지금 아리가 내린 재출항 명령을 따르기 위해 우리를 전부 재우려고 한다.
… 여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지금껏 우리가 품었던 수많은 의문을 관통하는 아주 무서운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상할 정도로 위험이 없던 저주의 방.
어딘가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듯한 시나리오.
괴이할 정도로 친절하게 정보를 떠먹여 준 죄수.
어쩌면.
위험이 없던 것은 누군가가 미리 위험을 제거했기 때문일 수 있다.
시나리오에 구멍이 있다 느낀 것은 실제로 누군가가 왜곡했기 때문일 수 있다.
친절하게 정보를 제공해준 이유는 우리가 내릴 결론의 방향을 유도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혼란스러운 시나리오, 복잡한 진행.
전부 걷어내고 지금 상황만 보자. 우린 어떤 상황을 맞이했는가?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떠나려면 반드시 냉동 수면에 빠져야 한다. 우리가 택한 길은 우리 자신을 냉동 수면에 빠트리는 길이다.
… 감겨오는 눈꺼풀을 억지로 붙든 채 기도했다.
부디, 우리에게 ‘다음 기회’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