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4)
33화 – 103호, 저주의 방 – ‘아타나시아의 인간목장’(2)
33화 – 103호, 저주의 방 – ‘아타나시아의 인간목장’(2)
[사용자 : ㅁㅁㅁㅁㅁㅁ날짜 : ㅁㅁ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아타나시아의 인간목장)
현자의 조언 : 3]
멍하니 선 채로 사람들을 지켜본다.
도저히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새하얀 구조물들.
구조물들 사이에선 우리가 ‘도깨비’라고 생각했던 존재들이 다수의 촉수를 가진 하얀색 거인의 실체를 드러낸 채로 바삐 걸어 다닌다.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기계들.
어떤 것은 마치 거대한 스마트폰처럼 보이기도하고, 어떤 것은 아예 형상조차 유동적이다.
한 가지, 공통적인 것.
모두가 촉수 중 하나에 은빛 팔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은빛 팔찌에 기묘한 성광이 번뜩일 때마다 사람들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인간을 통제하기 위한 도구인 걸까.
그 구조물이 만들어둔 공간에서 하나같이 목에는 구속구 비슷한 물건을 착용한 채로 각자의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마도 처음에는 ‘사람 역할’을 부여받고 환상 속을 살아가겠지.
그러다가, 점점 영혼을 빨아먹히면서 어느 순간 짐승의 몸에 갇히고 종국에는 미물만도 못한 지성이 사라진 존재의 역할 만 부여받은 채로 소모되리라.
나는 진실로 인간이 자원이 된 세상을 보고 있다.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동물농장의 마지막 날.
모든 것이 무너지고, 우리가 했던 작은 반역은 거인들의 손짓 한 번에 사라졌다.
그때, 나도 죽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지금과 같은 고통의 삶을 견뎌낼 일은 없었겠지.
소도 돼지도 고양이도 개도 뱀도 늑대도 쥐도 모두가 한순간에 으스러지며
‘새로운 역할’을 배정받던 그 순간
오직 거위만이 그 저주받은 윤회에서 이탈했다
나를 끄집어낸 존재는 새하얀 거인이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가 동료들에게 ‘테오두스’라고 불리움을 알았다.
테오두스는 ‘목장’을 리셋시키며 나만 끄집어냈다.
어째서일까?
그 어떤 대화도 소통도 불가능한 거인에게 물어볼 수 없었기에 홀로 무수히 생각했다.
‘친화’.
내가 호텔로부터 받았던 축복.
‘친화’의 축복은 첫날 기괴한 원숭이들이 날 공격하지 않게 만들었고, 이번에는 인간의 영혼을 빨아먹는 괴물이 나에게 호의를 가지게 만들었다.
아마도 그 거인이 내게 품은 심리란…
양계장을 운영하던 사람이 우연히 특별히 귀여워 보이는 닭을 보고 한 마리만 빼서 애완동물로 삼는 심리가 아닐까.
사람은 닭을 쉼 없이 잡아먹고, 매일 수십만마리의 병아리를 분쇄기로 보내지만, 동시에 애완닭을 기르는 사람도 많다.
인간조차도 이토록 복잡한 면모를 지닌 생물일진대, 하물며 그 인간을 명백히 능가하는 것으로 보이는 존재들이 단순할 수는 없겠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비유로는 이 정도밖에 모르겠다.
다행이라 해야 할까?
테오두스는 나를 딱히 학대하거나 괴롭히진 않았다.
오히려 굳이 따지면 귀여운 애완동물을 대하듯이 지나다닐 때마다 툭툭 머리를 건드리곤 했고, 어느샌가 다른 거인들도 몇몇은 비슷한 행동을 시작했다.
물도 식사도 딱히 굴욕적으로 제공되진 않았고, 그냥 평범한 맛의 에너지바 비슷한 물건과 컵에 담긴 물이 항상 나온다.
하기사, 내 추측대로라면 난 아마도 애완동물.
세상에 굳이 양계장에서 구해 내기까지 한 애완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
이 모든 일이 호텔이 내게 준 축복 때문이라면 난 참 대단한 축복을 받았구나.
———-삐익
건물 전체에 울리는 신호음.
이제, 저 소리의 의미도 안다.
구조물을 돌아다니던 거인들의 은빛 팔찌가 새하얀 광채를 내뿜고
각자의 세계, 각자의 환상 속에 빠진 수없이 많은 인간들이 걸어 나온다.
이렇게 걸어 나오는 순간조차도 –
저들은 여전히 환상 속에 빠져 있었다.
정신은 여전히 하염없는 환상에 빠져 있는데 몸만 저절로 움직여서 ‘수확’될 차례를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자 기괴한 형체의 회색 거인이 나타났다.
다른 거인들이 전체적인 형상은 인간형 비슷하면서 팔 대신 촉수가 여럿 달린 느낌이라면,
저 존재는 다리조차도 없고, 그냥 수많은 촉수만 달린 형상.
마치 몸통에 촉수만 달린 형태가 거미 불가사리를 100만배 정도 확대한 것 같다.
대체 뭘까?
왜 저 존재만 저렇게 다른 거인과 다른 걸까.
‘선생님’ 도 알지 못했다. 사실, ‘선생님’의 처지도 근본적으로는 나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그냥 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세월 이 시설에 갇혀 있었기에, 나보다 많은 사실을 알게 된 것뿐이다.
촉수가 뻗어 나가며 사람들의 머리를 관통했다.
처음엔 보고 울뻔했지만, 이젠 그냥 신기하다.
대체 왜 사람 머리를 뚫었는데 피 한 방울도 안나는 것인가.
그리고 사람 머릿속에 들어 있는 건 뇌 말고는 없을 텐데,
저 촉수는 어떻게 머리에서 ‘저런 걸’ 뽑아내는 걸까.
저런 것.
희끄무레한 덩어리.
언뜻 보면 조그마한 구름 같기도하고,
또 어떻게 보면 광채를 내뿜는 빛나는 돌 같다.
외견상으론 액체와 고체와 기체의 특성이 한꺼번에 적당히 섞인 듯한 이상한 무언가.
‘이성의 파편’ ‘영혼과 육체의 이음매’
선생님은 저걸 그렇게 표현했지.
복잡하게 말하면 한없이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저게 뽑힐 수록 인간의 지성이 쥐어짜이면서 미물의 지성에 가까워진다.
그것이, 이 세계의 거인들 ‘아타나시아’들이 사람을 사육하는 이유라고 한다.
사실 인간 말고 다른 지성체들이 쥐어짜이는 사육장도 여럿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가 본적은 없다.
나는 항상 인간 사육장과 지하(내 멋대로 지하라고 이름 붙였다.)만 오가니까.
나 혼자였다면, 저게 뭔지 영영 알 방법이 없었으리라
‘선생님’이 알려주기 전까진 나도 전혀 몰랐으니까.
아직 높은 지성을 가진 인간에겐 이성을 뽑아내고,
슬슬 짐승처럼 지성이 내려가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인간은 ‘처분’하는 걸 흐리멍덩하게 바라봤다.
언제까지 이런걸 계속 봐야 하는걸까?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며칠이 지났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10일까지는 센 것 같은데…
모든 것이 백광으로 물든 이 하얀 사막, 무감정한 사람의 지옥.
날짜를 세는 것 자체도 고통이라 포기하고 말았다.
——위이이이이잉
웅웅거리는 기계음. 이제는 많이 들어서 익숙하다.
저 소리가 나면 항상 테오두스가 나타난다.
아, 다행이구나.
이 지옥에서 아직 정신 붙들고 버틸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
내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
‘선생님’을 뵈러 갈 시간이다.
지하로 갈 때마다 궁금한 점이 있다.
물론 일단 가는 곳이 지하인지부터 모르겠지만, 지하라고 치고, 대체 ‘아타나시아’들은 어떤 식으로 이동하는 걸까.
‘테오두스’의 촉수 끝의 은빛 팔찌가 번쩍하고 나면 내 위치는 이미 옮겨져 있다.
현재까지 관찰하기로 저 은빛 팔찌의 기능은 인간과 같은 지성체의 정신을 뒤트는 것.
즉, 테오두스는 매번 내 정신을 일시적으로 잠재우고 이동하는 것.
그래서 따지고 보면 어디로 가는 건지 알 방법이 없지만 내가 지하라고 칭하는 건 옮겨 간 장소가 항상 어둡기 때문이다.
흐릿한 광원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공간
최소 20체 이상의 아타나시아들이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기기들을 조작하고 있다.
방 가운데에 있는 것은 거대한 수조 비슷한 물체
그 안에는…
백색 거인들조차 손가락만하게 보이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으로 거대한 무언가가 있다.
백색 거인의 키가 대충 6~8m 정도라면, 저것은 50m는 되는 게 아닐지.
눈대중으로는 사실 도저히 크기를 가늠할 수가 없다.
아름답다.
항상 느끼지만, ‘선생님’은 믿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생물이다.
이 거대한 방을 매우는 흐릿한 광원의 정체.
그건, 선생님의 몸에서 발생한다.
마치 – 무지막지하게 거대한 고래에 수없이 많은 크리스털이 솟아 있고,
크리스털 사이사이에선 빛나는 가루들이 끝없이 떠다니는 모습.
신체 외곽에선 끊임없이 정체불명의 생물 같은 무언가가 발생하고
곧 다시 흡수하기를 반복한다.
하나의 생물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소우주.
끝없는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는 윤회의 고리.
내 부족한 묘사력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다만 아름다웠다.
나는 저 존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물처럼 느껴진다.
이 고통스러운 세계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광채를 멀거니 들여다보길 30여초.
‘목소리’를 들었다.
아이야… 오늘도 나를 보러 왔구나.
네. 선생님. 오늘도 당신을 보러 왔어요.
오늘도 고통 속을 헤엄쳤느냐?
오늘도 끝없이 사람들이 말라비틀어지면서 죽는걸 봤어요.
고통은 영원하지 않으리라. 인내하고 인내하라.저들에게 너의 지성이 회복된 것을 들키지 않고 기다리다 보면, 때가 올 것이니라
지성의 회복. 엄밀히 말하면, 지성이 추출되는 것이 멈췄다는 표현이 맞겠지.
선생님을 만나고서야 알았지만 애초에 내 지성의 ‘추출’이 멈춘 것부터가 우연에 불과하다.
농장에서 거위였던 시절, 아마도 농부가 내 털을 뽑으려던 날 모종의 이유로 내 목의 구속구가 미세하게 파손된 이후로는 내 지성의 추출이 멈췄다.
그런데 이건 양계장으로 치면 닭이 갑자기 알을 낳지 않게 된 것인데, 왜 내가 처분되지 않은걸까. 그 부분까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런 것보다도… 대체 고통이 끝나는 ‘때’는 언제 올까.
언제, 언제 그때가 오는걸까요. 항상 생각해요. 이 존재들은 신이나 악마가 아닐까요?
손짓 한 번으로 사람의 마음을 농락하고,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환영의 감옥에 가두는 존재들에게 제가 벗어날 수 있을까요.
병아리의 눈에는 독수리가 신과 같고, 강아지의 눈에는 사람이 신과 같지.네 구원이 멀지 않았노라. 지금은 그저, 편히 잠들라.
————–아
그 말을 듣기가 무섭게 눈이 급격히 무거워졌다.
잠들면서 기도했다. 제발, 나에게 남은 단 하나의 희망이 실현되기를.
그래서 이 고통의 농장을 벗어나 모두를 만날 수 있는 날이 돌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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