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45)
344화 – 파티 타임 – 알 수 없는 대화와 처벌 (3)
– 한가인
하늘로 날아오른 올빼미를 바라보며 어찌할 바 몰라 당황하는 것도 잠시, 머릿속에 한 줄의 문장이 스며들었다.
「너 자신을 돌아보라」
올빼미의 전언을 듣는 순간, 내 몸이 사람의 형상에서 벗어났음을 알았다.
사람의 양 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 검푸른 광택을 두른 비늘 혹은 깃털로 가득한 날개가 솟아있었던 것이다.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었나? 그랬다면 왜 이제야 알았지?
올빼미가 내 모습을 바꾼 걸까?
애초에 이 장소에서 내 모습이란 뭘까?
축복의 성소는 현실인가? 아니면 꿈?
「불필요한 생각은 접어두고 따라오라」
“… 알겠습니다.”
날개를 펼치는 순간, 도무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깨달음이 스며들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아니지.
이미 알고 있던 무언가가 다시금 뇌리에 새겨졌다 쪽이 맞다.
나는 내가 하늘을 날 수 있음을 알았다.
— 펄럭!
정신없이 양 날개를 휘저으며 창공을 갈랐다.
평생 날개를 휘저어 비행할 일이 없는 인간은 결코 이해할 수 없겠지만, 비행이란 정말이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대, 대체 이런 일을 왜 하는 겁니까!”
물어보면서도 딱히 대답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난데없이 초대형 까마귀로 변해 고생 중인 이 상황에 대한 분노의 표시에 가까웠지.
“비행 훈련.”
그러나 대답이 돌아왔다.
“비행 훈련이요?”
“앞으로도 그 불쌍한 앵무새의 몸을 자주 빌릴 텐데, 하늘을 나는 법을 익혀두면 유용할 것. 다른 기억은 잊더라도 이 기억은 되살릴 필요가 있다.”
너무 맞는 말이라 순간 말문이 막혔다.
페로의 몸을 빌리는 정도가 아니라 빌려서 하늘을 날거나 그로테스크로 변이하는 것.
이게 가능하다면 저주의 방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전술의 폭이 정말 넓어진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내가 페로의 몸으로 수백 년을 살면서 비행과 변신 모두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방을 나오며 알 수 없는 이유로 기억을 잃으며 위 능력을 잃었는데, 올빼미는 그중 적어도 비행은 다시 할 수 있게 하려는 듯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자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보기 시작했다.
예컨대, 엉덩이 쪽의 꽁지깃 – 대체 이런 건 언제 생겨났지? – 을 옆으로 꺾으며 방향을 급격히 틀어봤다.
또, 공기저항을 최대한 줄이는 자세를 취해서 급강하를 시도해보기도 했다.
난데없이 비행 훈련을 하던 중, 호기심이 들었다.
원래 축복의 성소에서 이런 일을 해도 되는 걸까?
보통은 축복을 강화하고 후원자와 가끔 대화하기 위한 장소다.
한데 이렇게 후원자가 만들어낸 가상의 환경에서 훈련을 위한 장소로 쓸 수 있다면 –
“당연히 안된다.”
“예?”
“훈련을 위해 만든 장소가 아닌데 훈련 용도로 쓰는 건 징계 사유다.”
“예??”
“걱정하지 마라. 징계는 이미 받았으니까.”
“아, 아니! 전처럼 또 새장에 갇히시는 -”
“이번엔 내가 아니라 그대가 징계받게 될 터.”
“뭔 소리야?”
“집중하라. 징계는 이미 받았으니 비행하는 법은 확실히 익혀야지.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 또 익히겠는가.”
말도 없이 갑자기 징계라니! 호텔이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할까?
순간적으로 어처구니없음과 짜증, 약간의 두려움이 동시에 치밀었다.
대체 왜 말도 없이 호텔의 규칙에서 어긋난 행위를, 그것도 내가 벌 받을 짓을 했냐 따지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후원자가 언제는 뭐 우리와 상의해서 일을 벌이던가.
“그건 그렇지.”
“뭘 그건 그래!”
“오른쪽 날개 각도에 집중해라.”
“아 진짜!”
…
시간이 흘렀다.
체감상 몇 시간은 흐른 것 같은데, 축복의 성소라는 장소가 흡사 꿈과 현실을 뒤섞은 듯했기에 확신할 수 없었다.
올빼미가 갑자기 거대한 구름 위에 앉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나도 그냥 구름 위에서 날개를 접었다.
“으아앗!”
“… 아직 착륙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군. 참으로 어리석은 어린 새로다.”
부끄러움 속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키자 올빼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의 정신을 그릇에 담긴 물이라 치자. 거기에 검고 탁한 물감이 대량으로 섞이고 있다.”
“… 혹시 저에 관한 이야기입니까? 검고 탁한 물은 마도서?”
“꼭 나쁜 일은 아니다. 검은 물감엔 무궁하고 위대한 지혜가 스며들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 속도를 조절할 필요는 있다.”
“…”
“어찌해야 하겠는가?”
“듣겠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물을 얼려버리는 것이지.”
“물을 얼린다?”
올빼미는 이 비유를 잘 생각해보라는 듯 잠시 침묵했다.
그의 비유에서 물은 곧 인간의 정신, 즉 인간성이다. 이것을 얼린다?
물감이 스며들 수 없도록 단단하게 만든다는 의미일까? 절대로 변치 않는 마음?
혹은….
“관리국에서 온 여아. 그 아이는 영원히 녹지 않는 사랑을 품고 태어났다.”
“…”
“영겁 속에서도 흐려지지 않는 감정. 불변의 마음. 이러한 것을 네가 품을 수 있다면, 그 어떤 마귀의 힘도 네 정신을 비틀 수 없으리라.”
“제게 가능한 방법 맞습니까?”
“어렵지. 그래서 두 번째 방법도 있다.”
“듣겠습니다.”
“물감을 그냥 더 부어버리는 것이지.”
“네?”
“지금은 검은 물감만 하염없이 스며들어서 문제인 셈이니, 하얀 물감도 구해서 들이붓거라. 이 또한 하나의 길이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대화의 흐름을 고려할 때 검은 물감이란 내 마도서를 말한다.
그런데 마도서에 비견될 정도의 하얀 물감?
“유산을 하나 더 얻어라 그런 말씀이신가요? 그게 가능하겠 -”
“정말 불가능하다고 여기는가? 기회가 생겨도 동료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여기는 건 아니고?”
“…”
그리고 올빼미는 오래전에 했던 말을 다시금 들려주었다.
“기억하라. 나는 네가 호텔의 끝에서 영광을 얻길 바란다. 너희 전부가 아니고.”
“…”
“…”
“비행 훈련과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부르셨나요?”
“더 있다. 모래시계를 그대가 보관하고 있지 않은가?”
“네. 105호의 제 방 탁자 서랍에 넣어뒀습니다.”
“왜 저주의 방에 가지고 가지 않았나?”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는 데다가 너무 위험한 물건이라 여겼습니다. 실수로 한번 뒤집었다가 다 같이 죽을 뻔했으니까요.”
“위험한 물건이라 여겨 건드리지 않으면 앞으로도 쓰는 법을 알 수 없다.”
“…”
“쓰라고 준 물건인데, 끝까지 쓰지 않을 셈인가?”
그가 하려는 말을 이해했다.
나도 서랍에 있는 모래시계를 볼 때마다 하는 생각이니까.
이렇게 서랍에 숨겨두기만 하면 영영 사용법을 익힐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쓰는 법을 모르면서 저주의 방에 가져가라고?
가만 있어도 우릴 죽이려고 날뛰는 괴물들이 들끓는 장소에서, 어디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일단 챙겨가서 한번 쓴다?
“힌트를 좀 주세요.”
올빼미는 말없이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
아무래도 모래시계의 사용법을 상세히 알려주는 건 또 규칙 위반인 듯했다.
아까 들은 바에 따르면, 이미 성소에서 비행 훈련을 시켜준 시점에서 규칙 위반이라 징계가 확정이다.
여기에 또 다른 징계가 추가되는 건 솔직히 두려웠다.
대답을 듣는 것을 포기할 때쯤, 의외로 답변이 돌아왔다.
“네가 그 물건을 보관하게 된 것.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 감사합니다.”
무슨 의미일까? 아직은 모르겠지만 분명 의미가 있으리라.
“마지막.”
“또 있습니까?”
“사실 이 대화야말로 성소의 취지에 걸맞은 내용이지.”
성소의 취지라면 축복의 강화에 관한 이야기?
“축복은 강화하면 할수록 막강한 능력이 개방되나, 이를 얻기 위한 기여도 요구량 또한 많이 증가한다. 상당수의 참가자는 단 한 번도 강화하지 못할 때가 적지 않고, 운과 실력이 따르는 자도 많아야 3번이지.”
“저는 3번 강화한 셈입니까? 시나리오 이해는 두 개 분량이니까?”
“너는….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4번째 강화를 얻을 가능성이 생겨난 참가자다.”
“…”
“그렇다고 해도 크게 기대하지 말라. 적어도 두 개의 방은 해결한 후에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대체 무슨 능력이죠?”
“지혜의 끝에 도달한 자는 만상을 통찰할 수 있으리….”
그 말을 끝으로 올빼미는 하늘로 날아갔고, 주변 공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네 번째 강화의 습득 타이밍은 늦어도 너무 늦다.
호텔을 오르기 위한 힘이라기보다 그동안 잘했다며 주어지는 최종 보상 같은 힘이 아닐까?
적어도 2층에서 유의미한 도움을 줄 힘은 아닌 것 같았다.
*
[규칙 위반! 축복의 성소는 잡담과 훈련을 위한 장소가 아닙니다.] [한가인(지혜)는 이번 파티타임 동안 더 이상 조언을 쓸 수 없습니다.] [한가인(지혜)에게 이번 파티타임 동안 탄탈로스의 저주가 내려집니다.]… 탄탈로스의 저주?
*
-이은솔
평화로운 오후, 저주의 방을 해결한 후 주어진 파티타임 동안 호텔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
남자들은 운동하겠다, 게임을 하겠다, 술이나 마시겠다며 각기 사라졌다.
여자들은 우리끼리 모여서 수영장에 왔다.
— 첨벙!
“내가 이겼다!”
“어푸~! 우웩! 사, 살려줘!”
모두가 즐거워 보였다.
최소한 미로를 물속에 밀어 넣는 아리는 즐거워 보였는데, 미로가 즐거워하는 중인지는 잘 모르겠다.
“은솔 언니!”
수영복을 입은 송이가 내 앞에 오더니 갑자기 한 바퀴 돌았다.
자랑하고 싶은 모양새라 가볍게 손뼉 한번 쳐줬다.
“언니도 물에 들어오세요.”
“난 싫어.”
“예? 수영 싫어하세요?”
“원래는 좋아했는데, 호텔에 온 후로 싫어졌어. 너희도 대단하다. 사람 몸통만 한 입술이 튀어나와 혓바닥을 날름거리던 수영장을 거리낌 없이 들어가다니.”
“그, 그건 꽤 오래된 이야기잖아요.”
“저기 가서 미로나 꺼내줘. 저러다가 울겠어. 아리 쟤도 참, 미로를 살린다고 그렇게 고생했으면서 왜 자꾸 괴롭혀?”
“도, 동생을 대하는 마음 아닐까요?”
동생을 대하는 마음이라.
“엄마라며?”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건 그렇네.”
그래. 솔직히 무슨 상관이겠어?
저 둘의 관계를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는 대법원 판사를 데려다 놔도 혼란에 빠질 것임이 분명하다.
“근데 언니, 아까 아리가 언니에게 물어보라고 했어요.”
“뭘?”
“탐욕의 손 언제 쓰실 건가요?”
“글쎄…. 축복의 성소에 끌려간 사람들이 돌아온 후에 쓰지 않을까?”
“그렇게 전할게요.”
탐욕의 손이라. 그말을 들으니 이번에 성소에서 할아버지가 털어놓은 불평이 떠올랐다.
‘대체 소통 같은 축복으로 어떻게 활약하란 말이냐!’
솔직히 그 의견에 100번 동의한다.
할아버지의 축복, ‘소통’은 동료인 우리에겐 나름대로 유용하나 할아버지 개인에겐 지나치게 무용하기 때문이다.
축복이 큰 도움이 되지 않으니 저주의 방에서 활약하기도 힘들다.
활약하기 힘드니 유산을 얻기도 힘들다.
본인의 성장은 정체된 상태인데 파티의 힘으로 진도는 쭉쭉 나가고, 저주의 방은 점차 어려워진다.
결국 한번 밀린 성장을 되돌이키기 어려운 단계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할아버지에게만 일어났을까? 분명 과거에도 무수히 일어났으리라.
한번 성장이 밀리기 시작하면 따라잡기 힘든 호텔의 특성상 피할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호텔은, 바로 이런 상황에 부닥친 참가자를 위한 ‘일발 역전’의 가능성도 남겨두었다.
유산은 저주의 방 해결에 가장 크게 기여한 자에게 기계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여도보다 우선하는 조건이 최종 회차의 ‘생존’이며, 기여도가 일정한 수준을 넘었다면 ‘선택의 시간’동안 다들 모아놓고 기회를 준다.
‘생존’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면 한 가지 악마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저주의 방이 해결되려는 순간, 누군가 동료를 배신하고 자신 혼자 살아남는다면?
아무리 강력한 능력자라도 갑자기 날아오는 총탄에는 장사 없다.
마도서를 쓰는 가인이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갑자기 뒤통수에 총알이 박히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
물리적으로 가장 강한 진철이도 마찬가지다.
때때로 호텔의 규칙을 분석하면 할수록 느낀다.
대체 누가 이렇게 ‘배신을 권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이런 장소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길 바라는 걸까?
다시금 생각의 흐름이 탐욕의 손 쪽으로 돌아왔다.
후원자는 이 힘이 아주 강력한 힘이라 했었지.
그러나 실제 써보며 실망했던 순간이 적지 않았다.
탐욕의 손으로 얻은 나비 브로치나 단안거조의 눈, 셰프의 모자 등은 제법 대단하긴 했으나, 호텔이라는 시련으로 가득한 장소에선 약점이 컸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비 브로치는 상대가 의식만 하면 일반인도 당하지 않을 물건이다.
접촉하는 대상을 잠재울 수 있다지만그 매개체가 진짜 그냥 나비니까.
셰프의 모자는 훈련받은 인간 정도만 되어도 잘 통하지 않는다.
당연히 호텔에 넘쳐나는 괴물들 앞에선 없는 물건이고.
…
언제였을까? 불현듯 깨달았다.
문제는 탐욕의 손이 아니라 나 이은솔에게 있음을 알았다.
이 힘은이름 그대로 ‘탐욕스럽게’ 써야 하는 힘이다.
이를 깨달았을 때….
나는 탐욕의 손에 대한 큰 기대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