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47)
346화 – 파티 타임 – 천기누설 (5)
– 이은솔
탐욕의 손으로 도구가 아닌 유용한 정보를 얻을 생각이라 전하자 할아버님이나 상현 씨는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은솔아, 나쁘지 않구나. 애매하고 잡스러운 도구를 늘리느니 귀중한 정보를 얻는 게 괜찮겠다.”
“아이디어는 괜찮은데 어떤 정보를 요구할지 이야기해 봅시다.”
탐욕의 손으로 정보를 얻는다면, 어떤 정보를 얻어야 할까?
“몇 가지 고려할 조건이 있어요. 가인이의 조언으로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얻을 셈이에요. 탐욕의 손은 현자의 조언보다 훨씬 가끔 쓸 수 있으니까.”
듣고 있던 아리가 입을 열었다.
“정답이 있는 정보를 요구해야 할 것 같네. 가인이가 조언 쓰는 걸 보면서 느낀 건데, 답 자체가 애매한 건 그냥 뜬구름 잡는 선문답이 나올 때가 많았어.”
엘레나도 의견을 냈다.
“다음에 어떤 방에 가야 하는가를 물어보긴 애매할 것 같네요. 저주의 방은 진입 순서라는 게 없지 않아요? 어딜 가도 된다는 식의 답이 나올 것 같은데. 추천 순서를 알려주려나?”
상현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다음 방의 내용 자체를 물어볼까요?”
다소 불안하다 싶어 끼어들었다.
“다음 방의 내용 자체? 그게 허용될까요?”
여기서 잠시 주변이 조용해졌다. 어느 선까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불명확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아리가 펜을 들고 화이트보드에 끄적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질문을 떠올려보자. 중요한 것부터 물어보고, 안 된다고 하면 다른 정보를 요구하는 식으로.”
1번 : 남은 방의 힌트, 위협, 키워드 등.
2번 : 전원 탈출 방법이 더 있는가?
3번 : 숨겨진 NPC를 찾아낼 방법은?
“이건 내가 떠올린 리스트인데, 다른 생각이 있으면 말해봐.”
할아버님이 답했다.
“2번이 좀 애매하지 않냐? 전원 탈출 방법은 이미 기념품 상점에서 들었고 이후 재확인받았잖냐? 2층을 깨는 순간 모두 나갈 수 있다던데.”
“또 있을지도 모르잖아.”
“없으면? 그냥 없다 하고 끝이겠는데?”
“그래서 2번에 둔 거야.”
“그렇다면야….”
곧이어 모두가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꺼내기 시작했다.
상현 씨는 ‘부처님’을 뵐 방법을 궁금해했다.
진철이는 ‘아주 위대한 힘’을 얻을 방법이 있는지 묻고 싶어 했다.
미로는 대체 무슨 생각인지 ‘비밀스러운 질문’은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송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불로불사의 길이 있나 물어보자는 의견을 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듣던 중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중 꽤 많은 사람은 이제 호텔을 당장 나가기보다 여기서 무언가 더 얻어내고 싶어 한다.
예컨대, 송이에게 즉시 현실로 나갈 수 있는 문과 불로불사의 영약 중 하나를 택하라 하면 불로불사를 택하지 않을까?
새삼스럽지만 호텔에 들어올 당시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굉장히 많이 달라졌음을 알았다.
그건 그렇고, 난잡한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니 교통정리 좀 해야겠다.
— 짝!
“자! 다들 바라는 게 다채롭다는 건 알겠는데, 가능하면 뜬구름 잡는 소망보다는 당장 급한 정보부터 얻어요.”
결국 ‘남아있는 방’에 대한 질문부터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처음에 아리가 적은 리스트에서 1번만큼은 모두가 합의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그때쯤, 할아버지가 한가인을 데려왔다.
그는 동료들에게 대충 상황을 전달받은 후, 자기 생각도 비슷하다며 굳이 리스트에 질문을 추가하진 않았다.
“이제 쓰겠습니다!”
주변에 침묵과 긴장감이 퍼져나갔다.
모두가 알고 있기에 굳이 언급하지 않았던 탐욕의 손의 한 가지 특성 때문이다.
능력을 쓰는 날 제외한 동료들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번엔 탐욕의 손이 대체 어떤 대가를 요구할까?
마음을 비웠다.
모두가 합의했으니, 이젠 동료들이 스스로 감내해야 할 문제일 뿐.
[탐욕의 손 : 1 -> 0]— 쿠르릉!
벼락이 내리치는듯한 요란한 소리와 함께 호텔의 조명이 전부 꺼졌다.
삽시간에 시야가 암전되며 모두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떨어졌다.
그리고 – 알림이 떴다.
「참가자의 요청으로 깜짝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
.
.
.
깜짝 이벤트 : 천기누설」
의식이 흐릿해진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50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X]
– 한가인
삽시간에 주변이 어두워지자 여기저기서 신음이 들려왔다.
아리와 할아버지가 주변을 진정시키던 중, ‘천기누설’ 이벤트가 발생했다는 알림이 떴다.
“천기누설?”
“제목이 거창한데….”
그때, 은솔 누나가 서 있던 자리에만 불빛이 들어왔다.
조금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테이블과 수정 구슬이 나타났고, 누나는 고개를 숙인 채 양손으로 수정 구슬을 잡고 있었다.
누나의 목소리와 전혀 다른 거칠고 굵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들, 쉬이 얻을 수 없는 비밀스러운 정보를 얻고자 하는가?”
긴장감 속에서 모두가 누나를 주시했다. 정황상 지금 누나의 몸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빙의한 듯했다.
“좋다. 이 또한 그대들의 선택일지니…. 3개의 질문을 허락한다. 다만 명심하라. 하늘의 비밀을 탐하기 위해선 이에 걸맞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 질문하는 자, 천벌 받을지어다.”
침묵 속에서 모두가 머리를 열심히 굴리기 시작했다.
어떤 구조인지는 쉽게 이해했다.
은솔 누나의 몸에 빙의한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알고 싶은 정보를 요구하면 된다.
총 3번의 질문 기회가 있으며, 질문하는 자에게 천벌이 떨어진다.
탐욕의 손의 특성상 능력의 사용자는 리스크가 없는데, 이 때문에 누나는 아예 질문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 같다.
즉시 질문하기엔 ‘천벌’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소름 돋았기에 다들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아리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허락받은 3가지 질문과 별개로 ‘천벌’이 대체 무엇인지 여쭐 수 있을까요?”
“불가(不可)!”
천기누설 자체에 관한 질문도 횟수에 포함된다. 이래서야 입을 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그때, 진철 형이 몸을 일으켰다.
“첫 번째 질문을 하겠습니다.”
“물어라.”
“남아있는 방, 205호의 내용이 궁금합니다. 전체적인 시나리오를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 쿠르릉!
어딘가에서 벼락이 내리치는 소리와 함께 호텔 전체가 진동했다. 마치 우리를 위협하는 듯한 분위기다.
“그대, 모두가 천벌을 두려워하며 일어서지 못할 때 가장 먼저 용기 있게 일어섰기에 자비를 베풀겠다. 그 질문에 대한 천벌은 네가 감당할 수 없음이야. 조금 수위를 낮추어라.”
이 순간, 천기누설의 특징 하나를 깨달았다.
천벌의 정도는 정해진 것이 아니고 지나친 정보를 요구하면 감당할 수 없는 천벌이 떨어진다.
즉시 대화창이 깜빡였다.
차진철 : 방의 내용을 물어선 안 되나?
김상현 : 아님. ‘조금’ 수위를 낮추라 했음. 전체적인 시나리오를 묻지 말라는 것.
김아리 : 대답의 분량을 줄여. 짧은 단어로 충분하다고 해.
한가인 : 키워드 키워드!
엘레나 : 뭐가 위험한지? 힌트는 무엇일지?
진철 형이 다시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자비를 베풀어주신 점 감사합니다. 다시 첫 번째 질문을 하겠습니다.”
“두 번의 자비는 없음을 명심하라.”
“205호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해결을 위한 간단한 힌트나 키워드를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단어 몇 개만 주시면 됩니다.”
다음 순간, 테이블 위의 수정구가 기묘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영상 혹은 그림이 스쳐 가는가 싶더니 칠판을 쇠로 긁는 듯한 불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절대 고수. 피할 수 없는 죽음. 요행수가 통하지 않으며, 탁월한 무력이 필요.”
요행수가 통하지 않는다? 탁월한 무력?
마술적인 힘이 아니라 순수한 물리력을 강하게 요구하는 방인가?
아리가 재빨리 답변을 적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 순간, 갑자기 차진철이 사라졌다!
“허어억! 형!”
“지, 진철 오빠!”
승엽이와 송이가 비명 지르는 사이 재빨리 상태창을 확인했다.
설마 이 질문도 너무 과해서 ‘감당할 수 없는 천벌’이 내려온 건 아니겠지?
[동료 위치정보 (*)차진철 : 아귀 지옥]
“살아있어!”
“가인 오빠?”
“진철 형 아직 살아있으니까 진정해!”
어둠 속에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인아, 위치정보로 확인했냐? 어디로 간 거야?”
“아귀 지옥이라는데요?”
“한빙지옥에 이어서 이번엔 아귀 지옥인가. 이놈의 호텔은 파면 팔수록 흉악한 소리만 들리는구나….”
아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조용!”
생각했다.
아귀 지옥, 어떤 장소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목만 들어도 지옥 같은 장소이리라.
천벌의 대가는 지극히 위험한 장소로 떨어지는 것!
게다가 우리가 위치를 선택할 수 없는 듯하니 사실상 단독으로 탈출해야 한다.
그때, 같은 깨달음을 얻은 아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아무나 질문해선 안 되겠네. 위험한 장소에서 홀로 탈출할만한 사람이 질문해야 해. 그리고 질문을 통일하자.”
대체 누가 질문해? 그리고 왜 질문을 통일해?
“내가 두 번째 질문을 할게. 가인아, 이후 내 위치를 확인해.”
“아, 아리야!”
놀란 미로의 외침을 무시하고 아리가 입을 열었다.
“두 번째 질문을 하겠습니다.”
“물어라.”
“206호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해결을 위한 간단한 힌트나 키워드를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단어 몇 개만 주시면 됩니다.”
질문을 통일하겠다는 말의 의미가 뭔가 했는데, 문자 그대로였다.
205호를 206호로 바꾼 것 외엔 진철 형의 질문과 완전히 같은 내용이다.
그때, 앞서 깨달은 천기누설의 특징을 고려하자 아리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천벌의 정도는 정해진 것이 아니며 질문의 수위에 따라 결정된다.
바꿔 말하면, 완전히 같은 수위의 질문이라면 같은 천벌이 내려진다는 의미 아닐까?
위험한 장소에 떨어지더라도 혼자 떨어지는 것 보다는 동료와 같이 떨어지는 쪽이 조금이라도 나을 것임은 자명하다.
“3자 대결, 창작물의 단골 소재, 날짜를 수시로 확인할 것.”
3자 대결? 하나는 당연히 우리일 테고, 다른 둘은 대적자와 죄수인가?
창작물의 단골 소재? 이건 무슨 말이야?
날짜를 수시로 확인하라는 말은 중간중간 시간여행이라도 있다는 의미인가?
이것 외에도 수없이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번에도 아리가 사라졌다. 그 순간 아리의 위치를 확인했다.
[동료 위치정보 (*)김아리 : 아귀 지옥]
“아리도 똑같아! 아귀 지옥!”
이번엔 누가 질문해야 할까?
차진철, 김아리를 제외하고 아귀 지옥이라는 정체불명의 장소에서 탈출할만한 사람은?
“세 번째 질문 – 읍!”
“세번째질문을하겠습니다!”
내가 입을 여는 순간, 근처에 있던 선생님이 손을 뻗어 내 입을 막더니 본인이 입을 열었다.
“서, 선생님!”
“가인 군은 이미 저주받은 상황 아닙니까. 저주를 받은 채 지옥에 떨어지는 건 어리석습니다.”
“아니….”
“곧 나올 테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그때,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질문자가 결정되었다. 질문하라.”
“마지막 방이 좋겠군요. 207호에 -”
— 우당탕!
미처 반응하기도 전, 갑자기 옆에서 미끄러지듯 굴러온 의자가 의사 선생님을 넘어트렸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어 승엽이가 있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외쳤다.
“승엽아! 뭐 했어?”
“바, 방금 천운이 -”
“됐어. 조용히 해.”
“가인 군, 이건 -”
“207호는 다른 저주의 방과 다릅니다. 관문의 방이잖아요? 가장 격이 높은 방이니까 여기에 관한 질문은 그 자체가 감당할 수 없는 천벌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
“104호에 관해 물어봅시다. 질문의 내용을 통일해야 하고, 남은 저주의 방은 104호뿐이니까요.”
“그리하죠. 세 번째 질문하겠습니다! 104호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해결을 위한 간단한 힌트나 키워드를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단어 몇 개만 주시면 됩니다.”
의사 선생님의 질문을 들으면서도 불안했다.
104호는 여러모로 다른 저주의 방과 다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104호는 ‘해결’이 어려운 방이 아니다.
애초에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죄수가 알아서 방을 해결하려 날뛰는 기이한 방이 아니던가?
104호의 진짜 문제는 해결 보상인 유산, ‘신성한 태양’ 그 자체다.
유산 그 자체가 ‘주’의 열화판 같은 존재이므로 이걸 얻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대답을 얻을 수 있을까?
거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