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5)
34화 – 103호, 저주의 방 – ‘아타나시아의 인간목장’(3)
34화 – 103호, 저주의 방 – ‘아타나시아의 인간목장’(3)
[사용자 : ㅁㅁㅁㅁㅁㅁ날짜 : ㅁㅁ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아타나시아의 인간목장)
현자의 조언 : 3]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백색의 지옥, 인간목장에 떨어진 지 얼마나 되었을까.
아마도 혼자였다면 아무 희망도 없이 이렇게 살다가 나도 죽고 103호에서 나갈 길은 영영 닫혔겠지.
그러나 선생님을 만난 시점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희망이 될 수 있었다.
나는 혼자서는 알 수 없었을 수많은 사실을 알았고,
선생님은 수조 밖에서 움직일 수 있는 도구를 얻었다.
탈출계획
‘탈출’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심장이 뛴다.
아마도 열흘 이상, 하루에 선생님과 소통할 수 있는 1~2시간 내의 시간마다 계획을 가다듬었다.
선생님이 이 시설에 갇힌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한 정보와 지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내가 시설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정보들.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만든 탈출계획은 사실, 대단히 단순하다.
근본적으로는 동물농장에서 호텔 동료들과 만들었던 농장반란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계획의 성패는 사실상 두 가지 요소에 달렸다.
첫째, 선생님이 단 1분이라도 나에게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는지 여부
둘째, 내가 ‘다양한 관점’을 최소한이라도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
둘 모두, 사실상 계획 당일 해 보기 전엔 알 방법이 없다.
첫 번째 요소는 선생님에게 달린 문제. 선생님 본인은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는 듯했으나…
두 번째 요소는 나에게 달린 문제. 이건 인간을 뛰어넘은 선생님조차도 확신하지 못했다.
어찌 됐든, 선생님 쪽의 준비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도 테오두스가 날 지하의 거대한 방으로 데려갔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그와 다른 거인들은 방을 돌아다니며 기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오랜 시간 고대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야. 때가 온 듯 하구나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내가 좀 더 힘을 모은 다면 확률이 높아지겠지.
그러나 내가 힘을 모으는 시간 동안 네가 마모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설령 내가 힘을 충분히 모아서 시간을 번다 해도, 실제로 행동할 네 정신이 약해졌다면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오늘이 때이니라.
심장이 거칠게 뛴다. 영혼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두려움이 몸과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지. 결국, 언젠가는 해야만 했던 일해야 할 순간이 된 것뿐.
조용히 일어서서 주변을 돌아본다.
언제나 그렇듯이, 몸에서 솟아오른 촉수로 정체불명의 기기를 조작하는 백색의 거인들.
내가 일어섰다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도 그럴듯이, 저들에게 나는 애완동물일 뿐.
누가 일할 때 애완동물의 행동을 일일이 신경 쓰겠는가.
그리고 다음 순간 –
————-쿠구구구궁!!!!!!!!!!!
선생님이 갇힌 수조에서 어마어마한 진동이 터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충격파가 터져 나오자 거인들이 전부 일어서서 수조에 붙어 있는 기계를 향해 달려갔다.
저것이 아마도 선생님을 가두는 제어장치 중 하나.
그러나 –
————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충격파는 사실 거인들을 수조로 달려오게 만드는 수단일 뿐.
형언할 수 없는 오색찬란한 소리가 방 전체를 가득 메움과 동시에 –
압도적인 적막이 찾아왔다.
거인들이 멈췄다.
거인들이 ‘도깨비’라는 이름으로 동물농장에 나타날 때마다 세상이 침묵에 잠겼던 것처럼, 이번엔 거인들의 세계가 멈춘 것.
이제부터는 내 역할이다.
호흡을 고르며 달려 나가서 정지한 거인의 팔에서 은빛 팔찌를 떼어냈다.
팔찌라고는 하나, 이는 거인의 체격에서 팔찌일 뿐. 나에게는 무슨 훌라후프처럼 몸 전체가 들어가고도 남는 크기였지만…
내가 뽑아내자, 팔찌는 곧 크게 축소하며 내 팔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졌다.
이걸 정말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은 총을 만들었다.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총에 무슨 내성이 있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아타나시아들은 이 팔찌를 만들었지만, 본인들도 지금처럼 ‘멈춰진’ 상태에선 이 팔찌의 힘에 저항할 방법이 없다!
그것이 우리가 세운 모든 탈출계획의 핵심.
대략적인 원리와 사용법에 대해선 ‘선생님’에게 여러 차례 무슨 강의를 듣는 느낌으로 배웠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앵무새나 개가 훈련받는다고 해서 스마트폰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모르겠다. 단지, 이제 여기서 내가 실패하면 진정으로 모든 가능성이 사라진다는 사실 뿐.
-똑. 똑. 똑똑.
천천히 주기적으로 혀를 퉁겼다. 다음으로 눈을 감았다.
이제부터는 미지의 영역.
우스운 일이지만 이 반복적인 동작이야말로 내가 나를 붙들기 위한 유일한 도구이다.
눈을 감고 팔찌를 팔에 끼웠다.
아득하게 몸이 떠오른다.
아니, 몸은 가만히 있다. 단지 내 의식이 떠오르듯이 부유할 뿐.
조용히 눈앞의 아타나시아를 향해 시선을 집중해서 ‘타겟’ 으로 지정하는 순간.
이해할 수 없는 정보의 폭풍이 뇌를 강타했다.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흑백으로 인지한 시각장애인이 다채로운 색깔을 이해할 수 있을까?
선천적으로 장님으로 태어나는 동굴 생태계의 생물이 시각이라는걸 이해할 수 있을까?
상어는 로렌치니 기관으로 미세한 전류의 흐름을 느낀다. 인간이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전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선천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정보의 집합체를 뇌에 억지로 쑤셔 넣으면 무슨 일이 생길 것인가.
나는 오늘에서야 그 정답을 어설프게 깨우쳤다.
이해는커녕 어떤 분류조차 할 수 없는 정보의 폭풍이 뇌를 마비시킨다.
인간은 결코 느낄 수도 없고, 인지할 수도 없는 정체불명의 감각.
아타나시아들만이 인지할 수 있는 정보의 집합체가 머리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나는 세상을 5원색으로 보았다.
어느 순간, 나는 소리를 만지고, 색깔을 느끼고, 맛을 보았다.
뇌가 녹아버리는 느낌 속에서 침착하게 정신을 집중했다.
정보의 폭풍 속에서 나 자신을 찾는 방법은 하나.
이해할 수 있는 감각에 정신을 집중하고, 나머지를 무시하는 것.
-똑. 똑. 똑. 똑.
혀를 퉁기는 소리.
온 정신을 그 소리에 집중했다.
그리고 천천히 부유하던 정신이 내 몸으로 돌아왔다.
눈을 떴다.
기묘한 감각, 설명할 수 없는 고양감이 영혼을 가득 채운다.
아타나시아들이 인지하는 ‘관점’ 혹은 ‘세계’
흡사 수없이 많은 퍼즐로 조형된 모형처럼 내 머리의 한 켠에서 솟아났다.
‘다양한 관점’을 통제하는데 성공했다!
가까이 서 있는 아타나시아를 향해 다가 갔다.
내 의도를 읽은 ‘선생님’ 역시 그 자의 멈춰둔 시간을 느릿하게 풀었고,
홀로 적막한 세계에서 깨어난 아타나시아는 당황한 듯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타나시아가 인지하는 ‘관점’을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마치, 조물주가 빚어낸 세계의 조각을 바꾸듯이.
천천히 그의 정신에 하나의 정보를 입력한다.
제어장치의 복구에 대한 정보와 해제에 대한 정보를 서서히 바꿔갔다.
나로서는 통제할 수 없는 제어장치를 그가 스스로 해제할 수 있도록…
다음 순간, 내가 통제하던 아타나시아가 갑자기 촉수를 뽑아 들더니 –
자기 머리를 뚫었다.
?
이게 대체 무슨?
알아챘구나.
제가 뭔가 실수한 건가요?
네 조작이 미숙하여, 저자가 자신이 ‘다양한 관점’에 의해 조종당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말았다.
그러나 아타나시아들이라 해도 자력으로 팔찌의 통제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그래서 조종당하느니 죽기를 택한 것이지.
그렇다면…
예상 했던 일. 아타나시아를 직접 통제할 수 있다면 더 쉬워졌겠지만, 애초에 쉽지 않으리라 짐작하고 계획을 짜지 않았느냐?
동요할 것 없다. 다음 계획으로 진행하거라. 나도 다시 힘을 비축할 테니.오늘은 아주 즐거운 하루가 되겠구나.
‘다양한 관점’을 통제하면서 기묘할 정도로 감각이 예민해진 탓일까?
‘선생님’에게서 평소에 느꼈던 온화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와는 다른…
어떤 아주 짙고 어두운 감정을 느꼈다.
이상할 건 없다. 아주 오랜 시간 이런 곳에 갇혀 있더라면, 아무리 반신적인 존재라도 어두운 마음이 생겨날 수밖에 없겠지.
돌아서서 벽면으로 향했다.
‘다양한 관점’은 단순한 정신 조작용 도구가 아니다.
이 도구는 사람으로 치면 흡사 스마트폰과도 같은 것.
사용자인 내가 미숙하여 그 기능의 극히 일부만 활용할 수 있을 뿐…
도구 자체는 아타나시아들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행위를 보조하는 만능의 물건.
그 기능 중에선 이런 시설 내부에서의 ‘이동’의 기능도 있다고 했지.
침착하게 머릿속으로 다음 목적지를 떠올렸다.
인간 목장도 아니고, 지하의 방도 아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미지의 공간.
‘다양한 관점’이 내 의도를 읽어내는 순간.
하늘부터 땅까지 세상 전체가 꿈틀거리는 얼굴로 가득 찬 기묘한 땅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