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6)
35화 – 103호, 저주의 방 – ‘아타나시아의 인간목장’(4)
35화 – 103호, 저주의 방 – ‘아타나시아의 인간목장’(4)
[사용자 : ㅁㅁㅁㅁㅁㅁ날짜 : ㅁㅁ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아타나시아의 인간목장)
현자의 조언 : 3]
어떻게 하면 내가 이 ‘목장’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결론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내 자력으로는 이곳을 절대 나갈 수 없다는 것.
닭이 무슨 수로 자력으로 양계장에서 나가겠는가?
자력으로 나갈 수 없다면, 나갈 수 있는 존재의 힘을 빌리는 것이 해답.
그리고 나갈 수 있는 존재인 선생님은 아타나시아에 의해 봉인된 상태.
결국 모든 탈출계획은 한 가지 방향으로 귀결된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을 아타나시아로부터 해방시킬 것인가.
A플랜인 ‘다양한 관점’으로 아타나시아를 직접 지배해서 제어장치를 해제하는 것은 실패했다.
그렇다면, 플랜 B. 협력자를 찾아갈 때다.
하늘부터 땅까지, 그야말로 지평선 전체에 정체 모를 ‘얼굴’들이 가득했다.
어떤 얼굴들은 나직한 비명을 끊임없이 내질렀지만, 대부분은 그럴 힘조차 잃은 듯이 신음 소리만 뿜어내는 공간.
덕분에 광대한 평원 전체가 소름 끼치는 신음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지성체들의 얼굴.
이 목장에서 오래 버티면서 왠만큼 끔찍한 장면엔 마음이 무뎌진 상태가 아니었다면, 도착하는 즉시 비명만 질렀을지도 모르겠다.
대지 전체에 ‘얼굴’이 깔려있다 보니 걷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땅이 물컹물컹한 건 둘째치고, 자꾸 기괴하게 생긴 입들이 내 발을 물어뜯으려고 하니 흡사 토끼마냥 통통 튀면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이 광대한 ‘고통의 농장’ 어딘가에 협력자가 있다고 했지. 대체 어디일까.
계속 힘겹게 나아가던 중 멀리서 아타나시아가 나타났다.
숨어야 하나? 그만뒀다.
어차피 얼굴로 가득 찬 광대한 평야에 숨을 지형도 없거니와 내가 아타나시아를 발견했다는 것.
이는 나보다 오감이 아득히 뛰어난 아타나시아는 진작에 나를 발견했고, 날 찾아서 다가온 것이라고 봐야 맞다.
이제는 사람보다도 익숙한 형상.
최소 6m는 되는 듯한 거대한 인간 형태의 생물, 팔다리를 대신하는 듯한 굵직한 촉수들.
내 근처로 다가온 아타나시아는 묵묵히 나를 주시한 후, 다가올 때의 속도의 절반 이하의 느릿한 속도로 걸어갔다.
따라오라는 의미겠지.
삼키는 자는 힘을 회복하였는가
?
뭐지. 지금 나에게 ‘말’을 걸었어?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멈췄다. 지금까지 아타나시아와 소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 의사를 이해하지 못 하는가?
“아니… 당신들도 인간의 언어를 쓸 수 있나요? 그동안 한 번도 못 들었는데?”
내가 특이하다고 해 두지. 다시 묻겠다. 삼키는 자의 상태는 어떠한가. 그의 힘없이는 너도 나갈 수 없음을 알 터.
“삼키는 자… 라는 건 선생님을 말하는 건가요. 갇혀 있는 방의 아타나시아들을 전부 멈추셨어요”
그 정도면 널 내보낼 정도는 되겠군
처음으로 아타나시아와 대화했다. 그러자, 도착하자마자 든 의문을 물었다.
“이 얼굴로 가득 찬 장소… 선생님은 이곳이 아타나시아의 감옥과 같은 곳이라고 했어요.”
아타나시아에게 대항한 지성체들을 머리만 뽑아내어 가둬둔 지옥이지.
“대체… 당신들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요. 왜 이렇게 사람에게, 아니 이 많은 생물들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구는 거죠?”
어리석은 질문이로다. ‘인간’은 자신보다 격이 낮은 생물에게 자비롭던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아타나시아는 대화를 이어 나갔다.
기실, 그런 의문은 전제부터가 틀렸다. 애초에 ‘아타나시아’가 이 지옥을 만든 게 아니니까.
저 바깥의 ‘진짜 아타나시아’들이 이런 지옥을 운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곳의 지옥을 만든 건 아타나시아가 아니라 시련의 탑 그 자체지.
‘시련의 탑’. 호텔을 말하는 걸까?
“대화가 가능해서 묻는 건데, 당신은 대체 왜 선생님, 아니 삼키는 자의 탈출을 돕는 건가요? 당신도 아타나시아가 아닌가요?”
인형극에서 내게 주어진 종족 따위가 뭐가 중요하랴.
인형극. 그 단어를 듣자마자 알았다.
이 존재는…
이 모든 상황이 호텔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구나.
마치, ‘선생님’처럼.
또한, 너의 질문을 듣고서 알았다. 너는 아직 이곳의 섭리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삼키는 자의 목적은 탈출이 아니다. 그는 결코 이곳에서 나갈 수 없음이라
?
또 놀랐다. 선생님의 목적이 탈출이 아니라고?
“그러면 그분의 목적은 뭐죠? 당신의 목적은?”
삼키는 자의 목적은 말미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내 목적은… 자아의 존속 그 자체라고 해 두지.
“자아의 존속?”
이곳의 섭리에 대해 어설프게 알면서도, 정확히는 모르는구나. 내가 제의할 것이 있으니 설명해주겠다.
시련의 탑은 아주 오랜 세월 존재하며 수많은 지성체를 끌어들여 왔지…
시련을 끝까지 통과한 자들은 기적을 손에 넣었다.
시련의 탑은 역시나 호텔을 말하는 거구나.
대부분은 통과하지 못 하지. 패배자들은 영원히 탑에 갇힌 채로 탑이 만들어 내는 군상극의 배우가 된다.
때로는 참가자들을 죽이고, 때로는 참가자들에게 죽임당하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은 채 탑의 일부가 된다…
“당신도 그러니까”
패배자다.
이제는 내가 누구였는지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 최초의 질문으로 돌아가지.
왜 아타나시아면서도 삼키는 자를 돕는가? 그건 그들이 진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이곳이 어디인지조차도 모른 채로 탑이 부여하는 역할에 갇혀서 지성체의 목장을 운영하는 존재들.
그러나 그 실체는 자기 자신들도 탑이 만들어 낸 목장에 갇힌 짐승에 불과한 존재들.
그런 것이 어찌 내 동족이라 할 수 있으랴.알아두거라. 이 ‘방’에 진실된 존재는 둘 뿐이다. 하나는, 너희와 같은 참가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삼키는 자’이지.
“당신의 말대로면, 당신은 탑에 대해 이렇게 많이 알고 있고, ‘역할’에서도 깨어난 상태니까 진실된 존재 아닌가요”
나는 그저 ‘삼키는 자’에게 기생해서 자아를 유지할 뿐… ‘그’는 주기적으로 내 ‘역할’을 무너트리고 내 자아를 회복시키지.
하지만 회복된 지금의 자아는 과연 진실 된 것인가?
누가 알겠느냐.
어쩌면 나는 ‘삼키는 자’가 만들어 낸 인형일지도 모른다. 너와 같은 ‘참가자’가 이곳에 도달할 때만을 기다리기 위한 도구인지도 모르지…
그래서 나는 네게 부탁하고 싶다.
“…”
언젠가 네가 탑의 시련을 충분히 이겨 낸다면, 어느 순간 ‘부처님’이나 ‘부활의 방’에 도달하리라.
그때, 나 ‘에스타비오’의 구원을 빌어다오…
나는 아타나시아.
너희가 이 탑에서 조우할 대부분의 존재보다 강할지니. 분명 큰 도움이 되리라.
익숙한 이야기. 가인 오빠가 수영장에서 다친 후, 105호에 찾아온 ‘의사’를 만났을 때 의사가 저런 제안을 했다고 했지.
우린 저 말을 듣고 호텔엔 일종의 ‘패자부활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의사에 이어서 ‘에스타비오’의 제안을 들었다.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냥 걸었다.
에스타비오도 그 후로는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은 채로 우리는 얼굴로 가득 찬 평원을 한없이 걸어 나갔다.
거의 두 시각은 지났을까?
사실 이 얼굴로 가득 찬 평원은 걷기가 너무 힘들어서 30분도 안돼서 허덕거렸고, 에스타비오는 말없이 날 들어 올렸다.
그렇게 들린 채로 또 한참을 이동하자 비로소 어떤 구조물이 나타났다.
설명할 수 없는 외견.
가장 특이한 부분은 아무리 봐도 이 건물은 일종의 거대한 생물처럼 보였다.
흉측한 건물에 들어선 에스타비오가 뭔가의 계기판을 건드리자, 아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건물, 일종의 엘리베이터였던 건가?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요?”
삼키는 자가 말해주지 않았느냐?
“협력자를 찾아가면 제어장치를 무력화하는 걸 도와줄 거라고 했어요”
그 제어장치 중 하나가 시설 지하에 있다.
“그걸 해체하면, 삼키는 자가 풀려나는 건가요?”
세 개를 전부 해체해야 하지. 내가 두 개까지는 도와주겠지만…
마지막 하나는 결국 너에게 달린 문제.
그것이 아마도 탑이 이 장소에서 너에게 마지막으로 준비해 둔 시련일 것이다.
시련.
대체 이 호텔은 왜 나에게 시련같은걸 계속 주려는 걸까. 무슨 보물이고 뭐고 한 번도 바란적이 없는데.
에스타비오는 더 이상의 대화가 피곤했는지 그 후로는 내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푹!
세 명째.
지하로 내려가자 다른 아타나시아들이 있었다. 그들은 에스타비오를 보고도 전혀 의심하지 않은 채로 자기 일만 했고,
에스타비오는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급습해서 그들을 하나씩 처리해나갔다.
마치 – 이런 일을 수천수만번을 해왔던 것처럼.
에스타비오 자체가 일반적인 아타나시아 보다 강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쭉쭉 진행하는 건 단순히 힘의 강약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선생님’이 ‘참가자’를 에스타비오에게 보내고, 에스타비오는 ‘참가자’를 인도해서 ‘선생님’을 해방하는 이 일련의 절차는…셀 수 없이 많이 반복된 일이 아닐까.
고개를 흔들며 상념을 치웠다. 이런 생각은 나가서 동료들과 같이 하면 될 문제. 나보다 똑똑한 언니 오빠들이 잘 정리하겠지.
지금은 나가는 것만 생각하자.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시설에는 에스타비오를 제외한 아타나시아는 전부 죽었다.
손짓으로 사람의 정신을 뒤흔드는 초월적인 아타나시아들조차도, 같은 아타나시아에게 촉수로 머리를 뚫리고 나자 그냥 거대 불가사리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개의 눈에는 사람도 신처럼 보이는 법
그 말의 의미는 이런 것이었구나. 이들은 대단한 초월자도 아니고, 신도 아니다. 그냥 사람보다 조금 강한 존재일 뿐.
지하 시설의 중앙
그곳의 중앙에 있는 반투명한 홀로그램
에스타비오가 날 내렸다.
이제부터는 그대가 직접 해야 한다.
“팔찌로 뭔가 하는 건가요? 저보다는 당신이 이걸 쓰면…”
‘다양한 관점’은 본디 주인으로 등록된 자가 아니면 쓸 수 없다.
네가 쓸 수 있는 건 삼키는 자가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지.
팔을 들어 올린다.
다시금, 익숙하게 정신이 허공으로 부유하는 감각이 머리를 채운다.
이번의 ‘타겟’은 저 홀로그램처럼 생긴 무언가.
그리고 팔찌가 작동함과 동시에 –
나는 이 시설의 어처구니없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