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61)
360화 – 205호, 저주의 방 – ‘절대고수’ (9)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6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동료들이 205호에서 수집한 환마에 관한 정보를 전하기 시작했다.
“세상을 자신의 놀이터처럼 여겼다고 해요. 사람 목숨을 장난감처럼 다뤘다던가?”
“무적의 존재였다고 합니다. 고금 3대 고수, 3인의 절대고수라는 식으로 이자성이나 조원홍과 묶이긴 했지만, 다른 둘 보다 명백히 강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아주 오랜 세월 사람의 몸을 갈아타며 살아왔기 때문에 몇 살인지는 본인도 모른다더라. 심지어 인간이 맞는지도 불명확하다. 마귀나 악령이라 여기는 사람도 많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무시무시한 이야기였는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에겐 없는 힘이 무척 많은 것 같네요.”
나와 달리 물리적인 무력도 무척 강한 것 같고, 육신이 죽어도 정신이 불멸인 존재였다.
또, 마도서의 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술수도 부릴 수 있었다.
봉인을 푸는 과정에서 이런 존재가 깨어난다 생각하니 걱정스러웠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의사 선생님이 솔직히 물었다.
“봉인을 풀면 진짜 환마의 정신도 깨어날 것 같은데…. 가인 군,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올빼미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네요.”
[조언 : 3 -> 2]‘내가 환마를 감당할 수 있을까?’
[201호에서의 경험을 돌이켜보라. 네 정신이 깨어난다면 감당할 수 있다.]제법 친절한 대답이었다.
“으음….”
“뭐라고 합니까?”
대답을 전하자 동료들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호의 경험을 돌이켜보았다.
그 당시, 나와 수석 연구원의 인격이 동시에 깨어났으나 주도권은 철저히 내게 있었다.
수석 연구원은 내 허락 없이 몸을 통제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다.
엘레나는 해신의 둘째 딸의 기억이 뒤섞이며 혼란스러워하긴 했으나 곧 자신을 찾았다.
아리도 딱히 선장의 기억에 휩쓸려 자아를 잃거나 하진 않았다.
여하튼 큰 문제는 없겠다 싶어서 마음이 놓였다.
그때, 아리가 눈살을 찌푸렸다.
“‘네 정신이 깨어난다면 감당할 수 있다.’ 가인이의 정신이 깨어나지 않으면?”
이상한 이야기다.
“봉인을 풀었는데 환마만 깨어나고 내가 안 깨어나? 그럴 수가 있나?”
“203호에서 너희가 처음 날 만났을 때를 생각해봐.”
순간, 섬찟한 기분이 들었으나 다시 생각해보니 상황이 달랐다.
“그때는 네 몸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데 네 정신이 갇힌 상태였기 때문이고, 지금은 내 몸 자체도 갇혀있잖아.”
“으음…. 그런가?”
자연스럽게 다음번에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논하기 시작했다.
은솔 누나가 시작부터 열변을 토했다.
“첫 번째 시도가 터진 이유는 다들 이해했지? 아리가 지적했으니까?”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 양과 미로 양이 수도로 왔기 때문이군요.”
“환마의 추종자가 수도로 오니까 이자성이 폭주했어. 이 시점에서 우린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지.”
할아버지가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흐음. 애초에 서로 맡은 배역이 다르다는 의미인가? 굳이 모일 필요 없다?”
“그거죠.”
그 말과 함께 누나가 각자의 역할을 나누었다.
1. 제국 수뇌부 및 동맹
박승엽, 이은솔, 김상현, 차진철, 엘레나
2. 방랑하는 무림 고수
김묵성, 유송이
3. 환마의 추종자
아리, 미로
“이게 각각의 역할이야. 1번이 해야 하는 일은 밀고 들어오는 배화교를 막아 세우는 일이지.”
미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음…. 3번! 그러면 나랑 아리는 다음번엔 수도로 가지 말고 바로 가인이를 깨우러 가야 해?”
누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화이트보드에 ‘하남성 천장산’이라 적었다.
“천장산?”
“여기가 환마의 봉인지야.”
새삼 그런 엄청난 정보를 어떻게 얻었냐고 누나에게 묻는 사람은 없었다.
무려 황제의 후견인이자 제국 최대 실권자라는 위치인데, 알고자 하면 무엇이든 알 방법이 있게 마련이다.
할아버지가 순간 헛웃음을 터트렸다.
“참, 상황이 웃기긴 웃기는구나. 205호의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면 얼마나 황당할꼬?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수천의 목숨을 바쳐가며 천고의 대악마를 봉인했는데!”
뒷말은 승엽이가 받았다.
“순수하고 착한 어린 황제의 후견인이라는 사람이~! 악마의 추종자들에게 봉인을 풀 방법을 제 입으로 전달하다니! 이러니까 이자성이 누나부터 -”
“둘 다 헛소리 좀 그만하고, 아리랑 미로는 내 말에 집중해.”
이후, 누나가 아리와 미로에게 환마의 봉인지로 가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보아하니 205호 내부에 있을 때 이미 연구했던 모양이다.
정보 전달이 끝날 무렵 아리가 물었다.
“천장산에 다른 위협은 없어? 무려 고금 제일의 대악마가 갇혀있는 장소인데 무방비하진 않을 텐데.”
“좋은 지적이야. 그 부분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어. 가인아?”
유용한 답이 나오길 기대하며 질문했다.
[조언 : 2 -> 1]‘천장산의 환마 봉인지역에 어떤 위험이 있습니까?’
[위협적인 강자 2인. 암중의 기습을 주의하라.]“무림 고수가 두 명 있는 모양이고, 기습을 주의하라네요.”
“그놈의 무림 고수는 없는 곳이 없네….”
아리가 가볍게 한숨 쉬었다.
송이가 슬며시 손을 들었다.
“2번, 방랑하는 무림 고수. 저랑 할아버지의 역할은 뭘까요?”
내가 조심스레 의견을 냈다.
“소속이 없다는 것 자체가 핵심인 것 같은데?”
“네?”
“들어보니까 시작 위치상 제국 수도로 올 수도 있고, 아리랑 미로 쪽으로 합류할 수도 있잖아?”
“그렇죠.”
“아리랑 미로 쪽으로 합류하면 큰 도움이 될 거야. 저 둘은 환마의 추종자, 무림 공적이라 운신이 제법 불편하니까.”
“아~! 그렇네요.”
“반대로 제국 쪽에 합류하면, 황실 소속이 아니니까 천의맹이나 배화교의 원한을 사지 않은 채로 움직일 수 있지.”
요컨대, 어느 쪽으로든 합류할 수 있으나 ‘무소속’이라는 강점을 살려야 한다는 의미다.
내 말을 주의 깊게 듣던 할아버지가 답했다.
“다음번엔 다시 한번 수도 쪽으로 가자.”
“뭔가 생각이 있으세요?”
“이자성…. 우린 놈을 끌어들여야 해. 그리 생각하지 않냐?”
듣고 있던 동료들 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천의맹주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자성에게 칼침 맞고 죽어서 원한이 생긴 것과 별개로, 그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면 배화교와의 일전에 엄청난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명확하다.
애초에 이미 방이 리셋된 시점에서 원한을 운운하기도 우습다.
진철 형과 의사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할배, 맞습니다. 조원홍 그놈의 힘이 이자성과 비슷하다 치면, 솔직히 상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게다가 ‘상성’이라는 부분도 염두에 두고 싶군요.”
상성?
“철혼신창의 기억에 따르면, 1-1 결투에선 이자성이 조원홍보다 우세라 합니다. 그러나 이건 그 둘 사이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상대하기엔 조원홍이 더 강적일 수 있습니다.”
듣고 보니 일리 있었다. 조원홍이 가진 특별한 보물 때문이다.
“홍염철선!”
“홍염철선의 심판은 강호의 협객인 이자성에겐 무용지물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아닙니다. 가인 군과 아리 양, 미로 양. 최소 3인은 노출되는 순간 즉사할 확률이 높습니다.”
엘레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 축복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에요. 저와 대면하면 어떻게든 명분을 들먹이며 빠져나가려 할 텐데, 이러면 정의를 쓰기 어렵죠.”
은솔 누나가 자문자답했다.
“불길한 상상을 쓰면 되지 않 – 아하, 이러면 이번엔 엘레나가 위기인가?”
“괴물이나 악마를 소환했다는 이유로 저까지 홍염철선의 심판 대상이 되겠죠.”
듣다가 느꼈는데, 홍염철선이라는 유산 자체가 우리 중 상당수를 카운터치는 느낌이다.
… 또 팀킬용 유산인가?
듣고 있던 아리가 정리했다.
“가인이는 봉인, 나랑 미로는 가까이만 가도 즉사. 엘레나도 대응이 어렵다. 사실상 상현이랑 진철이 둘이서 막아야 하는데…. 이건 안 되겠네.”
그때, 미로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여차하면.”
“여차하면?”
“최악의 경우엔 한 사람이 희생해야죠.”
“…”
“홍염철선, 한번 쓰니까 빛이 사라졌다면서요? 일회용은 아니겠지만 충전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렇네. 여차하면 나랑 미로 둘 중 한 명이 홍염철선에 맞아 죽고, 엘레나가 불길한 상상을 쓰는 식으로 대응해야 하나?”
그때, 할아버지가 탁자를 쳐서 다시 주제를 돌렸다.
“아까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자. 여기까지 들었으면 알겠지만, 조원홍 이놈은 아주 까다롭거든. 우린 이자성을 끌어들여야 해. 그래서 말인데, 가인아.”
“네?”
“올빼미에게 물어봐라. ‘이자성의 심마를 해결하기 위한 힌트가 있냐?’라고.”
“… 심마가 없으면 어떡하죠? 대답도 그런 것 없다 한마디로 끝날 텐데.”
“이놈아, 그건 나 믿고 그냥 물어봐.”
할아버지가 평소보다 훨씬 자신 있는 태도를 보였기에 믿어보기로 했다.
[조언 : 1 -> 0]‘이자성의 심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심마가 생겨난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라.]“심마가 생겨난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라네요. 이야~ 심마인지 뭔지가 있긴 있었구나?”
“심마의 원인이라….”
잠시 후, 할아버지가 의사 선생님과 복잡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상현, 크흠. 선생. 이자성 그놈이 돌아버린 이유를 고민해봤는데, 역시 환마가 원인이겠지?”
“나는 심마라는 개념은 잘 모르겠으니 ‘정신병’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보지.”
“정신병이라.”
“이자성이 환마에 대한 열등감에 수십 년을 시달렸다면, 정신이 뒤틀릴 충분한 사유가 된다. 또, 황실도 원인이 되었을 것 같은데?”
“황실이 원인이라. 그 부분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여기서부턴 추측이긴 한데 -”
두 사람이 이자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누나가 다음 회차를 어떻게 진행할지 정리했다.
“1번, 제국 세력은 첫 번째 시도 때처럼 배화교를 막기 위해 노력해보자. 할아버님과 상현 씨가 이자성을 설득해볼 생각인가 보네. 천의맹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일이 편해질 텐데.”
“3번, 나랑 미로는 천장산으로 이동해서 가인이를 깨우고?”
“맞아. 2번, 할아버님과 송이는 두 번째 시도에선 우릴 도와주면 될 것 같아.”
슬슬 회의가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입을 열었다.
“아리야.”
“응?”
“다음 회차에선 이건 네가 가져가.”
품에서 모래시계가 튀어나오자 아리가 즉시 눈을 찌푸렸다.
“…”
“내가 가지고 시작했더니 없는 물건이 되고 말았어. 하지만 올빼미는 저주의 방에 모래시계를 가져가라고 말했어.”
“… 좋아.”
내게 있어도 쓸 수 없는 모래시계를 아리에게 전달하자, 승엽이도 반응을 보였다.
“방호복은 누가 가져가는 게 좋을까요? 제가 가지고 시작하니까 황실 보물 저장소에 가만히 누워있다가 끝났는데.”
요번 시나리오에서 승엽이의 포지션은 체스의 킹과 비슷하다.
넘어지는 순간 시나리오가 터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역할. 광명 제국 황제.
그러므로 방호복은 위험에 노출당할 사람이 챙겨가는 게 좋겠지.
은솔 누나가 답했다.
“미로가 좋겠다. 환마의 봉인 구역, 천장산에 가는 길에 장애물이 둘이나 있다고 하니까. 게다가 기습을 주의하라며? 미로가 동굴에서 잠자다가 죽지 않으려면 방호복을 입는 게 좋겠어.”
“네. 근데…. 저런 우주복 같은 물건을 입고 들어가면 방 내부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
이 정도로 회의가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