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7)
36화 – 103호, 저주의 방 – ‘아타나시아의 인간목장’(5)
36화 – 103호, 저주의 방 – ‘아타나시아의 인간목장’(5)
[사용자 : ㅁㅁㅁㅁㅁㅁ날짜 : ㅁㅁ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3호(저주의 방 – 아타나시아의 인간목장)
현자의 조언 : 3]
‘다양한 관점’ 팔찌를 통해 파악한 이 ‘목장’의 정체.
본래는 어떤 연구실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건축물처럼 단단한 지반 위에 거대한 연구실이 세워져 있고, 내부에 다양한 지성체의 지성을 추출하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지하에는 ‘선생님’이 갇힌 압도적으로 거대한 방이 있다는 추측.
실제와는 전혀 달랐다.
이 시설은 어처구니없게도 거대한 외계 우주선이었다!
‘선생님’이 갇힌 방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방들이 회전하고 있고, 그 방들의 집합체는 거대한 공간을 끊임없이 나아간다.
마치,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동시에 태양은 은하 외곽을 끝없이 질주하는 형상을 모사한 것 같다.
이 거대한 우주선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무슨 실험체나 연구 대상이 아니라 우주선 전체의 동력이 되는‘엔진’이다.
제어장치를 무력화한다는 행위의 의미도 이해했다.
‘엔진’을 통제하는 두 개의 방을 엔진으로부터 분리해내는 것이 바로 제어장치의 무력화.
그런데…
우주를 날아가는 우주선에서, 연결된 방 하나만 분리하면 그 분리된 방은 어떻게 될까?
그 방은 더 이상 엔진도 없고 생존을 위한 수단도 사라진 채 우주의 미아가 되는 게 아닌가?
당황해서 에스타비오를 쳐다보았다.
“제가 제어장치를 떼어내면, 이 방은 어떻게 되는 거죠?”
뻔한 것을 묻는군. 우주의 미아가 되겠지. 어딘가에 충돌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굶주림 끝에 죽을 것이다.
걱정할 것 없다. 이 방의 ‘얼굴’들에겐 죽음조차 구원이며, 너는 팔찌를 통해 이동하면 그만이다.
“당신은요?”
무엇을 걱정하는가? 잠깐 사이에 나에게 친애라도 느꼈는가? 그렇다면 나에게는 다행이로군.
별일 아니다. 그저, 잠깐의 휴식이 찾아올 뿐…
그조차도 영원하지 않으리. 언젠가 이 방의 악몽은 다시 시작되고, ‘삼키는 자’는 또 내 자아를 회복시키리라.
“당신에 대한 친애… 이런걸 떠나서, 당신의 도움 없이 제가 어떻게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거죠?”
내가 없더라도, 삼키는 자는 어떤 식으로든 너를 돕겠지. 결국 시련을 이겨 내는 건 참가자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나에게 물어봐야 알 수 없다. 기실, 내 처지에선 우습도다. 나는 이미 시련을 이겨 내지 못한 패배자.
그대는 가능성이 남아 있는 참가자이면서도 패자에게 도움을 갈구하는가. 자신을 믿으라…
에스타비오는 더 이상의 대화를 받지 않았다. 나도 더 이상은 도움을 바라지 않았다.
——–철컹
시설 전체에 엄청난 소음이 울려 퍼진다. 우주 공간 한복판에서 엔진과의 연결이 끊어졌다.
이 방의 미래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나 자신을 챙기기도 바쁘니까.
그저, 이제는 슬슬 사용이 익숙해지는 팔찌를 매만졌다. 엔진과 연결된 두 번째 제어장치가 있는 방으로 도약할 차례.
그곳에는 대체 뭐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할 일이 남았군
“더 이상의 도움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 전에, 내가 ‘두 번’은 손쓸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약속은 지켜야겠지…
에스타비오의 촉수가 허공을 휘젓는 순간, 머릿속에 정체불명의 지식이 들어왔다.
두 번째 제어장치가 있는 공간의 정체. 정체를 앎과 동시에 내가 뭘 해야 할지도 깨달았다.
아아… 이 호텔은 나를 정말 극단까지 몰아가는구나. 그치만,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
여기는 정말 다르네.
이 방은 그동안 ‘우주선’에서 보아왔던 상상 속의 지옥을 체현한 악몽의 농장들과는 너무나 달랐다.
미학적 감각이 전혀 다른 이 종족이 세웠을 텐데도 느껴지는 온후한 분위기의 인테리어, 따스한 온도.
부드러운 카펫이나 아마도 장난감처럼 보이는 여러 기구들.
당연하다. 이곳은 아타나시아의 유체, 즉 어린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하는 공간이니까.
나는 이곳을 지옥으로 만들기 위해 왔다.
방의 안쪽으로 들어서자, 마치 신기한 동물을 보는 분위기로 작은 불가사리들이 꿈틀거리며 다가왔다.
아타나시아는 유체때는 직립보행을 못 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인간 아이들도 어릴 때는 기어 다니는 것과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유체라고는 하지만 덩치는 이미 나보다도 컸다.
유체들 사이로 지나가며 생각했다. 왜 하필 ‘고통의 농장’과 ‘유치원’이 엔진의 제어를 담당하는 걸까. 결론은 어렵지 않게 나왔다.
그 두 장소가 아타나시아가 생각하기에 가장 ‘안전한’ 장소인 것.
다른 방들은 대체로 아타나시아 처지에서 외계의 지성체들을 모아서 착취하는 목장이었으니,
지금의 내가 그러하듯 외계의 지성체들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을 염두에 뒀겠지.
반면, 고통의 농장에는 아타나시아를 제외 한 지성체들은 머리만 잘려서 영원히 고문당하고 있고 몸이 없으니 저항이 불가능하다.
유치원에선 아타나시아 유체밖에 없으니 위험 요소가 없다.
어떤 미친 ‘가축’이 ‘엔진’의 도움을 받아 팔찌를 강탈하는 상황까지는 그들도 생각하지 못했겠지…
이제 슬슬 나타날 때가 됐는데? 대충 ‘아이들’ 사이에서 서성거렸다.
당연하지만 유치원에 아이들만 있을 리가 있겠는가?
당연히 ‘선생님’이 나와야 한다. 방에 대한 ‘통제권한’이 있는 ‘선생님’이 나와야 진행할 수 있다.
너.는.누.구.지
머릿속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바늘처럼 찌르고 들어온다.
거의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던 에스타비오에 비하면 어딘가 어색한 목소리.
돌아서자, 성체 아타나시아가 보였다.
“글쎄요. 양계장에서 탈출한 길 잃은 닭?”
거.기.서.나.와.라
“애들 밖으로 나오면 바로 ‘다양한 관점’을 쓰시려는 건가요?
이 물건, 써 보고 안 건데 뜻밖에 이렇게 여러 지성체 사이에 있으면 대상을 특정하지 못하더군요.”
너.알.았.다.테.오.두.스.것.돌.아.서.면.용.서.받.는.다
“당신 말을 알아듣기 정말 힘드네. 미안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아”
말.을.못.알.아.듣.는.구.나 너-
———–라아아아아아아아!
다시금 울려 퍼지는 오색찬란한 ‘선생님’의 소리! 대체 어떻게 소리에서 ‘색’을 느끼는걸까? 이 신비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만을 기다렸다!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성체 아타나시아가 돌처럼 굳었다.
이곳에는 ‘고통의 농장’에서처럼 제어장치 코앞까지 날 안내해 줄 에스타비오 같은 존재가 없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이 유치원 선생님의 마음을 꺾어야 한다.
*
—-푸욱!
하나를 죽였다.
—-푸욱!
둘을 죽였다.
몇 마리를 죽인 걸까? 다섯 마리까지는 세었는데, 이제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방 전체에 죽일 수 있는 불가사리들이 넘쳐난다는 것뿐.
‘엔진 방’에서 성체 아타나시아를 팔찌로 제어해서 선생님을 해방하는 시도는 실패했다.
팔찌의 능력은 실로 막강하나, 사용자인 나는 완전히 초보.
내 실력으론 성체 아타나시아의 초월적인 정신을 온전히 속일 수 없었다.
그치만… 유체를 상대로도 통제할 수 없을까?
아타나시아라 한들 결국 인간보다 조금 강할 뿐인 필멸의 생물. 태어날 때부터 신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그다음부터는 너무 쉬웠다.
유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고,아이의 머리에 다른 아타나시아의 머리가 맛있는 음식으로 보이게끔 ‘교육’을 하자 아이는 즐겁게 식사를 시작했으니까.
——끄르르르륵——우르르으윽
선생님이 정지해 둔 성체에게 정체불명의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입? 모르겠지만 몸에 솟아난 구멍에선 이상한 액체가 흘러내리고, 촉수는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다.
저 존재가 보기에 나는 대체 어떻게 보일까.
어제까지 양계장에서 기르던 닭 한 마리가 탈출해서, 갑자기 총을 들더니 유치원에 침입해서 애들을 대량으로 쏴죽이는 상황.
아마도 꿈에서도 상상 못한 악몽을 보는 느낌이겠지.
“이곳에 올 때 제일 걱정했던 건, 대화가 안 통하면 어떡하지? 였어요.
에스타비오를 만나기 전에는 한 번도 당신들과 대화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이제 와서 보면 당신들은 충분히 우리와 대화가 가능했네요.”
—푸욱! 꺄핫!
같이 놀던 친구의 머리가 꽤 맛있나 보다. 내가 그렇게 만들긴 했지만.
“제 말 지금도 알아들으시죠? 전 제어장치로 가고 싶네요.”
사실, 딱히 저 성체 아타나시아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다.
대화. 소통. 협상. 이런 평화적인 수단들은 상대를 지배할 방법이 없을 때나 하는 것.
상대의 정신을 지배하는 도구를 쥐었는데, 대화니 협상이니를 대체 왜 하는가?
그냥 상대의 정신이 무너져서 내 초보적인 통제에도 저항하지 못하게 되기를 기다릴 뿐.
—찌이이이익!
이번에는 다른 아이의 촉수를 뜯어서 먹기 시작했다. 대충 가장 덩치 커 보이는 아이를 잡아서 통제하기 시작한 건데, 꽤 과격하구나.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체급의 차이가 있다.
사람으로 치면 4,5살은 되는 아이가 폭력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자 갓난아기에 가까운 개체들은 이상한 소리를 내며 기어 다니느라 바쁘다.
출렁-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 고개를 돌리자, 파들거리던 성체의 촉수가 마치 푹 삶아진 국수처럼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자연스럽게 알았다. 무너졌구나. 끔찍한 악몽 속에서 마침내 성체의 정신이 무너졌다.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성체는 더 이상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한 채로, ‘다양한 관점’을 통한 내 통제를 받아들였고 나는 ‘유치원’을 엔진으로부터 분리했다.
이제는 마지막. 단 한걸음.
‘엔진 룸’을 다시 찾아가야 한다.
*
‘엔진 룸’의 바깥쪽에 도약하자마자, 너무나 익숙하고 그리운 얼굴을 만났다.
“송이야! 어헉… 흑…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 이 무서운 곳에서 네가 오기만 기다렸어 으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