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79)
378화 – 205호, 저주의 방 – ‘절대고수’ (27)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06일 차
현재 위치 : 205호, 저주의 방 – ‘절대고수’
현자의 조언 : 2]
– 한가인
조원홍이 복마신주(伏魔神珠)의 힘으로 나와 환마를 억제하는 상황.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환마가 낸 계책은 너무나 간단했다.
‘저들이 경계하는 존재는 우리뿐입니다.’
아까부터 조원홍은 ‘환마’만 신경 쓰고 있었다.
아리와 미로는 환마의 하수인이라 여길 뿐, 아예 대화 상대로도 여기지 않았던 것.
‘계속 조원홍과 대화하며 주의를 끄십시오. 그 사이, 동료분들께 제가 신호하겠습니다.’
복마신주가 환마를 억눌렀기에 빙의할 수는 없었지만, 빙의가 아니라 단순한 의사의 전달이라면 가능하다.
요컨대, 내가 조원홍의 시선을 끄는 동안 환마의 신호를 받은 아리와 미로가 복마신주를 부수면 그만이다.
“교주. 네 제안을 받아들인다 치지. 이제 어쩔 셈이지?”
“너와 내가 힘을 모았는데 무슨 고민이 필요하겠나? 즉시 군세를 돌려 황실을 공격하면 그만이다.”
“자신은 있고? 어린 황제에게 된통 당한 것 같던데?”
“너….”
“하하! 농담이야, 농담! 우리가 누구? 캬! 천하제일 고수 환마, 천하제일 세력의 주인 배화교주! 우리가 모였는데 못 할 일이 있겠어?”
“…”
“먹자. 그놈의 천하, 케이크처럼 단숨에 먹어버리자고!”
“케이크?”
“아, 케이크 모르냐? 서방에서 유행하는 -”
— 철컹!
시곗바늘이 돌아갔다.
제국을 수호하는 최후의 방패, 북두 대장군 차진철이 나타났다.
*
방심하고 있던 배화교도 사이에서 등장한 차진철은 양 사이의 늑대와 같았다.
이미 2층 후반부가 아니던가? 다들 척하면 척이다.
차진철은 일말의 주저함 없이 쇠 파이프를 휘둘러서 숨 한번 쉴 시간에 열 명이 넘는 배화교도를 피떡으로 만들었다.
기다렸다는 듯, 아리의 몸에서 붉은 안개가 번져나가며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광경에 놀란 조원홍이 눈을 부릅뜨며 개입하려는 그 순간 –
옷 아래의 날개 문신이 번쩍이며 오랜만의 ‘몸통 박치기’가 조원홍을 강타했다.
아무리 절대고수라 해도 호텔 류(流) 순간이동(瞬間移動) 전신격타(全身擊打)는 절대 못 피해!
“크아아악!”
응?
충돌하는 순간, 조원홍의 비명이 터져 나오는 동시에 상반신이 붉게 물들었다.
내가 만든 상처가 아니다.
이미 있던 상처, 그것도 아주 심각한 상처다.
날카로운 창이 조원홍의 상반신에 바람구멍을 낸 것 같았다.
— 쨍그랑!
잠깐 사이에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진철 형과 아리, 미로가 복마신주를 연거푸 파괴한 것!
그리고 –
‘됐다!’
신난 듯한 목소리와 함께 힘을 되찾은 환마의 혼이 조원홍의 몸을 강탈하려는 순간 –
교주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대체 왜! 왜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울분에 찬 조원홍의 품에서 또 하나의 복마신주가 튀어나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
설마하니 복마신주를 하나 더 숨겨두었을 줄이야!
아까처럼 5, 6개의 복마신주가 동시에 작동 중인 것이 아니었기에 환마가 모든 힘을 잃지는 않았다.
그러나, 환마 단독으로 조원홍을 이기긴 어려워졌다.
교주가 허공에서 홍염철선을 불러내어 날 겨눈 채 외쳤다.
“정지! 모두 정지! 환마, 너도 네 부하를 멈추어라!”
조원홍이 외치자 배화교도들이 무기를 거두며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리하자 뒤편의 동료들도 상황을 봐야겠다고 여겼는지 잠시 행동을 멈췄다.
“환마, 제발! 지금 흐른 피는 따지지 않겠다. 내 제안을 다시 고민해봐라!”
“…”
지금이라면 물러설 수 있다.
교주의 말은 진심이리라.
그는 이미 제국과의 일전에서 패배했고, 환마의 도움 없이는 재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잠깐의 침묵, 수없이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여기서 승부를 보는 게 맞나?
이길 수 있을까? 이긴다 한들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장담하기 어려웠다.
단 하나 남은 복마신주였으나, 그 하나로 인한 손해가 제법 심했기 때문이다.
물러서서 교주와 함께하는 시늉을 할까?
조원홍의 근처에서 기회를 엿보다 보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
아니다.
지금 조원홍은 그 어떤 때보다 약하다.
준비한 복마신주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누군가’에 의해 크게 다친 상태다.
시간이 흐르면, 복마신주는 또 만들면 그만이고 상처는 회복하리라.
갈수록 조원홍은 힘을 회복한다.
반면, 내가 가진 전력은 여기서 더 강해질 여지가 없다.
게다가 아리와 미로에게 막강한 힘이 있음을 들킨 상태다.
여기서 멈춰서 교주에게 기회를 준다?
그는 아리와 미로를 어떻게든 내게 떼어놓으려 하겠지.
설령 여기서 조원홍을 죽이고 몰살당해도 나쁘지 않은 교환이다.
205호의 시나리오는 복잡하지 않다.
배화교가 적이며, 조원홍은 배화교에 있어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그러니까….
여기서 조원홍만 죽인다면, 우리의 승리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기다렸다는 듯, 아리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나는 아리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아리는, 내가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타아앗!”
아리가 전신의 피를 방출하며 붉은 소용돌이를 불러내었다.
차진철이 천둥 같은 고함을 내지르며 교주에게 달려들었다.
조원홍은 암울한 표정으로 부채를 휘둘렀다.
*
“홍염철선이여! 이 자리의 가장 사악한 이에게 심판을 내리라!”
부채가 오색의 광휘를 드러내는 순간, 즉시 환마에게 말했다.
‘당장 내 몸에서 나가!’
환마가 나와 같은 육신을 공유하고 있으면 홍염철선이 ‘날’ 심판할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환마에게 당근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혹시 네가 죽더라도 걱정하지 마라! 내가 영혼의 함과 네 영혼을 꼭 챙겨서 나갈 테니까!’
환마도 내 말을 이해했기에 순순히 내 몸을 떠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든 이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홍염철선은 환마를 심판하리라.’
… 아니었다.
“꺄아아악!”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비명.
모두가, 심지어 근처 배화교도의 몸을 빼앗은 환마와 홍염철선을 사용한 교주조차도 놀라서 ‘미로’ 쪽을 보았다.
시퍼렇게 타오르는 불길이 미로를 단박에 태워 한 줌 재로 만들었다!
당연히 미로가 소환했던 진철 형도 거품처럼 사그라들었다.
“뭐, 뭐야?”
“대체 무슨?”
“미로야!”
대체 무슨 상황이야?
첫 회차에서 홍염철선이 미로를 태워죽인 건 ‘환마의 추종자’이기 때문 아니었어?
환마와 환마의 추종자가 한 자리에 있으면 당연히 환마 쪽이 악의 근원이니 그쪽을 심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부채가 이런 상황에서조차 환마를 무시하고 미로를 죽였지?
억지로 생각을 멈췄다.
이유가 무엇이든 결과는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주의 가장 큰 무기인 홍염철선이 미로에게 쓰였다?
다시 말해 부채는 더 이상 환마를 위협할 수 없다!
“호오…. 신기한 일이구나.”
배화교도의 몸을 빌린 환마가 섬뜩하게 웃으며 날 돌아보았다.
“같이 하시지요.”
환마의 이혼 마공.
나의 마도서.
서로 다른 뿌리를 두었으나, 비슷한 방향에 도달한 사악한 신비.
두 힘이 동시에 교주를 덮쳤다.
*
“쿨럭!”
… 아프네.
“크으윽!”
“주군, 괜찮으십니까?”
입에서 시꺼먼 피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딱! 한 대 맞았는데….”
“죄송합니다.”
환마의 잘못은 아니다.
정말 아니었다.
문제가 있다면, 하나 남은 복마신주가 무슨 특제품이기라도 했는지 무지하게 강했다는 점.
그리고 조원홍이 진짜 징그러울 정도로 강했다.
진짜 딱 한 대 맞았는데!
그것만으로 내장이 다 으스러져서 입에서 살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성과가 없진 않았다.
교주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기 때문이다.
팔은 전부 떨어져 나갔고, 다리도 한쪽만 남은 채 헐떡이는 살덩이.
이게 현재 조원홍의 상태였다.
그는 이 시점이 되어서야 우리의 큰 비밀을 눈치챘다.
“하나가…. 아니었구나!”
“이제 알았냐?”
“너, 너는 누구지? 환마는 아닐 텐데!”
“몰라도 돼, 이 새끼야!”
시꺼먼 피를 토해내는 조원홍이 마지막으로, 환마를 노려보며 저주를 내뱉었다.
“버러지…. 같은 놈!”
“유언은 들어주마.”
“뭐? 왕? 주군? 하! 유성아, 역시 천한 놈답게 또 ‘주인님’을 찾아내었느냐?”
‘유성’?
설마 환마의 진짜 이름인가?
“…”
“흐, 흐! 모를 줄 알았냐? 오래전의 네놈이 뭐 하는 놈이었는지!”
“나는….”
“천한 놈! 그래, 이번 주인님이 죽었으니, 이번엔 다음 주인님을 찾을 셈이냐? 너는 -”
“나는 반드시 살아남겠다!”
— 콰직!
환마의 손이 조원홍의 머리를 으깼다.
…
미로는 홍염철선에 의해 죽었다.
아리는 오래된 피를 극한까지 사용한 끝에 수백의 배화교도와 동귀어진했다.
조원홍은 지금 죽었다.
나는…. 이제 곧 죽는다.
마도서의 힘도 한계까지 끌어 쓴 지 오래다.
불안하진 않다. 정말이야.
내 멋대로 정신 승리 중인 것이 아니라 명확한 근거가 있었다.
눈앞에서 빛나는 시나리오 이해의 내용이 바로 그 증거다.
「시나리오 : 저주의 방 – ‘절대고수’
마침내 천장산에 갇혀있던 한가인이 깨어나는 순간, 그는 산 전체를 배화교가 포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물러설까? 아니면 싸울까?
한가인은 전투를 택했고, 마침내 조원홍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큰 위험을 이겨내면 큰 보답이 따르는 법!
한가인은 큰 위험을 감수했기에 승리라는 달콤한 과실을 얻어낼 수 있었다.」
큰 위험을 이겨냈기에 큰 보답을 얻었다, 승리라는 달콤한 과실을 얻어냈다
표현만 봐도 의미가 보이잖아?
다 끝났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시나리오는 더 이상 갱신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 틀림없어.
호텔이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다.
그런데….
왜 마음 한편이 이렇게 불안할까?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로 누군가 다가왔다.
“왕이시여….”
아, 이제 알았다. 이 새끼 때문이구나.
미로, 아리는 죽었고, 나도 곧 죽을 텐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 새끼’.
왜 불안하지?
환마가 새삼스레 사고를 친다? 그럴 리가 없는데.
‘생존’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존재가 환마다.
호텔의 진실에 대해 몰랐으면 모르되, 알게 된 이상 환마는 우릴 배신할 수 없다.
동료들이 유산, ‘영혼의 함’과 내부에 담긴 환마의 혼을 챙겨서 205호 바깥으로 나가지 않으면 그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이제부터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단언컨대 왕을 배신하려는 뜻은 추호도 없습니다. 이것 하나만큼은 진심으로 약속드립니다.”
“…”
“편하게 해드리지요. 밖에서 봅시다.”
허물어지는 의식 속에서 – 나는 마지막까지 외쳤다.
뭘 최선을 다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고!
*
– 이은솔
딱 하룻밤 사이에 정신이 나갈 정도의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첫째, 차진철이 갑자기 꽥하고 죽었다.
농담이 아니야. 밥 먹다가 진짜 갑자기 죽었어.
너무나 급작스러운 죽음이라 도리어 이유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놈의 시간대여기! 틀림없이 그거지.
멀리서 과거의 진철이가 죽은 게 분명해.
둘째, 조원홍이 죽었다.
이건 정말 믿기 힘들었는데, 천장산에 도착한 병사들이 조원홍의 머리를 보내왔기에 부정할 수 없었다.
조원홍이 환마마냥 몸을 갈아타는 재주가 있을 리는 없으니, 그는 확실히 죽었다.
“이, 이거! 해결 아니에요?”
엘레나의 놀란 외침을 할아버지가 재빨리 제지했다.
“엘레나, 재수 없는 소리 이쯤 하고 -”
“맞지 않아요?”
“… 은솔이 너까지!”
아니, 맞잖아!
13 사령도 회전을 거치며 대부분 죽었고, 절대고수 조원홍도 죽었다고?
배화교는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다시 일어설 수 없어.
과연, 채 반나절이 지나기 전에 온 사방에서 편지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제국이 망할 줄 알고 배화교에 붙었던 각종 세력이 연이어 석고대죄하며 황실에 충성을 맹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히야~! 뭐가 어째? 할아버님, 천룡문에서 자신들은 배화교의 사악한 흉계에 속았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속기야 속았겠지. 이길 줄 알았는데 졌으니까.”
이때가 되어서야 할아버지도 받아들였다.
이겼다. 전쟁 이겼다고!
남은 일은 배화교 잔당 토벌뿐이고, 이건 우리가 나설 필요도 없다.
애초에 실시간으로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우리는 다가올 승리를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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