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85)
EP.384 384화 – 파티 타임, 축복의 성소
384화 – 파티 타임, 축복의 성소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23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 ‘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형. 가능한지부터 따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주는 불가능할 수도 있어.”
애초에 우린 영혼의 함과 신성한 태양의 원리에 대해 모른다.
따라서 주가 함에 담길 수 있다는 것은 내 추측에 불과하다.
“아리마도요.”
“뭐?”
아리마가 불가능할 이유가 있나?
이건 예상하지 못했기에 모두가 승엽이를 바라보았다.
승엽이는 즉시 일어서서 진철 형 쪽으로 움직였다.
“엇, 엇!”
“진철 형, 잠깐만 가만히 있어 보세요.”
“그, 그래.”
승엽이가 허공에서 상자를 소환한 후 진철 형 근처에서 서성였다.
“역시 불가능하네요.”
“뭐?”
“영혼의 함을 얻으면서 특이한 감각이 생겼는데…. 이 감에 따르면, 진철 형의 몸에 아리마라는 별도의 영혼은 없다?”
이 말까지 듣자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아리마 역시 어떤 의미에선 주와 비슷하다.
본체가 탈출한 것이 아니라 본체의 인격을 차진철의 뇌에 ‘복사ㆍ붙여넣기’ 하는 형태로 탈출을 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렇게 복붙한 인격 대부분을 내가 소멸시켰고, 지금은 원본과 동질성이 극히 부족한 흔적만 남은 상태다.
“아무래도 내 몸에 마녀의 혼이 따로 존재하진 않는 모양이네. 함에 누굴 담을지는 나중에 더 봐야겠다. 주도 지금 담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렇네요.”
이렇게 내 아이디어가 흐지부지되며 오늘의 대화가 끝났다.
조금 아쉬웠다.
[조언 : 3 -> 2]‘마녀를 영혼의 함에 담을 방법이 없을까?’
[통상적으로 불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오빠?”
‘마녀를 영혼의 함에 담을 수 있는 특별한 수단을 말해줘.’
이번엔 조언이 반응하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답을 줄 수 없는 내용인가?
아니면 혹시 거울의 방에 소원 빌기?
이거라면 무리다. 완성된 티켓 한 장이 없기도 하고.
“잠깐, 잠깐만. 다시 한번 물어볼게.”
“가인이 조언 쓰고 있나 봐.”
‘마녀를 영혼의 함에 담을 수 있는 특별한 수단이 존재하는가? 거울의 방은 제외하고 말해달라.’
[조언 : 2 -> 1] [존재한다.]“아….”
“왜 그래?”
조언 두 개를 털어 넣었는데 감질나는 답변만 얻었다.
마녀를 영혼의 함에 담는 방법.
거울의 방을 제외하고도 있긴 있다.
…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설명을 들은 동료들도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남은 조언은 개인적인 호기심 해결을 위해 사용했다.
*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각부터 축복의 성소를 향했다.
「김묵성, 유송이의 강화가 가능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정말 오랜만에 할아버지의 이름이 나왔다.
“참 순서 한번 빨리도 온다!”
할아버지는 툴툴거리면서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
– 유송이
후원자가 머무르는 장소는 이번에도 인도의 신전 같았다.
사방에 널린 동물 동상과 중앙의 초대형 코끼리.
“안녕하세요!”
후원자는 날 물끄러미 바라보며 ‘준비가 되었냐?’라고 마음으로 물었다.
“… 물론이죠!”
동료들에겐 무슨 힘을 얻을지 모르겠다고 했었지.
거짓말이다.
나는 이번에 얻을 힘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을 뿐이지.
부끄러움이 너무 커서 속마음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후, 후원자님도 참,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능력을 만드신 거죠?”
후원자는 ‘네가 바라는 힘이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
부정할 수 없었다.
변명하자면, 이제 내가 얻을 힘은 나만 바라는 힘이 아니다.
인류의 99%가 바라는 힘이리라 확신한다. 그런 능력이야.
“그냥 주세요.”
그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조금 기다리라고요? 지금 나가면 위험할 수 있다?”
무슨 의미일까?
바깥에 무슨 일이 생겼나?
차 서너 잔은 마실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코끼리의 코가 내 머리를 툭 건드렸다.
*
[유송이(친화) -> ‘사랑받는 자’를 얻었습니다.]*
– 김묵성
“거, 무지하게 오랜만이외다.”
스스로 생각해도 건방지기 짝이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내심의 불만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
“…”
거인은 대답하는 대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실험실에서나 입을 법한 새하얀 연구복을 입고 있었다.
“새로운 능력 주시려고 부른 것 아닙니까?”
“네 성향은 내 예상과 다르다.”
“뭐요?”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 기억하나?”
“뭘 자꾸 숨기려 하지 마라, 비밀조직에 오래 있으며 생긴 안 좋은 습관이다, 모두와 한 몸이 되어라. 이런 느낌 아니었습니까?”
“그렇게 충고하지 않으면 네가 폭주할 줄 알았으니까.”
폭주.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혔다.
뒤늦게 깨달았는데, 거인의 언동이 예전과 전혀 달랐다.
그는 더 이상 중언부언하거나 불필요한 말을 전하지 않았다.
저번의 모습은 가장이고 이번의 모습이 진짜인가?
아니면 그 반대?
혹은 진짜와 가짜를 나눔이 의미 없나?
“관리국 요원이니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건 아니겠지.”
“…”
안다. 모를 수가 없다.
축복, 소통이 내포한 어두운 가능성은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너는 원한다면 언제든 동료들의 시야를 무너트리거나, 오감을 뒤흔들 수 있다. 소통 과정에서 메시지를 조작하거나 일부만 대화에 끌어들일 수도 있지.”
“…”
“사용하기에 따라선 동료들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 이것은 사람 사이의 소통이 가지는 본질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정보 들이붓기, 단어 한두 개씩 바꿔가며 여론 조작하기.
현실에서 언제나 벌어지는 일이 아니던가?
관리국이야말로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 집단이다.
“그런 짓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정말 하지 않을 줄은 몰랐지.”
“…”
“풋! 뭐 그리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나?”
갑자기 거인의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어?”
“이봐, 젊은 친구! 농담 좀 했다고 표정이 왜 그래?”
“저, 젊기는 무슨 -”
“나보단 무지하게 젊지. 내가 해준 말 잊었어? 자네는 앞으로 500년 살 수도 있다니까? 그 시간에 비하면 아직 젊다 못해 어리지!”
“하하, 참…. 그래서, 다음 능력은 뭡니까?”
“자네가 좋아할 만한 힘이지. 이번엔 진짜야. 그리고.”
“그리고?”
“묵성, 초심을 잃지 말게.”
또 분위기가 바뀌었다.
연구자에서 장난 많은 노인, 이번엔 위대한 현자 같은 분위기.
쉴 새 없이 바뀌는 모습에 기묘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자네가 호텔에 들어온 이유는 무엇인가?”
“…”
“세상을 구하기 위함이었지.”
“그렇습니다.”
“지혜의 주인에게 들었겠지? 206호에 그 답이 있다.”
가인이 녀석이 204호, 호텔 시네마에서 알아낸 정보다.
“그, 하나 더 여쭈어도 됩니까? 그 방도 유산이 두 개일 텐데 -”
뭘 골라야 하는가?
“들어가 보면 알게 될 것. 다만….”
거인의 눈에 침중함이 담겼다.
“쉽지 않겠구나.”
“…”
무엇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일까?
우리가 206호를 이겨내기 쉽지 않다?
내가 유산을 얻기 쉽지 않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 부분은 질문해도 답하지 않으리라.
…
대화가 끝났는데도 거인은 날 돌려보내지 않았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드는 순간, 거인이 ‘픽’ 하고 웃었다.
“조금 더 기다려라.”
“뭐요?”
“너희는 참….”
“예?”
“결정적인 순간에 기묘하게 운이 좋구나. 이것도 너희의 복이다.”
“무슨 말입니까?”
“이제 나가도 된다. 재밌는 시간 보내거라.”
재밌는 시간?
*
[김묵성(소통) -> ‘군중심리’를 얻었습니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24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지하, ‘호텔 바’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할아버지와 송이가 축복의 성소에서 잠든 후, 남은 사람들끼리 결정했다.
오늘 하루는 놀자!
인간적으로 저주의 방에서 문자 그대로 죽어가면서 고생했는데 하루는 놀아야지.
그런 면에서 호텔은 참 대단한 장소다.
놀겠다고 마음먹으면 이를 위한 시설도 끝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엔 수영장에서 헤엄쳤고 점심엔 가볍게 언덕을 올랐다.
저녁엔 그럴듯한 바에 모여 누나가 칵테일을 만드는 장면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자~ 한 잔씩 해!”
승엽이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왜 저만 콜라에요?”
“중학생이 무슨 칵테일! 이따가 무알코올로 만들어줄게.”
“아니, 가인 형도 고등학생인데.”
“솔직히 가인이가 무슨 미성년자야? 저주의 방에서 보낸 시간 카운트해야지.”
그건 맞지. 이 자리에 없는 송이는 몰라도 내가 미성년자는 아닌 듯.
“미로는요?”
미로가 당당한 표정으로 답했다.
“기억을 잃었을 뿐이야! 난 완전 성인!”
아리가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빨리 마시기나 하자. 승엽이도 술 마시고 싶으면 마시든지.”
이런 느낌으로 다들 가볍게 칵테일 두어 잔 걸치며 시간을 보냈다.
슬슬 취기가 오른다 싶었을 때, 미로가 날 툭 쳤다.
“가인아아…. 조언 써봐 조언.”
“뭐? 궁금한 것 있어?”
“뭐 하고 놀면 재밌는지 물어봐.”
어이없어서 돌아보니 미로가 킥킥거렸다.
“조언 이상한 용도로도 자주 쓰지 않아?”
순간 움찔했다.
“이, 이상한 용도라니 -”
“예를 들어! 밤에 엘레나는 뭘 하고 있을까? 아리는 지금 욕조에 있어?”
건너편에 있던 엘레나가 크게 움찔거렸고, 아리는 그냥 재밌다는 듯 바라보았다.
“매일 3개씩 주어지니까…. 대충 세도 그동안 500번 넘게 질문했지? 훨씬 많나?”
“…”
“다 의미 있게 쓴 건 아니잖아. 1,000개의 유의미한 질문 리스트 만들기도 힘들었겠다.”
“…”
“그러니까 한번 물어봐. 뭐 하고 놀면 재미있을지! 아니면 미로는 지금 무슨 생각 중인지?”
평소 같으면 미로의 이런 말은 그냥 농담으로 넘겼을 것 같다.
미로도 딱히 진지하게 말하는 것 같진 않았으니까.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붕 떴다.
칵테일이라 해봐야 겨우 두잔 반 정도 마셨을 뿐인데, 왜 이러는지 나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물어봤다.
‘뭘 하면서 놀면 좋을지 말해줘.’
질문을 하고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려는 순간 –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조언 : 3 -> 0]뭐야? 갑자기 3개짜리? 이거 그냥 농담 아니었어?
[술 게임을 추천한다. 모두를 이 장소에서 쓰러트려라.]“뭔 소리야? 갑자기 3개 다 쓰는 이유는 또 뭐냐?”
“왜 그래?”
다들 이리저리 뒹구느라 혼란스러운 바의 풍경.
내게 조언을 쓰라 했던 미로는 이번엔 엘레나 쪽에 엉겨 붙어서 장난치는 상황.
아리만 이상함을 느끼고 다가왔다.
“술 게임 하라는데? 모두를 여기서 쓰러트리라는데?”
이해할 수 없어서 당황했다.
“술 게임? 나 입학식도 안 했어! 술 게임 그런 것 모르는데 -”
“내가 도와줄게.”
“뭐 알아?”
아리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한 수 가르쳐주지.”
*
딱 3시간 후, 호텔 바가 초토화되었다.
“귀엽고~ 깜찍하게~ 31!”
“나, 난 이제 진짜 힘들어서 -”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으악!”
칵테일을 만들어주던 은솔 누나는 진작 두 번이나 토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덕분에 언젠가부터는 ‘칵테일 바’도 아니게 되고 말았다.
그냥 맥주와 보드카다.
맥주는 그렇다 치고 보드카는 또 왜 튀어나와?
이건 엘레나 취향인가?
생각해보니 엘레나는 술자리를 시작할 때부터 비범한 말을 했다.
“사실, 러시아에선 맥주를 술이라고 보지 않아요.”
“…”
그때부터 이미 싸했다.
“22, 23!”
즐거워하는 승엽이.
“24, 25, 26!”
아리의 경쾌한 외침.
“27!”
진철 형도 같이 웃고 있다.
그리고….
엘레나가 약간 미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표정과 달리 행동은 전혀 미안한 것 같지 않았다.
“28, 29, 30!”
또다시 내 잔에 술이 가득 찼고, 이 시점에서 의식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멀쩡한 사람은 넷이다.
엘레나는 보드카 미만은 술이 아니라고 보는 나라 출신이다.
진철 형은 그 엘레나 보다도 술을 잘 마신다.
아리는 술 게임을 거의 지지 않았다.
승엽이는 술 대신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뭔데 이거?
“이거어어…. 승여업이는 너무 사아아기같아….”
“형, 저도 음료수 너무 많이 마셔서 배 아파요.”
“지이이라아알….”
의식이 흐릿해진다.
아리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꼭 나머지도 쓰러트릴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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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38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