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88)
EP.388 388화 – 한여름 밤의 꿈 (4)
388화 – 한여름 밤의 꿈 (4)
– 박승엽
난데없이 온 사방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한 괴물들!
다행히 105호가 가까이 있었기에 황급히 도망쳐왔지만, 위기는 끝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자 방 전체가 진동하는가 싶더니 105호 자체가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각자의 105호’에서 숨을 돌리던 동료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으, 으악!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죠?”
할아버지가 심각한 표정으로 외쳤다.
“괴물들이 밖에서 호텔을 파괴했구나!”
가인 형이 강림을 받아들였을 때, 페로가 흥분해서 문짝을 뜯어냈을 때, 105호는 붕괴했다.
호텔 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 파괴될 때는 105호도 버틸 수 없다.
— 덜컹!
문짝이 비틀리는가 싶더니 번들거리는 비늘로 뒤덮인 거인이 문짝을 부수려 들었다.
“아까는 망령이더니, 이번엔 무슨 트롤이냐!”
할아버지는 재빨리 문 쪽으로 이동한 후, 괴력의 팔로 거인의 침입을 막아내며 권총 방아쇠를 연신 당겼다.
그 광경을 본 엘레나 누나는 바로 무릎 꿇고 불길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나는….
“에잇! 아크샤의 -”
“승엽아! 지랄 말고 송이 상태 확인해라! 당장!”
“… 네.”
송이 누나는 침대에서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는데, 천장에서 떨어지는 돌에 맞아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승엽아….”
“누나!”
“문 쪽으로 데려가 줘.”
잠시 후, 팔찌가 번쩍이며 문 앞에서 날뛰던 괴물이 사라졌다.
누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약간의 시간 벌이에 불과해요. 힘이 너무 없어서….”
할아버지가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아리는? 미로는? 둘 다 어디 갔어?”
“105호가 무너졌는데 두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그 말은 -”
“둘 다 105호에 있지 않았구나! 밖에는 괴물 천지인데 어떻게 된 일이지?”
“들어오지 못한 것 아닐까요?”
“이런!”
— 쿠궁!
이번엔 번들거리는 초록색 점액으로 덮인 촉수가 벽을 뚫고 들어왔다!
“이 새끼는 또 뭐야!”
할아버지의 비명에 깊이 공감했다.
아까는 망령, 다음엔 검은 비늘 거인에 이번엔 초록색 촉수.
그야말로 호텔에 존재하는 모든 괴물이 다 튀어나올 기세다.
벽이 무너지는 순간, 바깥의 풍경이 드러나며 우리는 아예 넋을 잃었다.
데스크 쪽엔 초대형 식물이 꿈틀거리며 온 사방에 뿌리를 뻗고 있다.
분수 쪽엔 붉은 쌀알 같은 눈알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살덩이가 굴러다녔다.
맨 처음 나타났던 망령들 또한 여전히 하늘을 날아다녔고, 지금 105호 벽을 무너트린 존재는 초록색 대형 불가사리 같은 괴물이었다.
“이게…. 대체….”
“…”
말로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의 지옥이다.
우리가 105호에서 숨을 돌리는 사이, 밖에선 이 난리가 펼쳐진 것이다.
— 크르륵!
벽을 무너트린 불가사리가 전신을 꿈틀거리며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바라본 게 맞나?
눈알이 없는 존재라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꿈틀거리는 살덩이가 그대로 우리를 덮치려는 순간 –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한 줄기 섬광이 복도 전체를 관통했다.
“선생님!”
“상현아? 아니, 아까 분명 호텔 밖으로 -”
“시간대여기! 미로!”
과연, 복도 건너편에는 아리 누나와 미로, 그리고 선생님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재빨리 송이 누나를 업고 뛰기 시작했고 나와 엘레나 누나가 뒤를 따랐다.
“이쪽으로!”
아리 누나가 우리에게 손짓하는 사이, 미로는 다시금 손짓해서 선생님을 돌려보낸 후 진철 형을 불러냈다.
“지금 상황이 -”
형은 온 사방에 괴물이 가득함을 깨닫고 질문하는 대신 옆에서 덮쳐오는 초대형 늑대의 주둥이를 양손으로 잡고 뜯어냈다.
“ – 뭔 난장판이냐!”
그때, 마침내 ‘충전’이 끝난 엘레나 누나가 몸을 일으켰다.
“모조리 타올라라!”
삽시간에 피어오른 불꽃이 1층을 깡그리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혼란 속에서 괴물들조차 불꽃을 피해 달아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
“으아악! 부, 불이 이쪽으로 와요!”
엘레나 누나는 태연하게 답했다.
“불에는 눈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할아버지가 기가 막힌다는 듯 고함쳤다.
“그런데 왜 불을 지른 거냐!”
“폐허가 된 호텔을 보다 보니 자연스레 대화재가 떠올라서….”
아리 누나가 다급히 외쳤다.
“엘리베이터로!”
“엘리베이터?”
“거긴 안전해!”
과연,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거짓말처럼 혼란이 잦아들었다.
“…”
“…”
모두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엘리베이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까부터 신음하던 송이 누나는 기절하듯 눈을 감았다.
시간대여기를 한계까지 사용한 미로도 진철 형을 돌려보낸 후 아리 누나 어깨에 기댔다.
엘레나 누나, 할아버지 그리고 나 또한 지친 것은 다르지 않았다.
잠시의 침묵.
곧, 할아버지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중얼거렸다.
“1층 전체가 박살이 났고 105호도 무너졌는데 엘리베이터는 안전하구나.”
아리 누나가 답했다.
“호텔 1층과 2층은 서로 다른 세상 수준인데, 그런 두 장소를 엘리베이터가 연결하잖아.”
“엘리베이터 자체도 무슨 시공의 틈새 같은 장소에 있는 건가?”
“몰라. 그냥 안전하니까 다행이야.”
나는, 모두가 궁금해할 부분을 질문했다.
“대체 왜 호텔이 이 난리가 난 걸까요?”
할아버지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알 것 같구나. 아마 은솔이겠지.”
“은솔 누나요?”
“그 애도 꿈에 휘말렸음이 틀림없다. 평소엔 이룰 수 없던 소원, 꿈에서나 바랄 수 있는 소원. 그런 것을 빌었겠지.”
“…”
“우리 사정 봐주지 않고 탐욕의 손을 최대 출력으로 쓴 거야.”
“그런 일이….”
아리 누나가 한숨을 쉬었다.
“뭐,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였으니 탓할 일은 아니지. 은솔이도 이제 ‘어둠의 호텔 파티’에 가입한 셈 치자.”
“어둠의 호텔 파티요?”
“우리 중 일부만 가입한 이너 서클이랄까….”
“그게 대체 뭔데요?”
“동료를 죽였거나 죽일뻔한 사람만 가입할 수 있어. 참고로 송이가 초대 회장이야.”
“…”
할아버지가 한숨 쉬었다.
“헛소리 좀 그만하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 1층은 이미 개작살이 났다. 2층도…. 보나 마나 정상이 아니겠지.”
“뭘 어떻게 해? 그냥 엘리베이터에서 버텨야지. 남은 전력도 없어.”
“결국 이놈의 꿈을 어떻게 끝내냐가 문제다. 끝내기만 하면, 이 혼란스러운 상황도 사라질 테니까.”
“그렇겠지.”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깰 사람은 다 깼어.”
“음….”
“나랑 송이는 축복의 성소에 들렀기 때문에, 승엽이는 술을 먹지 않아서 꿈에 휘말리지 않았다.”
“그렇지.”
“엘레나와 미로도 뭐, 대충 고백 비슷하게 하고 깼어.”
그 말에 엘레나 누나가 크게 당황했다.
“저, 전 하지 않았는데요?”
흐리멍덩한 표정의 미로도 재빨리 강조했다.
“난 내가 찼어.”
“… 그래. 둘 다 그렇다고 치자. 아리는 내가 깨웠지.”
아리 누나가 답했다.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은솔이도 지금쯤 깨어났을 거야. 탐욕의 손을 써서 무언가 얻었을 테니까.”
“그렇지. 진철이가 문제인데, 사실 그놈은 성향상 큰 사고를 치진 않으리라 본다.”
“아마도.”
“결국 8명은 어찌어찌 해결됐다는 말이지.”
“…”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꿈에 휘말리지 않은 사람 : 김묵성, 유송이, 박승엽.
속마음을 털어놓고 깬 사람 : 엘레나, 미로.
할아버지가 깨운 사람 : 김아리
정황상 깨어난 사람 : 이은솔, 차진철
즉, 호텔에 남아있는 8인은 어떻게든 혼란이 끝나가는 상황이다.
문제는 나머지 두 사람이다.
“밖으로 나간 두 사람이 문제구나. 상현이, 가인이. 이 둘은 우리가 깨워줄 수도 없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
‘세상에 이런 일은 또 없지!’
양복을 입은 노인, 김필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4년 전, 그는 50대 후반의 나이에 직장에서 쫓겨났다.
대한민국의 많은 퇴직자들처럼 그에게 여생을 보장해줄 충분한 노후 대비는 없었다.
그나마 있던 약간의 저축은 기다렸다는 듯 찾아온 아내의 난소암이 집어삼켰다.
새삼 아내가 원망스럽진 않았다.
암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닐 테고, 아내는 평생 자신과 함께 성실히 살아왔으니까.
그 대신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평생 국가와 사회를 위해 몸 바쳤다고 생각했는데 그 보답이 이런 불행이라니!
그렇게 모든 것이 무너져가던 순간,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구원이란 곧 매달 600만 원 이상이 통장에 꽂히는 직장을 말했다.
‘회사’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요구한 것은 단 하나였다.
매일 아침, 회색 벽으로 가득한 연구소에 출근해서 이상한 방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
진짜 이게 전부였다.
물론, 몇 가지 까다로운 요구사항은 있었다.
매일 똑같은 복장과 머리 스타일.
하루 8시간은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말 것.
사진 속 노인과 유사한 자세 유지.
그 외에도 자잘한 요구사항이 많았다.
지난 몇 년간 이 일에 종사하며 노인은 추가로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근무 장소엔 노부부와 며느리, 손자 손녀로 이루어진 가족사진이 있었다.
사진에 있는 노인의 외형은 김필호와 신기할 정도로 닮아있었는데, 회사에서 제공한 옷과 약간의 분장을 거치면 아예 구분할 수 없었다.
또, 노인이 출근할 때는 사진의 노부인과 닮은 나이 든 여성이 대기하고 있었고, 퇴근할 때는 며느리와 닮은 사람이 나타났다.
즉, 사진 속 사람들과 비슷하게 생긴 3명의 사람이 로테이션을 돌며 24시간 내내 사진을 지키고 있던 것.
…
이를 깨닫자 노인은 자신을 고용한 ‘회사’의 정체를 깨달았다.
세상에서 이런 기이한 일을 다루는 조직은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관리국에 고용되었구나!’
이렇듯, 평화로운 일과를 보내던 어느 날.
사고가 났다.
노인으로서도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봄볕이 너무 따스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덮쳐온 수마가 노인의 의식을 흐릿하게 만든 것이다.
— 삐이이잉!
그 순간, 노인을 감시하던 카메라가 경고음을 냈다.
“으헉, 엇! 내, 내가 졸았나?”
잠에서 깨어난 노인이 당황하며 몸을 일으켰을 때, 김필호는 사진 속의 사람들이 노인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았다.
“뭐, 뭣이여? 이게 대체 -”
경악한 노인이 근무 장소에서 도망가려는 순간 –
— 철컥!
문이 잠겼다.
*
「끄아아아악!」
카메라 너머로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과 그보다 10배는 잔혹한 영상.
장내에 ‘겨우 이런 광경’에 놀랄 만큼 섬세한 신경을 가진 사람들은 없었다.
이 정도의 일은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상이었으므로.
하얀 연구복을 입은 남성은 태연하게 보고했다.
“26구역 격리 실패! 대응 요청!”
곧, 방탄 방검복으로 무장한 진압 부대가 출동했다는 신호가 들려왔다.
보고를 올린 남성은 피곤한 표정으로 옆자리 동료에게 말했다.
“요번 제물은 겨우 4년밖에 버티지 못했네….”
“뭐, 김필호는 나이가 많았으니까. 별일은 아니야. 대체할 수 있는 후보 다섯을 추려뒀으니 직원을 보내지.”
그 말과 함께 남성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수정 요청’을 올렸다.
「‘행복한 가족사진’
일련번호 : C-0362
위험 등급 : D
2013년, 부산의 한 가정집에서 발견된 가족사진.
사진에 찍힌 가족들이 근처에 있을 때는 얌전하나, 그렇지 않을 때는 이형의 비틀린 존재가 튀어나와 □□, □□□, □□ 등과 같은 폭력적 행동을 보인다.
관리 절차 : 격리(Contain)
실제 가족은 전부 죽었으나 유사한 외모의 사람을 근처에 두면 얌전해진다.
다만, 제물이 사진과 유사한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위험 상태가 발생한다.
이 경우, 제물을 희생시키면 약 72시간 동안 안정화된다.」
「수정 요청 : 제물이 잠들 경우를 대비할 것. B등급 이상의 각성제 투여 필요.」
“이 정도면 됐나….”
그때, 천장에서 요란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 안내 사항! 새로운 혼돈체 확보! 즉시 메신저 확인 후 내용 숙지 바랍니다.
“또?”
“아니, 이 손바닥만 한 나라에 무슨 괴물이 이렇게 많아?”
“말도 마라. 재림 예수만 다섯 번째 잡았어.”
“무함마드는 아직 없고?”
“자칭 보살은 있더라.”
남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메신저로 전달된 파일을 클릭했다.
「‘대학 나온 앵무새’
일련번호 : C-0237
위험 등급 : D
지능이 높고 인간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자신이 원래 ‘한가인’이라는 K대 학생이라 주장하며 알고 있는 사람 여럿을 열거한다.
확인 결과, ‘한가인’은 물론 그 가족, 친구 등은 존재하지 않음.
‘마도서’를 써서 탈출하겠다며 협박.
실제 그런 도구가 있는지는 확인 불가.
관리 절차 : 격리(Contain)
전기가 흐르는 새장에 가둬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 임시 파일이므로 불확정 정보가 많음을 명심할 것!」
“허이고! 이젠 또 말하는 앵무새야?”
“인마, 앵무새는 원래 말해.”
언제나 그렇듯, 관리국의 하루는 평온했다.